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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720
추천수 :
29
글자수 :
77,308

작성
21.05.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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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카르아린

DUMMY

‘후, 더럽게도 많군.’


근방에 있는 몬스터란 몬스터는 다 몰려온 듯싶다. 붉은 오크의 피 냄새를 맡고 끊임없이 달려드는 몬스터들. 그가 지나쳐온 길을 따라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키에엑!”


아직도 먼발치에서 흥분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정도 소란이 벌어졌으면 슬슬 나와볼 법도 한데?”


의구심이 들었다. 이 정도의 소란이 벌어진 것을 카르아린이 눈치를 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루크가 아는 그녀의 성격이라면 벌써 거구를 이끌고 침입자를 징벌하기 위해 달려 나왔을 터.


‘무언가 문제가 있나?’


기억 속에서는 카르아린이 마룡으로 묘사되었다. 엘프들의 숲을 침략하고 세계수를 파괴하는.

하지만 그가 아는 카르아린은 결코 그런 짓을 벌일 리가 없는 자였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한 인간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


‘그 인간의 수명이 슬슬 다했을 때가 되긴 했지. 초월자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으니.’


루크는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편에 미뤄놓고 검을 휘둘렀다. 어차피 레어에 도착해야 알 수 있는 일이니.


* * *


거대한 공동.

그 중심에 거대한 알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알 주위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는데, 마법진의 꼭지점마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나뭇가지가 박혀있었다.


“아가야...”


붉은 머리를 잔뜩 산발한 채 공간 한구석에 몸을 쭈그리고 있는 여인.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하얀 알만을 향하고 있었다.


여인의 이름은 카르아린.

자간 산맥의 지배자이자 드래곤 중 가장 강하다 알려진 레드 일족. 그녀에게 수심이 감도는 이유는 하나였다.


‘우리 아가를 살려야 해!’


연인과 그녀 사이에서 낳은 알. 그 알의 생명력이 하루가 다르게 쇠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 알이 마법적 시술로 잉태된 생명이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합니다. 카르아린.


그녀의 연인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의 수명은 카르아린의 수명에 비하자면 너무나도 짧았고, 결국 일 년 전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흔적이라도 부여잡고 싶던 카르아린은 갖은 수고 끝에 한 가지 방법을 발견했다.


망자의 영혼을 육신으로 불러들이는 마법. 하지만 카르아린의 욕심은 결코 그의 영혼을 불러오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나의 알에 그의 영혼을 이식한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자웅동체였다. 스스로 알을 낳고 종족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한 종족. 내 알에 그의 영혼을 불어넣어 준다면 평생을 그와 함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카르아린은 즉시 자신의 의문을 행동으로 옮겼다.


스스로 알을 잉태하고 연인의 영혼을 알에 씌웠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했다.


“이럴 수가. 무슨 일이지? 알의 생명력이...”


연인의 영혼이 드래곤의 육신을 감당하지 못한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알의 생명력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방법을 찾아야 해.”


그녀는 수많은 방법을 시도해봤다.

마법으로 자신의 수명을 알에 이식하는 일.

인간들의 신관을 잡아다가 신성력을 퍼붓게 만드는 일.

수많은 생명체의 생명력을 쥐어짜 알에 이식하려는 시도.


“왜 살아나질 않는 거지?”


갖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알은 회복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고심 끝에 생각해 낸 최후의 방법은 하나였다.


“생명력의 근원이라 불리는 세계수. 세계수를 쥐어짜면 알을 살릴 수 있을지 몰라.”


그녀는 세계수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수가 자리한 엘프의 숲에 가기 위해서는 커다란 난관이 자리했다.


세계수의 미로.


세계수의 근처로 가기 위해서는 그 미로를 통과해야만 했다. 그 방법은 엘프들만 알고 있었다. 드래곤인 그녀조차 세계수에 접근 할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법을 찾아야만 해.’


하루가 다르게 죽음의 기운을 풍기는 알이 카르아린을 급하게 만들었다.

세계수의 가지를 얻기 위해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인간 마을을 여행하던 엘프들을 납치해 세계수의 미로를 오가는 길을 심문했다.


“하찮은 엘프야. 세계수로 가는 길을 안내하라.”


“위대한 존재 시여. 어머니에게 가시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네놈들은 알 것 없다. 죽고 싶지 않다면 길을 안내하면 된다.”


“이유를 말해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결코 어머니께 가는 길을 말하지 않을 겁니다.”


카르아린은 위협이 통하지 않자 회유를 시도했다.


“엘프야. 세계수의 가지를 조금만 나누어 준다면 내 이 수많은 금은보화를 너희에게 약속하겠다.”


“어머니의 가지를 겨우 재물 따위에 팔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저희를 죽이십시오.”


하지만 회유도 설득도 엘프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카르아린은 정신마법과 고문을 통해 결국은 길을 찾아냈고, 엘프들의 마을을 습격했다.


엘프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강력한 마법과 위협적인 브레스를 앞세운 카르아린을 막지 못했다.


“제발...”


세계수의 가지를 취해 알에 생명력을 주입하자 기적처럼 알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잠시.


‘도대체 뭐가 문제지?’


세계수의 가지가 시들자마자 알은 그 전보다 더 빠르게 쇠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그녀는 더 자주 더 많이 엘프 마을을 침략하기 시작했다.


카르아린은 어제도 엘프 마을을 다녀온 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수의 가지도 알을 지탱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알이 죽어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 자신의 감지마법을 지나쳤다.


‘날 토벌하기 위한 용사라도 온 걸까?’


하지만 자신은 그대로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아직 자신의 알은 살아있다. 완전히 그 생명을 잃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으리라.


“방어, 결계, 함정, 마비.”


카르아린은 수많은 마법을 인챈트 해놓은 상태에서 침입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찾아온 침입자.


“오랜만입니다. 카르아린님.”


피칠갑을 한 채 걸어오는 스켈레톤 하나. 이백 년 전 미친 마왕과 함께 찾아왔던 스켈레톤이었다.


“그대가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


루크는 의구심에 찬 카르아린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행색을 살폈다. 인간의 형태로 폴리모프 한 그녀의 눈은 퀭하고 안색이 초췌하다. 무언가 일이 있는 모양이로군.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네놈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밝혀라.”


루크는 경계하는 기색이 만연한 카르아린의 뒤로 거대한 알 하나를 발견했다. 드래곤 에그인가? 주위에 마법진이 잔뜩 그려져 있는 게 좋은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


“제안을 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가 보군요.”


“그 이상 접근하지 마라. 내가 참아줄 수 있는 무례는 거기까지다. 스켈레톤.”


확실히 알에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는군. 루크는 그녀의 행동에서 확신을 얻었다. 분명히 그녀의 알에 이상이 있다.


“제안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 전투에 미친 놈은 직접 찾아오면 찾아왔지 말부터 꺼낼 놈이 아니고. 네놈의 개인적인 제안인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네놈의 시시껄렁한 제안을 받아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이만 돌아가 보도록.”


카르아린이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혹시 뒤에 있는 알에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관심 꺼라. 네놈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저는 해결할 수 없겠지만 마왕님이라면 어떨까요?”


“뭐?”


루크는 카르아린의 관심을 끌어왔다고 확신했다. 마왕은 마법으로 지고의 경지에 오른 자. 그라면 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무슨 문제인지 이야기해 보시죠. 제가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와드릴 것이니.”


“네놈이 이유 없이 이렇게 나설 놈은 아니지. 원하는 게 뭐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카르아린님께서 제게 약속 하나만 해주시면 됩니다.”


“무슨 약속 말인가?”


“일단 그건 카르아린님의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들어보기로 하죠.”


카르아린의 눈에 의심이 싹텄다. 기본적으로 마계에 사는 것들은 그 속내가 음흉하기 짝이 없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틈새를 파고들려 부단히 애를 쓰는 것들. 그녀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내 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미 파악한 듯하군. 말장난은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말해라.”


“그렇게 의심하시니 먼저 제 제안부터 말하겠습니다. 카르아린님께서는 용언으로 차후에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맹세를 해주시면 됩니다.”


“부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들어줄 수 없다.”


드래곤이 용언으로 한 맹세는 강제성을 지니게 된다. 자신의 심장을 걸고 하는 맹세이기 때문에, 어기는 즉시 소멸하게 되는 것. 그래서 드래곤은 함부로 용언의 맹세를 하지 않았다.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겠다고 저부터 맹세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에 관한 부탁이니. 밝히기 난처하군요.”


루크가 한 손으로 자신의 두개골을 긁적였다. 분명히 용사와의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 결전은 자신이 용사가 마왕성에 오기 전에 처치한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


‘미리 약속을 밝혀 다른 부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릴 수야 없지.’


루크의 안광이 교활하게 빛났다.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겠다라...”


카르아린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별다른 조치를 더 취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알은 결국 생을 다하고 말 것이다. 갈등하던 그녀의 눈빛이 선명해졌다.


“일단 내 사정부터 밝히겠다. 먼저 나의 연인이 죽은 이후의 이야기부터 하지.”


루크는 카르아린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었다. 그녀가 인간의 혼백을 이용해 알을 얻은 일. 알에 문제가 생겨 세계수를 얻기 위해 엘프의 숲을 습격한 일. 현재 죽어가고 있는 알의 상태까지.


‘과연 카르아린이 마룡이라 불리게 된 이유가 있었군.’


껍데기나 다름없는 알의 수명을 붙들고 있으려면 시도 때도 없이 엘프 마을을 습격해야 했으리라.


“...그리하여 나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방도가 있을 것 같군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루크의 눈이 빛났다. 마왕성 창고에 처박혀 백 년 가까이 쓰지 않고 있던 기물. 방도가 있다는 말에 카르아린이 그의 말을 재촉했다.


“방도가 있다니? 얼른 말해보라.”


“생명의 돌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설마?”


카르아린의 눈이 커다래졌다.


“생각하고 계시는 게 맞습니다. 생명력의 정수라 불리는 그 생명의 돌은 저희 마왕성에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카르아린의 눈동자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세계수의 가지를 탐하기 전. 그녀는 고대 신성 시대의 유물이라던 생명의 돌의 소식을 듣고 애타게 찾았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었다.


“얻게 된 경로를 설명하자면 길지만 그게 궁금하시지는 않으실 것 같고. 먼저 맹세부터 하시죠. 그렇다면 생명의 돌을 드리겠습니다.”


“아니. 생명의 돌을 먼저 가져와라. 그것이 마왕성에 있다는 증거도 없고, 내 알에 효험이 있다는 법도 없으니.”


“그렇게 급하시지는 않으신가 보군요. 저는 카르아린님께서 제안을 거절하면 다른 분을 찾으면 됩니다.”


카르아린은 루크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확실히 여유로운 기색. 더 아쉬운 것은 저쪽이 아니라 이쪽이다. 그녀는 결국 용언을 내뱉었다.


[태초의 근원 앞에 맹세한다. 나 레드 일족의 카르아린은 눈앞의 스켈레톤 루크의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


“좋군요.”


카르아린이 맹세하자 루크의 오른쪽 손목뼈에 맹약을 증명하는 문양이 새겨졌다. 문양을 훑어보는 루크의 안광에 만족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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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정보조직(1) 21.05.16 52 0 12쪽
12 심해의 괴수(2) 21.05.16 57 0 11쪽
11 심해의 괴수(1) 21.05.15 58 1 12쪽
10 첫걸음(6) 21.05.15 71 3 12쪽
9 첫걸음(5) 21.05.14 71 1 14쪽
8 첫걸음(4) 21.05.14 81 1 12쪽
7 첫걸음(3) 21.05.13 9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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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걸음(1) 21.05.12 1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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