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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8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14 09:45
조회
1,346
추천
42
글자
18쪽

86화. 장기전의 묘수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만약 내일부터 소규모 전투로 전환되면 일부 병력을 빼돌려서 주거지 인근에 배치하겠사옵니다. 너무 심려(心慮)하지 마시옵소서.”


구 총대장이 답변하자 그 외에 여러 가지 사안이 협의된 뒤 회의가 끝났다. 그러자 비율신 대족장은 즉시 부족의 무사들이 있는 막사로 돌아와서 쥬맥을 찾았다.


쥬맥이 전신에 묻은 피를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찾아가자 대뜸 전투 얘기로부터 화두를 꺼냈다.


“어제오늘 수고가 많았네. 많은 사람들이 자네를 칭찬하더군.”


“아닙니다. 같은 천인족이니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이지요.”


“오늘은 악기를 다루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 나는 악기로 무기처럼 공격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못했는데 그것은 스스로 만든 무공인가?”


“우연한 기회에 실수로 강기가 발사되어 다듬어 본 것입니다.”


“이제 자네도 일대종사(一代宗師)가 다 되었구먼. 스스로 무공까지 창안하고 말이야. 덕분에 오늘 거인족이 혼쭐이 났을 거야. 잘했어.”


그러면서 두 손으로 어깨를 토닥거려 주니 쥬맥은 간단한 말 몇 마디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그러자 비 대족장은 그제서야 얘기를 본론으로 끌고 갔다.


“그런데 내일부터 또 큰일을 좀 해 줘야겠네.”


“지금 하고 있는 전투 말고 또 다른 큰일이 있습니까?”


“아마 내일부터는 거인족 병력이 줄어서 전면전을 피하고 소규모 장기전으로 시간을 끌 확률이 높아.


장기전(長期戰)으로 끌면서 원군을 요청하여 다시 싸우고자 할 거야.


그래서 빨리 전쟁을 끝내려면 그들의 보급품과 식량 조달을 차단해야 하네. 자네가 백호대를 이끌고 그 일을 좀 해 줬으면 좋겠군.”


“그리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선발대를 공격할 때 참여를 했기 때문에 거인족의 진군로를 잘 알고 있으니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고생이 많지만 조금만 참아.”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 쥬맥을 비 대족장이 대견하다는 듯이 얼굴에 가득 웃음을 띠고 바라보았다. 이제는 마치 장성한 아들을 보는 듯 너무 든든하다.


쥬맥은 돌아오자마자 수르를 비롯하여 백호대 부대장들을 모두 불렀다.


비록 일부가 전사를 하였지만 쥬맥과 수르가 적극적으로 보호를 하였기 때문에 다른 부대들에 비해서는 전사자가 채 이 할도 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주위에서는 모두 부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것이고.


“우리 백호대는 내일부터 적의 보급대 공격을 맡게 되었습니다. 내일 아침 식사 후에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인력만 차출하여 바로 출발할 것이니 모두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경공술로 이동하는 것입니까? 장거리라 무리가 아닐까요?”


“아~ 모두 시원마를 끌고 오세요. 후미에 가면 기마전을 벌이려고 시원마 일만 필이 대기 중이니 거기에서 받아오면 됩니다.”


“이동 경로와 식량은 어떻게 되지요?”


“이동 경로는 보안상 내일 아침에 알려 주도록 하겠습니다. 식량은 오늘 저녁 야수르 참모장이 준비를 할 것이니 각자 말에 실으면 되고요.


그리고 동행이 어려운 부상자들은 오늘 저녁 중으로 파악하여 참모장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몇 가지 얘기가 더 오가고, 내일 출발할 준비를 위해 모두 돌아갔다.


“이제 모두 갔군.”


수르와 단둘이 남자 쥬맥이 물었다.


“넌 어디 다친 곳은 없냐? 장가를 가려면 항상 몸조심을 해야지.”


“사돈 남 말하지 마라. 너도 무공만 믿고 설치지 말고 조심해.”


“이번에 따라온 여(女)무사들 중에서 혹시 좋은 사람이 없나 한번 찾아봐.”


“왜? 너도 생각이 있으면 말해. 내가 다리를 놓을 테니까.”


“내가 지금 여자를 생각하게 생겼냐? 당분간은 말도 꺼내지 마라.”


“임마! 여자 문제는 여자로 푸는 거야. 새 사람을 만나야 지난날을 빨리 잊는 법이다. 그게 사랑병엔 특효야.”


“허튼소리는 말고···, 내일도 금령파를 가지고 갈까?”


“그래! 오늘 정말 대단했잖아. 나는 아직 공개하기는 싫다.”


“그래, 너는 혼자 계속 더 익혀라. 희생을 줄이려면 가지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애.”


“이번에 우리 백호대만 가면 위험한 일이 없을까? 거인족이 우르고원과 거석군 뒤쪽에 거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우르고원의 2차 거점을 쳐서 전멸을 시키고 우리가 차지하고 있자고. 주변을 경계하다가 보급대가 보이면 치면 되지 않겠어?”


“일단 2차 거점에 가서 보고 결정하자. 거기에 상주하는 거인들의 수가 많으면 아마 우리끼리 치는 것은 어려울 거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일의 출발 준비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으니 식사를 끝낸 백호대가 시원마를 끌고 모여들었다. 전사자와 부상자를 빼고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병력은 총 삼천 명 정도였다.


수르가 지원대에 부탁하여 준비한 비상식량을 모두 각자의 시원마에 싣고 출발했다. 마차를 끌고 가면 속도가 느려지고 적에게 쉽게 발각될 테니까.


거인 진영에 노출되지 않도록 뒤쪽에서 우측으로 크게 우회하여 우르고원을 향해 번개처럼 내달렸는데······.


사흘 뒤 점심 무렵에야 우르고원 근처에 겨우 다다랐다. 거기에서 말을 숨기기 좋은 곳에 은둔지를 정하고 식사를 한 다음, 열 명의 정탐조를 내보내 2차 거점을 살피게 했다.


그 결과 실제로 거점에 머물러 있는 거인들은 오십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밤.


야간에 거점을 습격하기 위해 고수급 오백 명을 추려서 사전에 작전을 세웠다.


하늘에는 몇 조각 유유히 떠가는 흰 구름에 초승달이 걸려서 희미하게 달빛을 비추는 시간. 가려 뽑은 오백 명의 고수가 경공술로 거인족 2차 거점에 소리 없이 접근했다.


모두 사전에 은신술의 대가인 수르에게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거인들은 보초를 서면서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수르는 활도 귀신처럼 잘 쏘지만 은신술(隱身術)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벌써 대가의 경지에 올랐고 말이다.


거인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삼경 중반(12시)에 드디어 행동 개시!


“가자!”


거인들 경계병(警戒兵) 두 명이 꾸벅꾸벅 졸면서 보초를 서다가 한 명은 쥬맥의 검에 목이 잘리고, 한 명은 수르의 도에 심장이 찔려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보초를 해치운 두 사람이 손짓을 하자 근처에 은신해 있던 오백 명이 귀신처럼 움직이며 진지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희미한 달빛 아래 희끗한 그림자들이 어른거리면서 누워서 자고 있는 거인들의 급소를 찔렀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곳들만 골라서. 한 명당 열 명이 동시에 말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잘 자던 거인들은 자신들이 왜 죽는지 영문도 모른 채 몸을 바르르 떨다가 황천길로 떠나고 말았다.


거인들의 시신은 여러 마리의 시원마에 묶어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끌어다가 꽁꽁 숨겨 버렸다.


이제 거인족의 넓은 거점이 백호대의 병영이 되었지만 주변에 백 명의 은신조를 배치시키고, 병영에는 오십 명만 머물렀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


나머지 무사들은 모두 시원마를 데리고 처음의 은둔지에서 풀과 나무로 위장하고 대기하게 했다. 그러니 쉽게 눈에 띌 리가 없었고······.


거점을 조사해 보니 커다란 천막형 창고 여러 채에 비상식량 등을 비롯한 보급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거인들은 덩치가 크니 많이 먹어서 며칠 분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이동 때문에 많은 식량을 가지고 오지 못한 백호대가 식량은 모두 가져다가 동굴이나 은밀한 곳을 찾아서 숨겨 두고 자신들의 식량으로 삼았다.


그리고 천인족에게 필요한 보급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먼 곳으로 가져다가 던져 버렸다. 찾지 못하게 여기저기에 흩어서······.


다음 날 은신조로부터 전장이 있는 쪽에서 거인 두 명이 오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아마 본거지에 식량이나 병력을 요청하러 가는 연락병 같았다.


“모두 거점에 잠복해 있다가 불시에 급습하여 제거한다.”


“2개조 이백 명은 막사 안에 잠복하고 4개조 사백 명은 진입구 주변에 잠복(潛伏)한다. 별도의 신호가 있으면 즉시 출동하도록!”


무사들을 배치한 쥬맥은 금령파를 들고 막사 안에 숨었다.


한 시진쯤 지나자 갈색털의 설인족 거인 두 명이 다가오더니 거점을 살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무래도 뭔가 낌새가 이상한 모양이다.


“아무도 없습니까?”


대답이 없으니 몽둥이를 치켜들고 살금살금 거점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금령파의 줄을 튕기는 쥬맥!


띠디딩~ 띠리링~ 샤라라라랑~


맑고 고운 선율이 흘러나오자 두 거인이 놀라서 얼른 막사의 문을 열어 보는데···, 바로 그 순간!


핏핏핏핏!


퍽퍽퍽퍽!


“끄아아악!”


금령파의 줄에서 번쩍이는 뇌전처럼 강기가 발사되어 날아가더니 두 거인의 머리를 때렸다.


한 거인은 머리가 부서져 즉사해 버렸고, 한 거인은 설맞았는지 얼굴에서 피를 낭자하게 흘리며 비틀거렸다.


그 순간 쥬맥이 번개처럼 내달려 일검(一劍)에 목을 베어 버렸다.


몸을 샅샅이 수색해 보니 허리에 전대 같은 것을 차고 있는데 연락용 문서가 들어 있었다. 기호 같은 것들이 잔뜩 적혀 있는데 거인족 문자를 알아볼 수가 없어서 모두 태워 버렸다.


사실 이 기호문은 거인족 샤리네가 군사 챵커테에게 시켜서 식량 등 보급품 독촉과 원군을 요청하는 편지였다.


그런데 중간에 가로채서 없애 버렸으니 이제는 답 없는 회신을 하염없이 기다릴 일만 남은 것!


쥬맥이 2차 거점을 꿰차고 앉아서 오가는 통신과 보급대를 습격해서 모두 차단하니, 샤리네는 본부에서 일부러 지원을 하지 않은 줄 알고 원망과 불만을 끝없이 쏟아 냈다.


“이놈들! 어디 돌아가면 한번 보자. 감히 나를 물 먹이려고 들다니······.”


이제는 식량도 거의 떨어져서 먹을 것이 별로 없으니 천인족과의 전쟁보다는 먹거리 걱정을 하게 생겼다.


‘이거 이래서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천인대장들을 모두 집합시켜라!”


잠시 뒤에 챵커테를 비롯하여 살아 있는 천인대장 다섯이 모였다.


“본부의 식량과 보급품이 모두 끊겼다. 긴급으로 조달할 방법이 없겠는가? 생각되는 것은 모두 말해 보도록.”


그러자 챵커테가 먼저 입을 열었다.


“며칠 전부터 백 명을 풀어서 사냥을 하고 있으나 전쟁 때문인지 큰 짐승들이 모두 달아나서 잡아오는 양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더 멀리 사냥을 보내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서 줄줄이 나오는 의견들.


“여기서 천인족의 주거지가 그렇게 멀지 않으니 지금 모두 여기에 몰려와 있을 때 주거지를 털어서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어떨까요?”


“천인족의 후방을 급습하여 식량을 빼앗아 옵시다.”


“차라리 서서히 2차 거점까지 후퇴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


등등의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천인족의 후방을 공격하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 전사들로는 저들을 이기기가 어렵다.


차라리 백 명 정도를 몰래 천인족의 주거지로 보내서 그들의 가축이나 식량을 빼앗아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느 대장이 맡아서 해 보겠는가?”


모두 머뭇머뭇하는데 그중에 좀 시건방져 보이는 돌목족이 나서서 자기가 한번 해 보겠다고 자청(自請)하여 회의가 끝났다.


돌목족 거인 카로네는 거인족 총대장을 자기네 돌목족이 아닌 설인족 샤리네가 맡아서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것이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지가 뭔데 우리들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지랄이야 그래?’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자기가 돌목족을 이끌고 천인족 주거지를 공략해서 식량을 확보하면, 돌목족의 위신도 세우고 공을 세우는 것이 되니 스스로 자원해서 선뜻 나선 것이다.


예하(隸下) 전사들 중에서 빠릿빠릿하고 잘 싸우는 백 명을 추린 다음, 천인족 진지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좌측으로 진지를 크게 돌아서 진군했다.


천인족의 무사들이 모두 이곳에 있으니 주거지는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거저먹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데······. 그러나 그 부질없는 생각은 곧 암초에 부딪쳤다.


“거인 전사들 백 명이 지금 주거지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천인족이 숫자 측면에서는 훨씬 많으니 중하급 무사들 수천 명을 전장 주변에 은신시켜서 거인들의 동태(動態)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이미 식량이 바닥나고 있으니 무슨 일이든 저지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


다른 곳으로 사냥을 가는 것은 그렇다 쳐도 천인족 주거지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주거지에 연락을 취하고 천령대에서 방어를 위해 보낸 3천 명도 즉시 전령을 보내 방어진을 구축하게 하라.”


“오백 명의 고수를 추가로 보내서 전후방에서 협공하게 하라.”


긴급히 연락이 가고 조치가 취해졌다.


돌목족 거인 카로네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줄도 모르고, 부하들과 함께 주거지를 향해서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진군했다. 물론 나름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위장(僞裝)을 하고 조심을 하면서 말이다.


‘이번 작전만 성공하면 우리 돌목들의 위신이 설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그러나 그들이 가려줄 것 없는 넓다란 개간지를 지날 때 그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곳에는 나무도 없고 언덕도 없는데 그 큰 덩치를 어디에 숨기랴?


주거지 근처에 다다르니 이미 접근을 파악하고 있던 주거지에서는 비상종이 급히 울려 퍼졌다.


떵~ 떵~ 떵~ 떵~


어린아이나 노약자들은 모두 지하에 깊이 파 놓은 비밀 대피소로 숨어들었고, 여(女)무사들은 진지 내를 지키며 화재 진압 및 전투 지원을 준비했다.


그때 은퇴한 노(老)무사 삼천이 도검을 들고 비장한 표정으로 진지를 나섰다. 비록 한동안 도검을 놓고 살았지만 오랜 세월 닦아 온 내공은 대부분 이 갑자를 넘어선 고수들이다.


아무리 노인들이라지만 근력이 쇠했다고 얕볼 수 없는 전력이었다.


노고수들이 선봉에서 진을 구축하고 천령대 삼 천이 뒤를 받치며, 오백이 후방을 차단하기로 했다.


완전 전멸을 시켜서 다시는 주거지를 넘보지 못하게 본보기를 보이려는 것!


노고수들이 굳이 스스로 앞장서겠다고 하는 것은, 이제 자신들은 백오십 살을 넘어섰으니 후인들을 위해 죽어도 목숨이 아깝지 않다고 우겼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종족의 내일을 위해서 한 명이라도 더 살아야만 한다.



이제 거인들의 눈앞에 천인족의 주거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지만······.


“와~ 이놈들이 여기에 숨어 살았구나! 그런데 이상하게 안이 안 보이네.”


그러나 비록 주술진으로 둘러싸여 내부가 잘 보이지 않더라도 ‘그까짓 거 덩치로 밀어붙이지 뭐’ 하면서 자신들의 덩치에 자신감을 가졌다.


힘으로 밀고 들어가면 단 몇 걸음 만에 진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카로네가 막 돌격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데 천인족의 전고 소리가 울렸다.


둥둥둥~ 둥둥둥~ 두둥두둥~


전고 소리가 울려 퍼지며 길게 자란 농작물 사이에서 노고수 삼천이 천천히 걸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천령대 삼천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그 후방을 둘러쌌고 말이다.


갑자기 적군이 나타나 당황하기는 했지만, 카로네는 이미 주력이 전장에 있으니 늙은 노고수들은 안중(眼中)에도 두지 않았다.


나머지 천령대 삼천도 거인 백 명이면 충분히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자신들도 토납술(吐納術)을 오래 익혀서 제법 몸이 잽싸니까. 그저 토납술만 익히면 자신들도 천인족의 무사들처럼 되는 줄 알았다.


“다 늙은 늙다리들이 아장거리며 몰려왔구나. 모두 단숨에 쓸어버려라! 그 뒤에 저 어린 녀석들까지 덤으로 지옥으로 보내 주자. 전원 돌격!”


“돌격!”


외침과 함께 거인들이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잽싼 동작으로 긴 무기들을 휘두르며 우르르 몰려갔다.


덩치가 하도 크니 마치 눈앞에 작은 동산이 굴러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압도감을 주었다.


그중에 커다란 쇠도리깨 같은 것으로 휘돌려 치는 무기는 바람 소리가 윙윙 울릴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삼 장이 넘는 쇠줄에 달린 철구는 표면에 날카로운 날들이 솟아 있었고. 휘둘러 칠 때마다 흙먼지와 풀들이 치솟는데, 노고수들이 맞으면 한 방에 몸이 짓뭉개질 것이 뻔한 노릇 아닌가?


둥둥둥~ 둥둥둥둥~


“오행천둔진을 펼쳐라!”


노고수들이 다섯 명씩 짝을 지어서 오행(五行)의 기운 속으로 희미하게 숨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덩치가 비슷한 종족이라면 현천행성진이나 무량미리진이 효과적이지만, 내공만 뛰어난 노인들에게는 지금 펼치는 오행천둔진이 제격인 것이다.


마침내 육백 개에 가까운 소형진이 펼쳐져서 바람개비처럼 거인들을 몇 겹으로 감싸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허 참! 이게 뭐야? 장난이 아니네.’


그 모습이 희미하여 카로네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한 주먹감도 안 되는 작은 소인들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카로네.


“위에서 발로 내리밟아라! 하나도 남김없이 깡그리 몰살을 시켜!”


“와! 죽여라!”


서로 죽고 죽이니 사방에 피가 튀기며 점점 모두 피칠갑이 되어 갔다.


거인들이 번개처럼 발을 높이 들어올려 위에서 내리밟는 수법은 순식간에 수십 명을 죽이면서 솜털까지 모두 곤두서게 만들었다.


“으아아아아악!”


인간을 마치 파리를 죽이듯이 내리밟으니 온몸이 으깨져서 어디가 몸통이고 어디가 머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사지도 물론이고······.


퍽! 퍽! 퍽!


“으아아아악!”


“이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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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9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9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6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1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3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3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4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9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8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9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1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7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5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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