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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뭘짓 님의 서재입니다.

밸붕 소설속 마왕성 문지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닉뭘짓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5.18 16:2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729
추천수 :
29
글자수 :
77,308

작성
21.05.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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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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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정보조직(1)

DUMMY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고 사방에 물방울이 튀어 물안개를 이뤄 시야를 가렸다.


“재밌군.”


마왕이 물안개 너머를 쳐다보며 흥미를 표했다.


“하... 죽이시면 안 됩니다. 마왕님.”


“뼉다구야. 네놈 덕에 오랜만에 재밌는 놈을 만났도다.”


루크는 항상 흐리멍덩하게 반쯤 감겨있던 마왕의 눈이 생기로 반짝이는 게 보였다. 그런 상태의 마왕은 말릴 수 없었다. 마왕의 신형이 용수철처럼 크라켄을 향해 튀어 나갔다.


‘새 동료를 찾아봐야 하나?’


마왕의 주먹과 크라켄의 촉수가 맞부딪힌다. 녹색 피를 사방에 흩뿌리며 터져나가는 크라켄의 촉수. 루크가 촉수를 자르지 않으려고 얼마나 고민했던가.


[쿠웩!]


크라켄이 고통스러운지 괴성을 지르며 촉수를 마구 휘둘렀다. 마왕이 즐겁게 웃으며 크라켄의 피부를 찢어발긴다.


[쿠워억!]


“끝이다!”


마왕의 주먹이 검붉은 마기에 휩싸였다.


[끄워어어억!]


주먹에 맞은 크라켄의 몸체가 터져나간다.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진 탓에 사방에서 역한 비린내가 풍겼다. 카리나가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뒷걸음질 치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넝마가 된 크라켄을 두고 마왕이 갑판 위로 돌아왔다.


“마왕님! 죽이시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뼉다구야. 짐에게 소리치지 말라. 네놈 소원대로 숨은 붙여두었느니.”


마왕의 말을 듣고 크라켄의 숨소리에 집중해보았다. 고통에 몸을 떠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마왕님! 피가 많이 튀었어요. 카리나가 닦아드리겠습니다!”


“카리나야. 이건 냄새가 많이 나는구나. 짐이 닦겠노라.”


카리나와 마왕이 수건 한 장을 들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루크는 선박 내부를 살폈다.


“인간. 잘도 살아남았군.”


“다 끝난 겁니까?”


“일단은. 하지만 넌 나랑 할 일이 더 남았다.”


“무슨 일 말씀이십니까?”


루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바실로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바실로에게는 이전일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는 듯했다. 루크가 다가서자 그는 뒷걸음질을 치며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인간. 네놈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바실로입니다.”


“그래 바실로. 나랑 레그니차로 가줘야겠다.”


* * *


“그래서 저에게 새로 만들 정보조직의 수장이 되라는 겁니까?”


“그래. 네놈에게도 좋은 제안이 아닌가? 작은 해적선의 선장보다 거대한 정보조직의 수장이 되는 게.”


“어찌 제가...”


루크의 눈에 바실로가 눈치를 살피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 숨은 감정들. 공포와 의심 그리고 탐욕.

능력은 없지만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면서 겁이 많은 인간.


‘적당히 주기적으로 공포를 새겨주면서 약간의 탐욕을 채워준다면 이보다 부리기 쉬운 인간이 없지.’


루크는 잠시 상업 도시에 머무르면서도 꽤 큰 불편을 느꼈다. 결국 그는 마물. 마법도 쓰지 못하는 그가 인간의 도시에서 활동하기는 제약이 따른다.


“마왕성, 레그니차, 상업도시, 신성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통신 마법을 사용해 정보조직을 운영할 것이다.”


“갑자기 그런 일을 하시는 이유가...”


“네놈은 알 것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면 될 뿐. 앞으로 내가 내리는 명에 반문하지 마라.”


“예!”


대륙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잇는 정보조직으로 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리고 마계와 가까운 도시 레그니차까지만 와서 자신이 정보를 취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취합해 용사 파티를 서서히 궁지로 몰아넣으면 되겠지.’


루크의 안광에 만족감이 감돌았다.


“이미 상업도시는 구르만의 유령선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네놈은 당분간 레그니차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저는 아무런 능력도 없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이 위험한 도시를 어떻게 한다는 말입니까?”


“네놈은 인간들과 교류하는 일만 해주면 된다. 나머지는 뒤를 봐주실 분이 있으니.”


루크는 로브를 푹 눌러쓰며 방의 문을 열었다. 그들이 있던 장소는 레그니차의 한 여관. 크라켄의 수습은 카리나와 마왕에게 맡기고 곧장 레그니차로 온 참이었다.


“바실로. 네놈도 해적 출신이니 뒷골목 놈들과 어떻게 접선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런 쪽은 제게 맡겨주시면 됩니다.”


루크와 바실로는 거리로 나섰다.


* * *


인산인해.

광장에 인파가 들끓는다. 그 사이로 걷고 있는 대머리 사내와 로브로 전신을 꽁꽁 싸맨 거인.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바실로의 말대로 인파가 많은 광장을 맴돌았으나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루크님의 덩치에 때문에 겁먹고 접근하질 않는 것 같군요. 저 혼자 한 바퀴 돌아보겠습니다. 루크님은 제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도와주십시오.”

바실로가 주머니를 대놓고 허리춤에 맨 채 인파를 헤치며 나아갔다.

그러자 잠시 뒤.


“잡았다.”


“이거 놔!”


바실로가 그의 주머니를 노리는 소년의 손목을 잡아챘다. 반항하는 소년의 안면에 발차기를 갈기고, 연이어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바실로는 꺽꺽대는 소년의 머리채를 잡고 인적 드문 골목으로 끌고 갔다.


“정말이군. 네놈 말대로 금방 걸려드는구나.”


루크는 바실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섰다.


“제가 이 생활만 몇 년째입니다. 이봐 꼬마. 더 처맞기 전에 묻는 말에 대답해라. 이 거리에서 가장 잘나가는 놈이 누구냐?”


“씨발. 엿이나 처먹어 빡빡이 새끼야!”


소년이 눈을 부라리며 바실로에게 침을 내뱉었다.


“그래? 그럼 좀 더 맞고 얘기를 해보자고.”


바실로가 무자비하게 소년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는 해적 출신. 결코 상냥한 자가 아니었다.

잠시 뒤 바실로가 소년에게 물었다.


“그래 꼬맹아. 이제 말할 기분이 좀 드냐?”


“...꺼져.”


“이 새끼가!”


아직도 반항적인 기색의 소매치기 소년. 루크는 소년을 구타하려는 바실로를 막아섰다.


“루크님?”


바실로의 눈에 의문이 가득했다. 루크는 바실로를 무시하고 소년에게 물었다.


“인간 꼬마.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라. 이 거리의 주인이 누구냐?”


“몰라!”


루크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소년의 눈이 두려움에 잠긴다.


“자, 잠깐만요! 아악!”


소년의 비명이 골목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레그니차는 치안이 최악인 도시.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뒷골목을 확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행인들은 혹시나 불똥이라도 튈까 걱정이 된 듯 걸음을 재촉한다.


“정말 몰라요. 저는 조직 출신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소년이 손가락 하나가 잘려 나간 오른손을 부여잡고 울먹인다.


“정 아는 게 없으면 네가 아는 이 바닥에서 가장 오래 구른 놈을 말해라.”


“그러면 저는 그놈한테 죽어요!”


루크가 묻자 소년이 겁에 질려 엉엉 울며 소리쳤다. 그러자 루크가 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 다시 한번 소년의 비명이 골목에 울려 퍼졌다.


“대답.”


“마이크! 마이크에요!”


“그놈이 어딨는지 알고 있나?”


“저기 프렌드라 상회 거리 뒷골목에 살아요.”


“안내해라.”


“네?”


“안내하라고.”


루크와 바실로는 벌벌 떠는 소년의 뒤를 따라 빈민촌으로 향했다. 소년은 허름한 복색의 사내들이 있는 거리에 도착하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이었다.


“마이크라는 놈이 누구냐? 여기 이분께서 찾으시니 냉큼 나와라.”


바실로가 먼저 나서며 소리쳤다.


“이 팔 병신아. 마이크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부른다고 나오겠냐?”


구석에 쓰러진 소년을 보고도 사내들은 전혀 겁먹지 않은 기색이었다. 오히려 바실로의 헐렁거리는 왼쪽 소매를 흘끗거리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바실로를 밀치며 루크가 나섰다.


“너. 마이크가 누군지 말해라.”


수상한 로브를 머리까지 둘러쓴 거인. 그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살벌했다. 위기를 감지한 사내의 말투가 공손해졌다.


“당신은 누구요? 누구길래 마이크를 찾는 거요?”


“알 것 없다. 마이크가 누구냐?”


“당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 알려줄 수 없소.”


루크의 손이 칼자루를 움켜쥐는 순간 한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마이크요.”


“눈치가 빠른 놈이군.”


루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노인을 내려다보며 칼자루에서 손을 뗐다.


“그래. 무슨 일로 이 늙은이를 찾아오셨소?”


“이 도시에 자리한 큰 조직들에 관해 설명해봐라.”


노인은 눈알을 굴리며 루크의 의도를 살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전신을 꽁꽁 감춘 그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하기란 불가능한 일.


“무슨 일 때문에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큰 조직은 세 개요. 사창가를 운영하는 마담 랑슈의 붉은 장미. 대부업을 하는 잭 패거리. 그리고 뭘 하는지 모를 마론 상회 놈들.”


루크의 안광이 빛났다.


“마론 상회라...그곳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라.”


“그놈들하고는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그놈들이 뭘 하는지 호기심을 가졌다가 실종된 놈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노인의 음성이 낮게 깔리며 경고했다. 하지만 노인의 설명이 루크의 흥미를 더욱 자극했다.


“그런 건 네놈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네놈이 느끼기에 뭐가 수상하다는 거지?”


“그놈들은 말만 상회요. 상회면 물건을 들인 만큼 팔아야 이문이 남고, 또 그 남은 이문으로 새로운 물건을 들여와야 하지. 그런데 그놈들은 사기만 하고 팔지를 않아.”


루크는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하는 노인을 보며 뼈를 달그락거렸다. 찾았다.


“그리고 그들이 매입하는 물건은 다 마법사들이나 취급할 만한 물건들이겠지.”


루크의 말을 들은 노인의 눈이 커졌다.


“그, 그걸 어떻게?”


“혹시 그자들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나?”


“그건 대답 못 해주오. 그 검을 뽑고 위협한다 해도 마찬가지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같지 않소.”


노인의 단호한 결심이 굳은 표정에서 나타났다. 그 얼굴을 본 루크는 자신의 로브 안을 뒤적거리더니 작은 꾸러미를 노인의 발 앞에 던졌다.


“이 정도면 목숨을 걸 만 하지 않겠나?”


“이, 이게 무슨!”


주머니 안을 슬쩍 살핀 노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왜? 부족한가?”


“무슨 용무인지 물어도 되겠소?”


“그러지 말라고 그 주머니를 줬다는 걸 알 텐데? 안내하게.”


“으음... 따라오시오.”


노인이 거절하기엔 너무 큰 유혹이었다. 절뚝거리며 걷는 노인을 바실로와 루크가 뒤따라 걸었다.


“루크님. 그 마론 상회라는 곳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는 겁니까?”


“이름이 바슬, 바실? 뭐였지?”


“바실로 입니다.”


“그래. 바실로. 네가 이 도시를 장악하는데 도움을 주실 분이 계시는 곳이지.”


노인이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고 입구를 드나드는 사람도 없었다.


“여기입니다.”


노인이 돌아보며 말했다. 루크가 가보라는 듯 손짓하자 노이니 왔던 길을 달려 돌아갔다.


“그래, 역시 여기가 맞는가 보군. 시체 썩는 냄새가 나.”


“시체 썩는 냄새 말입니까?”


루크의 중얼거림에 바실로가 반문했다.


“그래. 아주 고약한 것이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군.”


루크의 손이 문고리를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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