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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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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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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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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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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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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피로 이어진 2

DUMMY

천력과 랑칸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남자 존. 이렇게 셋은 자리를 이동해 랑칸이 말한 고루뱀 음식점에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계속해서 따라오지 말라고 짜증을 내던 랑칸은 존의 계속되는 넉살에 기운이 빠졌는지 익어가는 고루뱀을 뒤적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명백히 존과 함께 있기 싫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존은 그 얼굴에 웃음기를 잔뜩 머금고 있을 뿐이었다. 그 침묵의 시간을 깨고자, 천력이 존에게 말을 걸었다.


“음··· 존. 아까 보니까 바쁘신 것 같던데, 이제 그만 일을 보러 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존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것이 더욱 기쁜 듯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답했다.


“오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도망친 뱀파이어는 잡기가 힘드니까요.”


그래서 더욱 잡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천력은 그 말을 속으로 삼킨 채 고루뱀을 뒤적거리는 랑칸을 보았다. 이제 어느 정도 고기가 익어 가는지, 불그스름했던 살결이 제법 먹음직스러운 빛깔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때 랑칸이 입을 열었다.


“하여간 말 하나는 능글맞게 한다니까.”


“에이, 여기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 아닙니까. 하늘에서 떨어졌더니 랑칸씨가 있다라! 역시 보통 사이가 아니에요 우리는. 하하.”


“닥쳐. 그나저나, 니가 서라벌국에는 무슨 볼일이야? 동부지구에는 오지도 않던 녀석이.”


드디어 랑칸이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물어보자 기분이 좋은 듯 존이 다시금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 그러고 보니 랑칸이 묻기 전에는 웃음을 띠고 있을 뿐 함부로 자기 이야기를 뱉지는 않은 존이었다. 마냥 가벼운 사람은 아니군, 천력은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존을 훑어보았다.


랑칸의 말대로 동부지구에 나타날 모습은 아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흰 색의 피부와 높이 솟은 콧날. 튀어나온 미간과 푸른색의 눈동자는 그가 서부지구의 인간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코트의 가슴 부분에는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무기인 것 같았다.


존이 입을 열었다.


“뭐, 뱀파이어를 잡고 있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왜 뱀파이어를 서라벌국에서 잡고 있냐는 말이야. 동부지구에 흡혈귀 종류가 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뱀파이어는 엄연히 서부지구 쪽 요괴잖아? 설마, 니가 데리고 온 건 아닐테지?”


랑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존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오, 노 노. 말도 안됩니다. 제가 어떻게 요괴를 데리고 다니겠어요?”


그 말에 랑칸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고루뱀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은 뒤, 우물거리며 말했다.


“‘으뜸 요괴 사냥꾼’이 그런 짓을 못하란 법은 없지. 실제로 요괴를 부릴 수도 있으면서 말이야. 안 그래?”


으뜸 요괴 사냥꾼? 천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요괴 사냥꾼은 생각보다 많다. 요괴 사냥꾼에게 어떤 조건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물론 힘도 없으면서 나섰다가 목숨을 잃는 이가 대다수고, 행여나 어느 정도 요괴에 대항할 힘을 갖춘다고 해도 변변찮은 잡괴들만 잡으며 입에 풀칠을 하는 이도 많다. 개중에 제대로 된 요괴 사냥꾼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자신과 랑칸이 그 손에 꼽힐 이들 중에 들어간다는 것은 내심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요괴 사냥꾼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으뜸 요괴 사냥꾼이었다. 정부에 의해 길러지고, 정부에 의해 관리되며, 정부에 등록된 일만 하는 이들. 그들이 가진 힘은 일반 요괴 사냥꾼과는 차원을 달리했으며, 랑칸이 말한 것처럼 실제로 요괴를 부리는 능력을 가진 존재도 있었고, 그들을 ‘요괴 나리꾼’이라고 불렀다.


그런 이들 중 한 명인가? 천력이 존을 바라보자, 존은 옆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흠. 제 능력은 랑칸씨가 더 잘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전 요괴 나리꾼이 아니잖아요.”


“그래, 넌 총바치지. 그것도 아주 비겁한. 그래서 내가 널 싫어하고.”


총바치? 천력은 대화가 계속될수록 놀라움이 커져만 갔다. 도대체 이 존의 정체는 무엇이란 건가.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쓸 수조차 없는게 총이다. 그런 총을 다루는 으뜸 요괴 사냥꾼이라면 그들 가운데서도 높은 위치에 있는 법이다.


코트 안의 불룩한 부분을 바라보는 천력을 눈치챈 듯, 존이 슬쩍 그 부분을 두드렸다. 그리고 씩 웃은 뒤, 랑칸에게 말했다.


“멀리서 요괴를 잡는다고 비겁한건 아니죠. 그건 그저 싸우는 스타일일 뿐이니까. 아무튼, 절 싫어하지는 말아주세요. 전 그저 뱀파이어를 잡으러 왔을 뿐이고, 우연히 여러분을 만난거니까. 그리 고 배가 고파서 여기까지 따라온거구요.”


랑칸이 고기 한점을 더 입에 넣었다. 그 틈을 타, 천력이 존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네요. 일단 랑칸의 질문에 답을 해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뱀파이어가 동부지구에 존재 하는 요괴가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뱀파이어가 나타났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뱀파이어를 쫓아오신건지 묻고 싶군요. 게다가 으뜸 요괴 사냥꾼이시라면 그 뱀파이어가 보통의 요괴는 아닌 듯 싶은데. 대답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음, 아까 제가 쫓던 뱀파이어라면 보통 뱀파이어가 맞습니다. 동 부지구에 있는 흡혈귀 종족들하고도 다를 바는 없어요.”


“지금 ‘라면’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의 뜻이 뭔가요?”


“지금 바로 답해드리기는 뭐하네요. 일단 고기도 다 익었고, 술도 있고 하니 먹고 마신 뒤에 이야기 하는게 어떨까요? 참고로 전 지금 배가 너무 고프답니다.”


예의 그 함박웃음을 지으며, 존이 고기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아무래도 쉽게 입을 열지는 않아 보이는지라 천력 또한 술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까부터 혼자 고기를 씹던 랑칸은 존이 계속해서 말을 하든 말든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고기와 술이 모두 바닥이 났다. 술이 약한지, 존은 몇 잔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볼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어느정도 때가 됐다고 판단한 천력이 존을 향해 말했다.


“이제 답을 해주실 때가 된 듯 하네요. 아까 제 질문에 답을 해 주시겠습니까?”


“뭐, 어려운 건 아닙니다. 대신 약속을 하나 해주시겠어요?”


“뭡니까?”


존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랑칸과 천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두 분께서 저를 도와주세요.”


천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으뜸 요괴 사냥꾼이 일개 요괴 사냥꾼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말한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소리였다. 만약에 요괴가 너무 강해 죽어가는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옆을 요괴 사냥꾼이 지나가고 있더라도 으뜸 요괴 사냥꾼은 자기가 죽는 것을 택하면 택했지 도움을 요청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때, 천력을 더욱 놀라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또 이럴 줄 알았어. 일부러 우리 앞에 떨어진 거구만? 니가 겨우 그 정도 높이에서 발이 미끄러질 리가 없지.”


“하하. 죄송하네요. 뭐 저도 놀랬습니다. 밑을 바라보니 랑칸씨가 계셔서 말이죠. 뭐, 제가 아까도 말했듯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또’라면 존이 도움을 요청한게 처음이 아니란 말이었다. 자기가 함께 다니기 전에 랑칸과 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천력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 질문을 할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존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뭐 무턱대고 도와달란 건 아닙니다. 제가 해드리는 이야기를 들으면 두 분도 어느정도 흥미가 당기시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보수도 챙겨드릴께요. 제가 으뜸 요괴 사냥꾼인걸 아시니까, 제가 하나의 일에 버는 돈의 액수도 아시겠죠?”


물론. 랑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력 또한 으뜸 요괴 사냥꾼이 정부로부터 받는 봉급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랑칸은 과거에도 존을 도와준 적이 있는 듯 했고, 서라벌국에 와서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 돈을 벌 수 있다면 함께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다음에 이어진 존의 말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존의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서라벌국은 점령당했습니다. ‘뱀파이어 군주’의 손에.”


이런 망할, 랑칸과 천력 둘 모두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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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2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6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3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79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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