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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8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22 10:10
조회
1,328
추천
34
글자
19쪽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위령제를 지내니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얼굴에서 굴러떨어진다. 누구를 향해 원망할 대상도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죽음인가?


모두 두 눈을 질끈 감고 먼저 간 동료들의 명복을 빌며 죽어서나마 전쟁 없는 곳에서, 이런 재난이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기원을 드릴 뿐!


위령제가 끝나고 모두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원마에 올랐다.


빗속에서 말을 재촉하며 주거지를 향하여 진군하는데 돌아오는 내내 모두 말이 없었고, 발길은 그저 말에게 맡긴 채 먼 산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렇게 주거지에 다다르니 잔인한 봄은 벌써 끝나 가고 있었다.



주거지에 도착한 쥬맥은 따뜻한 욕조 통에 몸을 담그고 두 식경이 넘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생각해 보니이렇게 살아서 돌아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생과 사의 간극을 오가다 돌아오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천망의 입 속으로 삼켜질 때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돌이켜보니 태을 선인이 자신을 구하려고 여러 차례 혼신의 힘을 다하였는데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려야 하는데.


야율린 대족장은 자신이 총괄 지휘(總括指揮)를 하였으니 한울 주재하에 열린 보고회에서 결과를 설명했다. 회군하자마자 아주 의기양양하게······.


“······이렇게 일만 명이 출전하여 비록 삼천 명이 희생되었지만, 소인족의 피해에 비하면 그래도 잘 대처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참전한 부하들을 통해서 이미 내용을 전해 들은 참석자들이 별다른 말이 없자 한울이 정리 차원에서 한마디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이십 년이 넘게 준비해 온 환시성 건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


애석하게 또 삼천여 명의 전사자가 나왔으니 종족들을 볼 낯이 없습니다. 하여튼 이번에 출전하여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무사들은 당분간 며칠씩 교대로 휴가를 주어서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하세요.


동료들이 괴물의 입으로 삼켜지는 끔찍한 장면들을 보고 왔으니 정신적인 충격이 클 겁니다.


그리고 전사자 가족에게는 즉시 정해진 보상금(補償金)과 위로금(慰勞金)을 전하고 묘지를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합시다.


참전한 무사들에게도 소정의 위로금을 내주도록 해야겠어요. 야 대족장도 수고가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연히 대족장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한 것뿐입니다.”


“그놈의 천망이 아리별에서도 몇 번이나 큰 재앙을 몰고 오더니, 여기까지 따라와서 우리를 괴롭힙니다그려. 이번에 태을 선인도 같이 참전을 하였다고 하던데 큰 문제는 없었지요?”


천사장이 이미 여러 경로(經路)를 통하여 정보를 보고받아 다 알고 있지만,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으니 궁금하여 물었다.


“같이 참전을 해서 쥬맥 대장이 어려울 때 돕곤 했습니다.”


“아! 그래요.”


태을 선인이 천령대와 두 대족장 산하의 무인들이 어려울 때마다 법술 신통과 마법으로 수없이 도운 얘기는 쏙 빼 버렸다. 그래야 자신의 업적이 더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렇게 천망과의 전투를 벌인 결과에 대한 보고가 끝났다. 여러 가지 업무 협의를 한 다음, 한울의 집무실을 나오면서 보돈타 대족장이 야율린 대족장에게 넌지시 묻는다.


“이번에도 쥬맥이라는 녀석은 어떻게 처리가 곤란했던 모양입니다. 그놈은 수많은 전투에서 죽지도 않고 살아오니 참으로 운도 좋아요.”


“말씀도 하지 마세요. 천망이 입으로 집어삼켜서 속으로 좋아라고 박수를 쳤더니 나중에 살을 뚫고 빠져나오는데 할 말이 없더군요.”


“어린놈이 산속에서 무엇을 먹고 살았길래 내공이 벌써 그 지경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서 무공은 또 어떻게 배웠구요.”


“모두 쉬쉬하는데 지금도 비 대족장이 싸고도는 걸 보면, 혹시 비 대족장이 몰래 비밀 무기(秘密武器)로 키운 것이 아닐까요?”


“글쎄요. 산에다 내다버린 사람이 비 대족장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 도무지 모르겠군요.”


둘은 머리를 맞대고 계속 숙덕거리며 멀어져 갔다. 가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경계하는 몸짓으로.



상미루는 이번 천망을 막기 위한 전투에 쥬맥이 참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졸이며 무사히 귀환(歸還)하기를 두 손 모아 빌었다.


결국 일만 명이 출전하여 천망을 무사히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칠천 명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출전한 사람들 중에서 아는 사람을 찾아가 쥬맥의 생사(生死)를 먼저 확인하였다.


쥬맥이 거대한 천망의 아가리 속으로 삼켜졌었다는 말을 들을 때는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천망의 살을 찢고 밖으로 살아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얼른 달려가서 보고 싶은데 아직 그런 관계도 아니고, 그럴 처지가 아니라서 차마 가 보지 못하고 그 주변만 얼쩡거리다가 돌아왔다.


내 님이 살아서 돌아왔다니 천만다행이다. 또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뭐. 하면서······.


스스로 애달픈 심사를 달래는데···, 어울리는 친구들이 주점에 가자고 부르자 마음도 달랠 겸해서 얼른 따라나섰다.



쥬맥은 낮에 백호대 전사자들의 가족을 일일이 찾아가서 이번 참사에 따른 아픈 마음과 대장으로서 지켜 주지 못한 죄송함을 담아 위로(慰勞)를 드렸다.


그리고 밤에는 이번에 고생한 부대장들과 조장들, 수르와 함께 울적한 심사도 달랠 겸, 위로금 나온 것으로 술이나 한잔하려고 주점을 찾았다.


가다 보니 또 천경루를 가게 되었고.


주점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아는 점원이 얼른 반갑게 뛰어와서 일행을 맞았다.


“쥬맥 대장님, 어서 오십시오.”


“그래, 잘 지냈나? 몇 명이 더 올 테니까 좋은 자리를 하나 내주게.”


“이 층에 마침 좋은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그리로 올라가시죠.”


점원이 앞장서서 이 층으로 안내를 한다. 이때 상미루는 친구들과 일 층에 있다가 쥬맥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반가워서 벌떡 일어나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줄지어 동료들이 들어서고 쥬맥도 함께 이 층으로 올라가 버리자 맥이 빠지고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얼마나 걱정하고 또 보고 싶었는데······, 님은 왜 저리도 무정한지 야속하기만 하다. 쳐다보지도 않다니!


기운이 빠져서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옆의 친구들이 왜 오라버니를 따라서 올라가지 않느냐고 짓궂게 놀렸다.


‘분명히 나를 봤을 텐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도 무심하시지.’


마음 한편에서는 못 본 척하는 야속한 님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생긴다.


쥬맥의 마음속에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갔지만, 그 살 떨리는 애달픈 사랑으로 마음의 문을 쉬 열지 못함을 상미루가 알리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야속함만 가득할 뿐!!



이 층으로 올라온 쥬맥 일행은 여덟 명이 좌석 열두 개짜리의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백령주와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하고, 그것들이 나오는 동안 서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번에 보니까 천망은 진짜 완전히 재앙 덩어리입니다. 너무나 덩치가 크니까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요. 무술도 사람끼리 겨룰 때나 유용하지 그놈에게는 순전히 계란으로 바위치기예요.”


“그래도 우리 대장님이 계셨으니까 그만한 것이지, 대장님이 없었으면 아마도 수천 명은 더 죽었을 겁니다.”


“그런데 위험한 일은 다 우리 대장님께 시키는 것 같아요. 보 대족장님이나 야 대족장님이나 다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좀 너무해요.”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쥬맥이 괜히 불똥이 다른 데로 튈까 봐 한마디 하고 나섰다.


“그거야 내가 무공이 그나마 좀 나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뭐. 두 분이 나에게 특별히 나쁜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 분이 같이 갈 때는 너무 지나친 감이 있어요.”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도니까 절대 밖에서는 그런 얘기 입 밖에 꺼내지 마.”


“아,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죠 뭐.”


“주위에도 듣는 귀가 있어. 한 번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 다시는 주워 담지 못한다는 걸 몰라? 입이 모든 화의 근원이야. 바로 이 입 말이야.”


주맥이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듯이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천망의 입으로 삼켜져서 어떻게 목이 있는 곳으로 뚫고 나오신 겁니까?”


“우리는 그때 대장님을 잃는 줄 알고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호신강기로 전신을 보호하고 검으로 살을 파내면서 나왔지 뭐.”


“와! 호신강기까지 쓰시니 두려울 게 없으시겠습니다.”


“그런데 나오실 때 하얀 누에고치처럼 광채를 뿜는 빛 속에 계셨잖아요? 그것이 호신강기인 모양이죠?”


“아니야. 그것은 태을 선인께서 내가 혹시라도 다칠까 봐 법력으로 감싸서 보호해 주신 거야.”


“태을 선인님도 참 대단하세요. 이번에 그분이 아니었으면 천령대나 다른 대족장의 예하 부대는 아마 수천 명이 더 죽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거대한 천망이 또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죠?”


“그러게. 걱정이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술과 안주가 나왔다. 쥬맥이 고생했다며 모두 한 잔씩 따라 주는데, 수르 차례가 되자 쥬맥이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집에서 제수씨가 걱정 많이 하지 않았어?”


“왜 아니겠냐? 날마다 정화수 떠 놓고 천신께 치성을 드렸대.”


“너는 좋겠다. 그렇게 늘 걱정해 주는 사람도 있고. 나는 완전 개털이야.”


“너도 걱정해 주는 사람 있잖아? 들어올 때 보니까 아래층에 있던데? 내가 가서 데리고 올까?”


“아래층에 누구? 너는 도대체 누구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시치미는, 상미루 씨 있잖아? 지난번에 만났던 그 아가씨.”


그러자 같이 온 대원들이 너도나도 궁금하다는 듯이 한마디씩 떠들었다.


“대장님도 애인이 있어요?”


“와~ 소개시켜 주세요.”


“빨리 가서 모시고 오세요.”


쥬맥은 갑자기 민망해지자 괜히 야속하다는 듯이 수르를 쏘아보았다.


“아니야, 그냥 우연히 만난 여자야.”


그 말에 그냥 넘어갈 수르가 아니다.


“인연이란 게 다 우연히 만나는 거지. 아무 관계도 아닌데 오라버니라고 부르냐? 들어올 때도 너 보고 뛰어오려고 하던데······.”


그러자 옆에서 부추기는 대원들.


“참모장이 가서 좀 모셔 오세요. 우리도 인사는 해야죠.”


“잠깐만 기다려 봐. 내가 데려올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쥬맥이 다급하게 수르를 제지하고 나섰다.


“야, 임마! 그만두지 못해!”


그러나 그만두면 수르가 아니다. 들은 척도 안 하고 일 층으로 내려가니, 나머지는 기대에 찬 눈으로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참으며 기다렸다.



일 층으로 내려온 수르.


두리번거리면서 상미루를 찾으니 한쪽 구석에 여무사 다섯이 앉아서 술을 마시는데···, 어찌 분위기가 묘하다. 마치 상미루를 위로하는 듯한 분위기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저변에 흐르고 있었다.


수르가 다가가니 얼굴선이 굵어서 남자 같은 인상을 풍기는 여무사가 수르를 확인하더니 눈을 치뜨고 확 째려보았다.


“아니, 사람이 왜 그래요? 애인을 봤는데 아는 체도 안 하고 이 층으로 그냥 올라가고, 우리 미루가 상처받았단 말이에요. 오라버니가 되어 가지고서는······. 나 참!”


“얘! 창피하게 그만해. 왜 그래?”


상미루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리는데 아직도 눈가가 빨간 것이 틀림없이 눈물을 흘리고 운 흔적이다.


눈치 빠르게 분위기를 쓱 살핀 수르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쥬맥이 내게는 하나밖에 없는 친군데 이해 좀 해 주세요.”


“뭐요? 이해는 무슨 이해요? 오라버니 노릇도 제대로 못 하는 거요? 아님 사람 얼굴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거요?”


“실은 나도 옆에서 마음을 열게 하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는데, 지난 일로 워낙 마음의 상처가 커서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상처요?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마음의 상처라는 말에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며 여무사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여 귀를 쫑긋하고 수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실은 그 친구가 깊이 사랑하는 미루라는 애인이 있었어요.”


“미루요? 여기 상미루 말고 다른 미루라는 말인가요? 그런데 있었다는 말은 과거형인데 지금은 없다는 말인가요?”


미루라는 이름이 나오자 상미루의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황당하다는 듯이 급히 물었다.


“우연히 이름이 같은데, 거인족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절맥증으로 죽어서 저 친구가 제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땅에 묻었죠. 그러니 얼마나 마음에 상처가 크겠어요. 한동안은 거의 폐인처럼 살았어요. 제 친구지만 어떻게 위로할 방법이 없었죠.”


“어머나! 어떡해? 너무 불쌍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 뒤에 거인족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전투에 전념하면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것이죠.


더구나 상미루 씨가 우연히 이름까지 같으니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때의 상처가 생각나서 쉬 문을 못 여는 겁니다.


상미루 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니까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는 거예요. 자꾸 문을 두들겨야 더 빨리 열릴 테니 같이 올라갑시다. 그래서 내가 왔잖아요.”


“얘, 미루야! 저 사람 정말 안됐다. 어서 같이 올라가 봐라. 너 저 사람 좋아하잖니? 그 상처를 감싸 줄 사람은 너밖에 없겠다.”


“창피하게 어떻게······.”


수르의 얘기를 들으면서 슬픈 얘기에 눈물을 훔친 상미루가 당황했다.


“이럴 때 술기운을 빌려서 자꾸 부딪쳐야죠. 어서 같이 올라가요.”


“야! 얼른 가!”


머뭇거리는 상미루를 친구들이 옆에서 일으켜 세우더니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상미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르를 따라서 이 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자~ 이쪽입니다.”


수르가 앞장서서 올라가 상미루를 앞으로 내세우며 일행에게 소개했다.


“잠시 주목! 여기에 우리 대장님의 애인을 모시고 왔습니다. 짜잔!”


“안녕하세요. 상미루라고 합니다.”


“와~ 우리 대장님 애인은 진짜 미인이시네요. 어서 오세요.”


모두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좋아하는데, 그런데 막상 당사자인 쥬맥이 반갑게 맞이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수르가 핀잔을 주었다.


“야! 너는 애인이 여기까지 왔는데 인사도 안 하냐? 나한테 혼날려구!”


그러자 쥬맥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미루 씨, 오랜만이네요. 어서 와요.”


“네, 오라버니. 그럼 저 여기 앉을게요.”


그런데 오가는 말투가 이상하자 부대장 중 한 명이 나서서 제동을 걸었다.


“아니, 미루 씨가 오라버니라고 하는데 대장님은 존칭이 뭐예요, 애인한테.”


그러자 잘됐구나 싶은 미루가 얼른 그 말을 거들고 나섰다.


“그래요. 저도 좀 불편하니까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오라버니.”


그 말에 쥬맥이 당황하여 헛기침을 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투를 바꿨다.


“크흠 흠. 알았어요. 으~ 알았어. 그동안 잘 지냈어?”


“또 싸움터에 나가셨다고 해서 불안해서 편하게 못 지냈어요.”


“와~ 벌써부터 일편단심이시네. 우리 대장님은 좋으시겠다.”


“괴물 입에 삼켜졌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궁금한데 얘기 좀 해 주세요. 어떻게 살아 나오셨어요?”


“어? 그 얘기는 또 어디서 들었어? 틀림없이 당신들이 퍼뜨린 거지?”


쥬맥이 부대원들을 바라보며 그럴 사람은 당신들뿐이라고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모두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데······.


“아닙니다 대장님. 우리는 입도 뻥긋 안 했습니다. 저희도 궁금해 죽겠는데 이참에 자세히 얘기 좀 해 주시죠.”


“실력이 부족해서 죽을 뻔한 건데 창피하게 또 무슨 이야기를······.”


“대장님 실력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들은 다 죽어야겠네요.”


“빨리 해 주세요. 저도 듣고 싶어요.”


미루까지 나서서 얘기를 해 달라고 조르자 쥬맥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하 참! 그럼 어쩔 수 없네. 흠, 그날 그 천망이라는 놈은 정말 대단하더군. 내가 거인들도 단칼에 목을 벴는데 이놈은 검강(劍罡)을 일 장이나 늘여서 베어도 작은 생채기밖에 안 나.


비늘은 또 얼마나 단단한지 검강에 잘 베어지지도 않더라고. 그놈이 나와 태을 선인님을 한입에 삼키는데······.”


쥬맥이 목이 마른지 물을 몇 모금 벌컥벌컥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글쎄 쩍 벌린 목구멍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그 속이 캄캄해서 마치 지옥의 무저갱 같은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 같더라니까.


또 그 비릿하고 구역질이 나는 냄새는 어떻고. 정말 코가 썩는 줄 알았어.


일단 위까지 들어가면 죽기 십상이라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백호제마검에 검기를 실어 살에다 힘껏 박아 넣었지. 온몸에는 호신강기(護身罡氣)를 두르고 버티면서 말이야.


그때 나를 붙잡고 계시던 태을 선인께서 진언을 외우시니 갑자기 법력이 뿜어져 나오면서 나와 태을 선인을 감싸자 비로소 숨도 쉬고 살겠더군.”


“하! 정말 다행이네요.”


미루는 맞장구를 치면서 쥬맥의 입만 바라보며 얘기에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한 손은 검을 붙들고 한 손은 단검을 꺼내어 검강(劍罡)으로 그놈의 살을 찢고 파내면서 밖으로 나오는데, 살이 얼마나 두꺼운지 십여 장을 파내며 들어가자 겨우 목 밑의 비늘이 나오더라구.


그래서 검강으로 길게 베어 내니 겨우 비늘이 잘리면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자 조금 숨통이 트였지.


그나마 가장 피부가 얇은 목 밑이라서 쉽게 나왔지 만약 다른 곳이었다면 정말 위험(危險)했을 거야. 태을 선인께서 내 목숨을 살려 주신 것이지.


아니었으면 나 혼자서는 생각만 해도 아유 끔찍해! 다시는 그런 괴물과는 싸우고 싶지도 않아요. 어휴~”


“오라버니의 말만 들어도 끔찍해요!”


“우리 대장님이 그렇게 큰 구멍을 뚫고 나왔는데도 그 괴물은 죽지도 않고 정말 괴물이데요. 천궁을 수백 발이나 맞았는데도 꿈쩍도 안 해요.”


“내가 뚫고 나온 구멍은 그 괴물한테는 바늘에 찔린 것에 지나지 않아. 천궁의 그 큰 화살도 작은 가시가 박힌 것뿐이지. 그러니 꿈쩍이나 하겠어.”


“저는 오라버니가 그 괴물에게 삼켜졌다는 얘기를 듣고 하늘이 노래져서 기절할 뻔했어요. 다시는 그런 위험한 모험은 하지 마세요.”


미루가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하는데, 부대장 한 명이 술을 챙겼다.


“얘기를 하다 보니 안주가 언제 나왔는지 다 식네요. 자! 한 잔 하시죠. 죽을 뻔하다 살아왔는데 살풀이를 해야죠.”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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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9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9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6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1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3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3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4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9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8 33 19쪽
»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9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1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6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7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5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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