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헬조선이 아닌 헤븐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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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비가 그쳤다.
이전 세계였더라면 변화하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여름에는 마치 사람을 말려 죽이겠다는 듯,
비추는 태양의 따갑다 못해 아픈 태양빛과 그와는 반대로 빗물로 말려 죽이겠다 시위를 하겠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신선하기 그지없는 빗줄기는 바닥에 요란하게 떨어지며 갈증으로 허덕이는 땅을 적셔 주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국정원 소속 직원인 김도훈은 잠시 그런 센티멘탈한 생각을 하며 다시 본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윗선의 지시로는 한국이 이세계로 떨어진 이후 첫 외국인이 방문을 하며 그들을 국빈 대우로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이토록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부산에서 맞이한거지?'
물론 그도 국정원 요원인만큼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수준은 중세 혹은 근세로 접어들기 이전 수준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와같이 비행기를 통해서 입국하는 것이 불가능한만큼 선박을 통해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지만, 정 귀빈들의 안전이 걱정이 된다면 부산을 통해서 서울로 가는 것보다는 인천을 통해서 가는 것이 훨씬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의 요원인만큼 그 이유에는 정치적인 요인이 숨어 있을 것이란 추측은 쉽게 되었지만.
그는 시계를 보며 다시 한번 부족함이 없는지 경찰을 통해 확인을 했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제 2의 도시이며 그와 동시에 대한민국의 관문 중 하나인 세계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메이저 환적항인 부산항을 가진 거대한 도시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런 도시'였다'. 정확히는 한국이 이전 세계에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
국내의 총 해상 수출입 화물의 57%와 컨테이너 화물의 75%를 홀로 차지했던 부산항을 가진 부산의 현재 모습은 전혀 달라졌다.
부산이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자본주의와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전 세계로 분산된 무역 체계가 아닌 몇몇개의 무역 체계로 이루어지면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역이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한순간에 풍비박살이 나면서 부산항은 그야말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쇠퇴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런 지난 1년 여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금 새롭게 도약하여 제 2의 부산항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성환 시장이 수없이 많은 귀빈들과 이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 앞에서 힘주어 말했다.
새롭게 도약하는 제 2의 부산항은 부산만의 부산항이 아니라 이 나라의 관문으로서 이 나라의 무역을 다시금 발돋움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들. 부산은 예로부터 무역의 요충지이자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서 맡은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며 대한민국을 위해서 봉사해왔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그 날의 일로 인하여 부산은 무역의 요충지이자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대한민국 역시 활기를 잃고 시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과거의 일이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들. 저는 부산의 시장으로서 부산 시민 여러분들께서 지난 1년 동안 이 부산을 살리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한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빌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노력은 절대로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여러분의 노력은 분명히 보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과열된 분위기를 잠시 환기시키기 위해 말을 잠시 아꼈다.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십니다. 자세한 것을 설명드리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이는 양해 바랍니다. 오늘 오시는 손님을 기반으로 한국은 다시금 외국과의 무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부산은 이전과 같이 수없이 많은 컨테이너들이 다시 빽빽하게 들어차게 될 것이며 이 공은 죽어가는 부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신 부산 시민 여러분을 향해 먼저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저는 선언합니다. 부산항은 단순히 부산만의 무역항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곳이 되었다는 것을!"
우레와 같이 쏟아지는 갈채와 기자들의 카메라가 이성환을 향해 던져졌다.
이런 환호를 받으니 지난 세월 동안 부산을 살리기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것이 보답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자신의 고향인 부산인만큼 부산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식으로 스폿라이트를 받게 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도 단순히 광역시장이 아닌 좀 더 높은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분은 더더욱 좋아졌다.
조금만 더 한다면 자신도 국회의원 입성과 여당의 높은 자리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대권가도를 달릴 수도 있겠지.
'현 대통령에게 견마지로를 다한 것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구나. 흐흐흐.'
그는 절대로 부산시민들에게 들려줄 수 없는 생각을 하며 마이크를 동석한 외교부 장관에게 넘겼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약하나마 외교부의 장관직을 맡고 있는 권명수라고 합니다. 앞서 부산 시장님의 부산 시민들에 대한 사랑과 이 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보며 장관이란 직책을 맡고 있음에도 그 동안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해서 죄송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외교부 장관, 권명수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물론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모든 사실을 풀어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은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대권에서 이기면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야 앞으로 2년 후로 다가오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고 자신 역시 이 일을 충실하게 맡아서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보답으로 임명직인 장관이 아닌 선출직인 국회의원직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개인적 욕망과 장관으로서의 마땅히 해야만 하는 것이 함께 뒤섞인 그의 욕망을 억누르며 다른 국가와의 정식 관계를 맺고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국민들에게 과거와 같이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장관님. 이제 곧 귀빈들이 도착할 것이라 연락이 왔습니다."
김도훈의 말에 권명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끝내며 곧 기자들은 바다 너머에서 올 귀빈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 작가의말
생각을 해보니 한국이 이세계로 떨어진지 3년이 흘렀다고하면 너무 이상해서 1년 정도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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