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가 않다.
진켄이 하록의 동물 쿠키를 하나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코끼리 모양의 귀여운 동물 쿠키였다.
읏?
진켄이 미세하게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이 맛은......"
* * *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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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우주전함 카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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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록의 쿠키를 맛 본 진켄 함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두번째 쿠키를 집었다. 이번에는 귀여운 코알라 모양의 쿠키였다. 쿠키를 입으로 가져가 한입 베어 물었다. 이제 그의 손에는 목 아래부분의 코알라 모양만이 남았다.
"음..."
진켄 함장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글로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표정인데, 사람들이 '이럴수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 이라고 말하면서 일반적으로 짓는 표정이다.
그는 쿠키를 하나 더 집었다.
이번에는 얼룩말 모양의 쿠키였다.
"아니 도대체 언제까지 시식만 할 거야? 뭔가 평가를 하라고!!"
사천성의 점주 왕창싸가 답답하다 못해 소리를 질렀다.
얼룩말 모양 쿠키를 씹으며 진켄 함장은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맛을 음미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세렝게티 초원이 펼쳐지고 한 무리의 얼룩말들이 나타났다. 톰슨 가젤이 저 쪽 풀밭에서 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소들은 한가로이 진흙에서 뒹굴었다. 피부의 진드기 등을 떼어내기 위해 몸에 진흙을 묻힌다는 내용을 동물의 왕국인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았다.
그 때, 두 마리의 암사자가 얼룩말 무리를 휘저어 놓는다. 얼룩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기 시작한다. 그 때, 무리로부터 떨어져나간 한마리의 얼룩말을 덤불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암사자가 뛰쳐나오며 뒷다리를 깨물고 늘어진다. 다른 두 마리의 암사자가 넘어진 얼룩말의 목에 송곳니를 깊히 박는다.
그 맛.
바로 그 맛이었다.
진켄 함장은 얼룩말 맛을 느끼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 동물 쿠키들은 각 동물들의 맛을 내고 있어...'
진켄은 하록의 요리 솜씨에 경탄하고 있었다. 방금 먹은 코끼리 모양과 코알라 모양도 마찬가지였다. 코끼리 모양 쿠키는 코끼리 맛이었고, 코알라 모양 쿠키는 코알라 맛이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요리사로서의 철저한 고증. 평소엔 과묵한 함내 요리사였지만, 함장인 본인도 자신의 배에서 근무하는 요리사가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른 요리사인지는 몰랐다.
물론 코끼리 맛과 얼룩말 맛은 썩 맛있는 맛은 아니었다. 아까 먹은 코알라 맛은 솔직히 역겨웠다. 첫번째로 맛을 본 일병 5호봉이 1점을 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맛들이 실제 그 동물들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맛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더럽게 맛이 없는 쿠키였지만 그 맛이 실제 동물들의 맛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진켄 함장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맛이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가 않다."
'무슨 소리야? 맛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관중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진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 시선이 진켄 함장에게로 쏠려 있었다.
진켄이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이건... 굉장히.... 굉장히... 몸에 좋을 것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
'맛이 없다는 얘기잖아 그거...'
에레크트라는 생각했다.
진켄은 천천히 점수판을 들었다.
10점.
"와아아아!!"
카나리온 승무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고, 다들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마치 뭔가 감동적인 순간인 것처럼 보였다.
"카나리온이 2회전에서도 1등을 차지함으로써 이번 에우로파 요리 대회의 우승은 카나리온입니다!!"
테레사 테스타 롯사가 밝게 웃으며 대호의 승자를 발표했다.
"삼세판 따위 의미가 없는 거였어. 그냥 내리 이겨 버리는 시나리오라니..."
둘째 판을 내주고 마지막 세번째 판에서 역전승하는 판에 박힌 시나리오를 예상했던 에레크트라는 단번에 카나리온이 우승하자 뭔가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자... 출품한 요리들은 다 같이 맛보도록 해요."
구경하던 관중들이 세 요리사가 혼신을 다해 만든 요리들을 앞다투어 맛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하록의 쿠키를 집어 먹었다. 부함장 에레크트라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나무늘보 모양 쿠키와 사마귀 모양 쿠키를 집은 에레크트라를 바라보며 진켄 함장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 이 시간에...)
- 작가의말
친환경 우주전함 카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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