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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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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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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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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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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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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피로 이어진 1

DUMMY

[서라벌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은색의 자동차 위로 교통 표지판이 스쳐 지나갔다. 자동차 앞으로는 잘 포장된 검은색의 도로가 쭉 뻗어 있었고, 도로의 끝에는 어렴풋이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조수석 의자에 완전히 몸을 파묻고 앉아있던 랑칸이 입을 열었다.


“산동네를 빠져나오니까 살 것 같구만. 왜 이놈의 나라는 이다지도 지역 균형이 안맞는지 모르겠어.”


운전을 하던 천력이 답했다.


“대 재앙 이후로 아무데서나 전기가 생성되지 않는단 건 너도 잘 알잖아? 새삼스럽게 왜 투덜대고 난리야.”


“그니까 왜 전기가 생성되지 않냐는 말야. 이렇게 제대로 폰도 못쓰게 말이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랑칸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빛 마을을 빠져나온 이후로, 렌터카 대여소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통화권에 들어오자마자 그동안 밀렸던 메시지가 가득 쌓인 상태였다. 개중에는 꽤 높은 액수를 제시하는 요괴 잡이 의뢰도 있었기에, 랑칸은 입맛을 계속 다셨다.


그런 랑칸을 슬쩍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천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랑칸과 티격태격하기는 하지만, 자기보다 어린 그가 그리 밉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개념없고, 돈 밝히고, 난폭하긴 하지만 그것도 다 어려서 그런거다 생각해보니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다. 천력이 말했다.


“그만 투덜거리고, 앞을 봐. 서라벌국에 다 왔어.”


“오, 드디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랑칸은 동시에 옆 창문을 열었다. 흘러 들어오는 바람 속에 매캐한 매연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냄새가 느껴짐과 동시에 천력은 살짝 미간을 찌뿌렸다.


완전히 머리를 창 바깥으로 내밀고, 바람과 냄새를 함께 느끼면서 랑칸이 말했다. 그는 매연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았다.


“이게 얼마만이야. 한 2년 만인가?”


천력이 답했다.


“내가 널 만난 게 1년 전 일이니, 서라벌국은 그럴 수도 있겠네.”


“음, 꽤 그리웠어.”


“니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물론.”


다시 차 안으로 들어온 랑칸이 갑자기 생각 난 듯 물었다.


“그나저나, 넌 서라벌국은 처음이겠다? 나랑 만나기 전에는 그 산에서만 살았었잖아.”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 그래도 어떤 곳인지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어.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라던데?”


랑칸이 씩 웃었다. 그리고 이상야릇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음··· 확실히 만만한 곳은 아니지. 튕기기도 잘 튕기는 곳이거든··· 으흐흐”


이 놈, 또 이상한 소리하겠구만. 천력이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 동안 얼마나 굶주려 있었다고. 북부 지구는 가는 곳마다 얼 음 뿐이고, 동부 지구 와서도 허구헌날 산골짜기만 돌아다녀서 여자는 구경도 못하고. 흐흐. 이참에 제대로 회포를 풀어줘야지?”


그럼 그렇지. 천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천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랑칸은 신이 나서 계속 떠들어댔다.


“안그래도 가장 이쁜 미인들만 모여 있다는 서라벌국이잖아. 화대가 싸기도 하고. 아쉬울 거 없지 뭐. 아, 2년 전에 걔는 아직 거기 있을려나?”


입가에 침이 고인 채, 랑칸은 눈동자를 위로 향한 채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그 표정을 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뻔했기에, 천력은 더 이상 랑칸에게 신경을 쓰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자신의 눈 앞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도시국가, 서라벌국으로 생각의 방향을 옮겼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서라벌국, 고대에 존재한 것으로 전해지는 도시의 이름을 따온 동부 지구 내의 최대의 도시국가. 주로 산과 평야로 이루어져 있고, 도시국가가 그다지 많지 않은 동부 지구라지만 서부 지구의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도시국가가 바로 서라벌국이었다.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동부 지구 내의 모든 경제, 정치 시스템이 서라벌국에서 운영된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 또한 막대했다. 비록 명목상으로는 동부 지구 중앙 정부 아래에 있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자체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의 독립 자치권 또한 보장되어 있는 것이 서라벌국의 지방 정부였다.


그러나, 그런 특성 때문에 서라벌국은 동부 지구 내의 최대 범죄 도시로도 유명했다. 중앙 정부와 별도로 관리되는 법 덕택에 서라벌국의 밖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거의 대다수가 서라벌국 안으로 도망쳐왔다. 일단 서라벌국 안에 들어가게 되면 중앙 정부의 경찰력이 미칠 수 없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미로처럼 얽힌 서라벌국의 도심 속으로 숨는다면 그들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서라벌국이 가지고 있는 부 중에 반 이상이 도박이나 마약 거래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범죄자가 늘어날수록 서라벌국에게는 이득이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서라벌국 지방정부는 범죄자를 잡는 시늉만 할 뿐, 오히려 그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하기도 했고, 결국에는 도시 주민의 30프로 이상이 범죄자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득권은 잃지 않는 것이 지방 정부 관리 및 서라벌국 내의 부호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 도시를 철저하게 구역별로 나눠 관리했다. 제 1구역은 도시의 중심가로 정부의 1급 공무원들 및 몇 몇 영향력 있는 부호들이 거주하는 곳이었고, 2구역은 2, 3급 공무원과 부호들의 거주 지역, 3구역은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시민들과 직장인들이 사는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4구역이었는데, 이곳은 말로만 4구역이라 불릴 뿐, 실제로 행정구역에 편성되지 않아 지방 정부에서 아무것도 관리하지 않는 구역이었다. 세금이나 각종 요금을 걷지 않는 대신에 완전한 치외법권 지역을 선포해 앞서 말한 범죄자들이 완전히 몰려 있는 곳이었다.


이러한 구역들은 ‘귀한막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벽들로 인해 구분되어 있었으며, 각 귀한막이들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구역거름소'에서 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이러한 인증은 자신이 속한 구역 위를 방문할 때만 이루어졌으며, 거주 구역 아래의 구역으로 넘어갈 때는 별다른 인증은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4구역에 들어갈 때는 인증 대신 동의를 해야 했다. ‘죽어도 좋다’라는 정부 방관 협의에 대한 동의를.



랑칸과 천력은 4구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애초에 대다수의 요괴 사냥꾼은 정부에 의해서는 범죄자로 취급 받는다. 물론 요괴를 잡는 그들의 행위가 범죄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요괴 사냥꾼이 요괴를 잡은 다음에 받게 되는 사례금이나, 요괴가 가지고 있던 보물들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범죄자로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그 어떤 누구도 그들을 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고, 어떻게 보면 요괴 사냥꾼들이 해결해주는 일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단속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너무 심한 행동을 저지르면 정부도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적인 경찰이 아닌, 정부에 등록된 ‘으뜸 요괴 사냥꾼’들을 이용하긴 했지만.


“일단 밥부터 먹을까?”


이미 손에 먹을 것을 한 아름 들고 있었음에도, 랑칸이 천력에게 물었다. 천력이 눈빛으로 도대체 네 손에 들린 것은 무어냐 하는 물음을 던지자, 랑칸 또한 눈빛으로 이것은 엄연히 간식이지 식사 거리가 아니다 라는 답을 보내왔다. 천력이 말했다.


“네 뱃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하긴. 그 동안 산동네만 다니다보니 도시 음식이 그리웠긴 그리웠겠다.”


“당연하지! 시골 음식에는 자극적인 맛이 없다고. 자고로 음식이 란 건 무지 맵고 짜줘야 하는데 말야!”


잘 익은 문어구이를 씹던 채로 랑칸이 답했다. 그 문어구이에도 소스란 소스는 온통 듬뿍 뿌린 상태였다. 저럼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랑칸의 위는 어떻게 된걸까. 천력은 생각하며, 그럼 뭘 먹고 싶냐고 랑칸에게 물었다.


“음, 아무래도 고루뱀 구이가 제일 나을 것 같은데? 술 한잔 같이 하기도 딱이고.”


“호오, 니 말을 듣고보니 갑자기 술이 땡기는데?”


천력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했을까. 천력은 어느새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랑칸에 비하면 훨씬, 아니 아주 많이 차분하고 어른스러우며 생각이 깊은 천력이지만, 술을 좋아하는 천성만큼은 어쩌지를 못했다. 랑칸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술 이야기를 함께 꺼낸 것이었다. 랑칸이 말했다.


“마침 내가 잘 아는 곳이 있지. 1구역에서조차 맛볼 수 없는 제 대로 된 고루뱀 구이를 파는 곳! 게다가 술 또한 직접 담가 그 맛이 진국인 곳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4구역에 있을 식당이 아니 라니까!”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랑칸이 신이 난 표정으로 길을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직접 담근 술의 맛을 상상해보니 천력 또한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랑칸과 천력은 나란히 걷고 있었고, 랑칸은 계속해서 그 맛집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고루뱀 구이는 거기가 제맛이다, 물론 그것말고도 훌륭한 음식들이 많다. 검돼지 껍질 구이, 가른걸음물소 훈제, 노란볏 닭튀김 등 1구역과는 비교도 안된다 등 등.


술 생각에 그 얘기를 모두 흘려듣던 천력이 문득 궁금한 것이 있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근데, 너 1구역에 가본 적 없지 않냐? 1구역하고 비교도 할 수 없다는 게 어째 말이 안되는 것 같다?”


랑칸이 당황하며 대꾸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만큼 맛있다는 거 아냐!”


“음, 니가 계속 말을 그렇게 하니까 그렇지. 그리고 워낙 네가 평소에 과장을 많이 하기도 하니까.”


“과장이 아니라니까! 그만큼 맛있다고!”


랑칸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천력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난 별로 음식은 상관없고, 술 맛만 확실하면 돼. 알았지?”


랑칸 또한 소리를 지르던 것을 멈추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후후, 걱정 마. 술 맛 또한 보장하지. 만약에 맛이 없으면 이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칠꺼다.”


“자신 있는데?”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다시 둘이 걸음을 옮기려는 참이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갑자기 둘의 앞으로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순식간에 주위가 먼지로 차올랐고, 그 때문에 콜록거리던 랑칸이 어이 없어하며 말했다.


“뭐야? 번개라도 친 거야? 야 천력. 진짜 과장한 적 없어! 그만큼 그 집은 맛있단 말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천력이 랑칸에게 말했다.


“조용히 해봐. 그런건 아닌거 같으니까. 누가 떨어진 거 같애.”


잠시 후, 먼지가 어느 정도 걷히기 시작했고, 그들의 눈앞에 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 남자였는데, 떨어진 충격 때문에 허리가 아픈지 몸을 웅크리고 한참을 낑낑 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 녀석은 뭘까, 하는 심정으로 랑칸과 천력 둘 다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녀석이 갑자기 벌떡 하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놈의 뱀파이어! 내 니 놈을 꼭 잡고 말리라!”


내가 저런다면 진짜 쪽팔려 죽을 것 같겠다. 랑칸과 천력 모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목소리와 거기에 어울리는 진지한 표정, 그리고 촌스러운 자세가 융합된 모습이었다. 게다가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어 촌티는 더욱 극에 달했다.


어서 이 자리를 뜨자, 둘은 눈빛을 교환했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선글라스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랑칸을 보곤 소리를 질렀다.


“오오! 랑칸씨! 오랜만이에요!”


“누구?”


랑칸이 되묻자, 선글라스의 남자가 울상이 되었다. 아는 사람이냐? 천력의 물음에 랑칸이 고개를 젓고 있을 때 남자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 얼굴을 본 랑칸이 경악하며 외쳤다.


“존!”


작가의말

비축분까지는 수시로 연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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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4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3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2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7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81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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