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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30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01 10:23
조회
1,336
추천
26
글자
19쪽

104화. 결혼 초야(初夜)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 외에도 백호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의 축하가 거의 끝나 갈 무렵에, 한울의 수신호위 대장인 안율이 도착하여 축하를 하면서 축하금도 여러 개를 내놓았다.


“내가 한울님과 천사장님, 대신녀님, 구자룬 총대장, 태을 선인님, 안다 선인님의 축하금을 대신 전하러 왔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꼭 전해 주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꼭 전함세. 부디 행복하게.”


안율은 축하금을 전하고 맡은 직책 때문에 금방 떠났고, 많은 사람들이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까지 축하금을 보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겨우 소족장인데 최고 수뇌부들이 이렇게 신경을 쓸지는 몰랐다는 듯이.


태을 선인은 손자 같은 쥬맥의 결혼식에 오고 싶었으나, 멀리 환시성 축성지에 가 있어서 오지 못하고 축하한다는 편지만 써서 보냈다.


종족의 미래를 위한 대역사(大役事)이니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것.


축하가 끝나고 이어서 두 사람이 술과 안주를 들고 돌면서 어른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신부가 술을 따르면 신랑이 안주를 집어 입에 넣어주며 둘레를 돌기 시작했다.


미처 축하금을 주지 못한 사람들은 그때 건네는 사람도 있었는데······.


맨 먼저 비율신 대족장을 필두(筆頭)로 부족장과 소족장들, 수르네 부모님, 기타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술을 권하고 나니 꽤 시간이 걸려서 신랑 신부의 인사가 모두 끝났다.


그러자 신부를 안방으로 들이고 마당에 깔린 멍석 위로 많은 음식상이 차려지면서 잔치가 벌어졌다.


하객들이 모두 잔칫상에 앉아서 환담을 나누며 먹기 시작하자, 수르 어머니와 함께 온 몇몇 아주머니들은 상차림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쥬맥은 여기저기를 돌면서 인사와 술을 권하는데 수르가 몇몇 젊은 사람들을 데리고 상을 내오고 들이며 일을 거들었다. 물론 대부분이 백호대였고.


그러다가 쥬맥의 손을 잡고 술상으로 끌고 가더니 또 일을 저질렀다.


“신랑, 내 술 한 잔 받아라. 진심으로 축하한다. 지금 술을 많이 마셔야 첫날밤에 떨지 않고 일을 잘 치르니까 이 술을 다 마셔야 한다. 먼저 가신 이 선배님의 경험이다.”


그러면서 큰 대접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쥬맥은 그저 긴가민가했다. 결혼 경험이 없으니 정말 그러려니 하는데······.


이럴 때는 친구인지 적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쥬맥이 그래도 웃으며 그 술을 꿀꺽꿀꺽 다 마시자 수르의 기분이 좋아지는데, 복수전이 시작되었다.


“고맙다. 일하느라 고생하는데 너도 한잔해라. 그래도 나만큼은 마셔야지?”


그러면서 받은 만큼 대접에 술을 가득 따라 주었다. 그러나 술꾼인 수르는 얼씨구나다. 아니, 너무도 고맙다는 표정이 아닌가?


“아이고, 고맙다. 안 그래도 술이 고팠는데 잘됐다. 역시 넌 내 친구야.”


마치 꿀처럼 맛있다는 듯이 한 방울도 안 흘리고 수르가 술잔을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도리어 부족하다는 듯이 입을 쩝쩝대고 있었으니······.


일을 끝내고 밤늦게서야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수르의 어머니와 아주머니들, 수르와 몇몇 젊은이들이 뒷수발을 하고 있는데, 쥬맥은 등이 떠밀려서 신방(新房)으로 들어갔다.


짓궂은 어린애들 몇이 호기심에 달려가서 진령닥 종이로 도배한 문을 손가락에 침을 묻혀 살살 문지르니 작은 구멍이 뚫렸다.


이렇게 순식간에 몇 개의 구멍이 뚫리고 애들이 서로 먼저 보려고 문에 들러붙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호기심에 신방을 훔쳐보는데···, 수르의 어머니가 부지깽이를 들고 나오더니 한 명씩 귀를 잡아서 모두 문에서 떼어 냈다.


그렇게 애들을 겨우 쫓아내자 이번에는 또 장난기가 심한 청년들이 애들이 뚫어 놓은 문구멍에 눈을 들이댄다.


그때 신방에서는 신랑 신부가 서로 술을 한 잔씩 권하더니, 안주를 먹고 물로 입을 헹군 뒤 신방의 황촉 불이 꺼졌다. 바로 두 인간의 역사가 이루어지려는 중요한 이때! 몇몇이 눈에 불을 켜고 훔쳐보는데,


곧바로 안에서 문 위에 묶어 둔 대발을 내리자 실망한 청년들이 고개를 흔들고 쓴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좋은 구경거리를 놓쳤다는 듯이.


첫날밤을 맞이한 미루는 경험이 없으니 긴장하고 서투를 수밖에······. 이럴 줄 알았으면 효도 혼수라도 했을 텐데.


떨려서 어찌할 줄을 모르는 미루를 쥬맥이 가만히 가슴에 안고 등을 토닥거리며 안정을 시켰다.


미루도 마주 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는데···, 쥬맥이 먼저 화관을 벗겨서 옆으로 내려놓고 불편한 예복을 벗겨 주니 한결 편하고 숨통이 트인다.


깊은 입맞춤을 하니 미루도 긴장이 풀린 듯이 마음을 활짝 열고 쥬맥을 받아들이자, 몸에 열기가 오르고 가쁜 숨을 내쉬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쥬맥은 차분하게 미루의 옷을 벗겨 주고 자신도 옷을 벗더니······.


······으음 ······으음 하는 태어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예고하는 듯한 묘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신혼 첫날밤 동물적 본능으로 돌아간 흥분에 이슬이 번지고 밤은 깊어만 간다.



······이렇게 해서 흥분되고, 행복한 첫날밤이 쏜살같이 지났다.


“꼬~끼오~ 꼬!”


날이 밝으니 미루는 부끄러워서 쥬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가슴으로만 파고드는데······.


밖에는 벌써 수르의 어머니와 도와주는 아주머니들 몇 분이 와서 주변을 정리하며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쥬맥이 신부에게 살짝 입맞춤을 해 주고 옷을 입은 뒤 먼저 밖으로 나왔다. 집주인이 누워 있을 수만은 없으니. 그러자,


“어머~ 새신랑 나왔네. 첫날밤은 잘 보냈는감?”


“신혼 첫날밤이 어땠어요? 신부가 떨지 않았어요?”


아주머니들이 너도나도 짓궂게 물어보았다. 쥬맥이 쑥스러워서 머리만 긁는데···, 미루가 예복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어머! 신부 얼굴이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활짝 피었네.”


“첫날밤이 좋긴 좋나벼. 우리도 그런 날이 엊그제 같은데······.”


“아래가 좀 뻐근할 텐데 좀더 쉬지 왜 벌써 나왔어?”


또 아주머니들이 짓궂게 놀리니 미루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서 고개를 수그리고 주방 일을 도우러 들어가자 수르 어머니가 나서서 말렸다.


“오늘 아침까지는 우리가 다 할 테니까 잘 쉬다가 점심부터나 해.”


그러면서 등을 떠밀어 주방에서 밀어 내자 둘은 세수부터 하였다.


신방까지 아침상을 들이니 둘은 부부가 되어 처음으로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아침 식사를 하면서, 비로소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죄송하게 아침까지 챙겨 주시네요.”


“괜찮아. 어제 고생했는데 많이 먹어.”


아침상과 모든 뒷정리를 끝내고 점심준비까지 해 놓은 뒤에야 수르의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이 모두 돌아갔다.


그제야 집안이 조용해지고 드디어 큰 집에 신랑 신부 둘만 남았다.


미루는 마음이 편안한지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첫날밤 자국(?)이 남아 있는 이부자리를 걷어 내서 치우는 등 드디어 집안일을 보기 시작했다.


쥬맥은 혼례와 첫날밤의 힘든 일(?)을 치른 피로감으로 긴장을 풀고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았고······.


점심을 먹고 좋은 선물을 사서 예쁘게 포장한 뒤에, 이번 혼례식 준비로 고생이 많은 수르의 어머니를 찾아뵙고 감사(感謝)의 인사를 드렸다.


고아인 쥬맥이 그래도 성대하게 결혼식을 잘 치른 것은 다 수르 어머니의 공이었다. 도와준 아주머니들과 젊은이들의 선물까지 모두 사서 돌렸다.


잠깐 시간이 나서 둘이 거실에 앉아 쉬고 있는데, 쥬맥의 가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던 미루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는 듯이 물었다.


“참, 오라버니! 아니 여보라고 해야 돼요? 에이~ 쑥스러우니까 아직은 그냥 오라버니라고 부를래요. 이히히히!”


“그래, 천천히 숙달이 되겠지. 편한 대로 불러.”


“오라버니가 준 월광석 덕분에 혼사도 잘 치르고 두 분의 노후(老後)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고 부모님이 고맙다고 전해 드리래요.”


“사위도 자식인데 뭐. 당연히 내가 챙겨 드려야지. 나야 부모 형제가 없으니까 따로 챙길 데도 없잖아.”


“그런데 월광석은 아직도 남았죠? 남은 것은 어디다 두셨어요?”


“응? 왜? 신방 잠자리 밑에 있는 빈 공간(空間)에 넣어 뒀는데······.”


“알았어요. 그건 앞으로 제가 관리해도 되죠? 앞으로 우리 애기들 태어나면 키우는 데 돈 많이 들어요. 지금부터 자식들을 위해서 아껴야죠.”


“그래, 알았어. 알아서 해”


대답을 하는데···, 쥬맥은 갑자기 며칠 전에 술자리에서 수르가 한 얘기가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저녁에는 둘 다 신혼부부답게 예쁘게 차려입고 미루네 가족들의 선물을 한아름 안고서 처갓집을 찾아갔다.


결혼한 형제자매 일곱과 그 자식들까지 집안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친인척으로 북적거렸지만, 혼자서 살아온 쥬맥은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미루네도 어제 친인척과 동네 어른들을 청해서 잔치를 벌였고, 아침에 인사를 마친 미루는 꽃가마를 타고 신랑 집으로 향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좋은 선물을 하나씩 안기자 모두 좋아서 웃음꽃이 피어나는데 장인어른이 나서서 한마디 했다.


“미리 준 선물도 과한데 뭐하러 또 비싼 선물들을 잔뜩 사 왔나? 앞으로는 자식들 낳아서 키워야 하니까 가능하면 절약해서 검소하게 살게. 씀씀이가 헤프면 도둑이 들기 쉬운 법일세.”


“알겠습니다 아버님. 오늘까지만 봐 주십시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아유, 당신은 왜 그래요? 우리 쥬서방 마음씀씀이가 너무 곱잖아요. 신경 쓰지 말고 여기 앉게. 인사들 해야지.”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다. 쥬맥 편을 들면서 한 명씩 불러 친인척과 손주들까지 모두 인사를 시켰다.


이주한 뒤로 혼자서 살아온 쥬맥에게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미처 이름과 촌수를 다 기억하기도 힘들었다.


인사가 끝난 뒤에는 처남과 동서들 손에 이끌려 맛있는 요리와 술로 배를 채우면서 오랜만에 만취가 되었다.


처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는 것이 관습이라 미루가 살던 방에서 잠을 자는데, 또 짓궂은 조카 녀석들이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난리를 피웠다.


어쩔 수 없이 장모님이 밖에서 일(?)이 끝날 때까지 지키고 서 있었다. 어디를 가나 신혼부부는 항상 대단한 관심사인 모양이다.



아침이 되자 또 장모님이 우리 쥬서방 밤새 고생(?)했다고 거하게 아침상을 차려서, 쥬맥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성찬(盛饌)을 즐겼다.


바리바리 싸 주는 음식과 여러 가지를 챙겨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미루는 그래도 어릴 때부터 살았던 정든 집을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눈에 이슬이 맺혔다.


여기저기서 노처녀 소리를 들을 때는 빨리 시집을 가고 싶었는데, 막상 혼례를 올리고 집을 떠나려니 그동안 의지하고 살아온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는 것이 마음 아픈 모양이다.


쥬맥은 그런 미루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니, 쥬맥의 총각 시절은 막을 내리고 드디어 가장(家長)으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 * * * *


회홀 옆에 물물 교역소를 차린 소인족은 요즘 토납술이 유행처럼 번졌다.


처음에 천인족으로부터 전수받은 적소인, 황소인, 백소인 각 열 명은 큰 스승처럼 대우를 받으며, 전사(戰士)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밤낮없이 바쁘게 토납술을 가르쳤다.


또한 천인족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무기를 분석하여 자신들의 무기를 개량하며, 비월족 영역에 침입했다가 당한 보복을 하기 위해서 새로운 무기의 개발에 나섰다.


드디어 복수전을 꿈꾸기 시작한 것!


원래 사용하던 각궁도 제법 사거리가 멀고 적중률이 뛰어났으나, 지난번에 비월족에게 크게 당하고 나서 그 장점을 새로운 거궁(巨弓)에 접목하여 신무기를 만들었다.


그것을 가축으로 사육하는 고대코뿔소나 시원맘모스의 등에 설치하여 이동을 자유롭게 했다.


고공을 비행하는 비월족도 맞출 수 있는 장거리 저격용 활인데, 파천궁(破天弓)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뿐이 아니다.


비월족의 기름을 넣은 독단지에 당하고 나서, 수백 발의 가느다란 독침을 한 번에 발사하는 장치를 만들어 ‘독뢰(毒雷)’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주적(主敵)이 비월족이다 보니 그동안은 하늘에서 비월족이 공격하면 숨을 곳이 없어서 당하기 쉬웠다.


그래서 숨을 수 있는 커다란 이동용 방패와 같은 것을 만들었다.


공중에서 불로 공격해도 타지 않도록 표면에 얇은 금속막을 입히고, 수십 개를 연결해서 붙이면 하늘을 가리는 큰 방패(防牌)가 되었다.


그러면 비월족이 아무리 공중에서 공격을 퍼부어도 들고 날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공격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인족이 다른 종족에 비해서 덩치가 작으니 고대코뿔소나 시원맘모스에 갑주를 입혀서 적진을 향해 돌진시키는 방법도 있었고······.


동물에게 입힌 갑주에 날카로운 송곳들을 설치해서 적을 향해 돌진시키면 그것 또한 거대한 무기와 같았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자신들보다 덩치가 큰 적들이라도 순식간에 피떡처럼 짓이길 수 있었다. 다른 종족들에 비해서 덩치가 작은 소인들의 결점을 보완한 것!


뿐만 아니라 마차 같은 큰 성루를 여러 마리에 묶어서 끌고 달리면 밑에서는 날카로운 창날이 적을 공격했다.


그러면 높이 솟은 성루 위에서는 많은 소인족이 활이나 독침, 도검으로 적을 내려다보며 싸우도록 고안했다.


강이나 바다에서도 어수족(魚水族)과 전투가 가능하도록 큰 배의 겉면에는 어수족이 물속에서 구멍을 내지 못하게 튼튼한 철판을 붙였다.


이물에는 상대의 배에 추돌(追突)하여 침몰시킬 수 있도록 쇠를 입힌 송곳형의 통나무를 배치했고 말이다.


그리고 전사들의 보호에도 힘썼는데······.


전사들도 몸의 취약 부위를 보호할 호심갑과 갑주 등을 개발하여 입히자, 점점 사기가 오르고 전력이 증강하여 군사력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어차피 천인족과는 평화 협정(平和協定)을 맺었으니 50년 동안은 천인족과 전쟁할 일이 없다는 것도 정신적으로 큰 몫을 했다.


그래서 감사의 표시로 매년 두 번씩 포도주와 특산물을 선물로 보냈다. 그 답례로 선담밀과 태을미를 얻어다가 들판을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고······.


그러다 보니 식량 문제가 해결되었고 필요한 것들은 물물 교역소를 통하여 교환하니 나날이 생활도 윤택해지고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아니, 소인족이 왜 저리 바뀌었지?”


소인족이 발전하는 이러한 동태를 살펴보며 비월족은 바짝 긴장했다.


소인족이 강성해지면 결국 언젠가 자신들과 부딪칠 것이다. 곧 자신들의 턱 밑에 비수를 들이대지 않겠는가?


* * * * *


쥬맥이 결혼한 지 삼 년이 흐르니 벌써 서른일곱이 되었고, 귀여운 아들과 예쁜 딸이 태어났다.


아들은 쥬온으로 딸은 쥬미라고 이름을 지으니 이제 정말로 성(姓)이 쥬씨가 되어 버렸다.


거인족(巨人族)과의 전쟁이 끝나고 벌써 팔 년이 흘러서 그동안 인구수도 빠르게 늘어 어느덧 사십만에 이르렀다.


특히 어리고 젊은 층의 인구가 많았다. 큰 전쟁의 여파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 뒤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장시간의 평화가 가져온 결과다.


격렬했던 거인족과의 전쟁을 보고 주변의 종족들이 천인족을 쉽게 보지 못한 것도 한몫 한 것이고······.


모두 이러한 평화(平和)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평화는 그들의 바램처럼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신수 주작에게 들른 태을 선인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마수(魔獸) 수백 마리가 신수들이 지키는 틈을 뚫고 미르산 쪽에서 밖으로 도망을 쳤다는 것!


지금 신수들이 마수를 잡기 위해서 자리를 뜨면 더 많은 마수, 요수가 탈출하므로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천인족이 대신 잡아서 처리를 해 달라는 것인데···, 다른 종족들은 마수와 싸울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출한 무리는 천마수(天魔獸)라는 악마처럼 생긴 마수였다.


신통(神通)을 부려서 겉모습을 바꿀 수도 있고, 입에서는 불을 내뿜으며 악마 같은 손톱이 길게 자라난 손이 여섯 개였다.


창처럼 끝이 날카롭고 강력하게 휘두르는 꼬리를 가졌는데, 한번 공격하면 그 힘이 무시무시했다.


뱀처럼 단단한 비늘로 온몸이 덮여 있어서 도검이 들어가지 않으니, 웬만한 고수는 몸에 흠집도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동작이 민첩해서 고수들도 경공술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데, 또 사납기는 어찌나 사나운지 눈에 보이는 생명체는 모두 갈갈이 찢어 죽이는 큰 재앙(災殃)덩어리였다.


이대로 두면 천인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생태계가 파괴될 터였다. 또한 번식력이 강해서 그 수가 급속하게 늘기 전에 빨리 제거해야 하는 상황!



내공이 이 갑자 이상인 고수들만 선발하여 마수격살대가 조직되니, 쥬맥도 백호대에서 오십 명을 데리고 함께 참가하였다.


이렇게 해서 천인족에서 전체 이백오십 명 규모의 초고수 부대가 구성되었다.


총대장은 보돈타 대족장이 맡았고······.


정보에 의하면 마수들은 지금 바이칸대호수와 탁녹대평원(大平原) 사이에 숨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아침 식사 후 바로 시원마를 타고 그곳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저녁이 되자 미루는 다시 전장(戰場)으로 떠나는 남편이 걱정되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래서 남편 가슴으로 파고들어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붙였는데, 꿈속에서 쥬맥이 전신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 피가 꿈인데도 너무 붉고 선명했다.


“으아아악!”


놀라서 고함을 지르며 깨어나니 꿈이었다. 마치 생시처럼 생생한 꿈 말이다!


“왜 그래? 꿈꿨어?”


잠결에 쥬맥이 포근하게 안아 주었다. 그저 꿈일 뿐이라고 한편으로는 안심을 하면서도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쥬맥에게 이번 출진은 느낌이 좋지 않으니 특히 몸조심을 하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를 했다.


먼 길을 가는 남편에게 차마 불길한 꿈 얘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무시무시한 천마수와 싸우기 위해서 전장으로 떠나는 사람에게 그런 무서운 얘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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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3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7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7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5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299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1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7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4 24 18쪽
»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37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3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09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09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2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1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1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1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5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5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6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4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4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5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28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29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38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0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5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5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3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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