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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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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823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6.12.07 11:19
조회
2,633
추천
32
글자
5쪽

동료

DUMMY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잡동사니들이 가득하다는 점만 보면 일반적인 창고와 다를바 없는 광경이었으나, 토처럼 터져나올 것만 같은 포화 상태의 물건들이 모두 제 크기의 반의 반절은 압축되어진 채 한쪽 구석에 쑤셔박혀있다는 것은, 아무리 잘 쳐져도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거기다 바닥엔 천장을 보고 누운 두 개의 커다란 문이 굳게 닫혀있었는데, 녹이 잔뜩 슨 창고와는 달리 군데군데가 녹이 벗겨져 본래의 제 속살을 어렴풋이 드러내고 있었다. 누군가 이 문을 열어젖혔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먼지가 쌓인 난잡한 발자국들 사이로 굵직한 늑대의 발자국이 있음을 알아챈 한서준은 이곳이 필시 지하실과 이어져있을게 분명하단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음에, 서둘러 문고리를 잡아당겼지만, 애초에 누운 상태로 이 거대한 철제문을 열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선 엎드린 상태로는 힘이 제대로 안들어가기도 하거니와, 철제문 위에 몸을 올려놔야하는 탓에 추가적인 힘이 몇배는 더 필요한 것은 물론, 오른팔은 커녕 왼팔로만 잡아당겨야한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썬 열어내기가 무척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까닭이었음이다. 덧붙여 마땅한 도구도 없기 때문에 뭔가의 힘을 빌어보기도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니었다.

한서준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 철제문의 문고리를 놓고 죽 창고 안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찌그러지고 압축된 잡동사니들만 가득한 창고 안에는 그다지 쓸만하다 싶은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쓸만해보이는 쇠사슬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늑대를 묶고 있던 '성인 남성의 몸통만한 굵기의' 쇠사슬. 어마어마한 무게를 지니고 있기에 끌고가기는 커녕 들어올리기도 불가능했다. 거기다 어찌저찌 쇠사슬과 철제문을 연결시켜놓는다 하더라도 한서준에겐 이 둘의 무게를 버텨내고 끌어낼 무지막지한 힘이 존재하지 않았고, 또 그럴만한 도구도 없었다. 애초에 쇠사슬을 이용한다란 생각은 스스로를 향한 답답함을 토로하는 자학적인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다시 창고 밖으로 나온 한서준은 이번엔 창고의 뒤 쪽 부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모를 샛길을 찾아보기위함이었음이다.

허나 이마저도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하고 재차 창고 앞으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굳게 닫혀 싸늘한 냉기만을 뿜어내고 있는 철제문을 잠시 바라보다, 곧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황급히 오른쪽 주머니를, 일명 '건빵 주머니' 를 뒤적거렸다. 물론 이미 잘려나간 오른쪽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촉이라봐랴 단단하게 묶어놓은 천조각의 끄트머리 감촉과 매끈매끈하게 발라진 피의 미끌미끌함이 전부였기에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쉰 한서준은 입출구의 역할을 톡톡히 한 창문을 슬쩍 올려다보며 거듭 한숨을 내뱉다 어느덧 무거워진 두 팔을 불쑥 앞으로 내밀었다. 그렇게 땅을, 정확히는 겉표면만 딱딱하게 굳은 물렁한 핏빛 호수를 꽉 쥐어잡고 스르륵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던 그는 이젠 지겨워질 정도로 마주한 창문에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기총을 지지대 삼아 간신히 몸을 걸쳐낸 다음, 역시 가빠진 숨을 골라내며 그대로 집 안에 몸을 날리고는 곧장 난장판이 된 내부를 하나하나 훑어보다 이내 벽에 쳐박혀 곤축처럼 변한 자신의 다리를 발견하고 서둘러 그 쪽으로 두 팔을 휘저어갔다.

그리고 흡사 거대한 몽둥이 같은 모습으로 누워있는 다리를, 거칠게 뜯겨나간 단면에선 아직도 검붉은 피를 송골송골 맺혀내고 있는 다리를 붙잡아 착 달라붙은 찢겨나간 바지의 건빵 주머니를 뒤적여 파란색 수첩 하나를 꺼내들은 한서준은 먼저 그것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꼼꼼하게 이상유무를 확인한 뒤, 천운인건지, 아니면 꽤 빈틈없이 싸놓았던건지 핏덩어리로 변한 다리와는 달리 비교적 멀쩡한 상태의 수첩을 빠르게 펼쳐내고는, 흐릿하지만 못 볼 정도는 아닌 그 안의 글들을 빗자루 마냥 쓸어보다가, 돌연 선풍기처럼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빽빽히 들어찬 그 안의 내용을 세밀하게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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