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84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1.26 07:15
조회
19
추천
1
글자
11쪽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3)

DUMMY

밤 11시 13분, 영부가 구영원에 있는 개인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에에엥—


영부의 몸 속 드림팀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그러자 영부의 몸 속 직원들, 그러니까 드림팀 직원들이 드림팀장에게 소리쳤다.


"팀장님! 누군가 꿈 속에 무단 침입한 것 같습니다! 뇌파추적팀에 따르면 수상한 뇌파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수면실에서 몰래 낮잠을 자다 허겁지겁 달려나온 팀장에게 자료화면을 보여주었다.

현재는 영부의 꿈이 재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근건설의 드림팀에 배우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곳의 드림팀 역시 배우들이 존재한다.


배우들은 난데없이 비상벨이 울리자 허둥지둥하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꿈은 망가져 버렸다.


"대체 어떤 새끼야?!"


전무후무한 긴급상황에 화가 난 드림팀장은 마구 소리쳤다.


"대체 어떤 새끼가 남의 꿈에 쳐들어온 거냐고?! 예의 없이! 저번에는 쥐새끼 한 마리가 모공을 타고 쳐들어오질 안나! 이번엔 또 뭐야?! 뭐냐고?!"


드림팀이 한바탕 난리를 치는 동안, 메모리아 황대근은 영부의 망가진 꿈 속에 있었다.

그는 이곳을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 고민했다. 꿈 속을 빠져나가는 법이 뭘까?


심지어 이곳은 인간 황대근의 꿈이 아니다. 영부의 꿈 속이다.

남의 꿈, 타인의 꿈 속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 것일까?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비슷한 시각, 헨리는 잠을 자러 간 탓에 사장실에 없었다.

단 한 남자, 쉐도우만이 정적이 감도는 사장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부서진 크레파스를 만지작 거리더니, 공중에 대고 무언가를 그렸다.


그러자 공중에 아주 희미한, 힘이 없어 보이는 원모양의 그림이 그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라졌다.


'이 크레파스로 저번에 나를 잘도 방해했지 황대근. 이번에는 네가 방해를 받을 차례야.'


그는 조금 전에 메모리아부서에 갔었다.

허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컨트롤이야 이미 퇴근한 상태였고, 다른 직원들도 없었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뭐, 황대근이야 천천히 죽여도 좋지. 급할 건 없어. 내 기분을 망친 만큼 놈이 고통을 더 받았으면 좋겠으니까.'


휙. 쉐도우가 크레파스를 위로 던졌다. 그 바람에 부서진 크레파스 가루가 사방에 흩날렸다.


'그러고 보니 영부의 몸 속에 침입자가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볼까.'


공기 중에 흩날린 크레파스 가루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쉐도우는 잠에 빠져들었다.






"여깁니다 쉐도우님!"


감옥의 간수들은 쉐도우를 데리고 케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케어는 쉐도우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뒈진 머리카락 살릴 줄 모른다니까!"

"케어대장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준비를 하던 케어는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

저번에 봤던, 여자 목소리를 내던 쉐도우가 아니다.

이 쉐도우는 바로 대근건설의 그 쉐도우다.


"쉐도우비서님?"

"오, 이런... 못본 사이 얼굴이 많이 상했네요. 제대로 못 먹는 겁니까?"


실제로, 케어의 근육은 제법 빠져있었다. WBC대원복이 헐렁일 정도였으니까.

쉐도우는 간수 두 명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더니, 간이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앉아 철창을 사이에 두고 케어를 마주 보았다.


"여긴 무슨 일로 왔습니까? WBC는 어쩌고 이곳에 왔나요? 이직하고 싶었던 겁니까?"


케어는 고개를 저었다.


"이직은 무슨요. 어쩌다 보니까 여기에 도착하게 된 겁니다."


케어는 말을 아꼈다. 쉐도우에게 궁금한 것들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말을 아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용히 하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쉐도우는 케어가 메모리아 황대근과 한 편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기억을 되찾은 쉐도우는 황대근의 정체는 기억해냈고 또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 관한 것은 알지 못했다.

피니시와 주혁, 그리고 케어와 마이크로에 관한 것들 모두.


쉐도우와 케어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케어는 케어 나름대로 자신이 황대근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려 애를 썼고, 쉐도우는 쉐도우 나름대로 케어를 의심하고 경계했다.


아니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알고는 있지만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절 좀 풀어주세요."


케어가 애원했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때, 케어는 여자목소리를 내는 쉐도우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으나 도로 집어넣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쉐도우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일개 사장의 비서일 뿐입니다. 이곳과는 상관이 없지요."

"이곳과 상관이 없는데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겁니까?"

"그건 당신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요? 저나 당신이나, 이곳과 상관이 없는 건 매한가지죠."


케어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점만을 잔뜩 떠넘긴 채, 쉐도우는 감옥을 나섰다.

감옥을 나와 뇌부서 쪽으로 걸어가는데 해당 부서 직원들이 꽤나 바빠보였다. 심각한 일이라도 벌어진 모양이다.

그는 그의 곁을 허둥지둥 지나가던 한 여자 직원 하나를 붙잡더니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직원이 대답했다.


"침입자가 있습니다! 꿈 속에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직원이 떠나고, 쉐도우는 우왕좌왕하는 뇌부서 직원들 틈에 서서 날카롭게 중얼거렸다.


"황대근..... 아직 널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날 자극하는구나. 왜 스스로 제 명줄을 잘라내는 것이야? 어리석은 놈...."






영부의 드림팀 직원들이 정신이 없는 사이, 드림팀에서 연기하던 배우들은 드림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한바탕 난리가 난 뒤, 드림팀에는 아무도 없었다. 흔한 날벌레 한 마리도 날아다니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폭탄이 휩쓸고 가기라도 한 듯, 드림팀은 완전히 박살이 나있는 상태였다.


스윽—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드림팀의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던 무대장치 사이로 손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올챙이가 뒷다리를 쑥 내밀듯이 곧 다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고, 나머지 손과 다리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 나갔겠지?"


올챙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황대근이었다. 그는 드림팀에 누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세세하게 살피며 드림팀을 서둘러 빠져나가려 했다.


"꿈을 통해 들어갔으니까, 꿈을 통해 나오면 되는 거지. 아주 쉽지, 그렇지."

"그게 과연 얼마나 갈까요?"


익숙한 목소리에 드림팀을 빠져나가려던 황대근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쉐도우가 있었다.


"당신이 여긴 어떻게?"


쉐도우는 여유로워 보였다.

자기 회사가 아닌 다른 인간의 몸 속, 다른 회사에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꿈은 비현실입니다. 결코 현실일 수가 없는 법이지요. 당신이 꿈을 통해 왔다는 건, 당신이 있는 지금 이 장소 역시 비현실이라는 뜻이 됩니다."


황대근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두 손을 활짝 핀 다음 자기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부드럽다. 촉감이 손끝을 타고 온 몸에 있는 신경계에 퍼져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가 지금 꿈 속에 있다는 겁니까?"


쉐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황대근은 의문스러웠다. 쉐도우는 분명 얼마 전 혜윰에 의해 기억을 잃었을 텐데, 왜 기억을 되찾은 것 같은 걸까?


"이거 기억나십니까?"


쉐도우가 정장 자켓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검은 크레파스였다.


"당신이 훔쳐간 겁니까? 크레파스를?"


에라 모르겠다. 황대근은 쉐도우가 자신의 정체를 알든 말든 막나가보기로 결정했다.


"아니요, 전 훔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웠을 뿐이죠.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인간 황대근의 더러워질 뻔한 몸 속을 깨끗하게 치워줬으니까요. 이렇게 준법정신이 뛰어나다니, 저도 참 좋은 놈입니다."


쉐도우는 잠시동안 스스로의 도덕성에 도취된 듯 자신의 포마드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크레파스를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대근씨는 여길 왜 오신 겁니까? 케어를 구하러 오셨나요?"


황대근이 대답이없자, 쉐도우가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동료를 구하러 오셨군요. 하지만 당신이 구하려는 동료는 무사히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이 케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거든요."

"아니, 구할 수 있습니다."


쉐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방법이 있다고요? 아니요, 없지요. 당신은 영부의 꿈을 통해 이곳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꿈 속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드림워킹의 최고급 경지에 도달해야지만이 할 수있는 능력이 있다.

바로 상대를 조종하는 것이다. 상대의 정신과 몸이 마치 자신의 것인 것 마냥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쉐도우는 그것을 터득했다. 그렇기에 꿈 속을 빠져나와 인간 황대근의 몸 안에 있는 대근건설에서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쉐도우는 아직 인간 황대근의 정신을 온전히 지배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허나 쉐도우는, 그 사실을 굳이 황대근에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없지요. 왜냐고요? 당신은 그런 놈이니까요. 당신의 드림워킹 능력이란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겁니다."


쉐도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몸에서 검고 날카로운 그림자가 뻗어져 나왔다.

그러자 황대근이 있던 영부의 꿈 속은 순식간에 컴컴한 어둠 속으로 뒤덮여 버렸다.

쉐도우의 모습은 너무도 어두운 탓에 보이지 않았다.

허나, 그의 목소리만은 생생하게 황대근의 두 귀를 때렸다.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황대근씨! 절 방해하고 싶으시겠지만 당신은 할 수없습니다. 당신은 제 계획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얌전히 굴도록 하십시오. 저에게 순종하십시오. 당신이 절 자꾸만 흥분시키지만, 전 당신을 아직 죽일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과 좀 더 오래 함께 있고 싶거든요."


황대근은 꿈 속에서 튕겨 나오지 못하도록 버텨냈다. 아니, 분명히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의 생각대로, 그의 바램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황대근은 영부의 꿈 속에서 내쫓기고 있었다.


'잠깐만, 잠깐만! 쉐도우가 성공했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누군가가 드림워킹의 최고급 단계를 성공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다른 놈들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황대근의 모습이 영부의 꿈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그림자가 경계를 조금씩 풀고 있을 때 쯤, 황대근의 거친 목소리가 영부의 꿈 속 가득히 울려퍼졌다.


"네가 인간 황대근의 기억을 조작하고 정신을 무너뜨리려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철수하던 그림자가 몸을 움찔했다.


"우린 누구나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말이야!"


황대근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의 남은 목소리만이 영부의 어두운 꿈 속을 가득 울렸다.


"각오하고 있으라고! 난 방법을 찾을 거니까! 늘 그랬듯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0 유전무죄 무전유죄 (3) 21.12.08 23 1 13쪽
179 유전무죄 무전유죄 (2) 21.12.07 19 1 12쪽
178 유전무죄 무전유죄 (1) 21.12.07 20 1 14쪽
177 은행은 우리의 친구인가 (5) 21.12.06 19 1 13쪽
176 은행은 우리의 친구인가 (4) 21.12.06 20 1 12쪽
175 은행은 우리의 친구인가 (3) 21.12.05 18 1 11쪽
174 은행은 우리의 친구인가 (2) 21.12.05 20 1 13쪽
173 은행은 우리의 친구인가 (1) 21.12.04 21 1 11쪽
172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2) 21.12.04 20 1 11쪽
171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1) 21.12.03 18 1 12쪽
170 화이트 크리스마스? 요즘 대세는 레드(blood) 크리스마스! 21.12.03 19 1 13쪽
169 걱정과 오지랖은 한 끗 차이 (4) 21.12.02 20 1 11쪽
168 걱정과 오지랖은 한끗 차이 (3) 21.12.02 20 1 12쪽
167 걱정과 오지랖은 한끗 차이 (2) 21.12.01 22 1 12쪽
166 걱정과 오지랖은 한끗 차이 (1) 21.12.01 20 1 14쪽
165 양심불량 (2) 21.11.30 21 1 12쪽
164 양심불량 (1) 21.11.30 20 1 13쪽
163 이젠 더 이상 비밀이 아니야 (2) 21.11.29 17 1 12쪽
162 이젠 더 이상 비밀이 아니야 (1) 21.11.29 17 1 12쪽
161 평안을 빕니다 21.11.28 21 1 12쪽
160 발등에 불 21.11.28 18 1 13쪽
159 잠이들고 말았어요 음음 21.11.27 21 1 12쪽
158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2) 21.11.27 21 1 12쪽
157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1) 21.11.26 20 1 14쪽
»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3) 21.11.26 20 1 11쪽
155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2) 21.11.25 17 1 12쪽
154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1) 21.11.25 18 1 12쪽
153 Caution! 머리 조심! 21.11.24 18 1 12쪽
152 라헬의 여종들(his slaves) (2) 21.11.24 22 1 14쪽
151 라헬의 여종들(his slaves) (1) 21.11.23 2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