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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8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24 10:04
조회
1,334
추천
31
글자
18쪽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잠 한숨 자지 못했으나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 평소처럼 출근길에 오르니 오늘따라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안녕하세요? 내가 요즘 수련 때문에 여러분에게 좀 소홀했는데 모두 잘 지냈죠? 야수르 참모장은 아직인가요?”


그러자 소부족 소속의 한 여무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말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소족장님. 야수르 참모장은 아마 백호대 사무실로 가셨나 봐요. 그런데 소족장님이 풍기는 기운이 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혹시 경지가 전보다 더 높아진 것 아니세요?”


“아, 그렇게 보여요? 다름없는데······.”


“아니에요. 눈빛도 전하고 완전히 달라지셨는데요.”


그런데 그때 백호대 소속의 한 무사가 들어오더니 인사를 하면서 또 비슷한 얘기를 했다.


“아니, 대장님! 무슨 좋으신 일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또 왜? 심심하니까 또 술을 사달라는 거야?”


“전하고 풍모가 완전히 바뀌셨어요. 특히 눈빛이요. 전에는 예리하고 정기가 흘러넘쳤는데 이제는 일반인처럼 기운이 훨씬 부드러워졌는데도 깊이는 훨씬 깊어진 것 같고 현기가 느껴져요.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이 사람이, 일은 무슨 일? 그 눈빛이 그 눈빛이야. 어서 일이나 하고 나는 잠깐 백호대에 좀 다녀올게. 급한 일이 있으면 그쪽으로 연락해.”


“예, 알겠습니다.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작게) 정말 이상한데······.”



백호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무엇을 의논하는지 몇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었다.


“아이고, 우리 대장님은 얼굴 보기가 정말 힘드네요. 어서 옵쇼.”


수르가 사람들이 있으니 반말은 못 하고 나름 정중히 말하면서 웃는다.


“별일 없지? 잠깐 나랑 차나 한잔 하자. 부대장들도 오라고 해.”


“회의실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면서 옆에 있는 무사에게 얼른 가서 부대장들을 불러오라고 시켰다.


“앞으로는 일일이 부르러 다니기가 힘드니, 전고는 그렇고 종이나 간단한 뿔 나팔 같은 것으로 신호를 해서 불러야겠네. 내가 봐도 좋은 생각인데······.”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잘 크지? 언제 저녁이라도 한번 먹자. 내가 한 번 사지. 제수씨랑 모시고 나와. 일만 끝나면 그렇게 득달같이 도망가지만 말고······.”


“그래? 맛있는 것 사 주면 비싼 얼굴 한 번 보여 주지. 그럼 당장 오늘 저녁에 사 줄래? 실은 오늘이 우리 아들놈 생일인데 큰아빠가 한턱 내야지.”


“그래, 그러자. 애들이 있으니까 주점은 좀 그렇고, 그럼 요리집으로 하자.”


“요즘 미루 씨는 자주 만나냐?”


“요즘 수련하느라고 한 달에 한 번도 못 봤다.”


“야, 빨리 장가를 가려면 정성을 들여야지. 제일 노총각이 말이야. 미루 씨도 여자가 벌써 나이가 서른 살인데 집에서 독촉이 심할 거야.”


“천천히 하지 뭐. 마음도 열리지 않았는데 서두르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말이야.”


“에그, 그 뜨뜻미지근한 생각으로 어느 세월에 제대로 된 사랑을 하냐?”


“급하게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그러는 가운데 부대장들이 들어왔다.


“어서들 오세요. 그리고 누구 한 사람 밖에 차 좀 내오라고 시켜요.”


“알겠습니다.”


“대장님은 요즘 얼굴 뵙기가 힘듭니다. 바쁘신가 봐요.”


“좀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풍기시는 기운이 전과 달라지셨는데요. 눈빛도요.”


“하하! 또 그 얘긴가요? 뭐 그게 그거지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다 오셨으니까 한 가지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 거인족과의 전투도 그렇고 천망과의 전투도 그렇고, 우리는 소중한 동료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비록 다른 부대에 비해서 그 수가 적다고 위안을 삼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살아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그래서 개인 수련과 진법 훈련을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전장에서 파리 목숨처럼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서관식 부대장이 부대장들의 얼굴을 살피더니 먼저 말을 꺼냈다.


“사실 그동안 대장님 덕을 많이 봤으니 우리도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법 훈련은 부대장들이 시키면 되는데요······.


문제는 개인 수련입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누군가 사부처럼 앞에서 이끌어 줄 고수가 필요한데 그게 어렵습니다. 각자의 무공도 다 달라서요.”


“그러면 하루에 한 시진씩 내가 직접 지도를 할 테니까 생각이 있는 무사들은 모두 연무장으로 모이라고 하세요. 그리고 부대별로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좀 더 해 주세요.”


다른 부대장들도 반론 없이 모두 찬성하였다. 자신들도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몇 번의 전투를 치르면서 자신들도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알겠습니다 대장님. 정말 좋으신 생각입니다. 모두 좋아할 겁니다.”


“그럼 내일부터 당장 점심 식사 뒤에 한 시진씩 수련하는 시간을 반영하겠습니다. 저희 부대장들도 좀 배워야겠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이어서 차가 들어오고, 그동안 못 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시간이 금방 갔다. 쥬맥은 내일부터 가르치려면 자신도 좀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서 저녁이 되자 화선반점(花仙飯店)에서 수르네 가족과 만났다.


벌써 아들이 세 살, 딸이 한 살이라 한창 귀여울 때다. 딸은 아빠를 닮고 아들은 엄마를 닮았는데······.


맥아인은 자식 둘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은지 볼에 살이 많이 빠졌다. 그래도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외식 나들이를 하니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고.


“제수씨! 애들 키우느라 힘드시죠? 전보다 얼굴에 살이 좀 빠졌네요.”


“아유~ 말씀도 마세요. 애아빠를 닮아서 얼마나 개구쟁인지 몰라요. 집안이 좁아서 밖에까지 뛰어다녀요.”


“아니요, 수르는 어릴 때 무척 얌전했는데요. 제수씨를 닮아서 그런 것 아닌가요? 수르는 정말 얌전했어요.”


“거봐, 내가 아니라 당신 닮았다니까.”


그때 그 말에 옆에서 불쑥 나서는 진우.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항변한다.


“아닌데요. 저는 아빠를 닮았는데요. 엄마는 이것이 없잖아요?”


아들 녀석이 좀 컸다고 그래도 아는 체를 하니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호호호호! 이 녀석은 누가 지네 아빠 아들 아니랄까 봐서······.”


“하하하하! 진우야 생일 축하한다. 너는 오늘 뭐가 먹고 싶니? 이 큰아빠가 먹고 싶은 것은 다 사 줄게”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 다요.”


“그게 뭔데?”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요.”


“하하하! 알았다. 여보세요. 이 집에서 오늘 제일 맛있는 요리가 뭐예요?”


“예, 오늘은 어린 아이엘사슴의 꼬치구이와 누랄라토끼구이, 우르대연어탕이 제일 좋습니다. 큰새우튀김도 좋고요.”


“그거 네 가지 다 주시고요. 적령으로 술도 한 병 주세요.”


술까지 한 병 시키자 맥아인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쥬맥 씨 덕분에 우리 가족이 오랜만에 외식을 하네요. 이이는 돈을 아낀다고 외식도 자주 안 시켜줘요.”


“에이, 자식들을 많이 나아서 잘 키우려면 있을 때 아껴야지.”


“그래도 사람이 사는 재미가 있어야죠. 숨만 쉬고 살면 뭐해요.”


“야! 수르, 가끔 외식도 하고 그래라. 제수씨가 힘들다는데, 아니면 나랑 가끔 외식 자리를 만들든지, 그 덕에 예쁜 조카들 얼굴이라도 좀 보자.”


“아빠, 푸푸푸푸! 유진이가 싸랑해요.”


그때 어린 딸이 애교를 부리며 수르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 볼을 문지르니 수르가 좋아서 번쩍 안아 들었다.


“아이고~ 아빠가 우리 유진이 때문에 산다 진짜.”


“사는 게 뭐 별거냐? 이렇게 아옹다옹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지.”


그때 점원이 다가오더니,


“요리가 나왔습니다.”


하면서 밀대에 실어서 가지고 온 음식들을 식탁에 하나씩 늘어놓았다.


쥬맥이 흰 쌀밥도 추가로 더 시키고, 술병의 마개를 따더니 살림살이에 힘들다는 맥아인에게 먼저 한 잔 권했다.


“제수씨! 애들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니 먼저 한 잔 받으시죠.”


“감사합니다. 역시 쥬맥 씨밖에 알아주는 사람이 없네요.”


“나도 잘 알아주거든. 자! 맥이 너도 한 잔 해라. 오늘 고맙다.”


술잔을 몇 차례 비우자 모두 취기가 약간 오르고 분위기가 좋아졌다. 오랜만에 밖에서 술을 마시니 기분이 좋은지 맥아인의 표정도 활짝 피어났고 말이다.


새삼 아내가 예뻐 보이는지 흘깃거리던 수르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가끔은 외식을 좀 해야겠네.”


“제발 그래라. 그리고 언제 미루 씨도 불러서 같이 밥 한번 먹자. 서로 소개도 시키고 말이야.”


“어쭈! 소개까지 시키려는 것을 보니 그래도 생각은 있는 모양이네.”


“그동안 지켜보니까 사람은 괜찮은 것 같애. 그런데 또 미루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미 늦었으니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고 사람만 괜찮으면 빨리 밀어붙이자. 이러다 아까운 청춘 세월만 간다.”


쥬맥은 진우를 안았다 유진이를 안았다 하면서 수르네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혼자서 달빛을 받으면서 터덜터덜 걸어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결혼에 대해서···, 그리고 미루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그런데 다음 날 또 비상령이 떨어졌다. 요즘 오색요접이라는 대형 나비가 농사를 다 망치고 있다는 것!


나비가 농사뿐 아니라 사람까지 공격하는 바람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오색요접은 나비 몸통에 머리는 사람과 똑같이 생겼는데 혓바닥 대신 입에 끝이 뾰족하고 긴 빨대가 달려 있었다.


과일이나 채소 등을 이빨로 베어 먹거나, 입 안에 말고 있던 긴 빨대를 펴서 그 끝을 집어넣어 액을 빨아 먹기도 했다. 큰 꽃들의 꿀을 빨아 먹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짐승이나 사람의 피까지 빨아 먹으니 특히 애들이 위험했다.


크기나 작으면 모르는데 한쪽 날개가 세 자에 이르고 몸통도 두께가 일곱 치에 길이는 세 자 정도나 되었다.


사람 얼굴과 똑같이 생긴 머리가 큰 사과만 하니 여러 마리가 떼 지어 덤비면 어른도 매우 난처했다.


게다가 커다란 날개는 오색 빛으로 무늬가 매우 아름답지만, 날개에서 떨어지는 가루가 몸에 묻으면 가려움증을 유발(誘發)하여 피부를 계속 긁게 되니 피부가 짓물렀다.


그런 오색요접 수만 마리가 요즘 주거지 근방에 날아들어 생계를 위협하니, 각 대부족 산하의 모든 무사들이 나서서 제거하라는 지시였는데······.


쥬맥도 바로 백호대를 동원하여 각 부대장이 조장을 정하고, 백 명씩 조를 이루어 이 오색요접을 사냥하도록 했다. 그리고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자신도 직접 한 조를 따라 나섰다.


부대를 벗어나 개간지를 둘러보는데 멀리서 수백 마리의 오색요접(五色妖蝶)이 떼 지어 날아왔다. 정말 해충만 아니라면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예쁜 날개를 천사처럼 사뿐사뿐 펄럭거리는데 그때마다 날개에서는 흐릿하게 꽃가루 같은 것이 날린다.


오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수백 마리가 마치 오색의 구름처럼 날아오니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정말 죽이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몸체까지 똑똑히 잘 보이는데 얼굴은 사람과 똑같아서 정말 소인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그린 듯한 아미에 동그란 눈망울, 오똑한 코, 작고 귀여운 입술과 귀, 그것에 홀려서 죽일 생각은 않고 모두 그 예쁜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데······.


나비떼가 가까이 날아오더니 갑자기 입을 쩍 벌리며 물려고 달려들었다.


예쁜 겉모습과는 다르게 입 속에서 악마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덤벼든다.


가까이 다가오니 날개에서 떨어진 미세한 가루가 몸에 묻어 벌써부터 닿은 부위가 가렵기 시작했다.


“근접하면 가려우니 거리를 띄우고, 모두 도검으로 베어서 죽여라!”


“모두 죽여라!”


들판에서 갑자기 나비와 인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날개가 생각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하여 검기나 도기가 없이는 잘 잘려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머리 위를 날아다니니 가루가 밑으로 흩날린다. 비록 짧은 시간에 수십 마리를 죽였지만, 벌써 수십 명이 몸이 가려워서 미칠 지경이고······.


이에 쥬맥이 인정사정없이 멀리서 검탄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머리에 검탄을 맞은 수십 마리가 바닥으로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그렇게 절반 정도가 금방 죽어 나가자 겁을 먹었는지 높이 날아오르더니 우르르 도망을 갔다. 그런데 크게 다친 사람은 없으나 대부분 몸이 가려워서 손으로 긁고 있었다. 핏물이 베어 나올 정도로 박박!


어쩔 수 없이 냇가를 찾아가서 모두 물로 깨끗이 닦아 내니 많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자세히 보니 가느다랗고 긴 바늘 같은 것이 살갗에 박혀 있어서, 얇고 약간 날카로운 것으로 마치 면도를 하듯이 밀어 내니 뽑혀져 나오고, 더 이상의 가려움증도 없어졌다.



다음 날부터는 피부에 닿지 않게 모두 옷을 여미고, 얼굴에도 가면을 쓴 채 나비 잡기에 나섰다.


많을 때는 한 번에 수천 마리가 떼 지어 날아오는데 그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다. 오색의 물결이 파도치는 것처럼.


오색요접이 한 번 내려앉은 농경지는 채소부터 곡식, 과일까지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모두 깡그리 먹어 치웠다.


근처에 있는 가축들까지 수만 마리가 피를 빨리고 괴로워서 울부짖었고······.


오늘도 쥬맥이 따라나선 곳에 오색요접 이천여 마리가 떼 지어 몰려왔다.


이제 가려움증에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하였는데 나비들도 무사들과 몇 번 접전을 치르면서 영리해진 모양이다.


높게 떠서 가루를 날리고 한꺼번에 수백 마리가 집단적으로 떨어져 내리며 무사들을 물어뜯고 공격을 퍼부었다.


약한 사람을 찾아서 수십 마리가 달려들어 집중적으로 공격하니, 그중에는 나비에게 수없이 물리고 피를 빨린 무사들까지 나타났는데······.


그래도 오색요접 수백 마리가 강기로 순식간에 머리가 박살나자 쥬맥의 근처에는 잘 날아오지도 않았다.



다음 날.


이번에는 쥬맥이 금령파를 들고 나섰다. 그때 또다시 오색요접 수백 마리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날아왔다.


근처에 이르렀을 때 쥬맥이 금령파의 줄을 고르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띠리링~ 띠리리리링~


처음에는 맑고 고운 선율(旋律)에 이끌려 나비떼가 모여들더니, 곧이어 머리를 고통스럽게 흔들며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모두 기가 실린 음파에 뇌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순식간에 수백 마리의 요접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나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때 벼락처럼 소리를 지르는 쥬맥!


“지금이다. 모두 죽여라!”


“와~ 죽여라!”


무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모두 목을 베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수르와 둘이 별도로 조를 끌고 다니며 나비떼를 해치우니 며칠 만에 수천 마리를 죽였다.


한 열흘쯤 경작지를 계속 돌면서 다른 부족이 잡지 못한 것까지 모두 처치하니, 농부들이 좋아하며 가는 곳마다 점심을 융숭하게 대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금령파를 사고 싶고 배우고 싶어했지만 어디에도 파는 곳이 없었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 그 줄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음공은 더더구나 쥬맥이 아니면 배울 수가 없으니 많은 사람이 찾아왔지만, 쥬맥은 잘못하면 다른 문제들이 생길 수 있는지라 모두 거절했고 말이다.


다른 무기와 달라서 마음이 잘못된 사람이 익혀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연주하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을 해치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어떤 악기상은 금령파 하나당 금령으로 백 개를 줄 테니 최대한 많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만들어서 팔면 떼부자가 될 테니 그렇게 하자고 수르가 옆에서 거들었으나, 그럴 시간이 있으면 수련이나 더 하라면서 핀잔을 주었다.



요즘 쥬맥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이기어검(以氣馭劍)이다.


7단계 전신급 화경의 경지에 올라섰지만 아직도 제대로 이기어검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어떨 땐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도 했다.


수없이 구결(口訣)을 외우며 검결지에 진기를 모으고 연습을 하는데도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어떤 때는 조금 날다가 떨어지고 어떤 때는 아예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부도 없이 홀로 묘리를 파악하여 익히려고 하니, 구결만으로는 그 내밀하게 숨겨진 것들의 심오한 진의를 모두 알아낼 수가 없는 것이리라.


하지만 인내와 끈기 하나는 저리 가라고 하는 쥬맥인지라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하나씩 배우고 터득하면서 쉼 없이 연습을 거듭했다.


하루는 가만히 좌정하고 앉아서 깊은 심상의 세계로 빠져들며 이기어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천망과의 전투 때 태을 선인이 허공섭물의 신통으로 자신을 구하던 때를 생각하며, 자신이 어떻게 끌려갔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또한 의식이 우주를 바라볼 때, 수많은 영기의 연결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삼라만상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궁리했다. 여러 법칙을 연결하고 나누고······.


또한 동굴에서 자성을 띠고 공중에 떠 있던 거대한 돌덩이를 가지고 무공을 연습하던 것까지 하나로 묶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우선은 허공섭물부터 제대로 익히기로 마음을 굳혔다. 쉬운 것부터 제대로 해야 더 어려운 단계로 나아갈 것이 아니겠는가?


가까이에 있는 것을 진기를 운용하여 흡자결로 끌어당기고···, 또 자성과 같은 탄자결로 밀어 보기도 하면서 수없이 실패를 반복하였고······.


그러다 보니 점점 손을 대지 않고도 물체를 밀고 당길 수가 있게 되었다. 비록 시간이 걸렸지만 노력에는 당할 수가 없는 법이니!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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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3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7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7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5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299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1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7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4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36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3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09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09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1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1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1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1 31 19쪽
»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5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5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6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4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4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5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28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29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38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0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5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5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3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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