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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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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89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6.12.20 07:40
조회
2,179
추천
32
글자
5쪽

동료

DUMMY

그러나 꽤 무리하게 힘을 주어 틀어버린게 원인이 되었던건지, 다시 회수한 대검은 변종의 머릿 속에 박혀들기 전보다 훨씬 상태가 나빠져 있었다.

본래 뾰족해야 할 끝 모서리가 뭉툭하게 깍여져나간 것은 물론, 일직선으로 곱게 뻗어있어야 할 은빛의 칼신은 무슨 펴다 만 스프링처럼 완만한 나선형으로 꼬여져 있었고, 손잡이는 아예 그것을 고정시켰던 나사못이 끊어져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 같이 달랑달랑 거렸다. 거기다 원래부터 수류탄에 대한 피해도 만만치 않았었던건지, 나선형으로 꼬인 형태만큼이나 소용돌이 모양으로 일파만파 금이 간 대검의 칼날은 살짝만 건드려도 금세 유릿가루처럼 우수수 바스라질 것만 같아 보였는데, 단순히 그런 느낌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칼날에선 별가루 같은 가루들이 뒤집어진 모래시계 마냥 부슬부슬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때문에 결국 대검을, 이 마지막 무기마저도 버려버리기로 마음 먹은 한서준은 다시한번 대검을 자신의 아래에 깔린 몬스터의 이마에 푹 박아넣어 버렸다. 조금 더 확실히 '죽음' 이란 사실을 돈독히 하기 위한 일종의 보증표요, 증명서인 셈이었다.

비록 대검의 상태가 안좋았기에 반응없는 고깃덩어리에 박혀든건 정작 날의 3분지 1 정도가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지금으로썬 꽤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되었던건지 그제서야 변종의 위에서 내려와 천천히 주변을 훑어보던 한서준은 잠시 스쳐가는 눈길로 재차 커다란 몬스터의 반응을 살펴본 후, 조심조심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가 더듬더듬 손을 뻗어내었다.

변종의 말과 수첩의 단편적인 정보들로 성립되어 나타난 하나의 추상적인 사실이 그를 구석부터 샅샅이 뒤져보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빈 상자들로 가득한 지하실의 구석에서, 혹은 커다란 몬스터의 뒷통수와 정확히 마주보는 구석진 장소에서, 벽에 기대어진 채 잔뜩 먼지를 머금은 K-2 소총을 발견한 한서준은 우악스럽다 싶을 정도로 그것을 낚아채고, 서둘러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젠 눈이 새카만 어둠에 익숙해졌다곤 하나, 탁한 빛이 지배하는 지하실은 부품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마냥 밝지만은 않은 장소였기에, 이런 곳에 틀어박혀 실로 복잡하다면 복잡한 구조의 소총을 점검하기란 아무래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으나, 이미 지겨울 정도로 분해조립을 해왔던 지난 날의 군시절 덕분인지, 보이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은 놀라울 정도로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손 자체에 눈이라도 달린 듯, 정확하고 깔끔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소총의 전체적인 이상유무를 완벽하게 파악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약실 부분에서 묻어난 숯검댕이 같은 찌든 때와 총열이 살짝 휘어지려고 한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그래도 무사 작동이 가능한 총의 나머지 탄약 수마저 확인하고,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거대 몬스터의 지진과도 같은 움직임에 바짝 몸을 바닥에 붙여낸 한서준은 다급히 총을 들어 전방을 겨눈 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랜시간 방치되어 지하실 특유의 싸늘한 냉기를 잔뜩 머금은 소총의 그 깨질듯한 차가움에 왼쪽 어깨가 순간 얼어붙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일었지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인건지, 되려 목을 감쌌던 옷깃을 젖혀낸 한서준은 왼쪽 뺨을 간질이며 얼른 다가오라 말하는 한기의 부름에 흔쾌히 깜짝 놀랄만큼 서릿발을 뿌려대는 소총의 개머리판 부분에 얼굴을 가져다대었다.

비록 오른손잡이용으로 제작된 총의 구조 덕에 장전 손잡이가 코 끝을 살짝 신경쓰일 정도로 눌러대는 자세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완 별개로, 흡사 결계처럼 퍼져나온 냉랭한 공기가 삽시간에 몸에서 우러나온 열기를 조각조각 얼음가루처럼 갈아내 흩뿌려버리고, 정신이 일순 거대한 심장의 고동처럼 들썩거리며 웅장하게 밀려들어오는 빙하기의 눈보라처럼, 머릿 속을 가득채웠던 뜨뜻미지근한 생각들을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전부 하얗게 물들여버리니, 그제서야 싸늘하게 식은 소총만큼이나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와 상념으로 커다란 몬스터의 움직임을 파악하던 한서준은 잠시 오른손에 들린 망원경을 들어 다시한번 몬스터의 이동경로를 예측해갔다.

허나 그저 움찔하는 수준의 움직임 외엔 더 이상의 추가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Juggernaut 급의 몬스터에게서 결국 아무런 정보도 빼내지 못한 그는, 막연히 그 크기와 너머의 늑대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머리의 오작동 아닌 오작동에 슬쩍 망원경을 내려놓고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숨과 함께 여기저기 부르튼 입술을 연신 핥아대다, 슬슬 옥죄어오듯 아려오는 목덜미와 뺨을 한시나마 쇠붙이에서 떼어낸 후 흘려넘겼던 변종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한번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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