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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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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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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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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1.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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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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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동료

DUMMY

별안간 왼발에 걸려있던 밧줄 고리에서 무언가가 당기는 듯한 느낌을 순간적으로 받고, 거의 본능적이다 싶은 움직임으로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젖혀낸 것이었다.

그리고 발목에 엉킨 밧줄의 고리가 어느샌가 팽팽하게 잡아당겨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한서준은 서둘러 등이 땅과 맞닿을 수 있도록 몸을 뒤집은 후 거추장스럽게 달라붙어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소총을 겨누며 힘겹게 밧줄 너머의 공간을 노려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평범한 돌무더기가 눈동자 안을 가득 메워왔지만, 분명 짧게 끊어진 채 너덜거리고 있어야 할 밧줄이 돌무더기들을 관통해 어디론가 쭉 이어져있다는 점만은 결코 평범한 광경이라곤 할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부터 밧줄이 걸려있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이곳까지 기어왔다는건, 다시말해 누군가가 뒤를 몰래 따라다녔음에도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대변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의 감각이 밑바닥까지 무뎌져버렸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한서준은 어쩐지 가려워지는 것 같은 뒷통수의 적적한 느낌에, 돌무더기를 겨누었던 소총을 내리고 힘껏 상체를 앞으로 굽혀내었다. 그리곤 부자연스럽기만 한 오른팔과 왼팔을 동원해 흡사 쫒기기라고 하는 양 허겁지겁 발목에 묶인 밧줄을 풀어내었다. 허나 얼기설기한 겉모습과는 달리 단단하게 매듭지어진 밧줄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건드릴 때마다 늘어나는 보푸라기들이 자꾸만 손을 엉키게 만드는 방해 아닌 방해를 하고 있어, 결국 손으로 해체하려던 생각을 단번에 삭제해버린 그는 거의 반사적이다 싶은 움직임으로 허리춤을 매만져가다 이내 푹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허리춤의 감촉과 더불어 지하실에서 산산히 부서져버린 대검의 모습이 돌연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했던 대검 대신 허리춤에 나붙은 대검집이 텅 빈 내부를 돌아보며 그 먹먹한 고독함에 절규하듯, 스쳐가는 그의 손길에 '덜커덕덜커덕' 소릴내며 흔들거렸다.

한서준은 대충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일단 밧줄에 문질러대었다. 혹시라도 끊어질까 싶은 생각에 손이 닿는 범위까지의 잡동사니들을 죄다 밧줄에 문대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것들로 끊어질 밧줄이었다면 진작에 손으로 풀어내었겠지만, 아쉽게도 손은 실패했고, 잡동사니들도 딱히 쓸만하다 싶은 것은 그의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끝이 뾰족한 돌멩이들이 어느정도 보푸라기들을 제거하긴 했으나, 막상 그 몸통이라 할 수 있는 굵직한 밧줄까지는 채 다가가지고 못하고 뚝 끊어져버리기 일쑤였다.

아무리 돌멩이로 수십여차례나 문질러본다 한들, 아무리 그 끝이 비교적 뾰족하고 날카롭게 깎여져있다 한들, '돌' 이라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도구로 굵직한 밧줄을 잘라낸다는건, 그야말로 '날계란으로 바위치기' 와도 같은 격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가지고 있는 도구들론 도저히 밧줄을 끊어낼 방법이 없었다. 아니, 한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도구가 있긴 했다. 차갑다 못해 얼어붙어 냉기를 풀풀 풍겨대는 k-2 소총이 바로 그 도구였다. 그냥 간단하게 밧줄에 총구를 가져다대고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닥쳐올 후폭풍이 높은 확률로 '죽음' 을 가르키고 있는 터라, 막상 소총엔 손이 가지 않는다는게 미적지근한 상태로 밧줄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그의 우유부단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이유였다. 필시 엄청난 크기로 울려퍼질 총성에 반응할 Juggernaut 급 몬스터의 행동에 대한 '만약' 이란 가정의 수가, 머리가 내리는 반강제적인 명령조차 반항할 수 있도록 그의 정신을 한층 계몽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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