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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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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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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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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6.12.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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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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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동료

DUMMY

물론 평범한 생명체라면 이런 방법을 선택하는 즉시 과다출혈, 혹은 치명적 바이러스로 인해 얼마못가 죽어버릴 확률이 거의 백이면 백이었지만, 늑대는 그 자체의 회복률도 상당한 모양인지 흉터만 제외하면 비교적 깨끗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한서준은 문득 자신의 팔꿈치와 배꼽 아래 부근이 축축해져옴을 느끼곤 서둘러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그리고 어느새 바닥을 적시고 흘러나온 끈적한 늑대의 피에 범벅이 된 자신의 몸을 발견한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이려다 이내 우뚝 멈춰서버렸다.

앞서 인육 파티가 벌어진 집을 몇 차례 구르고 온 터라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몸뚱아리에 이제와서 또 뭐가 묻는다한들, 그에겐 더 이상 신경 쓸 거리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세제를 잔뜩 집어넣고 하루종일 세탁기를 돌려놔도 핏물이 다 빠지지 않을게 분명했기에, 여기서 약간 깨끗해져봤자 어차피 소생이 불가능한 옷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늑대를 꽁꽁 싸맨 쇠사슬이 철렁대며 흔들거렸다. 동시에 '끼익' 쇠사슬들끼리의 마찰소리가 비명처럼 울려퍼졌고, 꾹 다물려져 있던 늑대의 주둥아리에서 돌연 핏덩어리가 왈칵 터져나왔다. 워낙에 몸집이 몸집인 터라 단순한 핏덩어리도 왠만한 성인 남성의 머리통과 비슷한 크기였으나, 흡사 기생충이 달라붙은 듯한 꿈틀거림이 균열 같이 퍼져나가고 있어, 자칫 제 심장을 토해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진한 혈향이 지하실 전체를 뒤덮어가며 끊임없는 쇳소리가 묵직하게 고막을 두들겨댈 때 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은건지 망설임 없이 뒤로 돌아 빠르게 계단이 있는 곳까지 기어간 한서준은 곧장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하나하나 짚고 올라가다 잠시 고개를 틀어 여전히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늑대의 붉은빛 눈동자를, 정확히는, 늑대가 가로막고 앉은 커다란 입구 너머의 시커먼 그림자를 슬쩍 바라본 뒤, 서둘러 두 팔을 놀려대었다.

서서히 피로가 쌓여가는 것이 파도처럼 밀려와 직접 뇌를 강타해 버리자 절로 힘이 탁하고 풀리는 것은 물론, 후들후들 떨려대는 오른팔의 정전기 같은 따가움이 차가운 바닥을 짚어댈 때마다 전신을 짜릿짜릿하게 감전시켰지만, 억지로 힘을 주어 꾸역꾸역 몸을 밀어올리며 간신히 지상으로 나오는데 성공한 한서준은 약간의 쉴 틈도 없이 또다시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풀잎들의 푹신한 쿠션은 아침 이슬과 피를 잔뜩 머금어 더이상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낸 베란다의 깨진 유리창은 여전히 위협적으로 그의 몸을 할퀴어대었고, 시커멓게 탄 소파의 까만 잿물은 어느샌가 번져나와 수류탄에 맞고 날아간 몬스터들의 시체를 마찬가지로 새까맣게 덧칠해가고 있었다. 거기다 수류탄의 여파로 더욱 난장판이 된 집의 시체 조각들은 더는 없을거라 생각했던 핏줄기를 뚝뚝 흘려내고 있었다.

허나 이건 검붉게 변색된, 그러니까 피라기보단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먼지와 체액이 섞인 일종의 즙과도 같은 액체였기에 무작정 피라고 단정 지을 순 없었으나, 사실 그에겐 별로 상관 없는 문제일 뿐이었다.

꼭 하수도에서 나는듯한 냄새가 다시금 코를 죽이고, 손바닥의 촉각과 더불어 온 몸에 소름을 불러일으키는 감촉이 집 안 전체를 뒤덮고 있다곤하나, 지금의 한서준에겐 딱히 방해가 될만한 요소는 아니란 뜻이었다.

그렇게 아무 거리낌도 없이 집을 가로질러 처음 이곳에 들어왔던 길목인 창문에 공기총을 지지대 삼아 간신히 몸을 걸쳐낸 한서준은 이 짧은 순간 가빠진 숨을 연신 토해내며 이젠 차갑게 식어버린 살덩어리가 가로막은 창고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아마 저 창고는 지하실과 이어져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도 그럴것이, 커다란 크기의 늑대를 욱여넣은 구멍이라고 생각하기엔 자신이 기어나온 창고는, 그러니까 집의 뒷뜰이라 할 수 있는 정원의 창고는 너무나도 비좁았던 탓이었다. 두 사람은 절대 나란히 서있지도 못할 만큼의 크기를 자랑하는 통로에 만약 늑대를 쑤셔넣었다면, 늑대는 이미 토막토막 잘려 죽어있어야 정상이었다. 애초에 살아있는 상태로는 불가능하단 소리였음이다.

물론 새끼를 데리고 와 키워냈을 가능성이 마냥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젠가 주웠던 쪽지와 수첩의 내용은 이곳에 들어간 동물의 크기를 '포장마차' 란 수식어로 꾸며놓고 있었다. 지하실에 갇힌 늑대를 가르키고 있음은 더할나위 없는 사실인 셈이다.

거기다 몬스터들이 일부러 새끼를 데려와 먹잇감으로 길러낸다는 것은 솔직히 그로써는 조금 상상하기가 힘든 모습이었다. 지금껏 그가 보았던 몬스터들은 '기다림' 이란 단어완 아득히 멀고 먼 존재들. 단순히 먹으면 먹었지, 인간 못지 않은 잔혹성을 지니고 있는 그들이 결코 키워냈을리가 만무하다는 것이었다.

한서준은 아직 집 안에 걸쳐있는 왼다리를 튕기듯 쳐올려내었다. 더불어 있는 힘껏 몸을 날려 걸쳐앉은 창틀에서 고무줄처럼 튀어나간 그는 그리 오래지 않아 바닥과 맞부딪히는 등의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그 반동으로 데굴데굴 구르려는 몸에 잔뜩 힘을 주어 빠르게 포복의 자세를 만들어내곤, 잠들기 전과 똑같은 광경인, 아니, 거대한 군집체에 걸맞는 피분수를 울컥울컥 쏟아내고 홀쭉해진 살덩어리와 헐벗은 여성의 시체가 파묻힌 핏빛 호수가 추가된 창고 앞으로 차근차근 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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