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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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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40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7.26 22:25
조회
3,143
추천
67
글자
9쪽

< #13. 낙성(落城) 1-1 >

DUMMY

“검이 꽂힐 심장은 무엇이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굳어있는 샤아의 머리에서 라삼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안쓰럽다는 듯이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이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보나 마나 여기서 가장 값진 인물이지. 알잖아.”


“설마 살라흐앗딘?.”


당황한 샤아가 라삼의 표정을 읽고는 쉬지 않고 캐물었다.


“그는 왜? 이제야 우리 무슬림들의 원한을 풀어줬는데. 뭐하러?”


“아이야. 넌 아직 모르는 게 많구나. 뭐를 백이라 말하고, 뭐를 흑이라 말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 하사신들은 누가 잘 정리해놓는 게 싫은 거야. 그러면 우린 일이 없거든.”


샤아는 라삼의 말을 예상했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깊고 나즈막한 한숨이었다.


“알겠지? 이건 절대 비밀이어야 하는 거. 그동안 실패해도 우리 소행이란 걸 별로 숨기지는 않았다만 이번 일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야. 모든 무슬림의 적이 될 테니 말이야.”


샤아는 얼굴을 마주 보고 라삼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류의 수하 중에 우리 쪽 사람이 얼마나 숨어있는 거야? 얼마나?"


"꽤···. 아니, 적당히. 네가 말을 듣지 않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지 않느냐? 너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도, 너의 주인도······. 모두 지워져 버리겠지."


"겁 안 나? 적어도 넌 죽을 텐데.“


라삼의 말에 잔뜩 성난 표정으로 샤아가 쏘아붙였다. 어느새 허리춤 뒤로 손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면 다음 날, 누군가가 또 너에게 다가오겠지.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겠지. 결국 하게 될거야. 그리고 너도 오늘내일 일을 하는 게 쉬울 거야. 승리의 기쁨에 모두 정신이 나갔거든. 이럴 때야말로 술탄의 침소도 경비가 소홀할 테지."


"알았어. 그 대신 이번 일이 끝나면······. 놓아주는 건가? 셰이크가 그리 얘기했나?"


라삼은 방긋 환하게 웃었다. 일이 끝나면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 끝나고도 돌아온다면 환대를 받으며 끝없는 쾌락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사신으로 키워질 때 온갖 쾌락에 물든 그들은 언제나 뇌 한편에 그때 기억을 가지고 살고 있다. 다시 돌아갈 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다시 쾌락에 빠져들면······. 돌아온 이들은 없었다. 가엾은 것.


"물론이지."


그제야 라삼은 샤아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짐을 챙기러 발을 옮겼다.



***



"모두 돌아가자. 압둘. 일이 급하게 돼서 기병들은 쉬지 않고 달릴 것이다. 보병들을 챙겨서 따라와. 최대한 빠르게 말이야. 그리고 바로 성으로 들어오지 말고. 깃발을 주시해라."


"깃발? 어떤지 알아야지?"


압둘이 짐을 챙긴 보병들을 다독이다가 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이 없고 성으로 복귀해도 된다고 하면 깃발을 두 개 달아놓겠다. 그런데 하나면 들어오지 마. 주변에 잘 숨어있어."


류의 말에 압둘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병사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일에 늦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덕윤은 말을 몰고 샤아의 옆에 다가섰다. 잠시 쭈뼛거리다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샤아, 올 때처럼 뒤에 타면 금방 갈 수 있어. 압둘은 두고, 기병들에 껴서 돌아가자. 그리고······."


소곤거리며 '불편하지 않았어'라며 샤아에게만 들릴 듯이 조용히 얘기했다. 샤아는 물끄러미 덕윤을 바라보다가 류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 류."


말을 몰아 뛰쳐나가려던 류는 급히 말을 세웠다. 샤아를 노려보며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호통치려 했었다. 하지만 샤아의 눈을 보고는 그냥 듣기로 했다.


"저···. 저번에 잠시 나갈 일 있으면 말이야······."


"그 얘기는 했었지."


"그러면, 잘 갔다 올게."


샤아는 허리를 숙이고 류에게 인사를 건넸다.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류는 웃었다. 마음을 제대로 연 것인가? 궁금하지만 묻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덕윤, 샤아와 뒤에 오든지 알아서 해라. 둘은 휴가다."


당황한 샤아가 손을 뻗으며 뭐라 하려 했지만, 류의 말은 그대로 달려 나갔다. 그 뒤로 기병들이 속도를 올리며 따라붙어 버렸다.


"너무 늦지 마. 내 생각엔 재미있는 일이 가득할 거야. 이번엔 몸 한번 못 풀어서 짜증이 가득했는데······. 너도 그런 거 좋아하잖아. 애들아. 모두 가자."


압둘도 류의 뒤를 따라 보병들을 닦달하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저 즐겁다는 표정이 곧 짜증으로 바뀌며 구시렁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모두 바삐 사라지는 와중에 덕윤만이 얼쩡거리며 샤아의 신경을 거슬렸다. 내심 고맙지만 걱정이었다. 입은 마음과 달리 날카롭게 열렸다.


"병신, 방해하지 말고. 진중에서 떠나 있어. 이틀 뒤에 저기 저 산 밑에서 보자. 그때까지 내 눈에 보이면 죽여버릴 거야."


덕윤은 샤아의 손가락을 따라 먼 곳에 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한숨을 푹 내쉬다가도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샤아를 거역할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아···. 알았어. 그럼 이틀 뒤 아침? 아니면 저녁?"


"몰라. 가고 싶으면 먼저 가버려. 계속 눈에 띄고 있다. 슬슬 칼을 뽑아야 하나?"


"아···. 알았다고."


덕윤은 부리나케 말을 몰아 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샤아는 하염없이 바라봤다. 눈이 뜨거워지더니 무언가가 흘렀다. 뺨을 타고 내리는 무언가가 당황스러웠다. 샤아는 평생 자기 눈에서 눈물이란 게 흐르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샤아는 당황했다. 이제는 멈추지 않고 계속 쏟아졌다. 지나치는 병사들이 힐끗거리자 창피한 마음에 서둘러 눈 밑을 소매로 닦아냈다. 곧 숨을 고르더니 분주한 병사들 틈으로 숨어들었다.




***



말은 쉬지 않고 달렸다. 말이 숨이 끊어지라 헐떡이다가 더이상 달리길 거부하면 그제야 잠시 말을 다독거렸다.


시간이 없으니 몸이 달아올랐다.


성으로 달리는 와중에 그나마 괜찮은 녀석을 주변 성채 쪽으로 훑어 보냈다. 잠시 쉬는 동안 힘겹게 쫓아온 기병이 보고를 시작했다.


“주변 성채 넷 중 둘은 무슬림의 것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성채도 모두 둘러싼 채 공격 중입니다. 레널드의 알 카락은 잘 버티고 있지만 다른 성채는 곧 떨어질 것 같습니다.”


“알폰소의 성채는?”


“성문이 파괴됐고, 망루에 무슬림 깃발이 올랐습니다.”


결국 버티지 못했구나. 우스만의 군대는 수가 많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다. 그래도 알폰소가 일렌느와 잘 도망쳤으면 좋겠다고 살며시 빌었다. 그 녀석은 쉽게 죽지 않겠지. 죽을만한 곳이면 재빨리 도망치리라.


“달리자.”


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반나절이면 도착하리라. 그때 공격을 받고 있다면? 어찌해야지? 겨우 열기의 기병으로 들이닥친다? 아니 벌써 떨어진 게 아닌가?


그땐 살라흐앗딘에게 항의를 해야 하나? 아니, 아버지와 연이는 무사할까?



***



살라흐앗딘의 친위대를 향해 돌격했던 기사 중에 레널드의 네 기사도 있었다. 제레미, 조슈아, 아모리, 고몽. 돌격이 끝난 후 아모리는 다시 합류하지 못했다. 고몽도 어깨에 깊은 검상을 입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잠시 숨을 돌리며 천으로 감쌌지만 쉽지 않은 상처였다.


살아남은 셋은 레널드가 말에서 떨어지며 붙잡히는 것을 끝으로 전선에서 이탈했다.


“어디로 가지?”


언제나 장난기 가득 넘치던 조슈아는 단짝인 아모리가 곁에 없자 침울한 표정이었다.


“알 카락으로 돌아가자. 우선 남은 병사들과 어찌할지 고민해봐야지. 고몽. 버틸 만하니?”


“괘···. 괜찮아요.”


살아남은 세 기사는 다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알 카락으로 향하던 길에 셋은 십여 명의 무슬림 기병의 공격을 받는 마차를 발견했다. 곁에 한 기사가 고군분투하며 달려드는 기병들을 도륙 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대···. 대단하네. 혼자서 벌써 넷이나 쓰러뜨렸어.”


“가자. 도와줘야지.”


제레미의 말에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그들의 귀에 성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건방진 것들. 감히 일렌느의 마차에 흠집을 내! 죽어버려라! -


작가의말

크크크...신작 홍보드립니다.

'S급 용사 후보생이 마왕?' 이라는 제목입니다. (아....구려.)
네...힘빼고 쓰면 이런 글도 가능하구나하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물론 '무사,기사되다.'를 완결하는쪽에 힘을 집중할 생각이고,  신작은 틈날때 조금씩 쓸 예정입니다.
아직 초반부니 즐기신다는 생각보다는 가르쳐주신다는 생각으로 하나둘 댓글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몸조심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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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13. 낙성(落城) 6-2 > +14 18.08.07 3,157 76 9쪽
153 < #13. 낙성(落城) 6-1 > +20 18.08.06 2,926 72 10쪽
152 < #13. 낙성(落城) 5-2 > +26 18.08.05 2,906 78 9쪽
151 < #13. 낙성(落城) 5-1 > +12 18.08.04 2,873 81 10쪽
150 < #13. 낙성(落城) 4-2 > +10 18.08.03 2,839 86 9쪽
149 < #13. 낙성(落城) 4-1 > +14 18.08.02 2,985 74 9쪽
148 < #13. 낙성(落城) 3-2 > +28 18.07.31 2,953 71 9쪽
147 < #13. 낙성(落城) 3-1 > +26 18.07.30 3,033 69 8쪽
146 < #13. 낙성(落城) 2-2 > +9 18.07.29 2,967 78 8쪽
145 < #13. 낙성(落城) 2-1 > +12 18.07.28 2,947 74 8쪽
144 < #13. 낙성(落城) 1-2 > +10 18.07.27 3,052 78 9쪽
» < #13. 낙성(落城) 1-1 > +10 18.07.26 3,144 67 9쪽
142 < #12. 하틴 4-2> +14 18.07.24 3,193 68 9쪽
141 < #12. 하틴 4-1 > +14 18.07.23 3,150 74 9쪽
140 < #12. 하틴 3-2 > +13 18.07.22 3,360 75 9쪽
139 < #12. 하틴 3-1 > +8 18.07.21 3,244 82 9쪽
138 < #12. 하틴 2-2 > +8 18.07.20 3,329 89 10쪽
137 < #12. 하틴 2-1 > +17 18.07.19 3,384 83 9쪽
136 < #12. 하틴 1-2 > +14 18.07.17 3,617 82 10쪽
135 < #12. 하틴 1-1 > +4 18.07.16 3,513 84 9쪽
134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3-2 > +18 18.07.15 3,670 96 12쪽
133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3-1 > +12 18.07.14 3,476 89 8쪽
132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2-2 > +6 18.07.14 3,479 92 8쪽
131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2-1 > +16 18.07.13 3,467 89 10쪽
130 < #11. 이 땅은 내 것이다. 1-2 > +14 18.07.12 3,640 9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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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3-1 > +19 18.07.08 3,632 105 9쪽
126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2-2 > +16 18.07.08 3,573 94 9쪽
125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2-1 > +13 18.07.07 3,631 9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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