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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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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46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2 14:05
조회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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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DUMMY

읽다보니 재미도 있고 좀 으스스하기도 하더라구요. 게다가 각 요괴를 실제로 불러내는 방법도 적혀 있었어요.


물론 그때는 믿지 않았죠. 그런건 애들 책에도 다 있잖아요? 뭐 밤 12시에 칼을 입에 문 채 거울을 봐라, 뭘 해라 어떤걸 지켜라. 그러면 요괴가 나타난다. 누가 그런걸 믿겠어요?


그래도 어느정도 재미는 있어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호운 형이랑 술을 마시다 그 얘기를 꺼냈죠. 재미난 책을 찾았다, 좀 봐라. 여기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 그러면서 그냥 웃어넘길려고 하는데 아 글쎄 호운 형이 이걸 한번 해보자, 했어요.


에이 무슨 큰일 날 소리냐. 됐다고 했는데 저보고 그런 애들 소리를 믿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형은 믿지도 않는데 왜 해볼려고 그래? 이러니까 심심해서 그런다고 막 우겨대질 않나. 술에 되게 많이 취했었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소각장에 둘이서 갔어요. 바로 간 건 아니었고, 책에 보름달이 뜬 밤에만 된다고 해서 시기를 딱 맞춰서 갔죠. 그런데 그날 따라 달빛이 왜 그리도 차가워보이던지, 어쩐지 무서워서 호운 형한테 돌아가자고 했는데 또 술에 취해가지고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냐고 저한테 화를 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에 나와있는대로 일을 시작했죠.


제일 먼저 땅바닥에 글씨를 썼어요. 지금 발밑에 있는 글씨 보이죠? 이거하고 똑같은 거에요. 보통 그런 책에는 막 동물의 피로 써야 한다 사람의 피로 써야 한다 뭐 이러면서 괜히 어렵게 분위기를 잡는데, 전혀 그런게 없었어요. 그냥 아무거나 갖다가 써도 좋으니 글씨만 쓰라고 되있더라구요.


그래서 소각장에서 타다 남은 숯 가지고 대충 바닥에 찍찍 갈겼죠. 그리고 책에 써있는대로 주문을 외웠어요. 에? 외워보라구요? 뭐더라··· 아 몰라요. 기억이 어떻게 나겠어요. 카···로 시작했던 것 같기는 해요. 잠깐만! 그렇게 때릴려고 해도 모른다구요. 진짜 몰라요!


고마워요. 저 흰 머리는 진짜 ···-건오는 이 부분이 들리지 않도록 조그맣게 말했다.-한 사람인 것 같은데, 당신은 착한 사람이네요. 아무튼 그렇게 주문을 외운 뒤에도 별 일이 벌어지지 않았어요. 역시 별 거 아니었나 하고 호운 형을 불렀죠. 호운 형은 술 마신답시고 하나도 도와주지도 않고 멀리서 앉아있었거든요.


그런데 호운 형이 대답을 하지 않는거에요. 뭐해. 왜 대답 안 해. 여러 번 불렀는데도 대답도 안하고 올 생각도 안하길래 호운 형에게로 가봤죠.


휴. 그 때 기분은 진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요. 가까이 다가가자, 호운형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멀리서 볼땐 잘 몰랐죠. 밤이기도 했고. 달빛이 밝아봤자 얼마나 밝겠어요?


그런데 더 놀랐던 건 그게 계속해서 부풀어 올랐단 거에요.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부풀어 오르더니, 결국엔 몸에서 뚝 떨어지더라구요. 그 다음에는 글쎄, 자기, 아니 호운 형 몸을 뜯어 먹는거에요. 상상할 수 있겠어요?


몸에서 떨어진 거대한 머리가, 자기 몸을 뜯어먹는걸.


그때 뭐하고 있었냐구요? 장난해요? 제정신이 아니었죠. 아까 전의 저하고 똑같았어요. 다리에 힘도 풀리고, 오줌도 싸버리고··· 그렇게 덜덜 떨면서 도망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데, 호운 형의 머리, 아니 그 괴물이 저에게 말하더라구요. 네? 진짜냐구요? 분명히 말을 했었어요. 이런 내용이었죠.


나는 지옥에서 온 마왕이다. 지금부터 이 세계를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 넌 날 불러내는데 협조했으니 살려주겠지만, 대신 지금부터 내 부하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을 도와야 한다.


저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괴물을 도와서 이 동굴을 만들었죠. 동굴을 파는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 괴물이 한번 갖다 박으면 이곳저곳이 무너지니까. 전 횃불 정도 깔고, 연장으로 조금 다듬은 것 밖에 없어요.


그 뒤에는 손이 없는 괴물을 대신해서 책에 쓰여있던 글씨를 좀 더 크게 이 바닥에 적었어요. 그리고 주문을 외웠죠. 그 다음에는··· 말 안해도 아시겠죠? 알지가 본 물고기가 사람들을 잡아먹은게 아니었어요. 사람들의 머리가 저절로 괴물이 돼서 자기들의 몸을 먹었을 뿐······.


그 이후로 전 밤마다 이 곳에 와서 주문을 외워야 됐어요. 안그러면 처음에 호운 형에게서 나왔던 그 괴물이 절 가만 놔두지 않는다고 했어요. 마을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하지만··· 죽고 싶진 않았어요.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 건오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천력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비록 촌촌을 마을에 불러낸 것은 잘못한 일이었지만, 같은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도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나저나, 건오의 이야기 속에는 특이한 점이 많았다. 먼저, 그것들부터 랑칸과 이야기해봐야 했다. 천력이 고개를 돌려 랑칸을 보자, 랑칸도 짐작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각장에서 그런 책을 주웠다. 거기다가 ‘대 재앙 전’에 대한 책 을. 저 놈은 그냥 꼭두각시였구만.”


천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요괴 소환술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잖아. 그런데 대 재앙 전의 요괴까지 소환할 줄 안다라. 그런 녀석은 우리도 한 번도 본적이 없는걸.”


“그렇지. 요괴 소환사 놈들을 무진장 죽이고 다녔어도, 기원전의 것들을 불러내는 놈은 한번도 못 봤으니까. 거기다가 분명히 들 었지? 소환된 촌촌이 말을 했다는 거.”

랑칸이 인상을 찌뿌렸다. 천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뭐 지가 지옥의 마왕이다 하는 건 그냥 겁을 줄려고 한 말 인 것 같은데, 말을 할 줄 안다는 건 보통의 촌촌이 아닌 것 같 긴 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고 있는 걸까. 일단 그 말하는 놈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없는가 본데?”


랑칸의 말처럼, 주위에는 사방이 막힌 동굴과 군데 군데 떨어져 있는 촌촌, 그리고 건오와 자신들 밖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몸을 숨길만한 바위나 비밀 벽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랑칸과 천력은 그 우두머리 녀석이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나가자, 천력. 거기 그 놈도 데리고.”


“나가기 전에 뒤처리는 해야하지 않아?”


아 맞다. 하는 표정을 지으며, 랑칸이 자신의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지금은 촌촌들이 쓰러져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요력을 회복해 언제 또 돌아다닐지 몰랐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랑칸이 천력에게 물었다.


“너 내 칼 못 봤냐?”


“못 봤는데? 딴데 놔둔거 아니었어? 너 아까부터 허리에 차고 있 진 않았어. 잘 찾아봐. 동굴 입구에 놔두고 온거 아냐?”


랑칸의 이마에 그렇게 촌촌을 두들겨 팰때도 나지 않았던 땀이 한 방울 생겨났다. 그 땀이 아주 천천히 이마를 타고 내려와, 랑칸의 미간에 다다르고, 다시 콧대를 타고 내려와 콧등에 맺혔을 때, 랑칸이 말했다.


“아 썅. 아까 폼 잡는다고 던진 다음에 두고 왔나보다.”


말이 끝나며 랑칸의 코에서 땀방울이 떨어져 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갑자기 건오의 몸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쓰러져있던 촌촌들이 갑자기 날아올랐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랑칸과 천력이 사방을 둘러보고 있을 때, 건오의 머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랑칸이 소리쳤다.


“이 새끼도 변하고 있어!”


“마지막 제물이었던 건가!”


“지금 죽여?”


“일단 놔둬봐!”


“그냥 죽이자!”


“놔두라니까!”


랑칸과 천력이 서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이, 어느새 건오의 머리는 몸에서 분리되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촌촌들도 어느새 상처를 다 회복한 뒤 둘에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랑칸과 천력은 서로 소리를 지르던 것을 멈추고 눈빛을 교환한 뒤 각자 싸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랑칸은 기본적인 자세를 취했고, 천력은 다시금 몸을 부풀렸다. 그때, 거대해진 건오의 머리가 말했다.


“역시, ‘그 분’의 말씀이 틀린 것이 없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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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피로 이어진 1 +2 16.04.24 194 3 13쪽
11 하늘을 나는 물고기 6 16.04.22 153 3 13쪽
» 하늘을 나는 물고기 5 16.04.22 163 4 9쪽
9 하늘을 나는 물고기 4 16.04.22 163 4 8쪽
8 하늘을 나는 물고기 3 16.04.22 269 6 13쪽
7 하늘을 나는 물고기 2 16.04.22 177 5 5쪽
6 하늘을 나는 물고기 1 16.04.22 323 3 12쪽
5 칼을 든 나그네 5 16.04.20 392 8 8쪽
4 칼을 든 나그네 4 16.04.20 427 8 8쪽
3 칼을 든 나그네 3 16.04.20 510 12 6쪽
2 칼을 든 나그네 2 +2 16.04.20 554 14 7쪽
1 칼을 든 나그네 1 +1 16.04.20 1,281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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