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822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6.12.13 10:22
조회
2,256
추천
31
글자
5쪽

동료

DUMMY

그렇게 벽을 짚어가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세우는데 성공한 한서준은 먼저 오른손에 들린 망원경으로 두 개의 인영들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비록 빛이 지배하지 못한 장소에 앉아있는터라 그 자세한 모습이나 특징 같은건 제대로 알아낼 수가 없었지만, 그림자처럼 꿈틀대는 외곽선의 형태가 두 개의 인영으로 하여금 흡사 아버지와 아들 같은 극심한 체격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눈치챈 한서준은 여전히 무언가를 씹어먹는 이들에게서 잠시 시선을 떼고, 머리가 어질어질 해질 정도로 확대하는 망원경의 줌배율을 최대한 낮춘 뒤 다시한번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한 쌍의 초록빛 눈동자와 담백하게 시선을 뒤섞은 그는 마치 코 앞까지 다가온 듯한 착각을 일게 만드는 망원경을 그만 화들짝 놀라며 순간적으로 떨어뜨릴뻔 했으나, 그것보단 저도 모르게 뒤로 홱 몸을 젖히는게, 삽시간에 중심을 잃고 쓰러져버리는게 먼저였다.

한서준은 어김없이 전신을 퍼져나가는 고통을 채 느껴볼 새도 없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초록색 눈동자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으며 더듬더듬 계단을 짚어갔다. 다시금 넘어진 몸을 일으켜세우기 위함이었다. 허나 그 일련의 과정을 전부 소화해내기엔 그의 몸은 너무나도 굼떴고, 몬스터는 너무나도 빨랐다.

언뜻 형체가 보이는 듯 하면서도 가려진 빛과 어둠의 경계선 위에 앉아있던 몬스터가 무슨 신기한 곤충이라도 발견한 것 마냥 일순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곧장 몸을 일으켜세워 '터벅터벅' 고작 몇 발자국도 안되는 걸음으로 불쑥 한서준의 앞에까지 다가왔던 것이었다.

그에 거의 본능적으로 대검을 휘두르려던 그는 탁한 빛이 비춰주는 몬스터의 형태를, 좀 더 정확하게는, 흡사 물고기 같은 비늘이 돋아난 피부를 지닌 녹안흑발의 '사람' 을 인식하곤 황급히 손을 멈추어세웠다. 영락없이 인간의 모습을 한 몬스터의 형상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본능이 그의 손을 꽉 붙잡아버렸던 것이었다.

그러나 곧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한서준은 다시한번 왼팔에 힘을 주어 거칠게 대검을 휘둘러대었다. 비록 엉거주춤, 바들바들 떠는 오른팔이 무게의 중심이 되었기에 생각보다 대검에 담긴 힘은 얼마 되지 않아 잔뜩 빛살을 머금은 궤적은 상당히 느려터진 속도로 번쩍이며 시커멓기만 한 허공에 입체적인 색감을 죽 그어놓았으나, 그 안에 담긴 예기만큼은 그래도 무시못할 수준은 되었던건지, 그의 앞까지 다가온 몬스터는 마치 불에 데인 듯한 움직임으로 펄쩍 뛰며 뒷걸음질을 쳐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프링처럼 몸을 튕겨 몬스터의 바로 앞에 개구리 마냥 엎어짐과 동시에 어느새 역수로 쥔 대검을 빠르게 올려친 한서준은 정작 손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는게 없자, 창황히 몸을 움직여 데굴데굴 오른쪽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몬스터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찰나, 그는 정면의 새카만 장막 안에서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뭔가가 날아들어옴을 느끼곤 다급히 몸을 아무 곳에나 내던져버렸다.

아직은 착지가 꽤나 불안정 했기 때문에 바닥을 짚어가는 손바닥이 일순 꺾이며 검지에 해당되는 손가락의 손톱이 쩍 들춰지는 2차적인 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것보단 등허리를 스쳐지나간 무언가가 마치 레이저처럼 벽면에 파고들어가는 광경을 또렷히 목격한 한서준은 몬스터의 피부결에 붙어있는 비늘이라 추정되는 은색 파편이 남긴 그 깊숙한 흔적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젠 버릇이 될 것만 같은 한숨을 옅게 내쉬고는 서둘러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아직 머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바, 저 몬스터의 다음 행동 패턴에 대한 수십, 수백, 혹은 수천을 넘어 수만, 수억, 수십억가지의 가능성들은 이미 뇌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졌기에, 마치 안내서와도 같은 머리 속의 '추정' 을 따라, 또는 이 수십억가지의 변수들을 죄다 종합하고 계산해 오로지 '하나' 로써 결론을 낸 '절대적인 사실' 을 표현한 머리 속 이동경로에 따라 한서준은 천천히 두 팔을 움직였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싸늘하게 번뜩이는 수십개의 은색 비늘들이 일제히 그를 노리고 매섭게 날아들어왔으나, 이미 저러한 행동 패턴은 그의 머릿 속에 샅샅히 입력되고 분석되어 합쳐진지 오래였기에, 파편들은 그저 길을 따라 기어갈 뿐인 한서준의 몸을 단 한 군데도 짓이겨놓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를 노리고 날아온 것은 맞지만, 기어가는 동작에 따라, 정확히는, 기어가는 행동을 함으로써 비어지고 채워지는 수백군데의 빈틈 안에 은색의 비늘들이 단 1mm의 오차도 없이 깨끗하게 박혀들어갔단 소리였음이다. 그러니까, 기어가기 위한 첫 단계로써 옮겨낸 왼팔의 겨드랑이 사이의 빈틈 안에 흡사 자석이라도 붙은 것 마냥 빨려들어갔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작가의말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는 곳 말씀해주십시오.

요즘 글이 잘 안써집니다. 때문에 연재에 늦을 수도 있다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3차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essore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동료 +1 17.02.01 1,395 22 5쪽
56 동료 +1 17.01.31 1,366 23 5쪽
55 동료 +1 17.01.29 1,449 23 4쪽
54 동료 +2 17.01.26 1,467 24 4쪽
53 동료 +2 17.01.24 1,469 23 4쪽
52 동료 +2 17.01.22 1,475 24 3쪽
51 동료 +3 17.01.20 1,724 24 5쪽
50 동료 +3 17.01.16 1,699 26 4쪽
49 동료 +3 17.01.13 1,856 26 4쪽
48 동료 +4 17.01.10 1,705 27 4쪽
47 동료 +2 17.01.07 1,771 30 5쪽
46 동료 +3 17.01.03 1,867 31 4쪽
45 동료 +2 16.12.31 2,097 32 5쪽
44 동료 +3 16.12.28 2,158 31 6쪽
43 동료 +1 16.12.24 2,026 34 5쪽
42 동료 +2 16.12.23 2,398 30 5쪽
41 동료 +3 16.12.20 2,180 32 5쪽
40 동료 +1 16.12.16 2,216 32 7쪽
» 동료 +4 16.12.13 2,257 31 5쪽
38 동료 +5 16.12.10 2,582 29 5쪽
37 동료 +1 16.12.09 2,548 33 6쪽
36 동료 +1 16.12.07 2,633 32 5쪽
35 동료 +3 16.12.04 2,555 41 6쪽
34 동료 +1 16.12.01 2,785 37 5쪽
33 동료 +1 16.11.29 2,766 43 6쪽
32 동료 +3 16.11.27 2,835 41 8쪽
31 동료 +1 16.11.26 2,774 40 5쪽
30 동료 +2 16.11.24 3,041 38 7쪽
29 동료 +5 16.11.23 3,298 37 9쪽
28 동료 +3 16.11.20 3,383 47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