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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725
추천수 :
29
글자수 :
7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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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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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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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걸음(6)

DUMMY

두 번째 배를 깔끔하게 정리한 루크는 쉬지 않고 본선을 향해 뛰어들었다.

배에 착지한 뒤는 같은 행동의 반복.


덤비는 자. 달아나는 자.

모두 가리지 않고 베었다. 그의 검이 비명에 맞춰 신명 나게 춤을 추었다.


“뒤져라. 이 마물!”


호기롭게 달려든 해적들이 하나, 둘씩 쓰러졌다.


“괴, 괴물이다!”


한 마흔 명쯤 베고 난 뒤였을까? 이제 그에게 맞서고자 덤비는 해적들은 없었다.

대신 해적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두 가지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자신의 운을 믿고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배 안으로 숨어드는 것.


그중에 대다수가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루크는 객실 내부로 향해야 했다. 그가 노리는 것은 해적단의 두목인 라트였기 때문이었다.


'바다에 뛰어든 자들은 구르만이 처리하겠지.'


고개를 돌리자,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해적을 스켈레톤이 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루크는 배의 내부로 들어가는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기 전.


"커억!"


쓰러진 시체 사이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해적 하나를 마저 정리했다.


* * *



빨간 머리 사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시발. 이건 꿈이야!'


밖에서 수하들의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왔다. 그것은 결코 싸우는 소리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살육.


상대는 감히 대적해 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강자였다.


리사르시온 평원의 악몽이라 불리는 자.

스켈레톤 나이트 루크.


전설로만 전해지던 마왕성의 마물이었다.


마물의 정체를 상기하며 사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마왕의 기사라는 그가 도대체 왜 인간계에서 그의 함대를 습격하냐는 말이다.


하지만 마물에 대한 공포심도 사내의 탐욕을 뛰어넘지는 못한 것일까?

사내는 바로 바다로 뛰어드는 자들과 달리 선장실로 뛰어왔다. 살아서 도망친다고 하여도 돈이 없으면 앞날이 막막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젠장! 왜 안 열려?"


운이 없으려니까 하는 일마다 꼬이는 느낌이 든다. 그 와중에 금고의 자물쇠가 말을 듣질 않는다. 그가 자물쇠와 씨름하는 사이 갑판에서 들리던 비명이 잦아들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먼 복도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


잠시 걸음소리가 멈추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으아악!"


항해사 론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정적이 다시 찾아든다.


저벅. 저벅.


다시 걷는 소리가 들린다.

사내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였다. 자신도 모르게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요동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실수한 것일까?

그냥 바로 도망쳐야 했을까?

그랬다면 살 수 있었을까?

아니면 수하들의 배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그냥 포기했어야 했나?


몇 번의 비명성이 더 울리고.


저벅. 저벅.


끼이익.


벌써 옆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흐느끼는 여인의 소리가 들려온다. 옆방에는 루이사가...


"사, 살려주세요. 제발..."


"라트라는 놈. 어디 있지?"


놈이 노리는 것은 역시 나였다.


"옆방에 있어요. 살려주세요!"


루이사 이 개 같은 년이!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알려줘서 고맙군."


푹!


섬뜩한 파육음이 들린다. 자신의 위치를 팔아먹고도 그녀는 살아남지 못한 듯했다.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온다. 사내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지나가라. 제발 딴 데로 꺼져!'


하지만 사내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발소리는 그의 방문 앞에서 멈췄다.


끼이익.


경첩이 마찰하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문이 열린다. 그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거구의 스켈레톤.


"네가 라트인가?"


공포에 질린 사내. 대해적 라트의 귀로 싸늘한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찾는 이유가 뭐요? 협조하면 살려줄 것이오?"


하지만 라트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상대가 자신을 찾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있어야만 한다.


금화, 보석, 배 그리고 수많은 노예.


라트는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라도 내 줄 생각이 있었다.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하면 살려주겠다."


루크가 별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는 톤으로 말했다. 딱히 위협할 생각이 없다는 듯 말이다.


"원하는 게 뭡니까?"


상대의 태도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자, 라트의 말투가 공손해졌다.


"네가 엘프 마을에서 엘프를 잡아 왔단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는 건 세계수의 미로를 통과했다는 말이겠지. 나는 그 미로의 지도를 원한다."


하지만 루크는 라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요구를 했다.


"그건...!"


어디서 말이 새어나간 것이지? 라트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금은보화를 원한다면 그는 기꺼이 상대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정보는 달랐다. 그의 머릿속에 위기를 알리는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만약 지도를 넘긴다면 쓸모없어진 나를 바로 죽이겠지. 끝까지 비밀을 지킨다면 고문을 받을지는 몰라도 살 기회를 엿볼 수 있다.'


결심을 굳힌 라트가 말을 꺼냈다.


"그건 알려줄 수 없소. 차라리 엘프 노예를 원한다면 내가 얼마든지 잡아다 주지. 하지만 지도는 못 넘기겠소."


라트의 결의에 찬 표정을 보며 루크가 피식- 웃음소리를 흘렸다.


“목숨과 지도를 바꾸겠다는 건가? 나는 그렇게 너그럽지 않아.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지. 지도를 내놔라.”


루크가 검 끝을 라트의 목에 가져다 대며 경고했다.


“죽일 테면 죽여보시든지! 대신 날 죽이면 영영 엘프를 잡아 올 방법은 없을걸?”


라트가 독기 오른 눈으로 루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떨리는 그의 손과 발은 그가 아직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말해줬다.


"네놈을 죽이고 다른 해적을 찾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네놈하고 같이 엘프 마을에 다녀온 놈들도 꽤 있을 텐데."


그의 말을 들은 루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분명히 엘프 마을에 같이 간 자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라트 혼자 통과할 만큼 녹록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라트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정보를 다른 놈들과 나눌 것으로 같소? 그놈들은 이미 물고기 밥으로 줬지. 날 죽이면 이제 아무도 세계수의 미로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오."


라트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게는 상대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지 않으면 아까 큰소리를 쳤을 때 이미 자신은 죽었을 터.


‘내가 세계수의 미로를 통과하는 법을 알고 있는 이상 안전하다.’


라트는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루크가 망설임 없이 그의 심장에 검을 찔러넣었다.


"컥!...어째서?"


칼이 박힌 라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루크는 조소하며 그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착각하는 게 있더군. 난 지도가 그 누구의 손에도 들어갈 일만 없으면 돼. 네 말을 들어보니 너를 죽이면 지도는 영영 사라지는 거나 다름 없겠더군."


루크는 그의 숨이 끊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사냥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 "여기 최상품의 엘프 노예입니다. 고객님께서 충분히 만족하실 거라 장담합니다."


노예상이 초록 머리의 엘프를 끌고 와서 말했다.


"다른 엘프는 더 없습니까?"


금발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사내. 시우가 노예상에게 물었다.


노예상인이 대답하려던 순간, 갑자기 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노예상인 뿐만이 아니었다. 용사 시우와 그의 동료들도 그대로 멈추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리고 상인의 옆에 서 있던 엘프가 서서히 투명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말끔하게 사라졌다. 원래 없던 인물인 것처럼.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상인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엘프 노예라니요?"


상인은 갑자기 찾아와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상대가 당황스러웠다.


"이종족 노예는 취급하지 않습니까?"


시우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동료들 또한 의문이 가득한 표정.


"이종족 노예는 취급합니다만, 엘프 노예는 공급이 끊긴 지 십 년이 다 됐습니다. 엘프를 독점 공급하던 해적단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머리를 긁적이며 상인이 말끝을 흐렸다. ]


변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中


* * *


루크는 며칠 만에 돌아온 마왕성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그는 중앙해에서 며칠을 머무르며 라트의 잔당들을 처리했다. 그들의 시체와 배로 구르만이 유령 선단을 만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루크의 노력 덕분에 구르만은 총 20척의 함대를 이끄는 함장이 되었다.


‘구르만이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게 기반은 닦아 두었고. 이제 슬슬 최후의 결전을 함께할 동료들을 모아야 할 시점인가?’


이미 다음 목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그걸 위해 바실로를 시켜 심해 속의 악마를 낚을 미끼를 보관하고 있도록 했다.


마왕의 방을 향해 걷고 있으니 반대편에서 카리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루크는 라트를 죽이고 나가던 중 그의 객실에서 발견한 것이 떠올랐다.


"구르만이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카리나양이 부탁한 것이라면서."


루크가 빛을 받으면 보석처럼 형형색색의 빛을 내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걸 본 카리나의 안색이 밝아졌다.


"혼자 어디 가셔서 며칠이나 안 오시길래 걱정했더니. 이걸 구해오셨군요? 감사해요."


카리나가 반색하며 심해장미를 받아 챙겼다.


"하하. 카리나양이 제 걱정을 하셨다니. 별로 믿기지 않는 소리로군요. 그런데 마왕님은 안에 계십니까?"


"네. 안에서 쉬시고 계세요."


카리나가 심해장미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대답했다.


"마왕님께서 언제 안 쉬고 계신 적도 있었나요?'


카리나의 말에 루크가 의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그가 마왕을 비꼰다고 생각했는지, 미소 짓던 카리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살벌하게 바뀌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마왕님께서는 항상 마계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분이시죠. 하핫."


살기를 감지한 루크가 양손을 휘저으며 황급히 태세를 전환했다.


"다음부터는 말조심 좀 해주세요. 그럼 저는 잠시 급하게 할 일이 있어서."


루크에게 한 차례 경고를 한 뒤, 카리나가 심해장미를 소중히 품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역시 심해장미도 전에 했던 그 쓸데없는 짓을 다시 하려고 구한 건가?"


루크가 볼에 홍조를 띠며 어딘가로 달려가는 카리나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저 표정은 그녀가 쓸데없는 일을 벌이기 전에 짓는 표정과 비슷해 보였다.


"뭐... 마왕님이나 귀찮게 굴겠지."


루크는 자기가 당할 일이 아니었으므로 신경을 끊기로 했다. 그는 그것보다 급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마왕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마왕이 침대 위에서 하릴없이 뒹굴고 있었다.


"뼉다구야 혹여 인간계에 간 김에 강자에 대한 소식 좀 알아 왔느냐?"


루크를 발견한 마왕이 반색하며 물었다.


"다른 일로 바빠서 그건 잘... 그런데 마왕님. 저 마왕성에서 애완 마물 하나 키워도 됩니까?"


루크는 마왕의 쓸데없는 질문을 대충 얼버무리고 본론부터 꺼냈다.


"뼉다구 네놈이 키우고 싶어 하는 마물이라... 흐음. 그거 강하냐?"


마왕이 호기심을 빛내며 물었다. 마왕의 눈동자엔 호승심이 가득했다.


"..."


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를 자랑하는 마왕의 모습에 루크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심해에 있는 그 녀석을 데려오는 일은 좀 귀찮아질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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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정보조직(2) 21.05.17 52 0 12쪽
13 정보조직(1) 21.05.16 52 0 12쪽
12 심해의 괴수(2) 21.05.16 58 0 11쪽
11 심해의 괴수(1) 21.05.15 58 1 12쪽
» 첫걸음(6) 21.05.15 72 3 12쪽
9 첫걸음(5) 21.05.14 71 1 14쪽
8 첫걸음(4) 21.05.14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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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각(3) 21.05.12 16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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