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를 해독해 보세요.
네오토끼당 소속 독립 우주전함 카나리온이 레이더에서 사라진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네오토끼당 수뇌부에서는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을 전사자 처리해야 할지, 아니면 MIA (작전중 실종) 처리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은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지구와 화성 사이의 어중간한 지점에서 유유히 항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모습을 감추는 광학 미체 덕분이었다. 이 클로킹 기술만 있으면 아무리 탁 트인 우주에서일지라도 말년 병장처럼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혼자 짱박혀 있을 수 있었다.
창밖을 보며... 말도 없이 본대로 전근 가 버린 베로니카를 생각하던 진켄 함장은 문득 지난번에 우편함에 들어 있었던 편지가 생각났다. 지금은 어디다 뒀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나름대로 비밀스러운 편지였고, 분명히 거기에는 '우주는 우리가 접수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는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게 되면 그 때부터 그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영 찝찝한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지금 진켄 함장이 바로 그랬다.
베로니카는 이제 함장을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독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오즈의 토끼 당주가 타고 있는 네오토끼당 본대의 1번함 '당근이지'로 전근 가 버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우주를 접수한다니 무슨 뜻이지? 접수해서 뭐하려고...?'
한편, 진켄은 생각에 잠겼다. 뭔가 거대한 음모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기다렸다는 듯이 이부키 마야가 함장에게 보고했다.
"알 수 없는 수신음이 있습니다. 강력한 방해 전파나 음성 메세지와 함께 들어오고 있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무슨 내용인가?"
진켄이 물었다. 언제나 나쁜 예감을 적중하는 법이다.
"암호화 되어 있어서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복호화를 시도합니다."
마야는 빠른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려댔고, 팝업창에 해당 문장을 해독하는 스테이터스바가 정신 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더니 빨간 에러 메세지가 나타났다.
"현존하는 모든 암호 해독 알고리즘을 적용해 봤지만 실패!"
브릿지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뭔데? 이리 줘봐. 내가 해독하지."
진켄이 마야에게 말했다.
브릿지의 승무원 모두가 메세지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전략 전술 담당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도 평소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암호문은 도저히 해독할 자신이 없었다.
카나리온이 받은 암호문은 아래와 같았다.
'ㅇㄹㄱ ㅇㅈㄹ ㅈㅂㅎㄱㄷ. ㅇㄹㄹ ㅆㅇㅈ. ㅇㅅㅇㄹ ㄸㄹㅇ.'
진켄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더니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간단하잖아.
"우리가 우주를 정복할거다. 우리랑 싸우자. 옥상으로 따라와."
'헉! 간단히 해독하셨어!'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은 진켄 함장의 유능함에 깜짝 놀랐다.
다음 이 시간에...
- 작가의말
옥땅으로 따라와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