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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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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49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2 13:50
조회
323
추천
3
글자
12쪽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DUMMY

안녕하세요? 저는 알지라고 해요. 나이는 여섯 살이고, 음··· 사는 곳은 서라벌 국 근처의 작은 마을 ‘은빛’이에요. 마을을 짓다가 나온 돌조각에 써있던 글귀 이름을 땄다는데, 뭐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서라벌 국 근처에 있다지만 한 번도 거기에 가본 적은 없어요. 되게 크다던데··· 이런 마을에는 없는 높은 건물들도 있구. 한 번쯤 엄마 아빠가 데려다 주겠죠?


아 맞다. 엄마 아빠 이야기를 안했다.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엄마 아빠는 우리 마을에서 사셨데요. 그래서 그런지 마을의 어른들이 모두 다 절 귀여워해줘요. 제가 어딜 가던 반가워하고, 꼭 불러서 과자를 주기도 하구요. 뭐 솔직히 귀찮기도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그런데 요즘은 어른들한테도 그렇고, 엄마 아빠한테도 그렇고 전 미움만 받고 있어요. 제가 하고 다니는 이야기 때문인데, 지금 제가 얘기할 게 바로 그거에요.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다, 아니면 제가 나쁜 일을 만들어왔다고 저한테,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해요.


그래도 절대로 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나쁜 일을 만든 것도 아니구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제 말을 꼭 믿어주셔야 해요. 알았죠?


열흘 전 쯤 인가. 밤에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난 적이 있어요. 엄마 아빠는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지만, 오줌이 마려운데 어쩔 수가 있나요. 우리 집은 좀 구식이라서 화장실이 밖에 있어요. 무섭긴 했지만, 이제 여섯 살이나 됐으니 애기처럼 참다가 이불에 오줌을 쌀 수는 없잖아요. 이래 뵈도 다 컸다구요. 엄마 아빠를 깨우는 건 더더욱 싫구요! 그래서 씩씩하게 밖으로 나갔어요.


밖은 되게 어두웠지만, 달이 몹시 밝아서 앞이 안보일 정도는 아니었어요. 처음엔 무섭기도 했는데, 바로 건너편에 불이 켜진 집이 보이기도 해서 용기가 났어요. 화장실이 바로 코 앞인데, 다시 들어갈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막 뛰어가서 오줌을 눴어요. 헤헤. 살 것 같았어요. 기분이 정말 좋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 때였어요. 전 분명 그걸 봤어요! 그게 뭐냐구요?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있었어요!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달을 지나쳐가는 그림자를 분명히 봤다구요! 분명 물고기였어요.


등하고 배 쪽에 긴 지느러미가 달려있었고, 꼬리는 힘차게 하늘을 헤엄치며 날아가고 있었어요. 혹시나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몇 번이고 봤는데, 그래도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었어요. 그렇게 달을 지나서, 구름 뒤로 금방 사라지긴 했지만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물고기를 보자마자, 당장 집으로 뛰어 들어가 엄마 아빠를 깨웠어요. 그리고 제가 본 걸 말했죠. 당연히 엄마 아빠는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밤에 왜 일어나서 밖으로 함부로 나가냐고 혼만 났죠. 그래도 본 건 본거라구요. 그 날 밤 전 한 숨도 자지 못했어요.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동네를 뛰어다니며 보이는 사람 아무에게나 물고기 이야기를 했어요. 역시 아무도 믿질 않더라구요. 처음에는 제 말에 웃어주다가, 제가 계속해서 말을 하니까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어른들은 야단을 치고, 친구들은 놀리고. 한참이나 혼자 떠들어도 아무도 믿질 않으니 기분이 나빠지더라구요. 그래서 마을 근처 언덕에 올라가 앉아서 울고 있었어요.


얼마나 울었을까, 누가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알지야, 왜 울고 있니?”


고개를 들어보니 한아 누나였어요. 옆집에 사는 누나인데, 열 일곱살이었나··· 아무튼 저보다는 나이가 좀 많아요. 저를 되게 좋아해주고 귀여워해줘요. 저도 누나가 좋구요. 누나가 울고 있던 저를 향해 웃어주는데, 평소에도 그렇듯 그 웃음이 얼마나 이뻐보이는지 몰라요.


이건 비밀인데요. 전 한아 누나를 좋아해요. 누나가 제 옆에 앉자 제가 울음을 그치고 한아 누나한테 말했어요.


“누나, 아무도 제 말을 안 믿어줘요.”


“무슨 말?”


“아 맞다. 누나한테는 이야기 안 해줬죠?”


“응. 어떤 건데?”


누나가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자, 저는 신이 나서 말했어요.


“제가 물고기를 봤어요.”


“물고기? 물고기는 마을 주변에도 많잖아.”


“아뇨 아뇨. 그냥 물고기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물고기요!”


누나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어요. 누나도 믿어주지 않는 건가, 순간 더 침울해져서 전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그때 누나가 말했어요.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 그거 신기한데? 어디서 봤어?”


어라? 누나는 믿는 걸까? 전 신이 나서 이야기했어요.


“어제 밤에 화장실에 갈려다가··· 아니 그냥 밖에 나갔다가 봤어 요!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있었어요! 진짜 물고기였어요. 그림자 긴 했지만··· 등하고 배에 지느러미도 있었구요! 물고기가 달을 가로질러서 구름 속으로 사라졌어요. 전 그냥 그걸 본게 신기해서 말하고 다닌건데, 다들 제 말을 믿어주질 않아요.”


“그렇구나. 에이, 난 알지 말을 믿는 걸?”


“진짜요?”


누나가 다시 그 환한 웃음을 보여줬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그럼. 세상에 신기한게 얼마나 많은데. 하늘을 나는 물고기도 당연히 있을 거야. 나도 알지처럼 어릴 때는 되게 신기한 걸 많이 봤는 걸?”


“진짜요?”


“그럼, 뿔이 난 말도 봤고. 사람 얼굴에 사자 몸을 한 괴물도 봤 단다. 정말 무서웠다구.”


“에이, 그건 유니콘이랑 만티코레 잖아요. 저도 책에서 읽었다구요. 누나 지금 절 놀리려는 거죠?”


“아니야. 봐봐. 알지도 내 말을 안 믿으려고 하잖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야. 사람들은 직접 자기가 본 것이 아니라면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알지가 봤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물고기를 봤다는 다른 사람들도 나올 거야. 그러니까 그 때까지 기다려보자. 알았지? 울지는 말고. 남자가 울면 되겠니?”


누나는 역시 언제나 다정해요. 누나의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졌어요. 저도 눈물을 닦고 누나가 웃는 것처럼 활짝 웃었어요.


그 때였어요. 마을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한아 누나랑 저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마을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누나가 말했어요.


“너도 들었니?”


“네.”


“무슨 일이지? 가봐야겠다.”


누나가 먼저 일어나서 마을로 향하고, 저도 곧바로 그 뒤를 따라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구석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어요. 마을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모두 모이는 곳이라 평소에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이었어요.


저보다 먼저 도착한 누나가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보았어요. 저도 궁금해서 앞 쪽으로 나가서 볼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나가 저를 잡았어요.


“왜요 누나?”


“알지야. 넌 안 봐도 돼.”


“왜 그래요 누나. 저도 궁금하단 말이에요.”


“안 봐도 된다니깐!”


그때 누나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무엇인가에 몹시 놀란 얼굴. 그리고 공포에 질린 얼굴. 전 지금까지 살면서-여섯 살 밖에 안 되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들이 그런 얼굴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때, 누나와 함께 눈에 들어온 다른 마을 사람들 얼굴 모두가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어린 저지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 때, 마을 청소부로 일하는 건오 아저씨가 소리쳤어요.


“사람이 죽었다! 아니, 잡아 먹혔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마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언제나 밝기만 했던 우리 마을이었는데, 어른들은 모두 얼굴이 침울해져있고 애들도 밖에 잘 나가지 못했어요. 우리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라 절 절대로 밖에 내보내지 않았어요. 어쩌다가 화장실에 가야 할 데는 꼭 아빠가 함께 갔구요.


저도 들은 건데, 그 날 마을 쓰레기장에서 사람들이 본 건 호운 아저씨의 시체였데요. 맨날 술에 취해서 낮이나 밤이나 마을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그 날 보이지 않아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쓰레기를 태우러 간 건오 아저씨가 발견을 했던 거죠.


으,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참 그런데 무언가에게 뜯어 먹힌 것 같았데요. 거기다 시체에는 머리가 없었데요.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그런데 진짜 이상한 건, 우리 마을 근처에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가 살지를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건가 궁금했었나 봐요. 그런데, 그때 제 얘기가 나온 거죠.


이상하게도, 제가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봤다는 그 밤의 다음날에 이런 일이 생긴 거에요. 처음에는 다들 그냥 어린애의 장난으로 생각했었나 봐요. 그런데, 다음 날 또 똑같은 일이 생겼어요.


이번에는 마을 구석이 아니라 마을 한 복판의 광장이었죠. 마을에서 가장 큰 옷가게를 하고 있던 유리 아줌마가 시체로 발견된 거에요. 그것도 호운 아저씨랑 똑같은 모습으루요. 그리고 또 다음날에도 다른 사람이 죽어있고, 그 다음 날에도. 그렇게 열흘 동안 하루에 한 사람씩 죽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본 물고기가 요괴가 아닌가 이야기가 나온 거에요. 어른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죠.


그냥 그 일은 애의 장난일 뿐이고, 이건 다른 일일 것이다. 라는 어른들과 아니다. 알지가 본 게 요괴다. 그것도 그냥 우리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알지가 자기가 본 걸 알고, 또 이야기를 한 걸 알아서 우리 마을에 온 것이다. 라는 어른들이 있었죠.


두 번째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나올 때마다 아빠가 참 많이 싸웠어요. 그렇게 싸우고 나서 집으로 들어온 아빠는 언제나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었어요. 어쩔 땐 그 전에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는데 저에게 화를 내기도 했죠.


어제는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오셨는데, 저에게 소리를 지르며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녔냐고, 진짜 니가 본게 요괴가 아니냐고 하셨어요. 저는 그저 울고 있었고, 엄마가 그런 아빠를 달랬죠.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이에요. 아빠가 한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절 보는 눈에 지쳐서 전 항상 가는 마을 언덕으로 도망을 와 있었죠.


엄마 아빠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집에만 있으면 기분만 더 나빠지는 걸요. 언덕에 올라와 무릎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고 있었는데, 한아 누나가 말을 걸었던 것처럼 누가 말을 걸었어요.


“꼬마야. 니 이름이 알지냐?”


고개를 들자, 형 두 명이 서 있었어요. 둘 다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어요. 한 형은 머리를 한쪽만 기르고 흰 색으로 물들였어요. 다른 형은 양쪽 머리를 싹 밀고 가운데만 길러놨구요. 마을에서도 막 욕을 먹는 양아치 형들처럼 생겼달까?


아무튼 착해보이진 않았는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는지 갑자기 겁이 났어요. 말로만 듣던 납치범인가 싶기도 했구요. 그래서 급히 일어나 도망을 치려고 했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려고 하는데.


“어딜 가 임마. 어른이 말을 하는데.”


흰 머리의 형이 제 눈앞에 서있었어요. 분명 제 뒤에 있었는데. 언제 제 앞으로 온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우린 납치범이 아냐. 너한테 이야기를 들으려고 온 거다.”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흰 머리의 형이 말했어요. 이야기? 무슨 이야기를 말하는 건지 궁금했어요. 흰 머리의 형이 계속해서 말했어요.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봤다고 했지?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해다오.”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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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4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4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3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7 5 5쪽
»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4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81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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