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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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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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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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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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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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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자각(1)

DUMMY

현 마왕. 베르제우스 라 디스트리녹스 3세.


-역대 최강의 마왕.

-세계를 멸망에 이르게 할 대 악마.

-마도의 정점에 도달한 자.


이외에도 그를 수식하는 별칭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를 수식하는 어구들만 모아도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 그가 현시점의 최강자임을 부정할 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족들은 강함에 매료되는 종족. 강자의 곁에 머무르고자 하는 욕구는 그들의 본능이다. 당연하게도 마왕성은 마족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장소 1위.


하지만 마왕 베르제우스의 성에서 지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마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짐의 마왕성에 약한 것들은 필요 없느니라! 다 꺼지거라. 약한 것들이 주위에서 알짱거리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도다!"


그 이유는 그의 병적인 강함을 향한 집착에 있었다. 강함 이외의 가치는 모조리 부정하는 자.


그것이 마왕 베르제우스였다.


그에게 약한 것은 죄였다.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따라서 현재 마왕성의 거주민은 그를 포함해 단 셋. 그중에 마족은 마왕 단 하나. 나머지는,


"베르제님. 카리나가 쿠키를 구워 왔어요. 드셔 보세요."


메이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분홍 머리의 고양이 수인 카리나와.


"마왕님께서 이미 다 내쫓으셔서 이젠 저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만, 그럼 저도 꺼지면 되겠습니까?"


자주 있던 마왕의 발작에도 빈정거리는 마물. 스켈레톤 나이트 루크 뿐이었다.


* * *


마왕성의 경비를 총괄하는 자리.

마왕성 경비대장.


허나, 말만 경비대장일 뿐. 사실 경비대에 속해있는 마물은 루크 혼자였다.


즉, 사실상 마왕성의 문지기나 다름없는 자리라는 것.


하지만 마왕성에 거주하는 자는 단 셋뿐이었고, 역대 최강이라는 마왕에게 도전하려는 겁 없는 자들은 많지 않았다.

성에 출입하는 자가 없다면 가장 한가로운 직책은 단연코 문지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도 루크는 한가롭게 자신의 방에서 판금 갑옷들을 닦고 있다.


"흐음, 간만에 빨간색 판금 갑옷을 입고 나갈까?"


루크는 두개골을 긁적였다. 그가 무슨 갑옷을 입고 나갈지 고민하게 된 이유. 그것은 바로 한 가지 소문이 마왕성까지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로디아라는 마을에 용병왕이 정착했다.


드래곤에게서 맞서고도 살아남았다는 용병들의 전설. 그가 드디어 고향 마을에 정착했다는 소문.


마왕은 모든 일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자였다. 어떠한 일이든 귀찮아하고, 항상 자신의 방 침대에서 카리나의 시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권태의 상징과도 같은 마왕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일이 딱 하나 있었으니.


"뼉다구야! 아직도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이냐?"


방문 밖에서 그를 재촉하는 마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강자와 피가 쏟아지는 전투를 벌이러 가는 일. 용병왕의 소식을 전해 들은 마왕의 목소리가 몹시 들떠있었다.


"루크님은 항상 굼뜨세요. 감히 베르제님을 기다리게 만들다니. 앞으로는 서두르지 않으면 카리나가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드릴 거랍니다!“


노려보는 카리나의 눈초리가 매섭다.


"워워. 진정들 하시지요. 지금 나가고 있습니다만. 뭐가 이리들 급하신지 원."


대답하면서 루크는 드워프 장인이 만든 명품 판금 갑옷을 착용했다. 그리고 마왕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망토를 두른 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이 없어 허전한 두개골에 투구를 쓰고 방문을 나섰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마왕님과 그의 곁에 붙어 쉴 새 없이 헤실거리는 카리나.


파지직.


마지막으로 스파크가 잔뜩 튀기는 초대형 이동마법진이었다.


“으으읏! 루크님. 어서 타세요!”


카리나가 스파크가 따끔한지 두 귀를 쫑긋거리며 재촉했다.


"잠깐만, 이거 정말로 안전한 거 맞습니까? 마왕님."


비록 얼굴 가죽이 없어 표정은 짓지 못하지만,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음성으로 루크가 물었다.


“걱정은 약한 자들이나 하는 것! 강자는 그저 짓밟고 나아갈 뿐이로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타거라. 뼉다구야.”


하지만 뇌 속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것만 같은 마왕의 대답.

결국엔 마왕과 카리나의 재촉에 못 이겨 마법진 위에 오르고야 말았다. 하지만 루크는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저번처럼 너무 멀리 워프해서 심해 괴물 뱃속으로 가는 것은 아닐지.’


마도의 정점이라는 마왕이 드물게도 마법 시전을 실수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실수는 주로 강자를 만나러 갈 때 발생했다.


강한 적의 소문을 듣는 것만으로, 강자 패티쉬가 있는 마왕은 극도의 흥분상태에 이른다. 그때의 마왕은 의욕이 너무 과다해진 나머지, 모든 마법진에 자신의 넘쳐나는 의욕만큼의 마력을 때려 붓는다.


그렇게 발현된 마법진은 꼭 이상 현상을 일으키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끄아아아악! 저 죽습니다. 마왕님! 이미 한번 죽었었지만 말이죠."


루크의 판금 갑옷에서 튄 스파크가 번쩍거린다.


"으으흥! 베르제님. 소녀 마왕님의 마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에요!“


따가움에 두 귀를 쫑긋거리면서도 카리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거렸다.


"으하하핫! 짜릿하도다 짜릿해. 이것이 강자와의 대결을 앞둔 긴장감이느니."


머리가 잔뜩 뻗치면서도 마왕은 광소를 내뱉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이동마법과 함께 발생한 8서클의 전격 마법. 심지어 마력을 얼마나 퍼부은 것인지 위력이 배 이상 강화된 것 같다.


환한 빛과 함께 두개골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며 루크는 정신을 잃었다.


* * *


짹 짹 짹.


인간계의 울창한 숲속. 그 적막을 새소리와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깼다.


"드디어 정신이 드는 게냐 뼉다구야? 이제 서야 정신을 차리다니 참으로 나약하도다."


"으음..."


두개골을 흔들며 일어나는 루크에게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마왕은 혀를 찼다.


"겨우 8서클의 전격 마법을 맞은 것 가지고 빌빌거리느냐? 카리나도 멀쩡 하느니. 정신을 차리거라. 뼉다구야."


"헤으응..."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고양이 수인이 눈이 풀린 채 침을 질질 흘려대고 있다. 전혀 멀쩡하지 않은 모습.


심지어 루크는 높은 전도율을 자랑하는 판금 갑옷을 온몸에 두른 상태였다. 전격 마법에 루크가 카리나보다 더 큰 피해를 본 것은 당연한 상황.


하지만 루크가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격마법의 후유증 때문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이 기억들은 뭐란 말인가?'


루크의 시선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누군가 억지로 박아놓은 것처럼, 그의 두개골을 비집고 들어오는 수많은 문장과 장면들.


그때, 마왕이 짜증스러운 기색을 잔뜩 풍긴다.


"빨리 따라오거라. 짐은 슬슬 기다리기 지치느니라."


눈앞에 서 있는 현실 속의 마왕은 절대로 패배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느니. 그대들은 정말로 강력하도다. 즐거운 전투였으니 짐의 처음이자 마지막 패전을 인정하노라.


루크의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 속에서, 마왕은 용사의 검 아래 피투성이가 되어 무릎을 꿇는다.


"베르제님. 카리나는 준비가 다 된 것이에요!"


지금 눈앞에서 마왕에게 아양을 떠는 메이드 카리나. 마왕이 곁에 있는 것을 허락할 만큼 강력한 암살자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자꾸만 펼쳐지는 환상 속에선.


-베, 베르제님. 조, 조심하세요.


카리나의 피가래가 잔뜩 낀 떨리는 목소리. 죽어가면서도 마왕이 있는 곳을 향해 애절하게 손을 뻗는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카리나의 메이드복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서서 결연한 표정을 짓는 얼굴의 금발의 여기사.


그때, 루크 자신에 대한 환상도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마왕성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용사여. 내가 바로 마왕성의 문지기 루크다.


마왕성의 문 앞에 뻗친 다섯 갈래 길. 그리고 그 길이 하나로 모이는 지점에서 용사를 맞이하는 자신의 모습.


-공간을 가르는 검이라. 꽤 까다롭군. 하지만 나를 베기에는 검이 너무 단조롭다.


성검을 활용하는 용사를 압도하는 자신. 아직 목소리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때, 검에 베인 상처를 몸에 잔뜩 새긴 용사가 이를 앙다문다. 그리고 성검 대신 마검을 뽑아 든다.


-오호. 마검을 쓰는 용사라. 신기하군. 하지만 고작 검 하나 바꿔 든 것으로 나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이어진 충돌. 마검을 든 용사의 기세는 너무나도 맹렬하다.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음에도 용사에게 무참히 패배하는 자신.


부서진 마왕성의 성문이 용사 일행의 발아래 짓밟힌다.


"으윽!"


너무 생생한 장면, 환상통을 느끼며 비틀거리는 루크를 본 마왕의 눈에 경멸이 기색이 비친다.


약자 혐오.


마왕이 비교적 아끼는 루크라도 더 이상의 약한 모습을 더 보이면 버려진다.


루크는 마왕이 최초로 시도한 사령술의 흔적. 당연히 그의 권속 아래에 있다. 마왕이 마력 공급을 중단하면 그 즉시 루크의 혼은 다시 명계의 문턱을 넘게 될 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감정을 애써 숨긴다. 태연함을 가장한 채 마왕의 뒤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이 기억은 무슨 의미지?'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도대체 이 기억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정말 미래에 벌어질 이야기들이 맞는 것일까?

고민하는 사이 목표로 한 인간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처음 오는 장소. 하지만 분명히 아는 마을이다. 낯선 기억 속에서 그림과도 같은 형태로 남아있는 마을.


"짐은 마계를 지배하는 베르제우스 라 디스트리녹스 3세이노라. 이 마을에 있는 용병왕이라는 자는 짐의 앞으로 오라."


마왕이 선언하며 두 팔을 펼쳐 든다. 그와 동시에 마을을 뒤덮는 거대한 마기의 흐름. 너무나도 짙은 마기의 농도 탓인지 주변의 색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정해진 대사와도 같은 마왕의 말. 지금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이야기와 똑같은 전개.


잠시 후, 마기가 주변 모든 것들의 색깔을 뺏는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마침내, 마을을 비치는 태양마저 잿빛으로 변하자 마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무도 이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도다. 하찮은 벌레들아. 네놈들이 살 방법은 오로지 하나. 짐을 쓰러트리는 것뿐이니라!"


도망칠 수도 없는 절망.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껴버린 인간들의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는다.


이미 마음이 꺾여버린 인간들을 본 마왕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나약한 버러지들이여. 네놈들 따위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의가 치밀어 오르는구나. 빨리 용병왕이라는 자를 데려오지 않는다면 이 도시를 멸하겠느니.”


엄청난 살기. 살기 위해선 도망이라도 쳐야 하건만.


이미 주위에 자신의 다리로 서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마왕의 위압감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 고작. 그때,


"제가 용병왕이라 불리던 늙은이입니다."


한 노인이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피해 이쪽으로 걸어온다.

백발의 노인.

아니 그를 노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커다란 키에 길쭉한 팔다리. 단단한 기도와 균형 잡힌 근육.


난생 처음 보는 사내이다.


하지만 분명 루크가 아는 자다. 아니? 알게 된 자이다. 생소한 기억을 뒤적여본다. 떠오른 기억 속에서 그의 이름은.


"용병왕 케인 가루스. 그게 제 이름입니다."


사내가 검을 뽑아들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 케인 가루스. 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야기 속 용사의 할아버지다.


이 기억이 만약 사실이라면. 아마 다음에 벌어질 일은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발점이 되겠지.


"케인 가루스라. 좋은 이름이도다. 네놈의 강함을 짐에게 증명할 준비가 되었느냐?"


싸움을 피하지 않고 바로 검을 뽑는 케인. 마왕 얼굴에 만족감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마왕이시여. 저는 언제든지 싸우다 죽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나, 이 마을에는 저 말고는 싸울 수 있는 자들이 없습니다. 무고한 주민들을 먼저 풀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케인 가루스는 전투 이전에 앞서 마왕에게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구걸하였다. 이미 자신이 패배할 것이라는 결과를 예견하는 태도.


그것이 마왕의 심기를 거슬렀다.


"네 놈은 강자가 아니다! 진정한 강자는 원하는 것을 구걸하지 않노라. 그저 빼앗고 무찌르고 관철할 뿐. 거짓 강자여. 짐이 헛걸음을 하게 만든 대가를 치르거라."


잔뜩 성이 난 마왕에게서 마력이 줄줄이 새어 나온다. 마력이 흐르는 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마력이 대기를 타고 일대를 쓸고 지나간다.


뒤이어 허공을 수 놓는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마법진. 그 마법진이 다 그려지는 순간 마왕이 시동어를 읊조린다.


메테오(Meteor)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균열. 그 균열은 운석을 뱉어내고, 곧이어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마을을 향해 떨어진다.


쿠아아아!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과 지진이라도 난 듯한 걷잡을 수 없는 떨림. 뒤이어 불어온 바람에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조각난 바윗덩어리들과 크레이터뿐. 마을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당했다.

그리고 이 풍경은 지금 루크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이야기.


'금태양 용사가 너무 강함!'


그 시작점이 되는 장면의 도입부에서 본 무너진 마을의 삽화와 정확히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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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카르아린 21.05.18 45 1 12쪽
14 정보조직(2) 21.05.17 52 0 12쪽
13 정보조직(1) 21.05.16 53 0 12쪽
12 심해의 괴수(2) 21.05.16 58 0 11쪽
11 심해의 괴수(1) 21.05.15 59 1 12쪽
10 첫걸음(6) 21.05.15 72 3 12쪽
9 첫걸음(5) 21.05.14 72 1 14쪽
8 첫걸음(4) 21.05.14 82 1 12쪽
7 첫걸음(3) 21.05.13 94 0 11쪽
6 첫걸음(2) 21.05.12 108 1 12쪽
5 첫걸음(1) 21.05.12 123 1 12쪽
4 자각(3) 21.05.12 162 1 13쪽
3 자각(2) 21.05.12 191 3 13쪽
» 자각(1) 21.05.12 250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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