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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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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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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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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걸음(3)

DUMMY

“가장 빨리 열리는 경매가 언제지?”


“오늘 밤에 열립니다.”


여관 주인은 경매 일정을 꿰고 있다던 장담이 허언이 아니었는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알겠다. 자, 이건 팁이다.”


사내의 빠른 대답에 기꺼워진 루크가 1실버짜리 동전을 사내에게 던져주자,


“갑사합니다. 손님!”


팁을 잽싸게 챙긴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이며 큰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고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빨리 경매에 참여하게 되었군. 그전에 좀 쉬어둬야겠다.’


아젠타에서 골렘을 잔뜩 부수면서 꽤 피로가 쌓인 듯했다.


루크는 자신에게는 작은 인간용 침대에 몸을 눕혔다.



* * *


눈을 뜨고 창문 밖을 보니 어느새 밤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자신도 모르게 꽤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청했다. 여관 주인이 팁을 받고 한 말이 허언은 아니었는지, 이방 주위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잘못하면 늦겠군."


객실 밖으로 나가기 전 로브를 점검하고 두개골이 보이지 않도록 푹 눌러쓴 다음.

그리고 방문을 나서자.


"손님. 좋은 물건 많이 건지시길 바랍니다!"


카운터를 지키던 여관 주인이 인사를 건넨다. 루크는 가볍게 손을 저어 화답해 주고는 경매장을 향했다.


여관을 나서고 얼마 걷지 않아 수많은 노점상이 늘어진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자. 자. 아젠타 야시장의 명물! 라무스 구이! 천상의 맛을 느끼고 가세요."


"거기 덩치 큰 형님. 검을 쓰시는 것 같은데 여기 한 번 둘러보고 가세요."


야시장의 규모가 꽤 크다. 주입된 기억에 의하자면 용사는 동료들과 함께 야시장을 즐기다가 경매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는 용사와는 달리 인간들의 시장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지금은 특히나 경매가 곧 시작할 시간이라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인간들 사이를 헤집고 걸어가니 간신히 늦지 않고 경매장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경매에 참여하러 오신 건가요?"


경매장 입구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단발머리 여인이 루크에게 물었다.


"그렇다. 혹시 조용히 물건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는가?"


루크의 질문에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런데 손님. 경매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모두 신원 확인이 필요합니다. 로브를 한 번 벗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여인이 죄송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로브를 들춰내 줄 것을 요청했다. 루크는 말로 하지 않았다.

그저 지갑을 열어 1골드짜리 금화를 여인에게 내밀며 말했다.


"경매하는 동안 알아봐 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네. 손님. 무엇을 알아봐 드리면 될까요?"


여인은 신분 확인을 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금화를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상냥한 어조로 되물었다.


루크는 전에 생각나는 대로 그려두었던 마검의 그림을 내밀며 말했다.


"모양은 이렇게 생긴 검이다. 특징은 검 날이 새카맣다는 것이지. 그리고 자루 부분에 핏빛 보석이 장식되어 있다."


루크의 그림을 확인한 여인이 최선을 다해 찾아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좌석표를 내밀었다.


"손님께서 경매를 즐기시는 동안 제가 반드시 찾아놓도록 하겠습니다."


"부탁 좀 하지."


루크는 그림을 자세히 살피는 여인을 두고 경매장 내부로 들어갔다.



그때 먼발치의 골목에서 두 명의 사내들이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장. 저거 덩치 큰 놈이 방금 던진 거 금화 아니었습니까?"


외눈박이 사내가 대머리인 사내에게 물었다.


"저 까칠한 년이 저렇게 굽실거리면서 편의를 봐주는 걸 보면 금화가 맞겠지."


대머리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저거까지 그런데 저 정도 덩치면 거인족이겠죠?"


외눈박이 사내는 루크의 거대한 덩치를 보고 거인족으로 오해한 듯했다.


"저 덩치면 사람일 리는 없고, 거인족 중에는 조금 작은 편이겠군."


대머리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자 외눈박이 사내가 한쪽 눈알을 굴리며 교활하게 웃었다.


“요즘 거인족 노예가 귀족들 사이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던데요. 게다가 레이시안 상단의 경매장에 입장하는 것 보면 돈도 많은 것 같고.”


“거인족이면 힘이 셀 테니 우리 둘로는 무리다. 배에서 애들 불러와. 나는 여기서 놈이 언제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으마.”


대머리가 부하로 보이는 외눈박이 사내에게 명령했다. 외눈박이 사내도 큰 건을 물었다고 생각했는지 신이 나서 포구를 향해 뛰어갔다.


“오랜만에 배에 기름칠 좀 하겠군.”


경매장 입구를 지켜보는 사내의 눈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 * *


경매장 내부로 들어간 루크는 최대한 한적한 자리를 찾았다. 마침 경매장에 온 김에 그의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생각이었다.


루크가 자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매의 진행자로 보이는 사내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자,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첫 경매 물품을 보실까요?”


두 명의 사내가 각기 다른 플레이트 아머(판금 갑옷의 일종)를 입고 나왔다.


“오오! 이런. 첫 상품부터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드워프 히론이 만든 풀 플레이트 아머! 10골드부터 시작합니다!”


스켈레톤 나이트로써 항상 판금 갑옷을 입고 다니는 루크였다. 마음에 드는 갑옷 앞에서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100골드.”


처음부터 경매 시작가의 10배를 불러버리며 루크는 생각했다.


‘해적섬에 관해서는 내일 생각해야겠군.’


* * *


경매는 꽤 만족스러웠다.


루크는 중갑과 검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는데, 쓸 만한 검을 한 자루 챙겼다.

또 처음에 나온 플레이트 아머 두 개까지 낙찰받았다.


"여기 묵고 계신 숙소의 주소를 적어주시면 내일 오전 중으로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중갑이 꽤 무게가 나가는 물건이라 그런지 숙소로 가져다준다고 한다. 루크는 굳이 거절하지 않고 숙소의 양피지에 숙소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어차피 모래까지는 해적섬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도시에 머무를 예정이었다.


물건에 대한 안내를 받고 경매장의 입구로 나오자, 아까 그 단발머리 여인이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검은?"


루크가 묻자 여인은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했다.


"손님. 그런 검은 창고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고 경매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기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간단히 확인을 마칠 생각은 없었다. 이 여인이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


“혹시 내가 창고에 가서 찾아봐도 되나?”


“죄송합니다. 손님. 상단 내부의 인사만 출입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여인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자 루크가 여인의 발치에 작은 주머니를 던져주었다.


툭.


“이런 걸 주셔도 허락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거절을 입에 담으면서도 주머니를 열어 내용물을 슬쩍 본 여인의 태도가 급변했다.


“그럼 안내하도록.”


루크가 손짓하자 여인이 주위를 살피며 주머니를 품속에 감춘다. 그리고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고 경매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왕을 따라다니며 죽은 드래곤들 보물들을 챙겨놓길 잘했군.’


마왕 베르제우스에게 죽은 드래곤만 해도 수십이 넘는다. 마왕은 싸우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따로 레어의 보물을 챙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루크는 마왕의 심부름을 자주 다니며, 인간세계에서 돈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깨달은 상태였다.


마왕이 보물에 관심이 없던 탓에 그 보물들은 마왕성 내 루크의 개인 창고에 보관이 되어 있었다.


잡생각을 하며 여인을 따라 걷다 보니 두꺼운 자물쇠가 걸린 방문 앞에 도착했다.


단발머리 여인이 창고의 문을 열기 전에 루크에게 경고했다.


“지금은 경매가 끝이 난 상황이라 경계가 허술합니다. 하지만 곧 새 물건이 들어오면서 창고를 확인하러 올 테니 얼른 둘러보세요.”


“알겠다.”


여인을 따라간 창고에는 이미 경매가 끝난 터라 남아있는 물품이 별로 없었다.


‘아무리 큰돈을 주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거의 텅 빈 상태가 아니었다면 창고를 보여주지 않았겠지.’


아무래도 창고에 마검과 닮은 검이 없다는 여인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했다. 대충 확인이 끝나서 창고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검 한 자루가 눈에 띄었다.


잡철로 만들어진 자루. 낡아서 균열이 일어난 검집.


경매장의 창고에서 보관되기에는 너무나도 하자가 있는 물건.

그 낡은 검이 그를 부르는 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스르릉


그가 검을 뽑아 들자, 마기를 머금은 듯 새까만 칼날이 자태를 들어냈다.

앞으로 수년은 더 창고에서 썩어야 했을 마검이 루크의 손에 들어왔다.


‘외형이 낡은 탓에 버려지듯 방치되다가 자루와 검집만 바꿔서 용사에게 떠넘기듯 주는 것이었나?’


외관이 이렇게 그림과 전혀 달라서 단발머리 여인이 이 검은 살펴보지도 않은 듯했다.


“이 검. 얼마지?”


루크가 단발머리 여인에게 마검의 값을 물었다.


“그 검은 저주받은 검이라 소문이 나서 아무도 사 가질 않습니다. 그냥 가져가셔도 아무도 모를 겁니다.”


여인은 대수롭지 않은 물건이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루크는 품속에서 보석 주머니 하나를 꺼내 여인에게 던졌다.


“좋은 물건은 그에 맞는 값을 치러야 하는 법이다. 받아라.”


감히 값을 매길 수 없는 검이 루크의 손에 들어왔다.


‘마검을 이렇게 손쉽게 얻게 될 줄이야.’


결과를 강요하는 검.

그가 용사에게 패한 결정적인 원인을 그가 손에 넣었다.


비록, 마검을 각성시키기는 몹시 어렵겠지만 말이다.


* * *


루크가 만족스러운 상태로 경매장을 나섰다. 마검은 이미 그의 허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잠시 서서 마검을 쓰다듬던 루크는 어딘가를 응시하더니, 저 멀리 보이는 야시장으로 걸어갔다.


경매가 끝나고 이제 곧 슬슬 새벽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은 지치지를 않는 듯했다.


아직도 시끌벅적한 거리를 묵묵히 걷던 루크가 한 노점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수레는 얼마지?”


그가 멈춰 선 곳은 각종 수레와 농기구를 파는 노점.


루크는 상인에게 가격을 물었다. 그가 가리킨 것은 특별한 장식이 없는 수레였다. 그저 무거운 것을 잘 나를 수 있을 것만 같은.


“3실버 입니다.”


노점을 정리하던 상인이 자리에 늘어져 있는 각종 농기구를 치우며 답했다.


“이걸로 주게.”


루크는 값을 치르고 수레를 끌며 골목으로, 더 깊고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멈춰선 루크가 뒤를 돌며 말했다.


"네놈들은 누구길래 날 따라오는 거지?"


뒤를 돌자 보이는 건 흉악한 얼굴의 건장한 사내들. 경매장에서부터 슬금슬금 그를 따라오던 자들이었다.


"안녕? 거인족 친구. 우리가 누구냐고?"


대머리 사내가 손도끼를 꺼내 들며 반문했다. 그는 손도끼를 눈으로 슥 훑어보더니,


"누구긴, 이런 사람이지!"


소리를 지르며 루크의 오른쪽 다리를 노리고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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