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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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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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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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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6.12.24 09:28
조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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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5쪽

동료

DUMMY

아니, 뜨끈한 김을 뿜어내는 늑대의 상처를 향해 창황히 다가가는 게 먼저였다. 뜯겨져 나간 크기만큼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새하얀 등뼈는 이미 여러 번 바깥의 공기를 쐬었던 건지, 군데군데가 기묘할 정도로 새까맣게 물들여져 있었고, 그 단단한 뼈로 보호돼 있는 몸 안의 내장들은 아직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주장하듯 벌레처럼 꾸물거리며 세상을 향해 그 신비로운 생명의 파동을 몸소 흐드러내고 있었지만, 단지 그것 뿐, 커다란 달팽이와도 같은 모습의 '그것'들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또다시 새살이 돋아나 얼른 자신들을 뒤덮어 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양, 혹은 재촉하는 양, 꿀럭꿀럭 피가 배어나오는 상처의 단면에서 퍼져 나오는 아릿한 경련과는 달리, 무척이나 생동감 넘치는 꿈틀거림으로 제 몸뚱이를 격렬하게 떨어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몬스터에게도 '늑대는 살점만 뜯어먹어야 한다.' 라는 이성이 있긴 한 건지, 엉망진창으로 뜯겨져 나간 살가죽과 살점들에 비해 장기들은 비교적 깨끗한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훼손시키면 안 됀다는 규율이 있는 것처럼, 뼈 마디마디의 살점까지 발라먹을 정도로 세세하게 훑어내는 몬스터의 손길이 이상하리만치 내장까진 닿지 않았던 것이었다. 물론 오늘에서야 일어난 우연의 산물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다른 곳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 괴리적인 느낌은 내장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재생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억지로 늘어당겨 붙여놓은 듯한 흔적이 그득한 주변의 살점들과는 그 상태부터가 달랐던 탓이었다.

한서준은 흡사 거대한 화석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버린 자세로, 훤하게 내부의 사정을 보여주고 있는 늑대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금 계단을 향해 두 팔을 움직였다. 어차피 지금 이곳에서 그가 늑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서준이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허용범위를 아득히 뛰어넘는 어려운 일만이 현재 늑대와 관련되고, 또 적용되어 있는 까닭이었음이다.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Juggernaut급의 몬스터는 죽이지 못한다. 여기선 쇠사슬을 끊어내질 못하며, 그렇다고 상처를 치료해 주지도 못한다. 유일하게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해줄 순 있지만, 솔직히 한서준은 그것마저도 꽤 비관적이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공기총보다 성능이 좋은 소총을 얻었다고한들, 단 한 발로 늑대의 생명을 꿰뚫어 버릴 수 있을지는 아무래도 미지수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한 발은 커녕 두 발, 혹은 세 발을 넘어 네 발, 다섯 발을 내리 박아넣는 것은 오히려 늑대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다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망원경을 이용해 치명적 급소를, 단 한 발로 끝낼 수 있는 급소를 찾아내고자 한다면 능히 그 답을 시원하게 뇌가 내놓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어찌되었든 지금은 그의 머리도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늑대를 죽인다는 생각 자체를 끔찍하게 여기는 양, 그쪽으로 쏠리려는 판단의 주체를 그 스스로가 애써 무시한다고 봐야 좀 더 옳았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대리석 바닥을 밀쳐내고, 다시금 난장판이 된 집 안으로 기어나온 한서준은 이 짧은 시간동안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여러 곳의 창문을 통해서도 보이질 않는 Juggernaut급의 몬스터에게서 빠르게 신경을 끄고, 곧장 어디론가 다급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마당에서, 어쩌면 쇠사슬을 끊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고개를 홱홱 돌려대던 한서준은 기어이 높게 솟아오른 담벼락의 구석에 처박힌, 정확히는 몇 달간 손길을 받지 않아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들로 알게 모르게 가려진 회색 가스통 하나를 발견하곤, 서둘러 그 쪽으로 기어갔다.

다행히 바닥을 푹신하게 깔아주는 잡초들이 많아 그리 어렵지 않게 가스통을 옆으로 뉘이고 밸브를 살짝 틀어냄으로써 아직 충분한 가스가 그 안에 들어있음을 확인한 그는 비록 눕혔어도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가스통을 극도로 조심조심 굴려나갔다. 워낙에 관리를 받지 못한 터라 한번 가스통을 굴릴 때마다 손바닥 전체를 물들이는 불그스레하면서도 거뭇거뭇한 녹물이 금세 이슬을 머금고 비릿하기 그지없는 냄새를 확 풍겨 내었으나, 거진 한계까지 도달한 몸을 억지로 움직여 대고 있는 한서준은 그런 미묘한 차이를 쉬이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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