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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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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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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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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심해의 괴수(2)

DUMMY

“한 명은 희생해야 해.”


“그럼 당신이 희생하던가.”


피골이 상접한 이들이 커다란 밀실에 갇혀있었다. 서른 명이 넘는 인원. 그들은 모두 구속마법에 걸려 꼼짝 못 하는 상태였다.

한 사내만이 사지가 자유로운 상태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애들은 더 굶으면 진짜로 죽는다고!”


“난 상관없어. 당신들 자식이지 내 자식이야?”


“이 새끼가 말 다 했어?”


사내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다투기 시작했다.

홀로 구경하던 그 사내는 그들이 서로 다투는 것을 구경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군. 오늘은 희생자가 나오려나?’


사내는 중급 마족. 이 유희를 설계한 자였다.


“베르제. 엄마를 잘 부탁한다.”


베르제우스는 갑자기 들려온 아버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음성에서 그가 무언가를 결단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베르제는 며칠을 굶어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버지. 하지 마세요.”


“여보 안 돼요. 하지마. 진짜로 하지마!”


며칠 내내 굶주린 탓에 기운이 전혀 없던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여보. 아니, 마리야. 사랑해.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베르제우스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말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구속마법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을 버둥거리며 아버지께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


“마리야. 사랑해. 그리고 정말 미안해. 카투스님!”


“아, 아버지!”


아버지는 그들을 구경하던 중급마족의 이름을 불렀다. 베르제우스는 아버지를 애타게 불러 보았지만, 아버지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머니 마리의 울음소리가 서글프게 밀실을 울렸다.


하지만 밀실 내부에 있는 다른 이들은 고개를 돌려 외면할 뿐이었다. 다들 그를 말리지 않았다. 먼저 나선 이를 말리기엔, 그들도 이미 며칠을 굶어 한계에 직면한 상태였다.


“그래. 나를 부른 것은 희생하겠다는 뜻이겠지?”


“아버지 안 돼요! 하지마세요!”


베르제우스의 애타는 부름에도, 어머니의 서러운 울음에도 아버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묵묵히 끄덕였을 뿐.

아버지의 구속마법이 풀리고, 그는 중급 마족을 따라 밀실 밖으로 나섰다.


“아버지...”


닫히는 출입문의 틈 사이로 보이는 아버지의 눈.

그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떠난 뒤, 한참 동안 오열하던 어머니는 결국 기운을 다해 쓰러지셨다.


그날 밤.


며칠간 굶은 밀실 사람들에게 맛있게 조리된 음식이 주어졌다. 비싼 향신료까지 가득 넣었는지 냄새가 밀실 안에 진동했다.


역한 냄새가 말이다.


어머니는 그 음식을 보고는 헛구역질을 내뱉다가, 결국 다시 눈물을 흘리며 혼절하셨다. 소년 또한 그 음식을 결코 먹을 수 없었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마지막 순간 닫히는 문틈 사이로, 아버지는 끝까지 ‘미안하다’라는 단어를 입 모양으로 말하고 하고 계셨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베르제우스의 눈에 허겁지겁 개처럼 고개를 처박고 음식을 먹는 약자들이 보였다.


‘약한 게 미안하다는 건가요? 아버지.’


그들을 바라보던 그는 이를 앙다물고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약한 게 죄라면. 강한 것이 곧 법이라면.


‘내가 그 법이 되겠다. 꼭 여기서 살아남아 강해지겠다.’


강해져서 아버지의 부탁대로 어머니를 지키리라. 소년의 결의로 가득 찬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음날.


“카투스님.”


“오! 그래.”


오전 내내 기운 없던 어머니가 카투스를 불렀다. 그의 음성에는 즐겁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 저도 희생자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도 밀실 밖으로 향했다. 구속마법에 꿈쩍도 못 하는 힘없는 소년의 만류.

그는 아버지에 이어서 어머니도 말리지 못했다.


어제처럼 그날 밤도 소년의 밥그릇에 저녁에는 맛있는 고기반찬이 주어졌지만, 소년은 먹을 수 없었다.

그저 이를 갈며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자들을 노려볼 뿐.


그때 소년의 머리에 기묘한 목소리가 울렸다.


-■□■■ □■?


소년은 망설임 없이 아니, 절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마왕이 눈을 떴다. 졸다가 일어난 그의 표정이 좋지 않다.


“베르제님.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요?”


“아 아. 신경 쓸 것 없노라. 카리나야. 짐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도다. 그런 건 짐이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


카리나는 마왕의 말에도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그의 안색을 살폈다. 마왕은 항상 이 도시 근처만 오면 저기압이었다. 이게 다 저 해골 놈 탓이다.


그녀의 눈에 인간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해골이 보였다.


“인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몇 시간째 낚싯대를 흔들어 대도 전혀 반응이 없지 않나.”


“루크님께서 잡으시려는 것은 그냥 문어가 아니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루크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조아리는 대머리를 흘겨보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루크가 말했다.


“준비된 미끼를 가져와라.”


“네? 하지만 그들을 쓴다고 해도....”


“너도 미끼가 되고 싶은 건가?”


루크의 목소리가 싸늘해지자, 바실로는 입을 다물었다. 모르는 자들 셋을 위해 자신이 목숨을 걸고 설득할 수는 없는 일.


“얼른 데려오겠습니다.”


루크는 바실로가 선 내의 감옥으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그에게 마왕이 물었다.


“뼉다구야. 아직도 멀었느냐? 크고 강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왔더니 짐을 지루하게 만드는구나.”


“이번엔 확실하게 준비했습니다. 쫌만 더 기다리시죠? 마왕님.”


“한 시간만 더 기다려 주겠노라.”


“알겠습니다.”


루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루크님.”


“왜 그러십니까 카리나양?”


“서둘러주세요.”


“알겠습니다.”


루크는 대답하며 카리나의 안색을 살폈다. 마왕만을 걱정한다기엔 그녀 역시 안색이 좋지 않다.


‘둘 다 이 도시에만 오면 예민해진다는 말이지.’


카리나의 태도로 보아 뭔가 아는 것이 있는 듯한데, 물어도 대답해 주지는 않는다.


“읍!”


“으으읍!”


잠시 고민하던 루크의 귀에 인간들의 소리가 들렸다.


“루크님. 끌고 왔습니다.”


“그럼 낚싯대에 매달아라.”


“예!”


바실로가 사내들을 끌고 배 한편에 마련된 굵은 나무 기둥 쪽으로 향했다.


“으읍!”


“시발! 가만있어.”


결박된 채 재갈을 문 사내들이 반항했다. 하지만 바실로는 사내들을 발로 차며 나무 기둥을 향해 끌고 갔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를 낚싯줄 역할을 하는 밧줄에 묶었다.


“그럼 내릴까요?”


바실로의 물음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풍덩!


바실로가 한 명의 사내를 바다로 처넣었다. 그러자 옆에 묶여있던 해적들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바실로가 주먹을 휘두르며 말했다.


“가만있으랬지?”


루크는 바실로가 사내들을 구타하는 것을 구경하다 기척에 집중했다. 그러자 바닷속에 던져 넣었던 미끼의 기척이 사라졌다.


“왔다. 둘 다 넣어봐라.”


“예?”


“둘 다 던지라고.”


루크의 명령에 바실로가 나머지 해적 두 명을 바다에 발로 차서 넣었다.


풍덩!


사내들이 물속에 빠진 즉시, 그들에게 다가가는 거대한 기척 하나.


루크는 검을 뽑았다.


“인간. 물러서라.”


루크는 바실로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고 바다를 향해 검기를 마구 뿌렸다.

하지만 물속에 있는 그것은 믿을 수 없는 몸놀림으로 모든 검기를 피했다.


“피해?”


루크는 검기를 수월하게 피하며 유유히 깊은 심해로 달아나는 크라켄이 느껴졌다. 그의 검에 검은 안개가 서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피해 봐라!”


그가 휘두른 검에서 뻗은 시커먼 검기가 파도를 조각내고 크라켄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물속에 숨은 크라켄에게는 효과가 없는 듯했다.


“뼉다구야. 답답하게 굴지 말고 비켜보거라.”


마왕은 검이나 깔짝깔짝 휘두르는 루크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처음 만들 때 스켈레톤 나이트가 아니라 리치를 만들었어야 했나?


“마왕님. 제가 하겠습니다. 저건 죽이면 안 돼서.”


루크가 바다에 검기를 날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마왕은 자신의 마나를 허공에 풀기 시작했다.


“마왕님. 죽이시면 안 됩니다!”


갑자기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에 루크가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허공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진다.


그러더니 거대한 먹구름들이 생겨나며 맑았던 하늘을 새카맣게 물들였다.


“우뢰!”


마왕이 시동어를 외치자, 하늘 가득한 먹구름 속에서 수많은 뇌전이 쏟아져 내렸다.


“마왕님. 여기는 바다입니다만!”


다급하게 소리치던 루크의 시선이 바실로에게 시선이 닿았다.


“이런 멍청한 놈!”


“예?”


루크는 상황 파악을 못 한 바실로를 잡아챘다. 그리고 마왕이 카리나를 보호하기 위해 쓴 실드 내부로 던져넣었다.


“크아악!”


그 뒤에 곧바로 느껴지는 강력한 전류. 루크의 철제 군화를 타고 전류가 강력하게 전도됐다.


‘언제 한번 겪었던 적 있는 일 같은데...’


고통 속에서도 느껴지는 기시감. 먹구름이 걷히고 뇌전이 끊긴 것은 수 분 뒤였다.


“마왕님. 해상에서 전격 마법을 쓰시면 어떡합니까?”


“모두 무사하지 않느냐? 짐이 네놈이 던진 인간 놈도 살려 두었느니.”


마왕은 뭐가 문제냐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기울인다. 그리고 다시 따지려는 루크에게 말했다.


“저것 보아라. 짐이 쓴 마법의 효과가 탁월했도다.”


마왕의 말에 흥분해 있던 루크가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렇긴 하군요.”


그는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섬을 연상시킬 만큼 거대한 문어가 바다 위로 그 자신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쾅!


거대한 촉수로 배의 갑판을 후려쳤다. 배가 금방이라도 뒤집어 질듯이 거세게 흔들렸다.


“되도록 흠집 없이 가져가고 싶은데.”


루크는 검을 만지작거리며 크라켄을 지켜봤다. 검으로 베면 다리 몇 개는 잘려 나갈 텐데. 그는 고심했다.


빠드득.


그가 고민하는 동안 크라켄의 다리가 범선을 휘감기 시작했다.


“거대하고 강력하도다. 짐의 정원에 살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냐 카리나야?”


“베르제님. 하지만 저것은 너무 징그러운데요?”


카리나는 꿈틀거리는 크라켄의 다리들을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것을 놓아둘 곳은 그녀가 관리하는 정원에 만든 호수. 자주 마주치기엔 여성체로서 뭔가 강한 거리낌이 든다.


“카리나야. 네가 싫다면 그냥 죽이고 돌아가자꾸나.”


마왕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이 향하는 방향에 있는 것은 크라켄.


“마왕님! 안 됩니다. 제발!”


루크가 마왕을 말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용사 파티는 용사를 제외하고 모두가 여자. 존재 자체가 여성체에게 상성이 좋은 크라켄을 놓칠 수는 없었다.


“죽어라.”


하지만 마왕의 손바닥에서 이미 강력한 마력파가 발사된 뒤였다.


쾅!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고 사방에 물방울이 튀어 물안개를 이뤄 시야를 가렸다.


“재밌군.”


마왕이 물안개 너머를 쳐다보며 흥미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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