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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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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61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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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왕자의 발악 (2)

DUMMY

9월 1일, 대수능모의평가날이 지나고 9월 4일 일요일이 되었다.

H고 학생들은 점점 다가오는 수능 때문에 심장이 졸여지다 못해 쪼그라들 지경이었다.

물론, H고 3학년의 3분의 2는 공부와는 담을 쌓았지만, 어쨌든 고삼은 고삼이었다.


"드디어 오늘이다!"


자기 방에 있던 안익준은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그는 오늘 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 눈엣가시같은 황대근을 처리할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영부는 며칠 동안 안익준에게 황대근의 동향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역시 고삼은 고삼이라니까. 허구한 날 똑같은 일상일 뿐이니!"


수능이 100일도 안 남은 고삼이라 그런지, 황대근의 패턴은 일정하다 못해 각도기 수준이었다.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영부님한테 배로 갚겠어."


안익준은 얼마 전에 보았던 만화 초한지와 삼국지를 떠올리며, 자신을 도와준 영부를 의형제처럼 여기기로 결심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그는 영부와 도원결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끼익-


안익준이 방문을 열고 나오자,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익준엄마가 보인다.

그녀의 얼굴은 많이 상해있었다. 마치 해골처럼 핼쑥해 보인다.


1심도 2심도 익준엄마와 안익준, 그리고 전주한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이제 남은 것은 3심 뿐이었다.

만약 이번 3심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오면, 물론 형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유죄판결이 나오면 익준엄마는 꼼짝없이 감옥행이다.


"어디 가니?"


익준엄마가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는 안익준에게 묻자, 안익준은 대답했다.


"알 거 없어요."


콰앙-


성의없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안익준은 집을 나갔다.


"에휴."


익준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저렇게 키웠지? 어렸을 땐 안 그랬는데."







(WBC - 진실의 방)



한편, 메모리는 진실의 방에 있었다. 진실의 방. 미친듯이 운동해야 하는 지옥의 방이다.

예전에 플루가 조지용에게 벌을 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하고 단 한 번도 작동한 적이 없는 방이다.

메모리는 조지용의 두 발이 묶여있던 침대에 누워있었다. 메모리의 두 발은 조지용처럼 어딘가에 고정된 상태였다.


'여기... 설마....?'


메모리는 조금 전 눈을 떴다. 기절했었던 것이다.


'잠깐만, 내가 누워있는 이 침대는 조지용이 누워있던 거기 아닌가? 이런 젠장, 설마!'


메모리는 눈치를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윗몸일으키기를 제대로 안 하면 경사도를 90도 이상까지도 올린다고 했는데! 썅!'


그는 자신이 어째서 이런 끔찍한 장소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제 발로 이곳에 걸어왔을리는 없는데.


[메모리형.]


방 안에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다.


"뭐, 뭐야?! 어디서 누가 말하는 거냐고?"


메모리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메모리형. 저 광배입니다.]

"뭐? 광배라고? 너 지금 어딨냐?"

[메모리형은 절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형을 볼 수 있죠. 진실의 방은 그런 곳입니다.]

"야! 날 왜 여기로 데려온 거야?! 나한테 무슨 원수 졌어!?"

[그런 거 아닙니다. 저는 그저, 황대근형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뿐이에요.]

"부... 부탁? 대근씨?"

[네. 대근형은 저한테 이렇게 부탁했어요. 메모리형에게 좋지 않은 경제관념과 소비습관이 있다구요.]

"그런거 다 괜찮아졌어! 나 이제 공부도 해!"

[아뇨, 하지만 메모리형은 도박복권을 사려고 했어요.]

"아... 아니, 그건...."

[대근형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메모리형이 나쁜 소비습관을 보일 때마다, 진실의 방에 보내라구요.]



물론, 황대근은 이미 메모리에게 준 집은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줬다 빼앗는 치사한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메모리가 옛 습관을 못 버릴 때마다 광배에게 부탁했다.

진실의 방에서 두세시간 정도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90평짜리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만약 시간과 강도를 충분히 채우지 못할 경우, 메모리는 그것을 채울 때까지 진실의 방에 갇혀있어야 한다.

옆에서 허구한 날 돈으로 허덕이는 모습을 보기 싫기도 했고, 징징대는 목소리를 듣기 싫기도 했다.


"자, 자, 자, 잠깐만! 광배야!"


메모리가 누워있는 침대의 각도가 45도를 이루었다. 그러자 메모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잠깐만, 광배야! 광배야! 대체 내가 도박복권 사는 건 어떻게 알았냐?"


광배는 대답하기 전, 메모리가 누워있는 침대의 각도를 72도로 올리며 말했다.


[저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죠.]







한편, 인간 황대근은 집 밖을 나와 도서관을 향해 걷고 있었다.

오늘 따라 따갑게 느껴지는 햇살을 받으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바로 얼마 전, H고 선생인 전주한이 그에게 했던 이야기를.


'대근아, 선생님이 진짜 그럴 의도가 아니었던 건 알지? 익준이 어머니께서 워낙에 고집이 세셔야지.'

'대근아. 선생님 좀 도와줘라.'

'응? 어떻게 도와 주냐고? 별 거 없어. 어려운 거 아니야. 그냥 전주한쌤은 잘못이 없다고만 해줘.'

'....아니, 왜? 쌤 좀 도와줘. 쌤 아직 마흔 살도 안 됐어. 불쌍하지 않니? 나 이러다 결혼도 못해. 이미 소문 다 나버렸단 말이야. 인터넷에 얼굴도 팔렸어.'

'....야! 황대근! 어른이 부탁하면 알겠습니다~ 하고 고개라도 끄덕여야 할 것 아니야?!'

'미안, 미안하다! 내가 갑자기 흥분했지.... 미안하다 대근아.'

'그러니까 대근아. 좀만 봐줘라. 어쨌든 네 성적은 도로 찾았잖아?'


사실 황대근은 전주한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물론 용서하지 않을 마음도 없었다. 애초에 그에게 관심이 없었으니까.

굳이 그런 찌질한 놈에게 화를 내서 무엇하겠는가. 불쌍한 놈인데.


'대근아, 제발! 제발!'


허나, 황대근은 생각한다.

죗값은 치뤄야 한다고.


'아니, 대근아! 왜 이렇게 냉정하니?'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은, 달게 받아야 한다고.


'대근아, 저기 대치동 가봐라. 성적 조작하는 선생들 은근히 많다? 너도 해줄게. 내가 잘 해줄게. 응? 너 서울의대 가고 싶다면서.'


과거에 비하면 선생이라는 직업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는 했다.

학생인권이 올라가면서 교권이 무너졌느니 마니 하는 얘기도 들려오곤 하니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런 재미없는 얘기들과는 관련이 없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


'안 돼, 대근아! 제발! 선생님 금방 재판이야. 만약 유죄 나오면 나 이제 학교 못 나와! 그런 꼴 보고 싶니, 응?'


띡-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었다. 황대근은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런 다음, GH도서관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 경치는 참 좋아."


GH도서관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다.

처음 이 도서관을 지을 때, 창립자가 공부할 때는 자연과 가까워야 좋은 법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에서 보지 않는 한은 특정 사람이 몸을 숨기기도 제법 좋은 구조였다.


"음?"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던 황대근은 순간 인기척을 느꼈다. 그는 숲 속 짐승인가,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퍼억-!


그리고 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황대근은 정체모를 둔기에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







(대근건설 - WBC - 진실의 방)



"헉... 헉...!"


메모리는 계속해서 운동 중이었다.

이제 그가 누워있는 침대는 거의 90도를 이루고 있었다.


"야 이 미친놈아! 90도로 누운 상태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라는 건 오바잖아! 군대에서도 이렇게 시키지는 않지 않을까?!"


메모리가 소리를 지르는 동안, 그는 운동을 잠시 쉬었다.


끼이익-


그 바람에 메모리가 누워있던 침대의 각도는 더 올라갔다.


[메모리형. 운동 쉬면 안 된다니까요. 쉴 틈 없이 해야 식스팩이 생기지요.]


진실의 방에 울려퍼지는 광배의 진심어린 걱정에 메모리가 소리쳤다.


"난 그딴 식스팩 없어도 잘 살아! 야! 각도 좀 내려줘! 나보고 중력을 거부하라는 거냐, 어?!"

[할 수 있어요 형! 이 세상에 불가능한 건 없어요!]

"난 못해! 나한테는 불가능한 일이야! 내가 무슨 톰크루즈야?! 어?!"

[형, 자꾸 그렇게 쉬면 저는 각도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어요!]

"야, 야! 제발! 윗몸일으키기 말고 다른 걸로 하자! 달리기나 뭐 그런 걸로!"

[멈추지 않는 런닝머신이 있긴 한데, 그걸로 할래요?]


멈추지 않는 런닝머신이라. 메모리는 순간 걱정이 들었다.


"머... 멈추지 않는다고? 작동원리는?"


[말 그대로 일정 운동량과 강도를 채우기 전까지 안 멈추는 거예요. 만약 런닝머신 손잡이를 잡고 쉬거나 자의로 멈출 경우, 속도가 점점 올라가요.]

"소.. .속도는 몇부터 시작이냐?"

[어.... 일단 1분정도 시속 6km로 걷고요, 1분이 지나면 즉시 10으로 속도를 올려요.]


10km/h의 속도라. 메모리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 속도라면 할만 하다. 한 시간도, 아니 그 이상도 뛸 수 있다.


"좋아! 그걸로 바꾸자! 제발!"


[바꾸는 건 상관 없는데, 메모리형. 제 말은 끝까지 들어요. 아직 안 끝났으니까.]

"뭐야, 설마 더 있어?!"

[3분 정도 지나면 속도가 10에서 20으로 올라요.]

"뭐라고?! 무슨 중간이 없어?! 최고 속도 몇 까지 오르는데?!"

[30까지 올라요, 형!]

"아오! 이 미친새끼들!"


결국, 메모리는 편한 운동 찾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시속 20km/h라니. 1분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걸 1시간을 내달리라고? 심지어 속도가 30까지 오른다고? 정신이 나갔나?


'미친놈들이지, 진짜! 이걸 나보고 하라니!'


피익- 치이이-


메모리가 내일 죽는다는 심정으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실의 방의 전원이 모두 나갔다.


[어? 무슨 일이지?]


띠리리-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광배가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그에게 긴급 연락이 도착했다.


[메모리형,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결국, 연락을 받은 광배가 진실의 방을 나갔고, 메모리는 멈춘 운동기구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하염없이 광배를 기다려야만 했다.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대근이가 마지막으로 본 게 이 녀석이래. 안익준."


근골격부서 직원들은 안구팀에서 보낸 전서혈을 보고 있었다.

정전 때문에 근골격부서는 무척 어두웠기에, 그들은 촛불 하나에 의지해야만 했다.


"지금 인간 황대근은 어디 있는 건데?"

"왜 그 뒤의 자료들이 이렇게 화질이 안 좋아?"

"둔기를 얻어맞았어. 기절해버린 거야."

"어딘가로 끌려온 건가?"

"응.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숲 속인 것 같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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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어른의 찌질함 22.01.22 15 1 12쪽
269 왕자의 발악 (4) 22.01.21 17 1 11쪽
268 왕자의 발악 (3) 22.01.21 16 1 11쪽
» 왕자의 발악 (2) 22.01.20 13 1 11쪽
266 왕자의 발악 (1) 22.01.20 12 1 11쪽
265 인생은 한 방 22.01.19 13 1 11쪽
264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22.01.19 15 1 10쪽
263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2) 22.01.18 11 1 11쪽
262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22.01.18 16 1 10쪽
261 왕의 분노 (2) 22.01.17 20 1 11쪽
260 왕의 분노 (1) 22.01.17 15 1 12쪽
259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22.01.16 17 1 10쪽
258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1) 22.01.16 13 1 11쪽
2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5) 22.01.15 12 1 10쪽
25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2.01.15 12 1 11쪽
2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22.01.14 14 1 10쪽
25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22.01.14 14 1 11쪽
25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22.01.13 15 1 11쪽
252 안락원(安樂院) (3) 22.01.13 14 1 11쪽
251 안락원(安樂院) (2) 22.01.12 12 1 11쪽
250 안락원(安樂院) (1) 22.01.12 15 1 10쪽
249 인페르노(inferno) (4) 22.01.11 16 1 11쪽
248 인페르노(inferno) (3) 22.01.11 15 1 11쪽
247 인페르노 (inferno) (2) 22.01.10 15 1 10쪽
246 인페르노 (inferno) (1) 22.01.10 17 1 11쪽
245 더러운 배신자 (3) 22.01.09 19 1 11쪽
244 더러운 배신자 (2) 22.01.09 17 1 12쪽
243 더러운 배신자 (1) 22.01.08 20 1 11쪽
242 악인 혹은 선인 (3) 22.01.08 21 1 12쪽
241 악인 혹은 선인 (2) 22.01.07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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