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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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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12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0 20:32
조회
426
추천
8
글자
8쪽

칼을 든 나그네 4

DUMMY

그 때, 덕한의 옆에 와있던 요괴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너무 길다. 그만하고, 다 죽이자. 먹자.”


덕한에게로 다가오며, 검귀가 대답했다.


“안 돼. 아껴 먹어야지. 어차피 산골이라 얘네들 밖에 없단 말이 야. 알았어? 그니까 조금만 죽여. 그리고 그 놈은 좀 놔둬. 처음부터 나한테 반말을 해대고. 내가 먹어야겠어.”


“알았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요괴는 장난치듯 마을 사람 하나를 가볍게 잡아먹기 시작했다. 요괴의 입가에서 핏방울과 살점이 튀었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뜯어 먹히고 있는데도, 그 누구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덕한도 마찬가지였다. 마당 전체, 모든 사람을 공포가 지배하고 있었다.


어느새 덕한의 바로 앞에 검귀가 와있었다. 서서히 태도를 덕한에게 들이밀며, 검귀가 말했다.


“뭐, 나이도 많고, 게다가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지만. 괘씸해서라도 넌 내가 먹어야겠다. 저 촌주처럼 한 방에 죽이지는 않을 거야. 좀 아플 테니까 참아. 알았지?”


자신을 향하는 싸늘한 미소와 태도를 바라보며, 덕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내가 바보였지. 내가 미쳤어. 차라리 그 사기꾼들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그리고 칼끝이 자신의 팔에 닿았다 느낀 순간이었다.


엄청난 소리와 더불어, 거대한 대문이 박살이 나 흩어졌다. 그 소리에 놀라 공포에 굳어있던 마을 사람 모두가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요괴 또한 씹던 것을 멈추었고, 검귀도 덕한의 팔을 찌르던 것을 멈춘 채 고개를 대문으로 향했다.


먼지가 걷히고, 서서히 두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흰 색의 머리와 가죽 자켓. 아까 낮의 그 녀석이었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옆에 있는 것이 그 연약해보이던 하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머리 모양과 문신, 피부색은 똑같았지만 마당 안의 요괴와 맞먹을 정도로 덩치가 컸고, 눈동자 또한 푸른색이 아닌 회색이었다.


검귀가 실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뭐야? 너희들은 왜 온 거지? 아니, 옆의 녀석은 뭐야? 아까 그 놈의 형이라도 되나? 작은 놈이 병신 같으니 큰 놈을 데려 온건가?”


그 순간, 회색 눈의 덩치가 화가 났는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당장에라도 검귀에게로 뛰어들 태세였다.


그 때, 흰 색 머리가 한 쪽 손으로 덩치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가만있어. ‘천력天力’. 저 녀석한텐 내가 빚진 게 있잖아.”


그 말에 천력은 고함을 지르던 것을 멈추고 그저 이를 갈며 검귀를 노려보며 말했다.


“알았어.”


검귀는 이 상황이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형편 없던 놈들이 이제야 나타나서 폼을 잡아대는 꼴이라니.


검귀는 덕한에게로 겨누었던 태도를 내리고 흰 색 머리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네 놈, 그렇게 살려달라고 하더니 왜 또 나타난 거야? 진짜로 죽 고 싶나? 이제는 봐주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


흰 색 머리가 답했다.


“아까도 그렇고, 녀석, 네 놈, 어쩌구저쩌구. 짜증나는구만. 내 이름은 ‘랑칸’이야. 제대로 불러 임마.”


“랑칸? 이름 한 번 특이하군. 뭐 그렇다고 달라지는 거라도 있나?”


“그건 두고 보면 알겠고. 아무튼, 생각대로 움직여줘서 고맙다. 계속해서 마을 사람들을 속이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말야.”


랑칸이 비꼬는 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뭐, 요괴 새끼가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안전해졌다 싶으면 일이나 벌이고 말야. 잔꾀를 꾸며봤자 거기서 거기란 말 이지.”


검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라고?”


“네놈들이 한 조로 움직인다는 것은 진작 알았어. 네 놈이 조 심성이 많다는 것도 알았고. 보나마나 저기 저, 무식하게 덩치만 큰 놈 먼저 보내놓고 상황을 살폈을 거 아냐. 요괴 사냥꾼이 나타나는지 안 나타나는지. 그래서 우리도 사기꾼인척 하고 상황을 살폈다. 이거지. 알겠어?”


그 때, 검귀의 옆에서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덕한이 발끈해서 외쳤다.


“네 이놈! 그럼 우리가 죽어나가는걸 일부러 보고만 있었다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랑칸이 대답했다.


“안 그럼 저 재수 없는 놈이 나타나지 않았을 거거든. 어쨌든 우린 두 놈을 다 잡아야 했단 말이야. 뭐,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 생각해.”


“대의를 위한 희생? 그럼 가만히 숨어만 있어도 되잖아! 꼭 우리에게서 그렇게 대접을 받아야 했어?”


“에이,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지. 그리고 이제 저 놈들을 잡아 줄 거잖아. 그니까 미리 돈을 지불했다고 생각하세요. 알았지? 그리고 네 살 거나 걱정해. 바로 옆에 요괴를 두고 어따대고 정신을 팔 고 있어?”


순간, 덕한은 검귀 쪽을 바라보았다. 다행이, 검귀는 랑칸의 말에 기분이 몹시 나쁜 듯 그저 인상을 찌푸린 채 랑칸 쪽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다른 요괴가 씹던 조각을 뱉으면서 말했다.


“그냥 죽여버리면 안돼? 짜증난다. 내가 죽인다.”


그 말에 검귀는 찌푸렸던 인상을 피고 예의 그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어차피 약하디 약한 놈들. 더 이상 신경 쓰기도 귀찮다.”


그리고는 덕한을 다시 태도로 가리키며 말했다.


“난 이 놈부터 죽여야겠다. 시작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요괴가 랑칸 쪽으로 무섭게 돌진해갔다. 그 큰 덩치에서 어떻게 그런 속도가 나오는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것이 눈에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어느새 요괴는 랑칸의 바로 앞에 도달했고, 그 어마어마한 팔뚝을 휘둘렀다. 당장에라도 랑칸은 요괴의 주먹에 맞아 으깨질 것 같았다.


그 앞을 천력이 가로막았다. 놀랍게도, 요괴의 엄청난 기세에도 불구하고 천력은 조금도 밀리지 않은채 요괴의 팔을 가볍게 잡고 있었다.


요괴 또한 놀란 눈으로 천력을 바라보았다. 천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내 차지야. 재밌게 놀아 보자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력은 요괴의 팔을 잡은 채 그대로 한쪽 구석으로 요괴를 질질 끌고 갔다. 요괴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천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랑칸이 다시 검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 차례네. 이봐. 거기 아저씨는 일단 빼놓지 그래.”


검귀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요괴 중에서도 힘으로는 상급에 속하는 비인력귀非人力鬼가 아니었던가. 머리가 나빠 골치 아프긴 했지만, 그 힘은 쓸만해 데리고 다니면서 미리 요괴 사냥꾼들의 미끼로 썼던 것이었는데. 그 녀석을 가볍게 힘으로 제압하는 저 천력이란 놈은 뭔가?


아무래도 낮에 보았던 그 치들과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았기에, 검귀는 태도를 든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 사이, 덕한이 열심히 다른 한쪽으로 도망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검귀가 자세를 잡음과 동시에, 랑칸 또한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손에 쥐었다. 검귀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엉성한 자세였다. 아무래도, 낮에 보여줬던 형편없는 칼솜씨는 연기가 아닌 듯 했다.


“뭐냐? 그건? 칼을 다룰 줄이나 아는 거냐?”


랑칸이 답했다.


“물론.”


저 천력이란 놈은 무시할 수 없지만, 저 녀석은 낮에 봤던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검귀는 생각했다. 그래도 방심을 할 수는 없었다. 랑칸의 속도만큼은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질 수는 없다. 자신의 이름, 검의 귀신을 걸고라도, 칼의 대결에서 패할 수는 없었다. 그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태도,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태도가 그의 본체였으니- 앞에 수없이 많은 검사 요괴 사냥꾼들이 무릎을 꿇었다. 저 녀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귀는 생각했다.


그 때, 랑칸이 검을 내리든 채 검귀에게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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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3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3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2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6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3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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