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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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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22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0 19:56
조회
553
추천
14
글자
7쪽

칼을 든 나그네 2

DUMMY

안뜰의 문을 열자, 으리으리한 잔칫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거의 다 먹어치운 듯 찌꺼기 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진수성찬이 차려졌던 듯 수많은 접시가 상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상 주위에는 방금 전 마당에서는 보이지 않던 마을의 젊은 여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한 가운데에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요괴 사냥꾼과 그 하인이 앉아 있었다.


이십 대 초반 쯤 됐을까? 그 정도로 나이가 어려보인단 것부터 일단 요괴 사냥꾼인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외모였다.


게다가 머리의 왼쪽 반쯤은 반삭으로 짧게 깎고, 오른쪽 반쯤은 흰 색으로 염색해 길게 길러 한쪽 눈을 가린 머리모양이 눈에 띄었다.


거기다 옷차림도 희한했다.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자켓과 다리에 달라붙는 청바지, 그리고 군화와 비슷하게 생긴 신발은 녀석이 꽤 멋을 부렸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 흘러들어온 녀석인 모양이었다.


녀석의 옆에는 아까 덕한이 말하던 그 칼이 땅에 꽂혀 있었는데,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무서우리만큼 투박한 모양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리 크기가 큰 편은 아니었다. 성인 남자의 하박 길이 정도?


게다가 날 또한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고 그저 칼의 형태만 갖추고 있었기에 몽둥이로나 쓸까 칼로는 쓸모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겉멋만 잔뜩 찌들은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이었다.


‘그럼 그렇지. 제대로 된 놈이 아냐.’


녀석의 옆에 선 하인은 더 가관이었다. 그 녀석도 역시 이십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가운데 머리만 길게 남기고 양 옆은 싹 밀어버린 모히칸 모양의 머리에 한 쪽 뺨에 새겨진 문신까지는 봐줄만 했다.


그런데 민소매를 입어 드러난 빈약한 팔뚝과 딱 봐도 옆 사람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은 앉은키가 딱 봐도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흥미로운 건, 피부색이 검은 편이라 흑인이라 생각했는데 눈동자가 푸른빛인 점이었다. 나그네가 알기로는 흑인 중에서는 푸른 눈동자를 지닌 사람이 없었다.


아무튼 딱 봐도 요괴 사냥꾼은커녕 일반적인 무사들보다도 약해 빠진 것이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등 뒤에 태도를 찬 나그네가 나타났는데도 아무런 경계 태세를 취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싸움조차 해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넌 뭐야?”


칼을 가진 녀석이 나그네를 향해 다짜고짜 소리쳤다.


나그네가 대답했다.


“지나가던 나그네라고 하면 쉽지. 이런 소개는 너무 식상한가? 아무튼, 사기를 치려면 좀 제대로 치던가. 딱 봐도 나 사기꾼이요, 하고 다니면 쓰겠나? 하긴 그러니까 이 산골까지 들어온 것이겠지만.”


“뭐야?”


나그네의 도발적인 말에 열이 받은 듯, 순간적으로 녀석은 땅에 꽂혀 있던 칼을 뽑아 상을 내리쳤다. 그 일격에 상이 쩍 하니 갈라지고, 그 위에 놓여 있던 접시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와장창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주변에 서있던 여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녀석은 어떠냐 하는 표정을 지은 채 의기양양하게 칼을 들어 어깨에 걸쳤다. 내심 자기에게 겁을 먹기를 바라는 듯했다.


그러나 나그네가 보기에 녀석의 칼질은 형편이 없었다. 그저 힘을 주어 휘두른 것일 뿐. 나그네는 성큼 성큼 녀석에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겁을 먹지 않자 당황했는지, 녀석이 급히 입을 열었다.


“뭐, 뭐야? 죽고 싶어?”


나그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등으로 손을 가져갔을 뿐. 나그네가 손잡이를 잡자마자, 마치 살아있는 듯 태도를 감싸고 있던 천이 스르르 풀렸다. 그와 동시에 햇빛이 태도를 비추었고, 그동안 천에 싸여있던 도신이 눈부신 빛을 발했다.


날카롭게 서있는 날, 그리고 검신 전체에 아름답게 퍼져있는 담금질의 무늬. 한 눈에 봐도 최상급의 도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태도를 보자 긴장한 티가 더욱 역력했지만, 아직 나그네가 손잡이만을 잡고 있고, 태도를 휘두르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지 녀석은 어깨에 있던 칼을 내리고 나그네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그 순간, 녀석은 느꼈다. 자신의 목에 태도의 끝이 닿아 있음을.


“어느 정도 눈치는 있는 듯한데. 실력은 형편 없구만.”


나그네가 말했다. 녀석에게 이 말이 귀에 들어가기나 할까. 나그네가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녀석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형편이 있는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시지!”


순간, 녀석이 엄청난 속도로 몸을 뒤로 뺀 뒤, 오른쪽으로 태도의 끝을 비켜나며 무서운 기세로 자신의 칼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실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녀석은 자신 또한 이 공격이 맘에 들었는지 미소를 띄웠다가, 자신의 칼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단 것을 깨달은 듯 다시금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녀석의 뒤에서 나그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놀랍네.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어. 그래도 검술은 역시 형편없네.”


녀석이 뒤를 돌아보자, 나그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태도의 끝을 또다시 녀석의 등 한 가운데에 겨누고 있었다. 어떻게 저 큰 칼을 한 손으로 저리 가볍게 잡고 있는 걸까 싶은 모습이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녀석은 몸을 빠르게 돌리며 나그네에게로 접근하려 했다. 그 순간, 완전한 태도의 날이 녀석의 목에 닿았다. 어느새 녀석 바로 옆으로 거리를 좁혀온 나그네가 속삭였다.


“그만해. 죽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마을 사람들 눈길도 있고 말이야. 아무래도 네 녀석이 진짜 요괴 사냥꾼이 아닌 건 확실한 듯한데, 더 망신당하기 전에 이쯤에서 그만 가는 것이 어때?”


말을 함과 동시에, 나그네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녀석의 목에서 어느새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겁에 질린 표정이 된 녀석이 말했다.


“목숨만···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과 동시에, 태도가 녀석의 목에서 거두어졌다. 자신의 목이 붙어 있는 게 신기한 듯, 녀석은 몇 번이고 목덜미를 만지다 아까부터 멀뚱히 서있기만 하던 자신의 하인에게 여기서 빨리 도망가자고 외쳤다. 하인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어느새 그들은 담을 넘어 집 밖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나그네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뭐 이런 놈들한테··· 그나저나, 둘 다 빠르기는 엄청 빠르구만. 특히 칼을 든 놈, 이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았는데.”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어차피 끝난 일이니 나그네는 마당으로 향하는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부터 몰래 지켜보고 있었는지 마당에서 마을 사람들이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나그네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초반 챕터는 빠르게 올려 놓겠습니다. 이후는 연재 날짜를 맞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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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3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3 3 13쪽
10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2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6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79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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