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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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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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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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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2 13:57
조회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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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DUMMY

쳇.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아무튼 저 랑칸이란 형은 진짜 못된 사람이에요. 처음부터 말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 아빠한테 하는 말투도 그렇고. 저런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 천력형은 도대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천력형도 똑같은 사람인 걸까요?


아무튼, 이야기를 다 듣진 못했지만 제가 봤던 물고기 이름이 촌촌인 것 같긴 해요. 뭐 랑칸형은 제가 본게 물고기처럼 생긴 그림자일 뿐이라고 했지만, 그런게 어딨어요. 제가 본 건 분명 물고기였는데. 그렇게 생긴 동물이 또 있나요?


아마 랑칸형이 요괴라고 말을 해야 하나 거짓말을 한게 아닌가 싶어요. 아니, 분명히 그럴 거에요. 전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에 꽃힌 책들을 다 뒤졌어요. 한아 누나가 말했던 유니콘과 만티코레부터 시작해서, 세상의 온갖 요괴나 신기한 동물들이 나와있는 책들이었죠. 요즘 애들한테는 이정도는 기본이라구요.


그런데 그 안 어디에도 촌촌이란 이름은 없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찾고 또 찾고.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기고. 글자를 읽고 또 읽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어요.


잠에서 깨어나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어요.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난거지? 어리둥절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보니 잠겨있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아빠가 들어왔다가 제가 자는 걸 보고 그냥 열어두고 나갔나 봐요.


방 밖으로 나가 엄마 아빠를 불러보았는데, 집 안에는 안 계시는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이상하다. 싶어서 계단을 내려갔는데, 이럴수가. 탁자에 엄마 아빠가 쓰러져 있었어요.


“엄마! 아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보니, 엄마 아빠는 그저 잠이 들어 있을 뿐이었어요. 다행이긴 했지만, 누가 엄마 아빠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했어요. 그러다 바로 짐작이 갔어요. 랑칸과 천력. 이 두 놈-형이라고 부르기도 싫었어요-이 분명했어요.


아무래도 요괴 사냥꾼이라는 것이 거짓말인게 틀림 없었어요. 엄마 아빠를 약을 먹여 재우고, 제 방에 들어와 제가 자는지도 확인하고 집의 돈을 훔쳐간거야.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무튼 빨리 이 사실을 알리려고 집 밖으로 나갔어요. 다른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하면 안되잖아요?


밖으로 나오니, 마을 거리가 너무나도 한산했어요. 열흘 동안 사람이 계속 죽었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서운 마음도 들었지만, 엄마 아빠가 쓰러져있기도 하고 그 두 사기꾼이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 한시라도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로 갈까 하다가 가장 가까운 한아 누나네 집으로 향했어요.


한아 누나네 집에 도착했는데, 문이 부서져 있었어요. 사기꾼들의 짓일까? 급한 마음에 누나를 부르지도 않고 집 안으로 뛰어들었어요.


전 그 때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누나가 집 구석에 쓰러져 있고, 누나의 부모님은 거실 한 가운데 쓰러져 있었어요. 그런데··· 그냥 쓰러져 있는게 아니었어요.


열흘 전 제가 봤던 그 물고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그 물고기가 입을 누나의 부모님 쪽으로 대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뭔지 확실히 보이지 않아서 몰랐는데, 점점 확실히 물고기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물고기는 누나의 부모님을 먹고 있었어요.


전 공포에 질렸어요. 갑자기 다리에 뜨끈한 느낌이 들었어요. 오줌을 쌌던 거에요. 부끄럽긴 해도 그게 사실이에요. 누군가 들어온 것을 눈치 챘는지, 물고기가 서서히 제쪽으로 몸을 돌렸어요. 몹시 무서워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어요.


“이건 내가 본 물고기가 아냐··· 이게 아니야······.”


그때, 기절을 하지는 않았었는지 갑자기 누나가 고개를 들며 저에게 소리쳤어요.


“저건 물고기가 아냐! 알지야! 똑바로 봐!”


물고기는 이제 제 쪽으로 몸을 다 돌리고,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고, 물고기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저도 이젠 물고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어요.


제가 등지느러미라 생각했던 것은 긴 머리칼이었고, 제가 배 지느러미라 생각했던 것은 턱에 난 수염이었어요. 제가 꼬리라고 생각했던 건 긴 머리칼 중 일부분을 묶은 것이었어요. 물고기 특유의 얼굴이라 생각했던 건, 연결되어 있는 이마와 코가 만들어낸 모양일 뿐이었어요.


그래요. 그건 머리였어요. 아주 거대한, 날아다니는 사람의 머리.


그 머리가 서서히 저에게로 다가왔어요. 너무나도 큰 눈이 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요. 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 눈이 정말 무서웠거든요.


그렇게 제 바로 앞에 다가오자, 머리는 입을 벌렸어요. 입 안에 날카롭게 솟아있는 이빨들이 보였어요. 피와 찌꺼기가 잔뜩 묻어있었어요. 그 안에서 낼름거리는 새빨간 혀도 보았죠. 머리의 목구멍-어디에 연결되어있는진 모르겠어요-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숨이 제 뺨에 와 닿았어요. 이제 죽었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어요.


“비켜 이 새끼야!”



-



촌촌의 쩍 벌어진 아가리 사이로 알지의 머리가 들어갔다. 그 아가리가 닫히려는 순간, 랑칸의 오른 주먹이 먼저 촌촌의 뺨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랑칸은 왼 손으로 알지를 밀쳐냈고, 촌촌과 알지는 그대로 양 쪽 구석으로 날아가 쳐 박혔다.


그래도 정신을 잃지는 않았기에, 알지는 고개를 들어 랑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알지를 바라보며 랑칸이 말했다.


“뭐? 아프냐? 괜찮냐고 말이라도 해주길 원해?”


그럼 그렇지. 알지는 생각했다. 순간, 알지의 눈에 랑칸의 머리 뒤로 촌촌이 다시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는 것을 보았다. 놀란 알지가 랑칸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려고 했다.


“나도 알어 임마.”


랑칸의 몸 전체가 앞으로 숙여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촌촌의 턱 아래 쪽으로 뒷걸음 쳐 몸전체가 그 밑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 상황에서 랑칸이 힘차게 하늘을 향해 오른발을 차올렸다. 뻑, 턱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촌촌이 공중에 떴-원래 떠있었으니, 약간 상승했다고 표현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다.


거기서 끝났어도 촌촌에게 충분한 타격이 가해졌겠지만, 랑칸은 그렇게 자비로운 인물이 아니었다. 하늘로 솟아있던 오른 발을 아래로 내리며, 그 반동을 이용해 180도 몸을 회전하며 왼발로 촌촌의 뺨을 갈겼다. 아무래도 이번 타격이 더 셌는지, 촌촌이 한 쪽 벽으로 날아가 쳐 박혔다.


단 세 대를 맞았을 뿐이지만, 촌촌은 이미 그야말로 걸레가 되어 있었다. 날카롭던 이빨은 다 부러져 버렸고, 맞다가 씹었는지 혀는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광대는 함몰되고 턱은 금이 갔으며, 눈 하나도 시뻘겋게 물들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 했다.


게다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얼굴이다보니 그 모양이 끔찍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본성이 있는지 다시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는데, 힘을 들이느라 찌뿌려진 미간으로 어느새 랑칸의 추형도가 날아와 박혔다.


꿈틀거리다가 결국엔 쪼그라드는 촌촌을 바라보다가, 랑칸은 고개를 돌렸다. 알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놈은 왜 날 피곤하게 한 걸까. 왜 나와서 날 귀찮게 만들었을까. 그냥 확 죽여버릴까. 치솟는 짜증 때문에 랑칸은 당장에라도 알지를 한 대 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치면 알지가 무사할 리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그리고 알지를 향해 말했다. 아까 자기가 한 생각 그대로를.


“왜 이리 피곤하게 하냐. 왜 이 밤에 나와서 사람을 귀찮게 해. 앙? 한 번 죽어볼래?”


알지가 답했다.


“그게··· 엄마 아빠가··· 잠들어 있으니까··· 형들이 사기를 친 줄 알구··· 찾아볼라 그랬지···요······”


“아 미치겠다. 천력아. 왜 우리는 어딜 가나 사기꾼 취급을 받는 걸까?”


랑칸이 천력에게 물었다. 천력은 랑칸이 촌촌과 싸우는, 아니 후드려 패는 사이, 집 안으로 들어와 어느새 한아의 부모님의 시신을 정리하고 기절해 있던 한아의 상태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한아의 맥과 호흡이 정상 임을 확인하고, 겉보기에도 별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천력이 답했다.


“네가 그렇게 행동을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말 참 곱게도 한다? 응?”


랑칸이 주먹을 흔들며 비아냥거렸지만, 그를 무시한 채 천력은 한아를 바르게 눕히고 알지에게로 다가왔다.


“랑칸이 싸우는 걸 봐서라도 알겠지만, 우리는 사기꾼이 아냐. 우리가 처음에 말했던 대로, 그리고 니가 본 대로 요괴 사냥꾼이란다.”


알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력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겁도 많이 날테고 지금 상황이 무섭기도 하겠지만, 아직 처리해 야 될게 남았어. 그러니까 긴 얘기는 우리가 다녀온 후에 하자. 알았지?”


“거 참 친절하기도 하다. 애새끼 걱정되면 한 대 때려서 기절 시 키고 가면 될 거 가지고.”


랑칸의 중얼거림에도 천력은 꿋꿋히 그를 무시했다. 어찌보면 이 사람이 더 무서워. 알지는 생각했다. 그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력이 알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희 부모님이 잠든게 걱정되겠지만, 그건 촌촌이 나타날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촌촌의 분비물은 주변 동 식물을 모두 잠들게 하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밤에 누가 죽어가는데도 아무도 보지 못했던 거고 말야.”


알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전 그림자를 봤던 걸요? 잠에 들지도 않았어요!”


“그건 우리도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야. 어쩌면······.”


“어쩌면?”


천력이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잠깐 흔들더니 답했다.


“아니다. 일단 촌촌이 이 한 마리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는 놈들의 본거지로 가봐야 할 것 같아.”


“한 마리가 아니라구요?”


팔짱을 낀 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랑칸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을 무시하고 둘이서만 얘기하니 좀이 쑤신 듯 했다.


“생각해보면 쉽지 않나? 죽은 사람들이 어땠는지?”


“죽은 사람들요?”


“그만 좀 해 랑칸. 진짜 화낼지도 몰라.”


처음으로 천력이 인상을 쓰고 랑칸을 바라보았다. 랑칸은 천력의 그 표정에 짐짓 놀란 척을 하며 입을 비죽 내밀었다.


“알았어 알았어. 빨리 갑시다.”


놀란 시늉은 했지만 역시나 그 비꼬는 말투를 내뱉으며 랑칸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천력은 알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좀 무섭긴 해도 촌촌은 자신들의 동료가 죽은 곳에는 접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아의 집에 남아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알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천력도 랑칸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랑칸과 천력이 모두 나간 뒤, 알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제야 감이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랑칸의 화려한 싸움과, 왠지 모르게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천력 덕택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야 자신이 어마어마한 일을 겪었다는 걸 깨닫고는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알지의 눈 앞에 기절한 한아가 보였다.


한아 부모의 시체는 천력이 수습을 했기에 보이지 않았지만, 핏자국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게다가 죽기는 했지만 쪼그라든 촌촌의 시체도 한 쪽 벽 구석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 미간에 랑칸의 칼을 꽂은 채로.


어라? 잠깐만. 뭔가 이상했다. 알지는 다시 촌촌의 시체를 보았다.


분명히 죽은 촌촌의 미간에 칼이 남아있었다.


저걸로 마무리를 하지 않았나? 알지가 생각했다. 놔두고 가면 안되는게 아닐까? 알지는 황급히 일어나 랑칸과 천력을 불러보려고 했다. 그들이라면 이미 엄청 멀리갔겠지만, 그래도 한번은 시도를 해봐야 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가 나며 벽이 무너져 내렸다. 뭐지? 순간적으로 알지는 뒤를 쳐다보았다.


'거짓말쟁이들. 동료가 죽은 곳엔 나타나지 않는다며!'


알지의 뒤는 벽이 무너져서 생긴 뿌연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먼지 때문에 콜록거리며, 알지는 이제 정말로 자신이 죽음의 위기에 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지 뒤로, 희미한 촌촌의 그림자가 떠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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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피로 이어진 2 +2 16.04.24 249 4 9쪽
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4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4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3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70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7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4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5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81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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