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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25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4 17:02
조회
212
추천
3
글자
12쪽

피로 이어진 7

DUMMY

“무엇이든 물어보셔도 됩니다.”


천력이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독고 청과 랑칸 모두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력이 가리킨 곳에는 역시나 1구역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뭐야? 건물들을 어떻게 지었는지라도 물어보려는 거야?”


랑칸이 묻자, 천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 밑에. 독고 청님. 제가 존에게 듣기로는 1구역은 뱀파이어에게 점령당했고, 사람들은 모두 사육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독고 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마··· 남아있는 인간들은 뱀파이어 군주에게 협력한 협력자들이나, 저같이 어느 정도 쓸모가 있는 고위층 말고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도시를 걸어 다니고 있는 거죠?”


독고 청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랑칸이 뭐 방목하고 있는 거겠지, 라고 농을 던졌으나 천력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독고 청이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거사일이 늦춰진 것과도 관련 이 있습니다.”


“집정관님. 그 이야기는 함부로 꺼낼 것이······.”


“괜찮네 비무. 어차피 계획서도 보여드리지 않았나. 이분들이 알아도 좋을 법하다고 생각되는군.”


비무가 뭔가 더 말을 꺼내려 했으나, 단호한 독고 청의 눈빛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독고 청이 랑칸과 천력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바깥에 걸어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들입니다.”


랑칸과 천력, 둘 다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뱀파이어가 어떻게 대낮에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단 것인가?


독고 청이 말을 이었다.


“물론 믿기 힘드시겠지요. 지금은 분명 낮이고, 태양이 하늘에 떠있는데도 뱀파이어들이 거리를 걸어 다닌다니.”


“당연하지. 당장에라도 불타거나 녹아야 하는 거 아냐?”


랑칸이 물었다.


“모든게 뱀파이어 군주의 최근 실험 때문입니다.”


“실험?”


“예. 그는 뱀파이어들과 인간을 하나로 합치려고 했습니다. 뱀파이어의 힘과, 햇빛에 견딜 수 있는 인간의 특성을 모두 가진 존재를 탄생시키려는 것이었죠. 그리고 보다시피······.”


천력이 끼어들었다.


“실험은 성공했군요.”


독고 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 존과 만났을 때도 대낮이었다. 그때 존은 뱀파이어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 때는 다른 뱀파이어들이 하는 것처럼 몸 전체를 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독고 청의 말대로라면 아마 햇빛에 견디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그 능력은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도 습득 가능한 것이 분명했다.


“이제 낮에도 자유롭게 행동이 가능해진 그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1구역의 바깥으로 확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귀한막이 바깥에 주둔하고 있는 서라벌국의 군대 덕택에 아직까지 큰 움직임 은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일이죠. 다행히도 아직 그런 능력을 보유한 뱀파이어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숫자가 늘어나기 전에 실험이 이뤄지는 곳을 파악하고 파괴를 해야 합니다. 아직 그 곳이 정확히 어딘지를 모르기 때문에, 거사일을 미루자고 한 것이죠.”


“모두 한꺼번에 공격을 할 셈이군요.”


“만약에 그 실험을 막지 못한다면 인간과 뱀파이어를 구분하기도 힘들어지고, 완전히 그들을 몰아내는 것을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랑칸은 옆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거 뭐. 낮이라 안심했더니 뱀파이어 소굴을 지나고 있었구만. 내 목 물어줍쇼. 하고 다닌 거였는데?”


독고 청이 웃으며 답했다.


“그건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들도 1구역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함부로 물 수는 없거든요. 귀중한 손님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농담이야 농담. 그런 게 무서웠으면 오지도 않았어. 뱀파이어 군주놈만 안 마주치면 되지 뭐.”


랑칸이 손을 내저은 뒤,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우리는 가봐도 되지? 이야기는 다 끝났잖아. 거사일이 늦춰졌다는 것만 알려주면 되나? 아참, 그 실험 얘기도 해야겠지?”


“원래는 거사일을 알리는 것만 목적이었지만, 그 이야기까지 전달해주셔도 괜찮겠네요.”


“알았어. 뭐, 올 때처럼 돌아가면 되나? 벽 뚫고?”


“흠. 그런데 저희도 한 가지 물어볼게 있군요.”


천력이 대답했다.


“무엇입니까?”


“존님이 어디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연락을 나누는 것은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기 때문에··· 통과 카드를 만들어드리는 것도 불가능해지지 않았습니까? 저희가 따로 사람을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천력이 잠시 망설이며 랑칸을 보았다. 랑칸은 뭐 어떠냐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들은 대략적인 약도가 그려진 종이를 건네며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독고 청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한층 더 일이 수월해질 것 같군요. 가실 때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비무가 여러분들을 안내할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 말씀을. 어차피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랑칸은 바로 몸을 휙 돌려 승강기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지만, 천력은 정중하게 목례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독고 청 또한 다시 한 번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독고 청이 비무에게 손짓했고, 비무가 재빠르게 랑칸과 천력을 앞질러 승강기의 문을 열었다. 승강기에 올라탄 후, 이번에는 압력 대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어느새 그들은 아까 전의 보일러실에 도착해 있었다.


뒷문을 열어 다시 거리로 나오자 어느새 밖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독고 청의 방 안에서는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유리창에 차단제 같은 것이 발라져 있어 대낮이든 저녁이든 일정한 조도를 유지하는 듯 했다.


“와우. 어두워졌어. 이거 진짜 무서워지는데?”


“밤이라고 해봤자 낮하고 다를 것도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무섭지도 않으면서 뭘.”


랑칸의 말에 천력이 핀잔을 주었다. 랑칸이 어깨를 으쓱했고, 그들을 바라보던 비무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제 햇빛도 얼마 없었기에 그의 왼팔은 낮에 그랬던 것처럼 빛나지는 않았다.


비무가 잠시 걷다 몸을 먼저 날리고, 그 뒤를 랑칸과 천력이 따랐다.


어느 정도 갔을까, 분명히 그들이 가는 곳은 낮에 처음 만났던 그 장소가 아니었다. 천력이 담을 넘으며 물었다.


“비무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비무가 답했다.


“아까 전의 장소는 구역거름소에서 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다시 나가기 편하신 곳으로 가는 겁니다.”


“아주 친절하시네요. 비무 아저씨.”


비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몇 개의 담을 더 넘고, 골목길을 달리고 나자 귀한막이가 눈앞에 보였다. 그 앞에는 어느 정도 광장이 있었는데,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사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작지 않은 규모였다.


비무가 걸음을 멈추었다. 랑칸이 비무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곳도 있구만. 그런데 비무 아저씨. 여기는 구역거름소와 꽤 먼 듯한데?”


랑칸의 말대로, 광장이 귀한막이 앞에 있긴 했지만 구역거름소와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천력이 생각하기에도 1구역에 들어올 때 봐둔 것과 그들이 온 방향을 생각하면 오히려 구역거름소에서 3킬로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비무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오, 뭐야. 여기서 한 판 붙기라도 하자는 거야?”


역시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천력, 아무래도 이 아저씨 내가 놀린 게 불만인 모양인데?”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싸움 구경하려는 놈들이 너무 많아.”


어느새 그들의 주위로 일련의 무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애초부터 그들이 도착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광장 이쪽저쪽에서 사람의 형상들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그들의 숫자는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랑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함정이었나 보다. 이거 뒤통수 한 대 맞았는 걸?”


랑칸의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천력은 멀리서 다가오는 한 형체에게 주목했다. 어느새 완전히 날이 어두워져 있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키와 옷이 나타내는 걸 보면 그가 누군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다른 무리들과는 거리를 둔 채 제일 앞으로 나와 다가오고 있었다.


4미터 정도쯤 될까. 그가 랑칸과 천력에게 말을 걸었다.


“배웅하는 사람이 좀 많습니까? 돌아가시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말이죠.”


랑칸과 천력이 맞받아쳤다.


“배웅이라고 하기엔 숫자가 좀 많네요.”


“구역 밖이 아니라, 하늘나라로 배웅해주려는 건가? 독고 청?”


독고 청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입을 열었는데, 어느새 존댓말은 사라져 있었다.


“역시나 말재간이 좋구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도 하고 말이야.”


랑칸이 답했다.


“말 같잖은 소리에는 똑같이 대답해주는 게 예의지. 능구렁이 영감.”


독고 청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건물에서부터 참아왔던 화를 한 번에 폭발시키기라도 하듯,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천한 것이! 하는 짓이나 말하는 것이나 천민들의 그것을 벗어나질 못하는구나!”


랑칸이 비죽 입을 내밀었다.


“배신하는 짓보다 천한 게 더 있을까? 나 귀한 놈이요, 표시는 있는대로 다 내시더니. 아 맞다. 원래 귀족이란 놈들이 그랬지?”


가만히 있던 비무가 앞으로 나서려 했다. 독고 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시켰다. 그는 어느새 평상시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에는 미소를 띠며 독고 청이 말했다.


“1구역 안에 협력자가 있다는 것을 믿은 너희들이 바보지. 내가 정말 존에게 협력했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었을 수 있겠어?”


“다 늙은 분이 더 살아서 뭐하려고. 벽에 똥이라도 칠하게?”


독고 청은 이번 도발에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가 더욱 크게 미소를 지었다.


“실컷 얘기해라. 어차피 입을 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고맙구만. 너희들 덕분에 존의 은신처도 알 수 있었어.”


천력이 말했다.


“그게 목적이었군.”


독고 청이 답했다.


“당연하지. 그 녀석, 함부로 자기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진 않더라고. 이제야 골칫거리를 제거할 수 있게 됐어. 그 분도 아주 좋아 하실 거야.”


랑칸이 코웃음 쳤다. 그는 어깨를 으쓱한 뒤, 자신의 허리에 찬 추형도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며 말했다.


“우리가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 될까?”


독고 청이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뭐, 그럴 수도 없겠지만. 이미 몇 명을 보냈거든.”


“아, 그러셔?”


“아마 지금쯤이면 존은 죽었거나, 잡혀서 이리로 끌려오고 있을 거다. 잘하면 만날 수도 있겠군.”


독고 청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천력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공격을 시키려는 듯, 오른 손을 들던 독고 청이 그 말에 움찔하며 동작을 멈췄다.


“무슨 말이지?”


랑칸이 추형도를 꺼내들며 말했다.


“뭐긴 뭐야. 우리가 다 알고 있었단 얘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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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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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2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6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79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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