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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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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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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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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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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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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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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DUMMY

분명히 말을 한 촌촌은 호운에게서 나온 것이었는데, 뭔가 이상함을 느낀 랑칸과 천력은 마침 바로 옆으로 다가온 촌촌들을 때리려던 것을 멈추고 건오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건오의 얼굴을 앞으로 한 촌촌이 서서히 뒤로 돌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이 또 하나 나타났다. 천력이 말했다.


“저게 호운이란 사람의 얼굴인 것 같은데?”


“융합한 건가? 망할. 몸 속에 들어가 있었구만! 그나저나 그 분이 뭐야?”


랑칸이 대답하기가 무섭게, 호운과 건오의 얼굴을 모두 단 촌촌이 공중에서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얼마나 웃었을까, 랑칸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웃음을 멈춘 촌촌이 말했다.


“이 세계에 요괴 사냥꾼들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놈들이 없 다고 들었다. 내가 바로 눈 앞에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이 런 놈들에게 당하고 사는 신생종들은 얼마나 바보같은 것인가.”


그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다른 말을 하지 못하는 스무 마리의 촌촌들이 서로 소리를 내며 몸을 부딪혔다. 그러나 호운과 건오 얼굴의 촌촌이 화를 내며 다른 촌촌들을 꾸짖었다.


“네놈들도 저 두 놈들에게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으면서 뭘 좋다 고 날뛰느냐. 명색이 고대종이라는 것들이··· 잘 보아라. 이 촌촌 의 왕, ‘케차카’의 힘을!”


케차카의 말이 끝나기나 했을까, 랑칸의 발이 케차카의 안면(정확히는 호운의 얼굴이 있는 부분)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케차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하찮은 요괴 사냥꾼 따위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기에 가볍게 맞아주기로 했다.


허나, 그것이 명백히 잘못된 생각이었단 것은 잠시 후의 케차카 자신이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엄청난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지고, 케차카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쳐박혔다. 벽에 박힌 채로 케차카의 두 얼굴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는 것은 케차카 뿐만이 아니었다, 케차카를 걷어찬 랑칸 또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너 더럽게 약하구나? 너 무슨 촌촌의 왕이라며?”


케차카가 안간힘을 써 벽에서 박힌 몸을 빼내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거다. 케차카가 생각했다. 아무리 요괴 사냥꾼이라고는 해도 인간 따위에게 자신이 당할리는 없다, 이건 내 실수다. 중심을 잘못 잡은 거다. 온갖 생각을 하며 자신을 다스린 후, 케차카는 랑칸을 향해 돌진했다.


“방심했을 뿐이다! 받아라!”


이제 나의 몸통 박치기에 산산조각이 나겠군. 케차카는 생각했다. 이 어마어마한 속도를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 때, 케차카는 깨달았다. 자신이 향하는 곳에 이미 랑칸은 없다는 것을.


‘뭐야!’


황급히 속도를 줄여 가까스로 땅에 부딪히는 걸 막은 다음, 케차카는 랑칸이 어디로 갔는지 알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려 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천력이었다. 저 놈이라도 먼저 죽여야겠다는 생각에 천력에게로 다시 돌진하려는데, 그 놈은 겁을 먹기는커녕 케차카의 뒤를 바라보며 안됐다는 눈길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사라졌던 녀석이 나타나 자신의 머리를 잡은 채 씩 웃고 있었다.


“천력, 이 놈 얼굴은 앞 뒤로 두 개인데 둘다 볼 수는 없나봐. 그냥 폼인 것 같은데? 아 웃긴다 이거.”


천력이 답했다.


“너무 그러지마. 그래도 자기 입으로 왕이라고 했는데 불쌍하잖아.”


“아 지가 약한걸 어떡해. 하긴, 앵앵거리는 파리 새끼들 왕이 세봤자 얼마나 세겠냐. 긴장한 우리가 바보지.”


내가 불쌍해? 파리 새끼들? 끓어오르는 분노에 케차카는 자신의 입을 크게 벌려 단숨에 랑칸을 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랑칸의 주먹이 케차카를 후려쳤고, 케차카는 머리채까지 뽑히며 또다시 한 쪽으로 날아가 벽에 쳐박혀야 했다.


내 부하들은 뭐하고 있어? 벽에 박힌 채 케차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하들도 자신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요괴 사냥꾼 두 녀석이 신나게 돌아다니며 부하 촌촌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았다.


어느새 부하들 모두 자신처럼 벽에 박히거나, 땅에 쓰러져 파르르르 떨고 있을 뿐이었다.


벽에 박힌 채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케차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랑칸과 천력 둘 모두 이상한 동정심이 마음 속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차라리 추형도라도 있으면 저 놈들을 다 빨리 소멸시켜 줄 수 있으련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케차카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중이었다. 아까 건오의 몸 속에서 듣기로 저 녀석들은 어떤 칼이 없으면 요괴를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듯 했다.


그래, 네놈들이 지금은 압도적으로 강하긴 하지만, 나에게는 우리 촌촌 모두를 재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네놈들이 지칠 때까지 되살아나고 되살아나서, 결국엔 우리가 네놈들을 잡아먹도록 하겠다.


자신의 생각이 좀 비굴하고 치사하긴 해도 그럭저럭 마음에 든 케차카가 속으로 재생 주문을 외우려고 한 순간, 갑자기 동굴 입구에 뭔가가 나타났다. 물고기를 닮은 모양새, 펄럭거리는 지느러미. 내가 모르는 촌촌이라도 있는 것인가?


케차카가 의아해 하며 크게 눈을 떴다. 그리고 경악했다.


동굴 전체에 한 꼬마 아이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랑칸 형, 칼 가져왔어요!”


잠시 후, 케차카의 미간에 추형도가 박혔다.



-



제가 어떻게 그 동굴을 찾아갔냐구요? 아마 말해주면 깜짝 놀라실 걸요? 한아 누나네 집에서 나타났던 건 촌촌이 아니었어요! 바로··· 제가 봤던 그 물고기였어요!


얼마나 예쁜지, 어떻게 이렇게 이쁜 녀석을 촌촌하고 헷갈릴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커다랗고 한 없이 깊어 보이는 눈동자, 황금색 빛깔을 띈 비늘들 사이로 검은 비늘이 무늬를 만들고 있는 매끈한 몸. 달빛에도 윤기가 반짝이는 수염과 지느러미들··· 그런 녀석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입을 뻐끔 뻐끔 거리더라구요.


그런데 신기한 건 물고기가 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제가 다 알아들을 수 있던 거였어요.


일단 시간이 없으니 빨리 저 칼을 들고 요괴 사냥꾼들에게로 가자고 하더라구요. 칼을 집어들자 자신의 등에 타라더군요. 미끄럽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올라타니 정말로 편했어요. 저보고 지느러미를 꽉 잡으라고 한 뒤에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진짜 그 기분은 어떻게 표현을 다 할 수가 없어요.


제 발밑으로 보이는 우리 마을, 숲, 산! 그리고 만져질 듯 만져지지 않는 구름들과 제 옆을 스쳐지나가는 새들. 환상적이었어요!


그렇게 날다보니 금방 어느 동굴에 도착하더 라구요. 들어가자마자 랑칸 형에게 칼을 가져왔다고 소리쳤는데, 글쎄 순식간에 랑칸형이 제 앞에 나타나 칼을 쥐고는 벽에 박혀있던 어떤 거대한 촌촌에게로 던졌어요.


흠··· 지금 생각해보니 그 촌촌이 누구를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어느새 천력형이 제 옆에 나타나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보질 못해서 누군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시간이 좀 흐르니 랑칸 형이 나오더라구요. 이번에는 잊지 않은 듯 칼을 허리에 차고 나오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 좀 멋지다는 생각도 들고. 아까 제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으니 고맙기도 하고. 그 때 천력형이 저에게 물었어요.


“알지야, 넌 어떻게 여길 찾아왔니?”


어라? 왜 형들이 이런걸 묻지?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제서야 전 물고기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형들에게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타고 왔다고 말하자, 랑칸 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비어飛魚가 실존한다고? 말도 안돼!”


천력 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알지가 처음 본게 진짜로 비어였다면··· 놀라운데. 우리 추측도 틀렸었던 거잖아.”


“다른건 몰라도 비어는 믿을 수 없어. 비어는 요괴 따위가 아니라고. 성스러운 생물 중 하나잖아. 근데 고작 저런 꼬마 새끼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또 태워준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저 형을 멋있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천력 형이 날 바라보며 말했어요.


“촌촌이 나타났는데도 잠들지 않은 걸 보면··· 얘가 보통 아이는 아닌 듯해. 그래서 비어가 나타났는지도 모르지. 실제로 얘가 보름 전에 본 건 촌촌이 아니라 비어의 그림자인 것도 같고.”


“아무 능력도 느껴지지 않는데··· 신기한 일이군.”


“뭐, 우리만 봐도 신기하잖아? 네 칼 없이는 요괴를 소멸시키지도 못하니까 말야. 그나저나 랑칸. 케차카를 완전히 없애기 전에 ‘그 분’이 뭔지는 알아봤어?”


천력 형의 말을 듣자마자, 랑칸 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아 맞다. 망할. 미안. 까먹었다. 그 놈 하도 재수가 없어가지고··· 미간에 추형도가 박혔는데도 일어날려고 하잖아. 그래서 좀 더 패준 다음에 바로 없애버렸어.”


그 때, 천력 형의 표정을 보고 전 진짜 저 둘 중에 무서운 사람은 천력 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속터지는 녀석아, 성질만 급한 녀석아, 제대로 하는게 아무것도 없는 놈아, 칼까지 두고 다니는 정신 머리 없는 녀석이 역시 또 일을 망쳤구나. 뭐 이렇게 고래 고래 랑칸 형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제가 옆에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천력 형은 다시 입을 다물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랑칸 형은 대꾸도 못하고 욕을 듣고만 있었구요. 쌤통이었죠. 뭐.


“아무튼, 진짜 내가 왜 너랑 같이 다니는지 모르겠다. 내 팔자 야.”


랑칸형이 슬쩍 눈치를 보며 답했어요.


“에이···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가 맨날 하는 짓이 요괴 잡으러 다니는건데, 그 분을 안다는 놈이야 수두룩하겠지.”


“우리가 그 분이 뭔지도 모르는데, 그걸 먼저 말하는 놈이 있겠 어?”


“천력아. 걱정마. 이제부터는 두들겨 패기 전에 그것부터 물어볼 테니까. 알았지?”


“됐다. 너에게는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을게. 휴.”


천력 형이 고개를 푹 숙였어요. 랑칸 형은 멋쩍은 듯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죠. 그 때 산 너머로 동이 터오기 시작했어요. 산등성이부터 조금씩 붉은 빛으로 물들며, 마치 제 옷에 물을 들이듯 산과 들이 푸르게 조금씩 빛이 나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산 저 너머에서 뭔갈 봤어요. 그리고 형들에게 소리 질렀어요.


“저길 봐요! 형들! 빨리!”


제 말에 형들 모두 제가 가리키는 쪽을 봤어요. 그리고 둘 다 자신이 보는 것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숨을 죽였어요.


산 너머에, 황금 빛의 비어가 떠있었어요. 마치 우리에게 인사를 하듯 비어는 꼬리 지느러미를 살짝 흔들고는 사라졌어요. 비어가 사라진 후, 한참이 지나서야 랑칸 형과 천력 형은 정신을 차린 듯,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서로 말했죠.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럼 엄청난 돈벌이가 됐을텐데!”


“대단한 날이야!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징조야!”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여러분도 잘 아시겠죠?




다음 날 오후, 랑칸과 천력은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마을을 떠났다. 케차카에 의해 촌촌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이 그냥 죽은 것도 아니라 괴물이 되었단 것을 알게 되면 그 충격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알지를 비롯한 아이들도 자세한 이야기는 알지 않는 것이 좋았다. 혹시나 건오가 책에 쓰여진 대로 해서 촌촌을 소환한 것을 알면, 아이들끼리 너도나도 한번쯤 책에 쓰여있는 걸 따라해볼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천력은 알지를 데리고 가고 싶어했다. 아무래도 알지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랑칸이 귀찮은 녀석을 데리고 가는 것은 딱 질색이라고 못을 박았고, 지금 데리고 다녀봤자 알지에게 위험만 될 것 같았기에 일단은 연락처만 주고 떠나기로 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알지 부모님의 반대였지만.


알지는 한아 때문에 걱정이었지만, 한아는 의외로 며칠 만에 예전의 씩씩함을 회복했다. 다행이긴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깃든 한아를 보면서, 알지는 다시는 한아의 그 해맑은 웃음을 보지 못하게 될까봐 마음이 아팠다. 때문에 다짐했다.


자신이 요괴 사냥꾼이 되기로. 그리고 앞으로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한아를 지키기로.




"어설프구만."


마을을 떠나고 있는 랑칸과 천력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말했다.


마을 근처의 가장 거대한 나무 중간의 나뭇가지에 누워있던 그는, 바로 옆의 나뭇잎을 따 씹으면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려나··· 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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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피로 이어진 2 +2 16.04.24 248 4 9쪽
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4 3 13쪽
»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3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3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7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81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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