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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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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9
글자수 :
77,308

작성
21.05.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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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걸음(1)

DUMMY

마계.


온갖 마물과 악마 그리고 마족들이 사는 약육강식의 세계. 워낙 척박한 환경 탓에 빼앗고 죽이는 자들만이 살아남는 마경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자들이 기거하는 곳. 마왕성. 그 마왕성 집무실의 내부에는 마왕이 소파 위를 뒹굴고 있었다.


지금 집무실에 있으나 사실 마왕 베르제우스에게 주어진 일거리는 없었다.


그 이유는 그가 마계의 왕좌를 찬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 * *


"마왕 폐하. 여기 동쪽 지역의 서큐버스들의 상소이옵니다. 그리고 이건 남쪽의 메두사들의 ....."


마계의 대공. 뱀파이어 로드가 두툼한 양피지 더미를 마왕에게 내밀며 말했다.


"짐이 왜 약자 놈들의 푸념 따위나 잔뜩 적어놓은 종이 쪼가리나 보고 있어야만 하느냐?"


불만에 찬 마왕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대대로 마신께서 마왕에게 마계 백성들의 민정을 살피는 의무를 부여하셨나이다."


뱀파이어 로드가 간곡한 목소리와 함께 양피지 더미를 마왕의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때 무언가 대책이 떠오른 듯 마왕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깐! 그것들을 도로 가져가거라."


마왕이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채 오른손을 까딱거렸다.

뱀파이어 로드의 얼굴에 의문이 감돈다.


"네놈들은 짐보다 약자가 아니냐? 짐이 왜 약자 놈들을 대신해 이딴 귀찮은 일을 해야 하는가? 마공작. 네놈들이 하라."


말을 하는 마왕의 얼굴에 만족감이 비친다.


"하,하오나 마신께서 마왕들에게 부여한 의무... 예. 알겠사옵니다. 폐하."


뱀파이어 로드는 반문해 보려다가, 점차 험악하게 변하는 마왕의 표정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수긍하였다.


그 후로 마계는 업무분배도 약육강식의 원칙에 따르게 되었다.


* * *


따라서 마왕의 의무 따위는 개나 줘버린 베르제우스.

그가 집무실 소파에 누워있는 이유는 그 소파가 가장 푹신했기 때문이었다.


"마왕님. 아~ 해보세요."


분홍 머리의 메이드가 소파 위를 뒹굴거리는 마왕의 입에 마계 딸기를 넣어준다.


"으음. 몹시 달콤하도다. 카리나야."


빈둥거리던 마왕이 칭찬해주자 카리나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요즘 고민이 늘어난 스켈레톤 루크는 그런 마왕을 보면서 의문에 빠졌다.


'도대체 마왕이 어떻게 패했을까? 평소엔 저렇게 바보같이 보여도, 그 힘만큼은 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데.'


루크의 머리로 흘러들어온 기억은 완벽하지 않았다.

사이사이에 약간의 공백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공백에는 가장 중요한 단서인, 마왕과 용사의 최후 결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루크는 마왕이 용사에게 패배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몰랐다.


"뼉다구야. 네놈은 왜 네 방 말고 짐의 집무실에서 궁상을 떨고 있는 게냐? 그것도 짐의 자리에서 말이다. 또 그 불경스러운 눈초리는 무어란 말이냐?"


기분 나쁜 시선을 느낀 듯 마왕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루크는 평소와 같이 마왕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했다. 마왕은 대화를 나누어봤자 속만 터지는 주군이었다.


그때, 루크의 뇌리를 스치는 기발한 생각.


"마왕님. 혹시 심심하지 않으십니까?"


"짐은 항상 권태롭도다."


마왕이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카리나가 먹여주는 딸기를 씹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저랑 인간계나 멸망시키러 가시죠."


'용사가 강해지기 전에 마왕이 세상을 종말 시켜 버린다면? 이거라면 이야기를 뒤집을 만하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떠오른 루크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마왕의 표정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짐이 왜 그런 귀찮고 재미없고 불쾌한 일을 하러 가야 하느냐?"


"약한 자들이 혐오스럽지 않습니까? 혐오스러운 약자들이 가득한 인간계를 쓸어버리는 일. 몹시 즐거울 것 같은데요?"


마왕이 귀찮아하자 루크의 얼굴에 의문이 새겨졌다.


"네 놈은 벌레가 싫다고 굳이 먼 타국까지 잡기 위해 찾아다니느냐? 짐의 눈앞에만 거슬리지 않는다면 귀찮게 잡으러 다닐 이유도 없느니."


마왕이 별 싱거운 소리를 다 듣겠다며 소파에 머리를 묻는다.


그때 루크가 쓸데없는 소리로 마왕을 귀찮게 만든다고 생각했는지, 카리나가 대걸레를 들이밀며 말했다.


"루크님. 할 일 없으시면 저기 집무실 앞에 가서 복도나 좀 닦고 오세요. 먼지가 많이 쌓여서 보기 안 좋네요."


루크는 카리나의 잔소리 소리를 무시하며 다시 사색에 잠겼다.


'마왕을 설득하는 방법은 실패인가.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마왕의 관심을 끄는 것에 실패한 루크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원작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방해가 들어오는지 확인해야겠지.'


일단 용사에 관한 메인 스토리에는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비중이 적은 성기사들은 다 죽일 수 있었지.'


즉, ‘스토리에 크게 영향이 가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

루크가 책상에 몸을 기대며 한 손에 턱을 괴었다.


"루크님. 지금 제 말 무시하시는 건가요?"


뭔가 쫑알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루크는 무시하기로 했다.


"용사에게 간섭할 수 없다면 그의 동료들에게 개입을 해봐야겠군. 성녀나 여기사는 지금쯤 용사와 같이 있으니..."


루크가 집무실 한편에 걸려있는 대륙 전도를 응시했다.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북쪽의 마탑이나 남쪽의 엘프의 숲인가?'


그가 지도에서 눈을 돌리는 순간,


"으헛!"


카리나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루크는 간신히 고개를 틀어 날카롭게 날을 세운 카리나의 손톱을 피해냈다.


"루크님. 이제야 좀 제 말이 들리시나 봐요?"


계속 말을 무시당해 씩씩거리는 카리나가 눈에 들어왔다. 약이 잔뜩 올랐는지 눈에 독기가 서려 있다.


루크는 진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진정하십시오. 카리나양."


"닥치세요!"


카리나가 미친 듯이 달려들자 루크는 망설임 없이 집무실 문을 열고 도망쳤다.


"으앗! 엇! 카리나양.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과는 이미 늦었어요!"


"으어어어!"


루크의 처절한 비명이 마왕성 복도에 울려 퍼졌다.


* * *


똑. 똑. 똑.


야심한 밤. 두개골에 잔뜩 흠집이 난 루크가 마왕의 침실을 찾아갔다.


"들어오거라."


마왕의 허락에 루크가 문을 열고 들어가며 물었다.


"아직 안 주무셨군요?"


"종복인 네 놈이 고민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짐에게 도움을 청하러 올 것을 예상하였느니. 말해보아라 뼉다구야."


드물게 진지한 마왕이 침상에 누워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말했다.

무엇이라도 다 들어줄 것만 같은 마왕의 태도에 루크가 냉큼 요구했다.


"그렇다면 같이 인간계 정벌을..."


하지만 마왕은 루크의 말을 빠르게 차단했다.


"짐은 들어만 준다고 하였느니. 인간계에 같이 갈 생각은 없도다. 짐은 약한 것들이 눈에 띄기만 해도 비위가 상한다."


마왕은 강자와의 대결을 벌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인간계에 가는 일이 없었다. 가끔 인간계에 갈 때조차 그를 가장 흥분시키는 일을 위해서 참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싸움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그 분노에 대상이 된 마을 한두 개가 사라지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또, 마왕은 원래도 게으른 성격이었다.

평소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저 어딘가에 누워 굴러다니는 일상을 반복했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던 루크는 본래의 용건을 말했다.


"그렇다면 저번에 워프 마법을 새겨두었던 목걸이나 빌려주시죠."


"저기 탁자 위에 있노라. 가져가서 쓰도록 하라.“


루크가 탁자 위에서 붉은 마력석이 박힌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이 목걸이는 마왕이 직접 만든 마도구였다.

거리의 제약 없이 하루에 두 번 워프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예전에는 이 목걸이를 차고 대륙을 돌아다니며, 마왕의 흥미를 끌만 한 강자의 소문을 수집했었다.


'지금은 고블린 상단을 통해 소식을 물어오도록 했지만...'


과거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루크가 시동어를 외쳤다.


"워프!"


마력석에서 강렬한 마기가 느껴지며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 네 놈은 짐의 유일한 종복. 어디서 패배라도 했다간 짐이 가만두지 않겠노라."


마왕이 신경이 쓰이지 않는 척, 침대에 몸을 묻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루크가 피식 웃었다.


"카리나가 들으면 몹시 서운하다고 하겠습니다. 유일한 종복이라니요?"


루크의 말에 마왕이 허둥지둥 변명을 꺼내 든다.


"아, 아니도다. 카리나는 짐의 종복이라기 보다는...."


마왕의 변명이 다 들리기 전에 워프 마법이 발동되었다.


* * *


찬 바람이 몰아치는 새하얀 설원.


'춥다.'


새하얀 눈밭 위를 덜덜 떨며 걷는 한 인형이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잔뜩 둘러쓴 털 옷 사이로 새하얀 백골이 비친다.


그의 이름은 루크. 미래를 바꾸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켈레톤 나이트였다.


‘너무 멀리 워프했다.’


루크는 상상보다 더한 혹한의 추위 탓에 워프 지점을 멀리 잡은 것을 후회했다.


그가 워프 지점을 멀리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아젠타가 마법사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마법사들이 생활하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런 아젠타 근처에 초장거리 워프같은 마법을 사용했다간 바로 발각될 위험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마탑에 잠입할 수 있지?'


루크는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는 탑을 보며 고민했다.


루크가 찾으려는 이는 대마법사 셀리나.

마탑의 후계자이자 훗날 용사파티의 일원이 되는 여자다. 용사파티에 참여하기 전부터 두각을 드러내던 천재 마법사였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있는 곳은 아젠타의 중심부에 자리한 마법사의 탑 상층부였다.


이미 확신한 바에 의하면 그가 원작을 바꾸려는 것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숲에서 용사의 기척을 감춰준 일에서 의심을 키웠던 그것의 존재는, 성기사들의 폭주를 보며 확신을 하게 되었다.


만약 아젠타 한복판에서 수많은 마법사가 성기사처럼 폭주를 한다면, 아무리 그라도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마탑에 잠입하는 것은 꼭 시도해 봐야만 하는 일이지.’


알 수 없는 존재의 개입이 어느 선까지 적용되는지 끊임없이 연구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용사에게 직접 개입하는 것만을 막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주변 인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인지.

미리 확인을 해놓아야 용사가 성년을 맞아 여정을 시작했을 때 대처를 할 수 있을 터.


그리고 셀리나를 노리는 또 한 가지 이유.


‘현자의 돌.’


마계와 인간계를 가르는 마신의 결계. 그 결계는 마기를 품은 마족과 마물만이 통과 가능했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마계는 인간계를 일방적으로 약탈해 왔다.’


용사와 그의 일행은 당연히 마기를 지닌 존재가 아니었고 마신의 결계에 틈을 내야만 마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마신의 결계에 구멍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성검, 신궁, 현자의 돌이라는 세 가지 성물을 보름날 밤, 마신의 결계 앞 한자리에 모으는 것뿐.


셀리나는 그중 현자의 돌의 주인이었다.


현자의 돌만 파괴해도 용사파티는 마신의 결계를 뚫고 마계로 들어올 수 없다. 만일 실패한다 해도 꼭 시도는 해 봐야 하는 일.



-우드득.


그때, 고민에 빠져있던 그의 발아래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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