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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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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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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7.01.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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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정확히는, 자신이 끌어당기는 힘의 몇십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힘이 순간적으로 밧줄과 몸을 잡아당겼기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엉겁결에 놓쳐버렸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밧줄과 그 너머의 돌무더기를 노려보는 눈꺼풀이 채 닫히기도 전에, 그러니까 인간의 인식률을 월등히 뛰어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배는 확대된 돌무더기에 놀라, 그만 밧줄을 놓쳐버렸단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해져오는 엄청난 압력이 왼발을 주축으로 전신을 휘감아버린 것은 물론, 저항조차 불가능한 거친 흡입력으로 한서준을 사정없이 끌어당기기 시작한 탓이었다.

퍽!

절로 귓구멍이 간지러워지는 둔탁한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전해져오는 온 몸의 적나라한 고통에 그가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이, 소리만큼이나 깊숙히 파고들어간 돌무더기 안 쪽의 왼발에서 돌연 형용하지 못할 통증을 느낀 한서준이, 한 쪽만 남은 눈알을 부릅뜨며 서둘러 자신의 입을 콱 틀어막았다.

이번엔 차마 고통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에, 욱여넣기 식으로 일단 입을 틀어막아버린 것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자그마한 틈 사이를 뚫고 튀어나오는 고통스런 신음은 도저히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저 Juggernaut 급 몬스터에게 걸리질 않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었다. 그래도 입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가 생각보단 그렇게 크지 않아, '손바닥 필터' 를 거치고 나올 무렵엔 그 소리의 형태가 상당 부분 깎여져있어 제대로 된 원형조차 찾아듣기 힘들 지경이라는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마냥 제멋대로 흘러나오게는 또 둘 수가 없는 노릇이었기에, 한서준은 입가에 밀착시킨 손바닥 위로 남은 손 하나를 더 포갬으로써 견고한 방음에 중점을 둔 뒤, 어느덧 일신을 흠뻑 적신 고통이 가라앉기만을 차분히 기다려갔다.

물론 언제 끌어당겨질지 모를 상황에서 이런 유유한 행동을 한다는게 그리 득이 될만한 결과를 낳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척이나 제한된 미량의 움직임 밖에 없었다. 왼발에 걸려있던 밧줄은 돌무더기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게 되었고, 그렇다고 돌을 치우자니 한알한알의 크기가 자신의 머리통의 두 배만 했다. 서로가 어떻게 맞물려져 동굴과도 같은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게 그에겐 둘도없는 천운으로 다가왔던 것이었다. 만에 하나 잘못된 돌을 치워낼 경우, 그대로 왼발은 저 돌더미들에게 압사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때문에,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었다. 개중에 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조심조심 빼내기' 가 가장 효율성이 좋긴 했으나, 힘을 주면 줄 수록 무식하게 들어차는 고통은 도무지 그것마저 허용해주질 않았다. 끊임없는 방해를 해대었기에, 그나마 고통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기는 커녕, 되려 고통은 '아픔' 을 넘어 기이한 감각으로 변해갔고, 그의 몸 이곳저곳을 마음껏 들쑤시고 다녔다.

아마 꺾여져버린게 분명한 왼발이 전해다주는 저릿저릿함이 일순 썰물 같은 소름으로 전신을 물들이며 퍼져나갔다. 연이어 그러한 차가운 바닷 속에 잠기기라도 한 양, 어쩐지 새카만 심해를 유영하는 것 같은 먹먹한 기분에 한없이 사로잡힌 한서준은, 신경을 짓누르다못해 찢어발긴다라고 해도 좋을 맹렬한 소용돌이와도 같은 저릿함을, 허나 가라앉아가는 잠수함처럼 이상하리만치 공허하게 느껴지는 왼발의 통증을 미처 자세히 맛볼 새도 없이, 곧장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복부의 물리적 통증에, 한계를 넘어선 고통으로 오히려 마비가 된 것 같던 왼발의 절절함을 다시금 고스란히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오로지 느낌과 감각으로만 결론을 냈던 '왼발의 현 상황' 에 대한 겉핥기 식 추측이, 거진 기정사실화가 되어버렸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다만 폭풍같이 몰아치던 고통이 어느정도 가라앉았음은 명확한 사실이었기에, 한서준은 필시 어느 방향이든 기형적으로 꺾여져있을게 확실한 왼발을 빼내고자 서둘러 돌무더기에 깔린 듯한 모습으로 쑥 들어가있는 왼발을 조심조심 끌어내었다.

그러나 살갗 안쪽에서부터 죄어오는 듯한 아찔한 고통에 뒤덮힌 왼발은, 도저히 움직이질 않았다. 아니, 극심한 고통에 무뎌져버린 감각이 '움직이고 있다.' 란 감각을 뇌까지 전달시키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흡사 수문장이라도 된 것 마냥 떡하니 신경을 짓누르는 고통이, 깐깐한 검문검색으로 뇌까지 타고올라갈 근육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걸러내고 있을지도 모른단 뜻이었음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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