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작소

요괴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40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4 17:00
조회
208
추천
2
글자
12쪽

피로 이어진 6

DUMMY

다음날 정오 경. 랑칸과 천력은 1구역 안에 들어와 있었다. 처음에는 둘의 옷차림 때문에 각 구역거름소의 병사들이 경계의 빛을 감추지 않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패스 카드의 위력은 막강했다. 그들은 병사들의 정중한 경례까지 받으며 당당히 1구역으로 들어오는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히야~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여기 뱀파이어가 있는 곳 맞아?”


랑칸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1구역은 그들이 있던 4구역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들의 눈앞에는 숲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건물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면 여타 도시 국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었다.


건물들은 모두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구역의 정 가운데에 위치한 거대한 분수를 중심으로 하여 오망성의 모습으로 가장 높은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고, 그 사이 사이를 다른 건물들이 메우고 있었다.


모든 건물들은 그 모습 또한 단순한 건축가가 아닌, 장인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다운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저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매끄러운 곡선과 기하학적인 도형들로 이루어진 벽면들.


랑칸은 주위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그런 랑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천력이 핀잔을 주었다.


“쉿. 조용히 해. 누가, 아니 뱀파이어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알았어 알았어. 입 다물도록 할게. 뭐 딱히 겁나지도 않지만.”


천력의 말을 넉살 좋게 받아넘기며, 랑칸은 열심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천력 또한 랑칸과 마찬가지로 1구역의 풍경에 놀라고 있었다.


둘은 도시의 한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와보는 것이라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저마다 개성적인 모양을 띈 건물들 덕택에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바둑판의 그것처럼 완벽하게 짜여진 길 또한 그들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용의 머리를 새긴 조각이 있는 건물. 저기 맞지?”


랑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천력이 고개를 끄덕이고, 둘은 건물의 뒤로 돌아 들어갔다. 그곳에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망토를 둘러싼 한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그 쪽이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인가?”


랑칸이 건들거리며 물었다. 천력이 재빨리 주의를 주려 했지만, 남자는 그런 태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무飛武라고 합니다.”


“비무? 이름 한번 특이하구만.”


랑칸의 비꼬는 말투, 게다가 반말에 화낼 법도 한데, 비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렇다고 화가 난 건지 나지 않은 건지,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망토 때문에 얼굴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어딘지 음침하다고 해야 할까? 천력은 왠지 기분이 나빠지는 자신을 느꼈다. 왠만하면 겉 인상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그였지만, 비무에게는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다.


비무가 입을 열었다.


“오시는데 미행은 없었습니까?”


천력이 답했다.


“뭐, 저희가 누군지도 다들 모르지 않습니까? 딱히 그런건 없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일단 저를 따라오시겠습니까?”


랑칸이 끼어들었다.


“이봐, 누가 우리를 마중하라고 보냈는지는 말해주는 게 예의 아닐까?”


“그건 함부로 말할 게 못됩니다. 가시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제가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천력이 뭔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비무는 그럴 틈도 주지 않은 채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뭐 저딴 놈이 다 있어. 랑칸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이제 천력도 그다지 주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비무가 주는 느낌이 너무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비무의 망토가 바람에 의해 잠깐 펄럭거리며 그의 왼팔이 드러났다.


‘의수인가?’


잠깐이었지만, 비무의 왼팔은 팔꿈치 밑으로 전부 은색의 빛깔을 띠고 있었다. 단순히 장갑이라고 보기에는 각 관절 부분에 접합점이 있어 오히려 움직이기 불편할 듯 싶었다. 그런데, 잠시 후 비무가 익숙한 솜씨로 앞에 나타난 담을 왼팔로 잡아 뛰어넘었다.


그의 뒤를 따라 몸을 날리며 저렇게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의수도 있을까, 천력은 궁금증이 들었다.


완벽해 보이는 도시에도 골목은 존재했다. 물론 다른 도시에 빗댄다면 잘 닦인 대로와도 같겠지만. 그러나 비무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를 숨겨진 골목들을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요리 조리 잘도 움직였다.


혹시나 랑칸과 천력이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속도를 따라잡는 것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빨리 움직이는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들이었기에 별 어려움 없이 비무의 뒤를 쫓을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은 한 거대한 건물 앞에 도착해 있었다. 아까 전에 도시를 둘러볼 때 분명 오망성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던 건물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건물은 다른 건물들과 달리 그다지 화려한 모습을 띠고 있지 않고 그저 단순한 곡선과 직선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취향이 반영된 듯 했다.


랑칸은 내심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들이 맡은 임무가 임무인지라 비무의 뒤를 따라 뒷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정문으로 들어왔다면 그들의 눈 앞은 건물의 외벽보다 더욱 웅장한 내부를 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반긴 것은 뜨거운 증기로 가득 찬 보일러실이었다. 뭐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나, 랑칸이 투덜거리려는데 비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런 곳으로 모셔서 죄송합니다. 함부로 남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일단 주인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안내하지요.”


비무가 보일러실의 한쪽 벽으로 다가갔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벽으로 보였는데, 비무가 능숙하게 그 벽의 어느 부분을 만지자 벽 중앙이 갈라지고 승강기가 모습을 나타냈다. 비무가 말한 ‘주인님’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것까지 준비할 정도면 예삿 인물은 아닌 듯 했다.


비무가 먼저 승강기에 오르고, 그 뒤를 랑칸과 천력이 이었다. 승강기에는 희한하게도 버튼이 없었다. 랑칸이 고개를 갸우뚱 하자,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비무가 말했다.


“이 승강기는 주인님의 방에 직접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다른 곳에 들릴 필요가 없지요. 그럼 가겠습니다.”


천력이 알겠다고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순식간에 승강기의 문이 닫히고 그들을 내리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압력이 대단한걸 보니 승강기의 속도가 엄청 빠른 모양이었다.


창문이라도 있어 바깥이 보이면 멀미나겠다. 랑칸이 농을 던지는데, 어느새 승강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비무가 먼저 내리고, 그 다음 둘이 뒤를 따랐다.


도착한 방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방의 분위기는 건물의 외벽과도 비슷했는데, 화려한 꾸밈 같은 것이 없어 뭔가 텅빈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그러한 단순함도 치밀히 계산된 것임을 알 수 있었는데, 1구역의 형태처럼 완벽히 대칭을 띤 구조도 그 중 하나라 볼 수 있었다.


방은 승강기가 위치해 있던 벽을 제외하면 모두 거대한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창문을 통해 1구역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방 한 가운데에 한 노인이 창 밖을 바라보고 서 있었는데, 비무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노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가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을 건냈다.


“환영합니다. 랑칸님과 천력님. 전 독고 청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귀족 계급이시구만. 성씨도 가지고 계신걸 보니.”


랑칸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독고라는 성을 가진 것을 보면 상대는 대 재앙 이후 얼마 남지 않은 계승 귀족의 일원임이 분명했다. 본디 요괴 사냥꾼으로 살아오면서 귀족과는 좋은 기억보다는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은 그였다. 존만 아니었다면 이런 곳에 오지도 않았을 텐데, 랑칸은 독고 청과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랑칸이 노골적으로 그런 행동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고 청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들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비무가 그 옆에서 말했다.


“독고 청님은 서라벌국 의회의 대 집정관이십니다. 무례한 행동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독고 청이 비무를 가볍게 나무랐다.


“손님들 앞에서 무슨 말인가. 이분들은 서라벌국의 국민들도 아닌데 나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지 않겠나?”


‘형식적인 말 나눔이군.’


천력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먼저 ‘나 이런 사람이오, 그러니 그쪽도 날 알아서 대접하시오.’ 하는 건 우스우니, 자기 부하를 시켜 그런 말을 꺼내게 해놓고 짐짓 자신은 그걸 바라지 않는다는 듯 행동한다.


이건 귀족이라던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의례 쓰곤 하는 수법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 장단에 맞춰주지 않는 것도 곤란했기에, 천력은 정중하게 목례를 한 후 입을 열었다.


“존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이름은 알고 계신 것 같으니, 딱히 저희 소개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독고 청이 대답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두 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요. 요괴들을 물리치며 불쌍한 민간인들을 구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저같이 도시에만 박혀 글이나 바라보는 부류들과는 전혀 다른 분들이시죠.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서라벌국의 대 집정관을 뵙게 된 저희가 영광이지요.”


누가 봐도 뻔히 인사치레로 보이는 말 몇 마디가 오갔다. 그냥 놔두면 서로 칭찬하는 것으로 하루가 갈 기세였다.


보다 못한 랑칸이 천력에게 눈치를 주었고, 그제야 그들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존님에게 거사일은 조금 늦춰야 하겠다고 전해 주시겠습니까?”


“거사일요?”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뱀파이어 군주에 대한 총공격일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그런 계획도 있었던 겁니까?”


독고 청이 고개를 끄덕인 후, 비무에게 손짓을 했다. 비무가 뒷걸음으로 물러서더니, 한 쪽 벽에 있던 책장으로 가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왔다. 책을 꺼낼 때 천력은 비무의 팔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아까 전에 본 왼 팔만을 사용할 뿐, 오른 팔은 망토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확실히 왼 팔이 쇠 같은 것으로 덮여 있는 것은 확인했기에 그것으로 일단은 만족해야 했다.


비무가 가져온 책을 받아든 독고 청이 책장을 펼치자, 종이가 있어야 할 부분에 빈 공간이 있고 그 안에 상자가 하나 들어 있었다. 독고 청은 상자 안에 들어있던 종이를 꺼내 천력에게 건넸다.


“계획의 대략적인 부분이 적혀 있는 종이입니다. 존님이 보내신 분들이니, 이 정도는 알고 계셔도 되겠지요.”


랑칸과 천력이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종이는 서라벌국의 전경을 담고 있었다. 도시의 모습이 상세하게 나와 있었고, 사이사이 빈 공간에는 뜻 모를 글자가 잔뜩 적혀 있었다. 군데군데 그려진 화살표는 뭔가의 이동 방향을 나타낸 것처럼 보였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마 바로 알아보시긴 힘들 겁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모두 암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알기 쉽게 설명 드리자면······.”


“됐어. 어차피 우린 바로 여길 뜰 거니까. 이런 거 알아봤자 도움도 안 돼.”


랑칸이 독고 청에게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천력 또한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 청은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은 뒤 종이를 상자에 넣어 비무에게 건넸다.


비무가 상자를 책 안에 담아 책장에 꽂으러 간 사이, 천력이 독고 청에게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요괴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피로 이어진 8 16.04.24 223 2 8쪽
18 피로 이어진 7 16.04.24 213 3 12쪽
» 피로 이어진 6 16.04.24 209 2 12쪽
16 피로 이어진 5 16.04.24 176 2 13쪽
15 피로 이어진 4 +2 16.04.24 232 2 8쪽
14 피로 이어진 3 16.04.24 112 4 10쪽
13 피로 이어진 2 +2 16.04.24 248 4 9쪽
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3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3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2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6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81 1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