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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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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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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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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4,559

작성
18.07.3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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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2
추천
71
글자
9쪽

< #13. 낙성(落城) 3-2 >

DUMMY

앗산은 말에서 내렸다. 녀석들은 죽으면서도 손을 서로 놓지 않았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쫓아온 병사 하나가 쓰러진 말에서 안장을 살피더니 문장을 찾아냈다. 이상한 글자가 새겨진 천 조각이 류의 휘하라는 증거였다.


“이렇게 되면 네 녀석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구나.”


앗산은 주변의 여럿에게 천 조각을 돌려 보이며 류가 나쁜 녀석이다. 술탄을 죽이려 한 배후라고 외쳤다.


이 병사들은 그렇게 돌아가 진중에 소문을 낼 것이다.


“이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마차로 옮겨라. 쓸데가 있다. 그리고 병사들은 알 카락으로 이동을 시작하라고 해라. 난 기병들 몇과 먼저 떠나겠다.”


“우스만 님도 자리를 비우셨는데 앗산 님마저 가시면 병사들이 흐트러질까 걱정입니다.”


부장격인 기병 하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건넸다. 하지만 앗산은 기병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조용히 말했다.


“술탄을 죽이려는 자를 잡으러 가는 데 소홀하다면 무슬림이 아니지 않겠는가? 난 먼저 가네.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나에게 뺏기기 싫다면 열심히들 오라 말하게나.”


기병은 눈을 반짝이며 돌아섰다. 앗산은 그대로 기병 몇을 데리고 말을 달렸다.



***



류는 성문은 굳게 닫은 채 여전히 밖을 주시했다. 압둘은 투덜대겠지만, 밖에 있는 것이 나았다. 깃발로 다가오지 말라 신호는 계속 주고 있었다.


"녀석들이 이상하다. 류야."


아버지가 망루에서 외쳤다. 고함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을 아침부터 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봤으니 말이다.


성채를 중심으로 공터는 어느 정도 띄어놓고 마을을 만들라 해서 다행이지. 빼곡히 들어섰으면 적들이 습격을 시작해도 너무 늦게 알았으리라.


화살이 갑자기 마을 사이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멍하니 내려다보던 병사 하나가 어깨에 화살을 맞고 주저앉았다. 류를 노리고 쏴진 쇠뇌도 있었지만, 한껏 긴장을 풀지 않았던 류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두 전투 준비! 이젠 아군이 아니라 적들이다."


성벽 위에 방패를 든 병사들이 올라와 방어를 준비했다. 방패 병들 사이에는 쇠뇌를 든 병사가 몸을 낮추고 노려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병사들을 가르쳐보려다 포기한 이후로 비싼 돈을 주고 쇠뇌들을 샀다. 아버지만큼의 실력은 아니어도 활은 경험이 필요한데 병사들은 전혀 없었었으니까 말이다. 실력이 영 늘지를 않았었다.


'얼추 보병이 오백이다. 기병은 삼십. 가볍게 넘기지는 않겠다.'


쇠뇌가 하늘을 날다가 집의 나무판자에 후드득 박혔다. 몸을 드러내다가 꿰뚫린 적들이 바닥에 쓰러지면 병사들이 숨어 다리를 끌어내 뒤로 물렸다.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던 병사들도 몇 있었지만, 쇠뇌는 방패도 꿰뚫어버렸다.


녀석들은 쓰레기더미의 쥐처럼 숨기에 바빴다. 한참 대치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녀석들이 깃발을 세우고 천천히 나섰다.


방패를 몇 겹을 둘러친 채 커다란 마차를 밀고 말이다. 마차에는 장대가 서 있고, 시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병사들이 밀어대는 마차의 움직임에 시체 두 구는 흔들흔들했다. 성벽의 병사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그때 방패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빌어먹을 앗산 녀석.


"성의 병사들은 들어라! 이 목 매달린 죄인 녀석들을 보라. 무슨 짓을 했는지 너희들은 모르겠지."


류는 그제야 시체를 눈여겨볼 수 있었다. 작은 체구, 가녀린 목선. 작은 목을 짓누르며 퍼렇게 동아줄이 매섭게 파고들고 있었다. 흔들거리다 몸이 돌았다. 류는 성벽을 짚으며 겨우 버텼다.


샤아······. 덕윤······.


빌어먹을 앗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들은 술탄을 암살하려 했던 놈들이다. 그리고, 너희들과 함께 이 성에서 생활하던 놈들이지. 그 말은 무엇이냐? 너희들 모두가 술탄에게 역심을 품었단 말이냐?"


병사들이 웅성거린다. 하지만 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개자식!"


아버지의 고함이 망루에서 터져 나왔다. 류도 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죽이지 마세요!"


화살이 맹렬히 날아가 앗산의 어깻죽지를 꿰뚫었다. 녀석은 풀썩 쓰러졌고 방패가 녀석을 감싼다. 흥분한 병사들이 뭣 모르고 쇠뇌를 당기다가 앗산의 말이 생각났는지 슬며시 방아쇠를 놓았다.


바닥에 즐비한 시체들을 놔두고 적들은 마차도 놓은 채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마을 골목 사이사이에서 사다리를 든 병사들이 조금씩 보였다. 달려들 생각이 분명했다.


"왜? 왜! 류야! 왜 죽이지 말라 했느냐?"


아버지는 덕윤과 샤아를 좋아했다. 풋풋해 보이는 둘을 놀리는 재미로 살았다. 그러며 언제나 류를 타박하며 곤경에 처하게 하고는 했다.


'너와 연이가 영 진도가 안 나가니 재미가 없지 않으냐? 저것들이 재미있지.'


류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성벽의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서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왜 그랬냐며 계속 묻는다. 목소리가 비통함에 터져나간다. 메아리친다.


"제가 죽일 겁니다. 제가요!"


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당에 내려섰다. 살기등등한 모습에 병사들이 주저하며 길을 비켰다. 모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말을 가져와라. 갑옷도."


류는 마당 한가운데에 눈을 감은채 정좌하고 앉았다. 병사들은 류의 말에 부산스레 준비하기 시작했다.



***



앗산은 활을 피할만한 곳에 들어섰다. 거리도 먼데다가 작은 창문 틈 사이로 성의 커다란 문이 보였다.


"좀 아프시더라도 참으십시오. 방패 틈 사이로 어찌 화살이 날아들다니. 운이 안 좋으셨습니다."


하얗게 센 수염을 매만지며 의사가 화살을 뽑아내더니 술을 가득 뿌렸다. 천으로 닦아내더니 다시 상처 안으로 조금씩 술을 흘려 넣고 불을 붙였다.


-으윽.-


나지막한 탄성이 흘렀지만, 앗산은 의연하게 버텼다. 류의 아비는 익히 알고 있듯이 활의 달인. 오히려 부주의하게 몸을 드러낸 자신에게 책망했다.


복수를 눈앞에 두고 말이다. 손에 집어삼킬 시간이 왔는데 이리 조심성이 없었다니. 혀를 차면서 손을 뻗었다. 손아귀에 성문이 들어왔다. 움켜쥐며 저 성을 박살을 내고 학살을 하리라 다짐했다. 저 성에서 살아남는 건 단지 연이뿐이리라.


움켜쥐며 힘을 주던 손아귀 사이로 마법처럼 성문이 열렸다. 바보 같은 녀석들. 한번 흔들었다고 주인을 사로잡아 항복하는 것인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곧 앗산의 눈은 당혹감에 젖어 들었다. 하지만 곧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죽여라! 아···. 아니. 사로잡아라. 산채로 사로잡으란 말이다."



***



혼자 말을 타고 나선 류는 병사들에게 따르라 말하지 않았다. 다만 한마디 말만 남기고 먼저 나가버렸다.


"가족을 데리러 간다."


사다리를 가지고 고함을 지르며 달려 나오던 적들이 당황해 주춤거렸다. 극은 사납게 빛을 발하며 병사를 쪼개버렸다. 곁의 다른 병사는 포기한 표정으로 사다리를 들어봤지만, 극의 날카로움은 나무를 부서뜨리며 녀석의 정수리를 가르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사나운 기세에 병사들이 혼비백산해 도망치자, 적 중 갑옷을 두껍게 입은 기병이 여럿 나타났다. 타와시들. 기사에 준하는 강자들.


창을 내지르며 고함을 지르던 한 녀석은 창을 얽어 손목을 끊어내자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몸을 떨궜다. 한 녀석은 곁에 붙어 검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지만 내리치기도 전에 어깨로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애써 밟아 죽이려 하지 않아도 다음 상대를 맞닥뜨려 싸우다 보니 땅 위에서 퍼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극의 날카로운 끝에 목덜미가 반쯤 떨어져 나간 타와시가 목을 움켜쥐고 말을 돌리다가 떨어진다. 적들은 그 광경에 공포에 질려버렸다.


그때, 성안의 병사 중 몇이 류를 돕고자 달려 나왔다. 류는 그들을 돌아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쳤다.


"날 도울 필요는 없다. 시체를 정중히 수습해라."


류는 마차와 적들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극으로 땅바닥을 긁었다. 천천히 선이 땅에 그어졌다.


"오늘은 슬픔을 애도하는 날이다. 그러니 오늘만은 이 선을 넘지 않으면 죽이지 않겠다."


-뭣들 하느냐?-


주춤거리는 병사들 뒤에서 앗산이 몸을 드러냈다. 검을 든 그는 앞으로 나서기를 거부하는 병사들 몇에 칼질을 하며 발길질을 해댔다. 병사들은 결국 류를 잡으러 창을 길게 쥐고는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꼴을 보던 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선을 넘었다.“


작가의말

인중여포이지만 중동에는 류라.

역시 내일은 쉽니다. 아쉬운 분들은 저의 신작으로 찾아가주세요.


“S급 용사 후보생은 마왕?” 이랍니다. 젠장...제목 공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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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13. 낙성(落城) 6-2 > +14 18.08.07 3,157 76 9쪽
153 < #13. 낙성(落城) 6-1 > +20 18.08.06 2,926 72 10쪽
152 < #13. 낙성(落城) 5-2 > +26 18.08.05 2,906 78 9쪽
151 < #13. 낙성(落城) 5-1 > +12 18.08.04 2,873 81 10쪽
150 < #13. 낙성(落城) 4-2 > +10 18.08.03 2,839 86 9쪽
149 < #13. 낙성(落城) 4-1 > +14 18.08.02 2,985 74 9쪽
» < #13. 낙성(落城) 3-2 > +28 18.07.31 2,953 71 9쪽
147 < #13. 낙성(落城) 3-1 > +26 18.07.30 3,033 69 8쪽
146 < #13. 낙성(落城) 2-2 > +9 18.07.29 2,967 78 8쪽
145 < #13. 낙성(落城) 2-1 > +12 18.07.28 2,947 74 8쪽
144 < #13. 낙성(落城) 1-2 > +10 18.07.27 3,052 78 9쪽
143 < #13. 낙성(落城) 1-1 > +10 18.07.26 3,143 67 9쪽
142 < #12. 하틴 4-2> +14 18.07.24 3,193 68 9쪽
141 < #12. 하틴 4-1 > +14 18.07.23 3,150 74 9쪽
140 < #12. 하틴 3-2 > +13 18.07.22 3,360 75 9쪽
139 < #12. 하틴 3-1 > +8 18.07.21 3,244 82 9쪽
138 < #12. 하틴 2-2 > +8 18.07.20 3,329 89 10쪽
137 < #12. 하틴 2-1 > +17 18.07.19 3,384 83 9쪽
136 < #12. 하틴 1-2 > +14 18.07.17 3,617 82 10쪽
135 < #12. 하틴 1-1 > +4 18.07.16 3,513 84 9쪽
134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3-2 > +18 18.07.15 3,670 96 12쪽
133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3-1 > +12 18.07.14 3,476 89 8쪽
132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2-2 > +6 18.07.14 3,479 92 8쪽
131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2-1 > +16 18.07.13 3,467 89 10쪽
130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1-2 > +14 18.07.12 3,640 99 10쪽
129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1-1 > +32 18.07.10 3,740 107 10쪽
128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3-2 > +10 18.07.09 3,548 92 8쪽
127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3-1 > +19 18.07.08 3,632 105 9쪽
126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2-2 > +16 18.07.08 3,573 94 9쪽
125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2-1 > +13 18.07.07 3,631 9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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