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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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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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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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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자각(3)

DUMMY

루크는 대신관과 어린 용사가 만나고 있을 폐허가 된 마을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나를 농락하려는 그 누군가에게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줘야겠지.


* * *


사제가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들은 다른 마을도 이렇게 사라졌으면 좋겠느냐?”


사제의 질문에 두 아이가 고개를 젓는다.


“그럼 나와 함께 가자꾸나. 마왕을 벌할 힘을 여신께서 너희에게 주시리라.”


대신관과 신탁을 받은 아이들이 대화를 나누던 그때.

저 멀리 산의 초입부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빼곡하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등장한 것은 붉은 중갑을 입은 스켈레톤 나이트.


“마물이다!”


“대신관님을 보호하라!”


그것을 발견한 성기사들이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들며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켈레톤 나이트를 자세히 살펴본 성기사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설마...”


한 성기사의 입에서 탄식이 쏟아진다.


"그럴 리가 없어! 그자는 결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또 다른 성기사는 무언가를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그때 가이아 성기사단의 부단장 직을 역임하고 있는 베테랑. 베른 경이 소리쳤다.


"다들 얼빠진 소리 그만하고 상대에게 집중해라. 어차피 우리에게 승산은 없으니. 다만 우리는 목숨을 바쳐 대신관께서 아이들을 데리고 빠져나가실 수 있는 시간을 번다."


담담한 그의 음성이 오히려 그들에게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그들 앞에 다가오는 저 스켈레톤 나이트는 마왕성의 문지기 루크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희가 버틸 수 있겠습니까?”


베른에게 그의 수하인 성기사가 물었다. 하지만 베른은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지 못했다.


* * *


마왕을 따라다니는 2미터가 훌쩍 넘는 거구의 스켈레톤 나이트. 루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수백 년 전이었다.


수백 년 전, 현 마왕이 마계의 모든 강자를 짓밟고 마왕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마왕 베르제우스는 극심한 권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제 마계에선 그에게 도전하는 강자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왕은 그 권태를 잠시나마 환기하기 위해 마계 밖의 강자들로 시선을 돌렸다.


각 이름난 모험가들부터 도시국가의 영웅들과 각 지역의 패자로 군림한 초인들을 지나, 엘프 여왕, 드래곤에 이르는 인 외의 존재들까지.


마왕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단신으로 강자를 찾아다니던 마왕은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수많은 국가가 멸망했고, 대륙 곳곳의 지형들이 뒤틀렸으며 반수가 넘는 드래곤들이 죽어 나갔다.

가끔 그와 맞서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를 이긴 것이 아니라, 그의 인정을 받은 자들이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이라니! 그대는 짐이 인정한 강자이도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한 번 더 즐거운 전투를 기대해도 되겠는가?'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얼마 존재하지 않았다.

마왕을 만족시킬 만한 진정한 강자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마왕의 손에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런데 마왕이 인지할 만한 강자는 대부분 각 국가나 종족의 중요한 위치에 있던 자들이었다. 즉, 한 국가의 왕이거나 종족의 수장이었으며 대륙의 영웅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마왕의 기이한 행보에 위협을 느낀 수많은 국가와 종족이 연합하였다.

오로지 마왕 하나만을 저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마왕이 인간계를 방문할 때마다 연합군이 귀신같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마왕이 원하는 일은 강자와의 싸움.

약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날파리들이 귀찮게 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계에 방문할 때마다 어떻게 알고, 몰려오는 조무래기들을 학살하는 것도 귀찮은 일.

마왕은 자신이 강자와 즐기는 동안 저들을 치워줄 무언가의 필요성을 느꼈다.


때마침 그에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드래곤의 사체가 눈에 들어왔다.


“짐이 명하느니. 나의 기사여. 일어나라!”


마왕이 사령의 주문을 사용하자 드래곤의 사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드래곤의 가죽을 찢고 등장한 거대 스켈레톤.


“부르셨습니까? 나의 왕이시여.”


그것은 마왕이 만족할 만큼 충분히 강한 수하였다.


“너의 이름은 루크. 나를 귀찮게 하는 벌레들을 처리하는 자이니라.”


루크가 처음 등장한 곳은 리사르시온 평원.

그곳에서 검 한 자루를 든 스켈레톤은 홀로 연합군의 피로 평원을 붉게 물들였다.


마왕성의 문을 앞에서 수많은 용사와 영웅들을 좌절시킬 해골 기사의 탄생이었다.


* * *


"베른경. 어린 용사를 위해 최대한 버텨주시게!"


대신관이 어린 소년을 말 위에 올려주며 말했다. 로만 신관은 소녀를 맡았다.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버티겠습니다. 빨리 떠나십시오. 대신관!"


부단장 베른의 목소리가 결연하다.


"이들에게 가이아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대신관이 마지막으로 말 위에 올라타며 그들에게 축복을 걸어주었다. 은은한 빛이 그들의 몸을 감싼다.


“이랴!”


대신관과 신관 로만이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말의 고삐를 챘다.

여유롭게 걸어오던 루크가 제자리에 멈춰 섰다. 천천히 뽑아드는 검. 그의 검 앞에 이미 거리라는 것은 무의미했다.


그의 검이, 대신관의 말이 뛰기 시작하는 그 순간, 횡으로 그어졌다.


휘익!


날카로운 기운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르며 말을 향해 쇄도한다.


촤아아!


하지만 그 검격은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베른의 검에 가로막혀 폭발한다.

실험 삼아 검기를 뿜어본 것이 옳았다.


'내 검기를 고작 인간 따위가 받아내다니.'


그동안 마왕성을 찾아왔던 수많은 용사. 그들조차 그의 일검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무너져왔다.

겨우 일개 성기사 따위가 저리도 가뿐히 막아낼 검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대신관과 용사가 타고 있는 말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멀어진다.

역시나 말이 낼 수 있는 속도도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버틸 수 있는 속도도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대신관이 떠나자 성기사들의 안구가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치 하나하나가 마계의 귀족들을 연상시킬 만큼 강대하다.


'나의 가설이 맞았다. 원작을 지키려는 초월적인 무언가의 개입이 있다.'


루크가 결론을 내린 순간, 그의 시야에서 성기사 하나가 자취를 감춘다.


챙!


순식간에 공간을 도약해 날아온 성기사의 검을 루크가 막아낸다. 그리고 왼쪽으로 파고드는 검을 몸을 비틀어 흘려냈다.


그의 사방을 어느새 여덟의 성기사가 빈틈없이 포위하고 있다. 그리고 성기사들의 검에 일렁이는 하얀 불꽃.


오래전 그가 죽였던 신의 축복을 받은 성기사 카인. 그에게서만 볼 수 있었던 신의 흔적이었다.


"으아아아아!"


성기사 하나가 괴성을 내지르며 검을 휘두른다. 그의 눈에서 악명의 주인에게 대항한다는 공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이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검이 루크의 목뼈를 당장이라도 절단해버릴 것처럼 살벌한 파공성을 울리며 날아든다. 루크는 그것을 막기보다는 한 발자국 물러서 피하는 것을 택했다.


커다란 동작은 반드시 그만큼의 커다란 빈틈을 드러내는 법.

루크의 검이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는 물고기처럼 그 빈틈을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성기사는 그자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그를 뒤따른 동료가 루크의 검을 받아낸다. 그와 동시에 루크의 옆구리를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또 하나의 검.


'검을 회수해 막기엔 너무 늦는다.'


위기의 순간, 루크는 스켈레톤의 강점을 활용했다.


찔러 들어온 검이 중갑을 종잇장처럼 찢고 관통한다. 하지만 그 검이 뚫은 것은 말 그대로 중갑 뿐.

검은 루크의 갈비뼈 사이 빈틈을 훑고 지나갔다. 그 순간 루크는 그 검을 쥔 성기사의 손목을 자신의 왼손으로 잡아챘다.


그리고 손목을 붙잡혀 움직임이 제약된 성기사를 오른손에 쥔 검으로 베어 낸다.


하나의 성기사를 처리했음에도 그에게 여유는 없다. 동료의 죽음을 기회로 삼아, 그의 다리와 머리를 노리고 두 개의 검이 날아들었다.


왼쪽 다리를 노리는 검을 다리를 들어 피해낸다. 그와 동시에 머리를 베는 검을 자신의 검으로 맞받아친다.

뒤통수를 노리며 은밀하게 찔러 들어오는 검을 고개를 비틀어 피하고, 검을 역수로 고쳐 쥐어 후방을 찌른다.


"으억!"


비명과 함께 따끈한 액체가 그의 발밑을 적시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상대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할 시간은 루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백광을 뿜어내며 살벌하게 날을 세운 검이 그를 당장이라도 양단 낼 듯 찍어 내려온다.


‘간격을 벌린다면 안전하게 피할 수는 있겠지만, 반격할 기회를 잃는다.’


루크는 물러서기보단 파고드는 쪽을 택했다.


루크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순식간에 상대의 간격 안쪽보다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검을 쥐고 내려찍는 자의 손목이 향하는 동선에 자신의 어깨를 가져다 댄다.


뿌득!


손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살벌하게 루크의 청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루크는 냉혹하게 왼손으로 그자의 흉곽을 잡아 뜯었다.


“으아아아!”


철갑을 짓이기는 악력에 의해 갈비뼈가 으깨지며 육편이 뜯겨 나갔다. 오른쪽 흉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성기사의 한쪽 폐가 기능을 상실했다.


하지만 적 하나를 죽이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했다. 그의 후면이 상대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하지만 루크는 이미 붙은 가속을 이용해 그대로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이렇게 바닥을 구르는 자세는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들이 잘 하지 않는 동작이었다.


'볼썽사나운 자세를 하기 싫다고 죽어버리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지.'


루크의 몸통이 위치 해있었던 자리를 두 개의 검이 동시에 가르고 지나갔다.

회피에 성공한 루크가 돌아서 자신의 뒤에 자리해 있는 나머지 성기사들을 경계하는 순간.


그들의 눈에 이지가 돌아온다.

그들의 호흡이 가빠진다.

그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무슨?'


마치 광폭화가 풀린 광전사를 보는 듯한 모습. 초월적인 검객의 모습을 보이던 성기사들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아예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자들도 있다.


'대신관과 용사는 어디에?'


눈앞에서 숨을 몰아쉬는 성기사들은 이제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갑자기 성기사들을 초인으로 만든 힘이 거두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기척이 사라졌군.'


비정상적으로 빨리 달리는 말과 그 위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두 신관과 어린아이들. 그들이 루크의 감지 영역에서 벗어난 순간 힘이 거두어진 것이다.


마치 이 이상은 버틸 필요가 없다는 듯이.


'이딴 엑스트라들은 죽어도 상관이 없다 이건가?'


자신의 기억을 되살린 그 누군가는 주요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했다. 성기사들 정도는 가볍게 버리는 말로 쓸 정도로.


이미 움직일 힘을 잃고 주저앉아 몸을 떠는 성기사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검을 쥔 그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하지만 이것이 이야기가 바뀌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평야가 밝은 빛으로 물들었고, 탈진해 있던 성기사들의 머리가 한 번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여덟 구의 시체가 흩뿌린 피 웅덩이 위에 서서 루크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용사가 향했을 신성도시 가이움이 위치한 방향을 말이다.


* * *


[신성 도시 가이움의 동쪽 성문 뒤편.


수많은 사람이 대신관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데려올 신탁의 용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새로 오실 용사님은 어떤 분이실까?”


한 시민이 궁금증을 드러냈다.


“여신님께서 선택하신 분이신데 어떤 분이시든지 환영해 드려야지.”


“나는 오시면 지나는 길에 뿌려드릴 꽃가루를 챙겨왔네.”


“자네도? 나는 폭죽을 가져왔지. 축제에 폭죽이 빠져서야 쓰나?”


모든 시민이 양손 가득 오늘 열릴 용사환영 축제에 쓸 물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던 도중 모든 시민이 멈췄다. 아니 세상이 멈췄다.


축제를 위해 준비되던 노점상들은 추모식을 위한 검은 천막으로 바뀐다.

시민들이 양손 가득 들고 있던 물건들이 죽은자들을 위한 백합 한 송이로 변한다.


결정적으로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시민들의 표정이 비탄과 슬픔이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변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베른 경께서 돌아가셨다면서?”


한 시민이 침중한 얼굴로 고개 숙인 채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다.


“베른 경뿐만이 아니야. 같이 가셨던 성기사 분들 모두....”


그때, 성문이 열리며 경비병이 소리쳤다.


“대신관께서 귀환하셨다!”


말을 탄 신관 둘이 각각 품에 아이들을 안은 채.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온다.


성문 앞에 있던 시민들은 조용히 말이 지나가는 자리에 백합 한 송이를 던져두었다.]


변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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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정보조직(2) 21.05.17 52 0 12쪽
13 정보조직(1) 21.05.16 53 0 12쪽
12 심해의 괴수(2) 21.05.16 58 0 11쪽
11 심해의 괴수(1) 21.05.15 59 1 12쪽
10 첫걸음(6) 21.05.15 72 3 12쪽
9 첫걸음(5) 21.05.14 72 1 14쪽
8 첫걸음(4) 21.05.14 82 1 12쪽
7 첫걸음(3) 21.05.13 94 0 11쪽
6 첫걸음(2) 21.05.12 108 1 12쪽
5 첫걸음(1) 21.05.12 123 1 12쪽
» 자각(3) 21.05.12 163 1 13쪽
3 자각(2) 21.05.12 191 3 13쪽
2 자각(1) 21.05.12 250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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