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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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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308

작성
21.05.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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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심해의 괴수(1)

DUMMY

마족.


대륙 서부의 마기가 가득한 지역인 마계에 살아가는 이종족.

마계는 몹시 환경이 척박하고 메마른 땅이었다.

이 때문에 그 지역에 사는 마족들은 남의 것을 빼앗고 약탈하는 삶에 익숙했다.


여기서 보통 수탈당하는 것은 약자. 마계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이런 삶 속에서 세월이 흐르며 마족들의 취향은 점차 고정되었다.


큰 것.

화려한 것.

강한 것.


마족의 정점인 마왕들은 대대로 마왕성으로 자신들의 위엄을 드러내고자 했으니.

마왕성은 몹시 거대한 구조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거대한 마왕성의 넓이에 비례한 거대한 정원 앞.


한 마족과 한 마물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뼉다구야. 그래서 네놈 말은 짐의 정원에서 그 애완 마물이라는 것을 키우고 싶다는 것이냐?"


마왕이 끝도 없이 펼쳐진 거대한 정원을 둘러보며 물었다.


"제가 마왕성에 거주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여기에서 키워야겠죠? 아무래도 덩치가 좀 있는 녀석이라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만."


루크가 고심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크다? 마왕성에서 키워도 짐의 위엄에 손상이 가지 않을 만큼 거대한 놈인가 보구나."


마족답게 크고 강한 것을 선호하는 마왕이었다. 데려올 녀석이 덩치가 있다는 말을 듣자 관심을 보였다.


"제가 마왕님이 인정하지 않을 만큼 약한 것을 성으로 데려올 리가 없지 않습니까?"


마왕이 흥미를 보이자 루크가 강함을 언급하며 쐐기를 박으려 시도했다.


"믿어 보겠노라. 그러면 짐이 이곳에 연못을 하나 만들어 주면 되겠느냐?"


효과는 굉장했다. 마왕은 이미 그것을 키우기로 결정을 내린 듯 보였다. 하지만 루크는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마왕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마왕님의 위엄에 걸맞은 크기라 하지 않았습니까. 최소 호수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지요. 그것도 좀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루크는 더 큰 부지를 요구했다. 사실 루크도 데려오기로 한 녀석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일단 좁은 것보단 넓은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 정도로 크다니 훌륭하도다. 그런데 정원에 그 정도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면 카리나가 화를 내지 않겠느냐?"


마왕이 한쪽 눈을 찡그리며 걱정을 표했다. 마왕은 카리나가 소중히 가꾼 정원을 건드리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마왕님. 걱정은 약자들이나 하는 것이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일단 저지르시죠. 위치는 저기가 좋겠습니다."


루크가 마왕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을 되돌려주며 손가락으로 지면을 가리켰다.


"알겠도다. 대신 카리나에게는 뼉다구 네놈이 말을 꺼내도록 하라."


마왕은 찜찜한 표정을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루크가 원하던 지점을 향해 마력을 쏟아부었다.


"폭발하라!"


시동어와 동시에 거대한 열폭풍과 함께 사방으로 충격파가 흩날린다. 그 폭풍에 휘말려 마왕성의 유리들이 터져나가고, 정원의 나무와 꽃들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


그리고 보이는 난장판이 된 정원과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보이는 거대한 구덩이.


"이, 이건...좀."


‘큰일났다.’


루크는 당황했다. 분명 호수를 만들 만큼 깊고 넓은 구덩이가 생기기는 했다. 하지만 카리나가 애써 가꿔온 정원 전체가 난장판이 되고 말랐다.


그녀가 마왕에게 화를 낼 가능성은 없으니, 그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올 터였다. 이걸 어쩐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했다.


"뼉다구야. 네놈이 해달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니었느냐?"


마왕이 고개를 기울이며 루크를 쳐다봤다. 루크의 태도를 보니 이런 것을 원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닌건 아닌데...좀 다릅니다."


루크가 두개골을 긁적였다. 그때 내성에서 한 여인이 황급히 달려 나왔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성의 모든 잡무를 담당 중인 메이드.

카리나가 몹시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물었다. 그녀가 매일매일 소중히 가꿔오던 정원이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마왕님과 산책을 하기 위해 가꿔 놓은 산책로가...’


그녀는 박살이 난 정원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카리나야. 혹시 화가 난 것이냐? 짐이 실수라도 한 게야?"


카리나가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고 있자, 마왕이 조심스레 카리나의 표정을 살폈다.

마왕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자 카리나가 억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마왕님. 잘하셨어요. 원래 이번에 정원을 좀 다시 꾸며보고 싶었는데, 마왕님 덕분에 수고를 덜었어요."


하지만 분노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감추지 못한 듯했다. 그때 카리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이 사건의 원흉일 것이 분명한 뼈다귀 놈이었다.


"휴. 다행이군요. 생각보다 정원이 많이 망가져서 걱정했는데 원래 이럴 생각이셨다니."


루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을 듣은 카리나가 한 손으로 머리를 거세게 헝클었다.


"마왕님께서 갑자기 왜 이런 일을 하셨나 했더니 루크님 덕분이었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카리나의 감사 인사 사이에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루크만의 착각은 아닌 듯했다. 루크에게 보이는 카리나의 말아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어, 음. 정원 공사를 할 때 제가 꼭 도와드리고 싶군요."


카리나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루크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됐어요."


하지만 대답하는 카리나의 눈초리가 아직도 매서웠다.


"뼉다구야. 그래서 그놈은 언제 잡으러 간다는 것이냐?"


마왕이 잔뜩 위축된 루크를 한심하다는 감정이 담긴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만 준비할 것이 있어서."


루크는 카리나의 매서운 눈초리를 피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더 있다가는 카리나의 날카로운 발톱에 할큄을 당할지 몰랐다.


* * *


대륙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가 어디냐? 라고 묻는다면 모두 중앙해의 상업 도시 라르젠이라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항구도시가 어디냐? 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바로 마계와 가장 근접한 도시 레그니차라 말할 것이다.


레그니차는 마신의 결계가 멀리서 보일 정도로 마계와 가까웠다. 그 때문에 여기를 경유하는 배는 마물 드물게는 마족까지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따라서 상인들은 많은 모험가나 용병들을 고용해야만 했고, 거친 이들이 머무는 레그니차의 치안은 언제나 불안했다.


특히, 주점이나 여관에서는 더욱 그랬다.


"시발!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니냐?"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사내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자 욕부터 내뱉었다. 퇴역 군인이던 그는 싸움에는 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사과를 해야 할 상대는 묵묵부답. 사내는 더욱더 험악하게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상대의 안면을 살핀 순간,


"마, 마족?"


사내의 눈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보였다. 붉은 눈동자는 마족의 상징. 그 남자의 얼굴에 불쾌함이 드러났다.


‘좆됐다.’


사내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직감했다. 재빨리 바닥에 엎드려 잘못을 빌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뵙고."


"마왕님. 이 무례한 인간을 카리나가 처리하고 와도 될까요?"


"그러도록 하거라. 카리나야."


감히 마왕에게 접촉하는 실례를 범하고도 욕설까지 한 인간이었다. 마왕이 허락하자 카리나는 사내의 입을 틀어막고 인적이 끊긴 골목으로 끌고 갔다.


"뼉다구야. 역한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참기가 힘이 드는구나."


마왕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루크의 말에 혹해서 따라오기는 했지만, 이 도시는 특히 짜증을 참기 어려웠다.


"죄송합니다. 마왕님. 곧 안내하기로 한 인간이 나올 겁니다."


루크가 말하는 순간, 저기 멀리서 뛰어오는 대머리의 사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내의 이름은 바실로.

며칠 전 하급 마족 구르만의 계약자가 된 사내였다.


"루크님. 옆에 분은?"


뛰어오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며 바실로가 의문을 표했다.


"감히 네놈 따위가 알아도 될 분이 아니다. 준비는 시키는 대로 다 해놓았겠지?"


루크는 바실로의 의문을 무시하고 본론부터 꺼냈다. 인간 마을에서 더 지체했다간 마왕이 짜증을 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예. 준비해 놓았습니다. 안내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바실로가 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바실로는 곧바로 배가 있는 바다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런 약한 것하고는 언제 교분을 나눈 것이냐?"


"저번 외출 때 잠시 제 길 안내를 맡겼던 놈입니다. 일단 가시죠."


마왕이 묻자 루크는 간단히 둘러대며 바실로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는 바다로 향하는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간의 기척과 마족의 기척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마족들이 이곳에 자주 방문한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보군요?"


루크는 수십이 넘는 마족들이 인간들과 공존하며 생활하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마왕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들은 약하기 때문에 인간계까지 쫓겨난 하급 마족일 뿐이니라."


약간의 씁쓸함이 담긴 마왕의 목소리에 루크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태도.

그는 마왕에게 술에 취한 인간이 와서 부딪혔을 때, 이 도시가 마왕의 손에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마왕이 유년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했지?’


분명히 마계 공작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로 오고 난 뒤, 마왕의 태도가 평소보다 날이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왕님께서도 이 도시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루크가 마왕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물었다.


"...."


루크의 질문에 마왕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마왕의 붉은 눈동자에 담긴 기운이 서늘했다.


"실언했습니다."


루크는 마왕의 심기가 불편해졌음을 느끼고 즉시 사과했다.


“됐노라. 짐이 이곳에 살던 하급 마족 출신인 것은 사실이느니. 하지만 이제 짐은 이렇게나 강해졌도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왕은 도시의 한 건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건물을 바라보는 마왕의 시선에서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루크는 궁금해졌다. 그와 마왕이 같이 지낸 기간이 수백 년에 이른다. 하지만 마왕은 한 번도 자신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고민에 빠져 걷고 있는 동안.

골목으로 취객을 끌고 갔던 카리나가 어느새 마왕 곁에 따라붙었다.


루크는 카리나와 마왕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힐끔 쳐다본 뒤 바실로에게 물었다.


"미끼는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 거지?"


"오늘은 그냥 주변 탐색만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근처 건물 하나를 빌려서 거기 두었습니다."


마왕이 불편해하는 도시에서 굳이 오래 있을 필요는 없지. 루크는 최대한 빨리 그 녀석을 잡고 마왕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바로 미끼를 써야겠으니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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