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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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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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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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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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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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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피로 이어진 4

DUMMY

거실에 있는 탁자로 자리를 옮긴 셋은 아까 술집에서 끊어진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천력에게 두 번이나 뒤통수를 맞은 랑칸이 심히 불만에 찬 표정을 지으며 ‘난 말하기가 싫어’라는 의사를 표출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랑칸이 끼어들어봤자 영양가 있는 이야기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천력과 존은 깨끗하게 무시를 하기로 했다.


천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겠군요. 지금 서라벌국의 상황이 정확히 어떻습니까? 아까는 1구역이 점령당했다고 말했고, 타 구역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하셨었는데 말이죠.”


“말한 그대롭니다. 1구역은 현재 뱀파이어 군주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습니다. 게다가 각 구역에도 이제 어느 정도 손길을 뻗치고 있지요. 제가 처음 서라벌국에 왔을 때만 해도 1구역 이외에는 뱀파이어들의 활동이 없었는데, 정말 무서운 속도로 그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1구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완전히 뱀파이어들로 가득차 버린 것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뱀파이어는 극히 일부라고 할까요?”


천력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일부? 그런데 어떻게 점령이란 표현을 쓰지요?”


“제가 아까 뱀파이어 군주의 영향력이 1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에도 미친다고 말씀 드린 것을 기억하십니까?”


“네.”


“1구역 밖에 점령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다른 구역에도 영향력을 미칠까요? 서라벌국의 구역들은 엄연히 귀한막이로 나뉘어져 있는데 말이죠.”


존은 곧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 천력이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듯 했다. 무슨 소리냐는 듯 인상만 찌푸리고 있는 랑칸과 달리, 천력은 존이 말해준 것들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잠시 후, 답이 떠올랐는지 천력이 한쪽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협력자’가 있군요. 그렇죠?”


존이 미소 지었다.


“예. 말씀드렸다시피 1구역의 뱀파이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1구역을 점령했죠. 이것은 협력자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1구역의 인간들은 뱀파이어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수락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서 타 구역에도 뱀파이어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었죠. 어차피 귀한막이의 구역거름소도 1구역에 위치한 지방 정부의 통제를 받으니까요.”


“그럼 구역거름소의 거름원들도 뱀파이어란 말입니까?”


“그건 아닌 듯합니다. 뱀파이어의 특성상, 햇빛에 장시간 노출 될 수는 없으니까요. 아마 그들은 자신들이 뱀파이어를 통과시키고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그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협력자가 됐을 뿐이죠.”


천력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존의 설명에는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천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는 듯, 존이 말했다.


“서라벌국의 정부가 왜 뱀파이어 군주에게 협력을 했는지가 궁금하십니까?”


“예. 이해가 가질 않네요. 서라벌 국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이라면 뱀파이어 군주라고 해도 그리 쉽게 지배를 당할 정도가 아닙니다. 게다가, 애초에 어떻게 뱀파이어 군주가 서라벌국 안으로 들어온 겁니까? 귀한막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요?”


천력의 질문에 존이 대답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랑칸이 끼어들었다.


“간단하구만.”


천력이 랑칸을 바라보았다. 랑칸은 씩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쪽에서 문을 열어준거지.”


“문을 열어줬다고?”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라벌 국 안에 내통자가 있습니다. 그, 아니 그들이 뱀파이어 군주를 서라벌국 안으로 불러들였고, 다른 인간들을 지배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천력은 경악했다. 인간이 먼저 뱀파이어와 손을 잡았다고? 도대체 뭣 때문에? 천력이 머리를 굴리는 동안, 랑칸은 뭘 그리 깊게 생각하냐는 듯 천력에게 말했다.


“뱀파이어 군주의 능력을 잘 알면서 왜 그리 깊게 생각을 해? 간단하잖아?”


그 순간, 천력 또한 내통자들의 속셈을 깨달았다. 천력이 존을 바라보자,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력이 말했다.


“‘불사’의 힘을 원하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뱀파이어 군주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랑칸과 천력이 처음 존의 말을 들었을 때, 경악을 했던 이유는 단순히 뱀파이어 군주의 힘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뱀파이어 군주는 ‘불사신’이라고 해도 무방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그 능력은 완전한 불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천력이 물었다.


“뱀파이어 군주가 불사신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의 능력이 불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정확히 말하면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재생이라고 해야 옳을 텐데요.”


천력의 말대로, 뱀파이어 군주가 지닌 능력은 불사가 아니었다. 혹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재생으로 인한 착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재생 능력만큼은 무시무시했다. 팔, 다리, 몸 어느 부분을 날려 버려도 1초도 안되는 시간 안에 그 곳에는 새로운 그것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뱀파이어만을 잡으러 다니는 요괴 사냥꾼이 뱀파이어 군주의 입에 폭탄을 쑤셔넣는 데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폭탄은 요괴 사냥꾼의 팔마저 날려버렸다. 비록 두 팔을 잃었지만 평생의 숙원이던 뱀파이어 군주 퇴치를 이루어낸 요괴 사냥꾼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느새 재생을 끝내고 자신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 뱀파이어 군주였다.


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랑칸과 천력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분은 알고 계시는군요. 하긴, 여러분들처럼 우수한 능력을 지닌 요괴 사냥꾼이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뱀파이어 군주의 진짜 능력은 재생은 요괴 사냥꾼 전부가 아는 것도 아니고, 알아봤자 저희 같은 으뜸 요괴 사냥꾼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하물며 보통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이미 세간에는 뱀파이어 군주가 불사신으로 알려진지 오래입니다. 1구역의 거주자들은 그걸 원한 것이구요. 그들이 모두 서라벌 국 안에서의 특급 계층 이란 것은 알고 계시죠?”


“힘 있는 새끼들은 꼭 갖고 있는 것만으론 만족을 못해. 영원히 놓고 싶어 하질 않지.”


랑칸이 말했다. 천력과 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존이 입을 열었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귀한막이를 세운 것부터 그랬지요. 자신들과, 자신들이 분류한 천한 이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 그 말도 안 되는 벽을 세웠으니까요.”


“그럼 지금 안쪽의 상황은 어떤가요?”


천력의 물음에, 존은 갑자기 매우 슬픈 표정이 되었다. 잠시 후,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일부의 뱀파이어가··· 내통자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사육하고 있습니다.”


사육, 간단한 단어였지만 그것이 몰고 온 충격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뱀파이어에게 사육당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먹이의 제공. 이미 저 높은 벽 너머에서는 인간이 그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니, 살아간다는 말이 어울리기나 할까?


천력이 물었다.


“서라벌국의 다른 군은 어떻게 된 겁니까? 1구역은 그렇다고 칩시다. 타 구역에도 주둔하는 군이 있지 않습니까?”


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랑칸이 대답한 말로도 그 설명은 충분했다.


“스스로가 귀한 존재라 만들었고, 그 이름 또한 그렇게 붙였던 벽이 그들 자신을 가둬버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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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3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3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2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6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81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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