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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731
추천수 :
29
글자수 :
77,308

작성
21.05.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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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걸음(4)

DUMMY

루크는 시장을 둘러보며 점점 더 인적이 드문 골목 속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막다른 길에서 멈춰선 루크.

그가 뒤를 돌며 물었다.


"네놈들은 누구길래 날 따라오는 거지?"


뒤를 돌자 보이는 건 흉악한 얼굴의 건장한 사내들. 경매장에서부터 슬금슬금 그를 따라오던 자들이었다.


"안녕? 거인족 친구. 우리가 누구냐고?"


대머리 사내가 손도끼를 꺼내 들며 반문했다. 그는 손도끼를 눈으로 슥 훑어보더니,


"누구긴, 이런 사람이지!"


소리치며 루크의 오른쪽 다리를 노리고 손도끼를 던졌다.


탕!


하지만 손도끼는 루크가 가볍게 검집 채 휘두른 검에 허무하게 막혀 떨어졌다.


스르릉.


"뭘 알고 쫓아온 놈들은 아닌가 보군."


경매장이 나온 뒤 자신의 뒤를 밟는 자들의 기척을 느꼈다. 혹시 착각한 것일 수도 있으니 시장을 빙빙 돌았지만, 그들의 동선은 명확했다.


'정체를 알고 따라온 놈들인가?'


스켈레톤이 도시 한복판을 쏘다니는 것이 수상해서 감시하는 자들인가 했다. 로브를 썼다 하더라도 어느 곳에서 발각되었을지는 모르니.


하지만 그것은 아닌 듯했다.


루크가 검을 뽑아 들자 사내들이 킬킬거리며 무기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저놈 지금 덤비려나 본데요?"


"정신이 나가 버린 건가?"


"애들아. 거인족 노예는 비싸다. 너무 많이 흠집 내지 마라."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들에게 대머리 사내가 주의를 시켰다.


"선장. 그런데 살살 다루는 건 우리 전문이 아닌데요?"


외눈박이 사내가 건틀렛을 낀 손목을 풀며 말했다.


"선장? 선장이라... 혹시 네놈들 해적인가?"


그때, 사내들의 대화를 듣던 루크의 안광이 이채를 띠었다.


"감이 좀 없는 녀석이었네. 우리들의 복색만 봐도 눈치를 챌 법한데 말이야."


"알아채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거인족 친구."


해적들이 저들끼리 킬킬거리며 웃었다.


"좋군. 안 그래도 내일부터는 너희 같은 놈들을 좀 찾아다닐 일이 있었는데."


루크가 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검을 횡으로 휘두르자.


툭.


"엘링턴!!!"


외눈박이 사내의 목이 바닥을 뒹굴었다. 루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는 필요 없으니까 한 다섯 놈 정도만 남기고 물어볼까?"


루크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아니면 부하의 죽음에 분노했는지 대머리 사내가 소리쳤다.


"쳐라!"


사내가 고함을 치는 것과 동시에 세 개의 비수가 날아왔다. 가볍게 고개를 까딱여 두 개를 피하고 하나는 왼손으로 잡아챘다.


좌측으로 파고드는 해적이 휘두르는 폴암을 허리를 크게 숙여 피한다, 그리고 잡아챘던 단검을 사내의 이마에 꽂았다.


'일단 하나.'


창대에 도끼날이 달린 형태의 폴암은 궤적이 큰 무기이다. 동료가 휘두른 폴암 때문에 같이 달려들지 못했던 해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내에게 접근한 루크가 검을 휘두른다. 사내가 기겁을 하며 막아내려 했지만, 루크는 사내의 검과 함께 몸까지 한 번에 베어 냈다.


"괴, 괴물이다!"


"검까지 단번에 잘랐어! 기사인가?"


눈 깜짝할 사이 셋이나 죽어 나가자 달려들던 사내들이 공포에 질렸다.

그중 몇몇은 벌써 무기를 버리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이들을 바라보던 루크의 검에서 검광이 번뜩였다.


흩어져서 도망치던 세 사내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 사내들은 즉사했는지 미동도 조차하지 않았다.


"이런. 다섯은 살려둘 생각이었는데 넷만 남았군."


아무런 높낮이도 없는 목소리가 사내들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사람을 여섯이나 죽인 자라기엔 너무 무감정한 음성.


겁에 질린 사내들에게 검은 로브를 눌러 쓴 괴인이 묻는다.


"해적섬에 대해서 알고 있나? 안내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저, 저는 모릅니다! 살려... 으억!"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내가 자신에게 묻는 줄 알고 대답했다.


풀썩.


루크의 검이 대답하던 사내의 몸을 훑었다.


"모르는 놈은 필요 없다. 거기 너는 알고 있나?"


루크가 찢어진 가죽옷을 입고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아, 알아 오겠습니다. 기, 기다려 주십시오!"


사내가 벌벌 떨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 어떻게든 알아 오겠다며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흐음?"


루크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풍겼다. 그러다가 검을 치켜든다.


"으아아아!! 제, 제발 알아오겠습..."


검을 치켜든 루크를 보고 발작하듯 바르작거리며 소리치던 사내가 축 늘어진다.

루크가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며 남은 두 사람을 살폈다.


"너희들도 모르는 거겠지?"


루크가 대머리 사내와 바지를 흥건히 적신 사내에게 물었다.


“히익!”


그중 주저앉아 오줌을 지린 사내가 루크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과도한 공포를 못 견뎠는지 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갔다.


"흐음."


해적이라길래 편하게 해적섬에 갈 수 있을까 했던 터였는데. 루크가 저벅저벅 걸어가 혼절한 사내의 목을 위에 발을 올렸다.


우드득.


섬뜩한 소리가 정적이 가득한 거리에 울려 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는 대머리가 인상적인 사내, 사탄 호의 선장 바실로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처박으며 소리쳤다.


"제,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몇 년 전 한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의 필사적인 외침에 루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사실이라면 네 동료들이 죽기 전엔 왜 말하지 않았던 거지?"


물으면서도 루크가 왼손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대머리가 상황을 모면하고자 거짓을 말한다고 판단한 듯했다.


"히익! 한 번. 딱 한 번밖에 가보지 못해서. 제대로 안내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꼭, 꼭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발!"


사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최선을 다해 변명했다.


"절박한 태도가 마음에 드는군. 나랑 다니는 동안, 지금의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루크가 검집에 검을 꽂아 넣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안내하면 되겠습니까?"


바실로가 얼빠진 소리를 내더니 벌떡 일어선다.


"내일 오전에 경매장에서 물건을 받아야 하니, 내일 출발하지."


루크가 내일 출발하겠다 선언하자, 사내의 눈에 희망이 차올랐다.


"그럼 묶고 계신 곳을 알려주시면 제가 아침까지 찾아가겠습니다!"


루크는 사내를 보고 피식 웃더니 바실로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컥..."


사내가 복부를 감싸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고통스러운지 꺽꺽대며 바닥을 구르는 바실로를 두고, 루크가 주변에 널린 시체들의 품을 뒤졌다.


"역시 있군."


피에 젖은 로프를 찾은 루크가 그 시체의 옷을 찢었다. 그리고 바실로를 결박한 뒤 시장에서 산 손수레에 실었다.


"대체 왜?"


살려줄 것처럼 굴다가 자신을 결박하는 루크를 보며, 바실로가 의문을 표했다.

다시금 겁을 먹었는지 몸을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덩치와 맞지 않게 가련해 보였다.


하지만 루크는 대답 없이 바실로의 입에 피에 젖은 헝겊을 처박았다.

그리고 거적때기를 주워 덮은 뒤 수레를 끌고 거리로 향하면서 말했다.


"내일 아침까지 조용히 좀 있도록. 거슬리지 않게."


루크가 수레를 끌고 자신이 묶었던 여관을 향했다.


* * *


여관에 도착한 루크는 자고 있던 여관 주인을 깨워 마구간을 빌렸다. 투숙객 중에 말을 타고 온 이가 없었는지 마구간은 텅 비어있었다.


“좀 자고 있어라.”


루크는 묶여있는 바실로의 뒷목을 후려쳐서 재워주었다. 그리고 마구간에 수레 채 박아두고는 방으로 향했다.


여관방에 돌아온 루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일단 대마법사 셀리나를 죽이기 위해 마탑으로 향할 때는 억지력이 작용했었다.


'억지력이 작용할 때는 신성력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대상에 직접 간섭했다. 그리고 그 강해지는 정도는 강화 대상의 능력에 비례하는 것 같군.'


반면에 이번에 마검과 지도를 노리고 상업 도시로 온 것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용사와 그 동료들을 직접 건드리려는 시도만 방해하는 건가?'


아직은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루크는 어느 정도 실마리를 잡은 기분이었다.


'용사와 그 동료들 말고, 그가 만날 적들에게 간섭하는 것에는 억지력이 작용할 것인가?'


이것도 한 번 실험해 봐야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비트는 것에 실패한다면 결국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것은 마왕성.


'지금부터 마왕성에서 벌어질 결전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놔야겠지.'


소설에서 용사가 여정을 시작하는 시점은 성인이 된 이후. 용사가 성검을 얻고 여정을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다.


‘마왕이 용사에게 어떻게 패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건 멍청한 짓이다. 나도 용사파티에 대항할 동료들을 모아야 한다.’


루크는 용사파티에 같이 대항할 동료 후보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심해에 사는 그 녀석과 마룡 카르아린 정도면 마왕이 마왕성에 거주하는 것을 허락해 주려나?'


약한 녀석을 데리고 마왕성에 갔다간, 용사와 싸우기 전에 마왕에게 죽어버릴 것이다.

마계 공작들은 다 꼬장꼬장한 성격이라 마왕이 싫어할 테고.


마룡 카르아린.

그녀는 특히 용사 일행 전체와 끝까지 비등한 대결을 벌인다. 심지어 그들을 죽음에 위기에 몰아넣기까지 한다.


일대일로 싸우게 된다면 용사파티 그 누구도 카르아린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마검을 각성시킨 용사를 제외한다는 가정하에.


그리고 심해에 사는 그 녀석은 용사의 여성 동료들에게 극상성을 자랑하는 녀석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녀석들보다 나은 놈들은 없겠군.'


루크는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앞으로의 계획을 적어 보았다.


그리고 계획을 적어나갈수록 허리에 차고 있는 마검이 몹시 든든하게만 느껴졌다.


* * *


어느새 동이 텄다.


루크는 조용히 방을 나서서 수레가 있는 마구간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레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수레로 다가가 거적때기를 치우자, 아직도 잠들어 있는 해적의 얼굴이 보인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인지 잔뜩 찌푸린 표정의 대머리 해적.


루크는 수레를 발로 밀었다.


-쿠당탕!


“으으으읍!”


수레가 넘어지며 로프에 꽁꽁 묶인 대머리 사내가 바닥을 굴렀다. 루크는 사내의 입을 막고 있는 천 쪼가리를 빼고 로프를 풀어주며 물었다.


“이름이 뭐지?”


어제의 공포가 떠올랐는지 바들바들 떨던 사내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한다.


“바, 바실로 입니다.”


“그래. 바실로. 이제 네놈의 쓸모를 입증할 때가 됐다.”


속박에서 벗어난 바실로가 장시간 묶여있어 굳은 몸을 주무르며 말했다.

해적섬은 중앙해의 암초 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젯밤 선원들이 다 죽어서 배를 몰 사람이 없습니다. 일단 선원부터 모아야 합니다.”


루크가 바실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마라. 다 준비가 되어있으니.”


인간의 손 같지 않은 딱딱한 감촉을 느낀 바실로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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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카르아린 21.05.18 45 1 12쪽
14 정보조직(2) 21.05.17 52 0 12쪽
13 정보조직(1) 21.05.16 53 0 12쪽
12 심해의 괴수(2) 21.05.16 58 0 11쪽
11 심해의 괴수(1) 21.05.15 59 1 12쪽
10 첫걸음(6) 21.05.15 72 3 12쪽
9 첫걸음(5) 21.05.14 72 1 14쪽
» 첫걸음(4) 21.05.14 82 1 12쪽
7 첫걸음(3) 21.05.13 93 0 11쪽
6 첫걸음(2) 21.05.12 108 1 12쪽
5 첫걸음(1) 21.05.12 123 1 12쪽
4 자각(3) 21.05.12 162 1 13쪽
3 자각(2) 21.05.12 19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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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3 21.05.12 310 1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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