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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9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31 10:23
조회
1,326
추천
25
글자
18쪽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허공에 떠 있는 쥬맥의 발밑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공격하던 야탄과 그 일당의 얼굴이 마치 뭐 씹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어찌 이럴 수가?


오판을 해도 단단히 오판을 했다. 이미 쥬맥은 그들이 어찌할 수 없는 경지(境地)에 올라 있는 것!


쥬맥은 허공에 뜬 상태로 손가락을 펼쳐 천둔미리탄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바꾸어 가며 다섯을 향해 연사를 하는데······.


핑! 피비비빙! 피빙!


지강(指罡)이 공기를 찢어발기듯이 예리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드는데, 일반 탄지신공과 달리 매우 강력했다.


예상하던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공격해 대니, 다섯이 한 사람에게 쩔쩔맬 수밖에······.


도검의 공격이 마치지도 않는 먼 거리에서 말이다. 결코 넘봐서는 안 될 여자를 욕심내서, 그리고 보 대족장에게 아첨하고 싶어서 쥬맥을 남몰래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들이 먼저 죽는 건 아닌지 후회막심(後悔莫甚)이다.


탄지신공으로 공격을 해 대던 쥬맥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더니 검을 집어넣었다. 이제는 혼원벽력권(混元霹靂拳)으로 손에 묵빛 권기를 띠고 첫 초식 유성일타(流星一打)를 내질렀다. 그러자,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권경이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든다. 이에 무사 한 명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검에 검강을 발현하고, 천지양단(天地兩斷)의 수법으로 권경을 단칼에 베어 내려고 내리그었다.


결국 중간에서 부딪치는 권경과 검강.


꽈앙!


“커흑!”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울리더니, 검강으로 쳐낸 무사가 뒤로 십여 걸음을 주르륵 밀리며 입에서 검붉은 피를 울컥 토했다.


얼굴이 핼쑥한 게 내상이 꽤 심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의 공격을 유연하게 피하며, 두 번째 초식 혼원벽력(混元霹靂)을 내질렀다.


그러자 마치 악마가 울부짖듯이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나지막이 울린다.


끄르르르릉~~~


음산한 소리가 영혼을 울리며 퍼지면서 마치 뇌전이 내리치듯이 번갯불 같은 권강이 무수히 튀어 나갔다.


온통 사방에 번뜩이는 번갯불!


마주 선 무사가 혼자서는 도저히 받아 낼 엄두를 내지 못하자, 옆의 무사가 함께 뛰어들어서 도강과 검강을 발현한 무기로 무수히 날아오는 번갯불 같은 권강을 쳐 내는데······.


쿠앙! ······ 콰과광! ······.


“어흑! ······ 으아악! ······.”


한 번 받아 낼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비명이 난무하며 번개가 치더니 상대가 울컥울컥 피를 토했다.


결국 권강이 모두 소멸하자 피를 토하며 뒤로 벌러덩 쓰러져 버렸다. 앞에 당한 사람보다 내상이 더 심한 모양이다.


쥬맥이 이번에는 혼원은하장(混元銀河掌)으로 손바닥 가운데 백색 나선은하 형상의 광채와 그 둘레에 묵빛 광채를 두른 손바닥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 나선은하 형상과 묵빛 광채가 그대로 손을 떠나서 앞에 있는 무사의 가슴을 쳐 버렸다. 유성이 허공을 날아서 별에 부딪치듯이······.


퍼억!


“······.”


충돌 소리와 함께 그 무사는 비명도 못 지르고 뒤로 날아가더니 커다란 나무에 부딪쳤다가 튀어나와 쓰러져 버렸다.


아무리 봐도 생사가 불분명하다.


이미 7단계 전신급 화경의 경지에 오른 초고수를, 그들로는 감히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만심에 빠져 저지른 일이 불러온 참화였다.


쥬맥이 다시 마지막 남은 사람을 향해 돌아서자 전에 생사결을 펼쳤던 그는 오금이 저려서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만 되었네. 단지 비무일 뿐이니 그만 끝내세. 우리가 졌네 졌어.”


“그래요? 그럼 그러지요. 내 손발에 눈이 없어서 상한 사람이 있으니 미안합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쥬맥은 냉정하게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 가 버렸다. 마치 알아서 하라는 듯이.


하나 남은 성한 사람이 부산하게 뛰어다니며 쓰러진 사람들을 살피는데···, 모두 크게 내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괜히 오늘 자네 말을 들었다가 저세상으로 갈 뻔했네.”


“이제 다시는 저 녀석 건들지 마세.”


모두 핼쑥한 얼굴로 피를 토하며 원망을 하니···, 처음 나섰던 무사가 입장이 난처하여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도 저 녀석이 그런 경지에까지 이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한 사람으로는 부상자들을 어찌하지 못해 쩔쩔맸다. 경사를 앞두고 있어서 손속을 나눌 때 쥬맥이 그래도 한 푼 인정을 두었다는 것을 저들이 알지 못하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저들이 언제 또 오늘을 잊고 경거망동(輕擧妄動)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쥬맥은 며칠 뒤 수르를 만나서 결혼식이 천단 보름 전에 잡혔음을 알리고, 자신이 부모 형제가 없으니 친구인 네가 좀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수르는 친구 사이에 당연한 걸 얘기하느냐고 핀잔을 주더니, 집에 가서 어머니께 도와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동안 신세 진 것이 많아서 갚아야 한다며 흔쾌히 그러마고 대답하고 함께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돈은 쥬맥이 다 내지만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그런지 쥬맥으로서는 사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무척 많았다.


그러나 수르 부모님은 이미 여러 번 혼례식 준비를 한 경험이 있어서 비교적 쉽게 일이 진행이 되었다.


예복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집안을 치우고 신방을 꾸미는 일, 주변에 알리고 잔치 준비를 하는 일 등등.


무척 바쁜 나날이 지나갔다.


혼례식 며칠 전부터 수르 어머니는 아주머니 몇 분과 함께 거의 쥬맥네 집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잔치 준비를 했는데······.


미루는 미루대로 신부가 될 준비에 바빠서 얼굴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쥬맥의 결혼식 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수르는 일단 결혼하면 아내에게 코가 꿰어서 술을 마시기가 힘드니, 그 전에 실컷 마셔야 한다면서 쥬맥을 꾀어 바쁜 와중에도 연일 술집을 오갔다.


오늘도 이제 자유는 오직 오늘뿐이라며 기어코 끌고 나가더니, 세상 술은 자기가 다 마신 것처럼 코가 삐뚤어지게 취해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맥아! 드디어 네가 내일 결혼을 하는구나.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다. 으끅! 그 긴 총각 시절에 더 재미있게 놀았어야 했는데 원통하지 않냐?”


“아니, 나는 전혀······. 괜찮은데.”


“내가 먼저 결혼해 본 선배로서 얘기하는데, 으끅! 절대 돈주머니는 마누라한테 주지 마라. 그 순간부터 너는 그냥 돈 벌어다 주는 기계야 기계.”


“부부간에 돈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지. 꼭 내가 해야 해?”


“이런 순진하기는······. 여자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남자는 뒷전이야. 자식하고 먹고살겠다고 얼마나 구두쇠가 되는 줄 아냐? 으끅!”


“그건 당연한 것 아니냐?”


“에이, 너하고 얘기하면 별로 재미가 없어. 야! 우리는 맨날 목숨을 걸고 전장을 오가며 사는데, 으끅! 이렇게 한잔 술에 시름을 달래는 재미도 없으면 무슨 맛으로 세상을 사냐?”


“이제 세상도 좀 평화로워지겠지.”


“야, 봐라 앞으로 갈수록 더 큰 전쟁이 터질 것이다. 우리 무사들 목숨은 파리 목숨이야 파리 목숨! 거인족과 싸울 때 삼만이 죽는 것 못 봤어? 내가 죽은 뒤에는 처자식이 무슨 소용이냐?”


“임마, 사내가 죽기 전에 최소한 처자식 먹고살 것은 해 놓고 죽어야지.”


“으끅! 그러니까 선인 같은 말만 하는 너랑 술을 마시면 재미가 없다는 거야. 임마!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인데 재미있게 살아야지. 안 그래?”


“너 너무 취해서 안 되겠다. 총각 마지막 날이고 나발이고 내일 내 결혼식 일도 도와야 하니 그만 가자.”


결국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수르를 집에 데려다주고···,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오는데 달빛이 참 밝다.


쥬맥은 달을 쳐다보며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을 생각했다. 살아 있다면 내일 같은 경사에 얼마나 기뻐하실까?


“엄마 아빠 보고 있어? 형도 보고 있지? 나 내일 결혼한다. 상미루라고 예쁜 아가씨야. 엄마 아빠가 살아 계셨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우리 예쁘게 잘 살 테니까 하늘에서 지켜봐 줘. 이제 장가가면 어머니 아버지라고 불러야 될까? 난 아직도 그냥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은데······.”


하늘을 보고 얘기하려니 어릴 때 생각이 나면서 괜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붉어진 눈을 껌벅이며 억지로 눈물을 참는 쥬맥.


집으로 돌아오니 그때까지도 수르의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음식 장만을 하고 있으면서, 신랑 될 사람은 내일 큰일을 치러야 하니 얼른 자란다.



쓰러져서 자는 줄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벌써 날이 밝았다.


수르의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언제 왔는지 벌써 잔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랑은 빨리 씻으라고 성화를 하면서······.


허둥지둥 욕조에서 목욕재계하고 차려 준 식사를 몇 숟갈 뜨는데, 어제 술을 마셔서인지 입안이 깔깔하다.


예복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으니 아주머니들이 새신랑 근사하다며 놀리는 것을 뒤로하고, 미루네 집과의 거리를 계산하여 일찍 집을 나섰다.


"어제는 괜히 술을 많이 마셨네. 에잇, 수르 녀석 때문에 내가 못살아."


혼자 투덜거리며 마을 어귀에서 신부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수르가 술이 덜 깬 얼굴로 털레털레 거기까지 쫓아 나왔다.


“나도 신부의 예쁜 얼굴이 보고 싶어서 나왔다. 야, 너 떨리지?”


“아니, 전혀 안 떨리는데?”


“거짓말하지 마 임마! 네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내 눈에 다 보여.”


“이거는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 거야.”


“으음, 너 그렇게 떨다가는 신혼 첫날밤에 일도 못 한다. 참! 너는 그 혼수 해 오냐? 효도 혼수 말이야.”


“나는 부모님도 안 계신데 무슨 효도 혼수냐?”


“임마, 저기 하늘에서 보고 계신데 안 계시긴 왜 안 계셔? 내 말이 맞지?”


“그건 네 말이 맞네.”


수르가 쥬맥의 긴장을 풀어 주려고 한참 떠들고 있는데, 멀리 큰길 모퉁이에서 꽃가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장정 네 사람이 든 꽃가마 뒤로는 혼수를 실은 마차 서너 대가 따라오고.


가마가 점점 다가오자 쥬맥은 더 긴장하는데, 수르가 옆구리를 툭 치면서 결혼 선배로서의 교육을 시작했다.


“야, 선배가 가르쳐 주는 대로 해. 신부가 도착하면 먼저 만세 삼창을 하고, 진한 입맞춤을 한 다음에 껴안아 줘야 하는 거야. 그래야 신부가 긴장을 풀지. 알았나?”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안 했어? 너 순 엉터리지?”


“엉터리는 무슨, 먼저 결혼한 선배의 조언을 좀 귀담아 들어라.”


그사이에 벌써 꽃가마가 가까이 다가왔다. 가마 옆에는 미루의 언니로 보이는데 미루보다 더 나이 든 여자가 함께 오고 있었다.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가마 안의 미루와 얘기를 해 가며.


쥬맥을 보더니 미루가 알려 준 것인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부. 미루의 언니 나루예요. 처음 보죠?”


“인사가 늦었습니다. 쥬맥입니다.”


그때 미루가 예쁜 오색의 예복을 입고 머리에 화관을 쓴 얼굴을 내밀며 쥬맥을 바라보고 화사하게 웃었다. 그러자 쥬맥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귓속말로 강하게 주문하는 수르.


“임마! 빨리 만세 삼창 해야지! 그래야 잘 산대. 빨리 해, 빨리!”


쥬맥은 미루의 화장한 예쁜 얼굴에 취해 있다가 옆구리를 찔리자, 자신도 모르게 얼결에 양손을 번쩍 치켜들면서 만세 삼창을 했다.


“만세! 만세! 만세!”


“하하하! 잘했어! 미루 씨 축하해요.”


“호호호! 오라버니 뭐해요? 수르 씨 고마워요. 근데 수르 씨가 시켰죠?”


“그래, 수르 이 녀석이 강제로 시킨 거야. 그래야 잘 산다고······.”


“임마! 다 너 생각해서 그런 거야. 입에 입맞춤도 해 주고 안아 줘야지!”


“수르 씨가 시킨 거구나. 수르 씨, 너무 짓궂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미루의 언니까지 덩달아서 웃음보를 터뜨렸다.


“호호호호! 제부가 만세를 부르니까 괜히 내 기분도 덩달아서 좋아지네요.”


“거봐, 어서 입도 맞춰 줘야지?”


쥬맥이 수르의 등살에 마지못해서 미루의 이마에 살짝 뽀뽀를 해 주었다.


“어서 와. 사랑스러운 내 신부.”


“고마워요 오라버니.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리네요.”


“거봐~ 내가 뭐랬어. 선배가 시킨 대로 하니까 좋잖아~.”


수르는 쥬맥이 시킨 대로 하니까 웃기면서도 우쭐해서 득의양양했다.


“모두 기다리니까 얼른 갑시다. 저를 따라오세요.”


쥬맥이 처형되는 나루에게 말하고 앞장서서 신부가 탄 가마를 인도했다.

······.


마침내 신부를 태운 꽃가마가 신랑네 마당까지 들어서고, 가마의 문을 신랑이 열어 주자 예쁜 신부가 예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와~ 신부 정말 예쁘네.”


“우와~ 쥬맥이 늦장가를 가더니 땡잡았구나. 부럽다.”


너도 나도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하다가 뒤따라온 마차들이 혼수짐을 내려놓기 시작하자, 화려한 혼수들을 보면서 또 부러움 반 시샘 반이다.


“와아~ 신부 집이 부족장댁이라더니 부자인가 봐.”


“어머~ 없는 것 없이 다 해 왔나 봐. 마차로 짐이 네 대나 왔네.”


“쥬맥은 복이 터졌군. 예쁜 색시에 호화찬란한 혼수에······. 좋겠다.”


여기저기서 찬사와 부러움이 담긴 소리가 요란한데, 비율신 대족장이 나서서 ‘큼! 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지금부터 혼례식을 시작할 테니 모두 조용히 해 주세요.”


그러자 그제야 사람들이 떠드는 걸 멈추고 대족장을 보면서 조용해졌다.


“자! 신부와 신랑은 이 앞의 예탁을 바라보고 마주 서시오.”


쥬맥과 미루가 예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섰다. 예탁에는 천령수 가지가 놓여 있고, 그릇에는 금령과 적령, 백령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과일과 음식이 놓이고, 하얀 옥그릇에 정화수(井華水) 한 그릇이 정갈하게 놓였다.


쥬맥이 살며시 눈을 들어 신부를 쳐다보니 화장한 얼굴이 평소보다 더 화사하고 예뻐 보인다.


“자! 오늘 쥬맥과 상미루의 결혼을 천신님께 고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고 이 결혼에 이의가 없습니까?”


신랑은 큰 소리로 ‘예!’ 하고 대답하고 신부는 조그맣게 ‘네’ 하니 누군가 웃으며 나서서 신부 목소리가 작아서 안 들리니 다시 하라고 장난을 쳤다.


미루가 조금 더 크게 ‘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하자 모두 떠들고 웃었다.


“그럼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오늘 두 사람이 혼인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로 이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말씀하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평생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자! 반대하는 분이 있습니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모두 숨을 죽이며 조용한데 갑자기 수르가 손을 번쩍 드니 분위기가 순식간에 긴장되었다.


“저요! 제가 할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저는······.”


행여나 결혼식이 깨질까 봐 모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데······.


“저는 이 결혼식이 그동안 옆에서 지켜본 친구로서······ 친구로서······ 꼭······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찬성합니당!”


“우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


갑자기 긴장했던 식장이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함께 웃음을 터뜨린 비 대족장이 간신히 웃음을 그치면서 다시 식을 진행했다.


“그럼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오늘 쥬맥과 상미루, 이 두 사람이 평생 생사고락을 함께할 부부가 되었음을 천신님께 엄숙히 고합니다.


앞으로 죽음이 아니면 그 어떤 고난도 이 둘을 갈라놓지 못할 것입니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를 사랑하며 돌보시기 바랍니다. 그 의미에서 먼저 남편 될 신랑이 아내 될 신부에게 세 번 큰절로서 예를 표하겠습니다.”


신랑이 먼저 신부에게 큰절을 세 번 했다. 살면서 주로 남자가 여자의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결혼식 때는 신랑이 먼저 절을 하는 게 관습이었다.


“다음은 아내가 될 신부가 남편이 될 신랑에게 세 번 큰절로서 예를 표하겠습니다.”


미루가 신랑을 향해서 세 번 큰절을 하는데, 양쪽에서 두 여자가 팔을 잡아 주며 절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예복에 걸려서 넘어질까 봐서다.


“이로써 오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천신님께 고하고, 여러 어른들과 모든 분들께 공표하는 바입니다. 모두 축하해 주십시오.”


“축하합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와 축하한다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예탁에 축하금을 놓으며 인사를 건넸다.


탕타로와 비원견 부족장을 비롯하여 여러 소족장이 차례로 나와서 축하와 함께 축하금을 건네고······.


“축하하네.”


같은 소족내 나이가 드신 어른들도 모두 나서서 축하해 주었다.


그때 장난이 심한 수르가 나서서 외치는 말!


"내 친구 쥬맥이 드디어 노총각이라는 딱지를 떼고 장가를 갔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으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


수르 덕분에 또 한 번 주변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러면서 쥬맥을 바라보며 눈을 찡긋하고 웃으니 쥬맥도 덩달아 웃어 버렸다.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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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0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30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7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1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3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3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4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9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8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9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1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7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6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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