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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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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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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7.01.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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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한서준은 깊게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굳이 막아서지 않았다. 눈에 띄게 줄어들은 근육의 수축과 고통 뒤에 또다시 찾아올 새로운 고통에 대한 답답함과 긴장감이 지금이라도 실컷 한숨을 토해내라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사지를 토막내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옴짝달싹도 하지 못할거, 미리 하고 싶은 행동을 하라고 뇌가, 몸이, 저 혼자 반응하듯 길게 내뱉은 한숨이었음에,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뜨뜻미지근한 숨결을 더는 막아낼 방법도 없거니와, 추측이 정확하게 들어맞았음을 알려주는 아릿한 통증이 서서히 그 길고 길었던 잠에서 깨어나 활짝 펼치는 날개 마냥 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거기다 한창 잦아들었던 오른팔의 수축 또한 다시 실행되었던 터라, 돌무더기의 단단함을 침대 삼아 가만히 기대고 엎드린 한서준은 본격적으로 전신을 뒤덮어오는 고통을 어떻게든 참아내기 위해 그나마 멀쩡한 왼팔을 들어 으스러져라 그것을 깨물었다.

그러자 순간 비릿한 혈향이, 하지만 어딘가 끈적거리고 쓰게만 느껴지는 진득한 액체가 꿀떡꿀떡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살점이 뜯어져나갈 것만 같은 저릿저릿함이 일순 온 몸을 빠릿하게 경직시켰으나, 미처 그걸 느낄 새도 없이 왼쪽 발목 부근이 360도로 꺾여버리는 듯한 아찔함을 뇟 속 깊숙히, 전혀 이를데없는 선명한 낙인처럼 새겨낸 그는, 잇따라 밀려오는 전신 수축의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마치 지렁이 같은 꿈틀거림으로 대신 표현하며 연신 '끅끅' 먹혀들어가는 신음을 토해내었다.

다행히 왼팔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었기에 애초의 걱정만큼 커다란 비명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입 안을 굴러다니는 크고작은 살점들로 보아, 아마 이대로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그마한 고깃조각들이 어느샌가 주먹만한 고깃덩어리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서준은 머릿 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파도 같은 고통의 틈새에서 문득, 어금니와 어금니 사이로 씹히는 커다란 무언가를 알아채곤 황급히 왼팔을 깨물었던 입을 벌려내었다.

'주르륵' 턱선을 타고 흐르는 미지근한 액체의 이동경로가 한겨울의 소름 같이 돋아나 차갑게 뇌를 쿡쿡 찔러댐에, 혀 끝을 짜릿하게 감전시키는 자극적이고 기묘한 맛이 조미료 마냥 분비되는 침과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충격처럼 입 안을 가득 물들여감에, 불과 1초 전만해도 인식조차 하지 못한 '어느 순간' 부터 왼팔이 사정없이 뜯겨져나가고 있었음을 퍼뜩 알아챈 것이었다.

머릿 속은 아직 '괜찮다' 란 단어를 연호하고 있었지만, 이성이 무뎌져버린 지독한 고통 속의 현실은, 이미 그의 왼팔이 상당 가량 뜯겨져나갔음을 가감없이 일러주고 있었다. 새하얀 뼈가 문득문득 보일 정도로, 또렷히 새겨진 '한서준' 이란 인간의 이빨 자국들이 무척이나 섬뜩하게 느껴질만큼, 절로 구역질이 치밀어오르는 그 비참한 광경을 바로 코 앞에서 목격한 그는 절로 튀어나올 뻔한 욕지거리를 간신히 참아내곤, 그제서야 밀어닥치는 또다른 화끈거림을 애써 뒤로 한 채 수백만의 병사가 돌격해오는 듯한 광포함으로 짓눌린 입술 사이로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틀어막고자 서둘러 돌무더기 속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와득. 와드득.

그리고 입 안에 잔뜩 머금어진 살덩어리와 돌조각들을 왼팔 대신 씹어가며, 그 씁쓸함과 텁텁함으로 지금 당장 어디론가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들어맨 그는 잠깐의 쉴 틈도 없이 몰아붙이는 괴로움 속에서 하염없이 점멸해가는 눈동자를 힘겹게 치켜올렸다.

온갖 고난을 겪어 여기저기가 너덜너덜해진 사람의 초췌한 모습처럼, 한시의 그침도 없이 사방으로 튀어나가기에 바쁜 눈동자는 그 초점부터가 제대로 들어맞질 않아 눈 앞의 돌무더기들마저 무슨 분신술 마냥 수십개로 분열되어 맺혀져왔으나, 애초에 그런 것은 하등 상관 없다는 양, 그는 사물의 형태조차 구분짓기 어려운 시야로 꾸역꾸역 Juggernaut 급의 몬스터를 살펴보았다.

어떻게든 저것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건져내기 위함이었다. 비록 '생각' 이란 행위 자체가 흡사 물에 풀어넣은 설탕처럼 채 1초도 이어지지 못하고, '전신' 에 휘몰아치는 신산한 태풍 사이로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빨려들어갔지만, 그럼에도 한서준의 눈동자는 도저히 깔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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