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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49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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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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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인생은 한 방

DUMMY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구내식당)



다음 날, 토요일 저녁시간이었다. 메모리아 4인방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러니까, 월급이 적으면 당연히 힘든 건 사실이죠. 남는 건 쥐뿔도 없는데 죄다 공과금이니 세금이니 떼어가니까."


포크로 튀기다 만 돈까스를 푹 찍어 내리며 레이지가 메모리를 타일렀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적금들 돈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최소 1만셀이라도 저금하려 노력이라도 해 봐요. 그것조차 힘들면 5천셀이라도!"


레이지는 진심으로 메모리의 소비습관을 걱정했다. 소비습관이 저 모양 저꼴이려면 최소 월급이라도 많이 받던가, 그것도 아니었다.

월급이 적으면 갖고 있는 돈을 어떻게 굴려야 좋을지 머리를 써야 할 텐데, 메모리는 생각이 없었다.

자산을 불리지는 못해도, 최소 유지를 하거나 모으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레이지씨 말이 맞네요."


레이지 앞에 마주 앉아있던 황대근이 말했다.


"그렇게 한 달 저금하면 월세 낼 돈은 있겠죠."


혜윰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적금통장 있어요? 없다구요? 하나 만들어놔요. 이자는 정말 쥐똥만큼 붙기는 하는데, 그게 어디예요. 몇 년 뒤에 통장 만기 돼서 찾아보면 기분 좋다니까요? 꽁돈 생긴 것 같고."


푹-


동료들의 나름 애정과 걱정이 가득한 잔소리를 듣던 메모리는 슬슬 지겨워졌는지 포크로 돈가스를 푹 내리 찍었다.

얼마나 깊게 찔렀는지, 돈까스에 구멍이 나버렸다.


"알겠어요, 알겠어. 제가 알아서 할 게.... 으아앆?!"


메모리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왼손에 TK신문을 들고 있었는데, 그의 두 눈을 사로잡는 기사 하나가 보였던 것이다.


*


[행운의 뽑기! 그 행운에 주인공이 될 직원은 누구일까요?!]


대상자 : 대근건설 직원이라면 그 누구나!


5등 : 디톡스 페로 대장님의 친필 사인

4등 : 브레인 부장님의 친필 사인

3등 : 강도윤 이사님의 친필 사인

2등 : 사장님의 친필 사인

1등 :


*



5등부터 4등까지의 선물이 영 이상하게 느껴진다.

물론, 메모리의 눈에는 그것들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의 두 눈은, 1등 상품만을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1등, 1등은....!"


메모리가 소리쳤다.


"아파트!!!! 내 집 마련의 꿈!!!!"







망설일 것은 없었다.

아직 저녁을 다 먹지는 못했지만, 그깟 한 끼 제대로 못 먹는 게 대수인가? 지금 당장은 내 집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다.


"여긴가?"


메모리아 4인방은 곧 뽑기 장소에 도착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제1건물 브레인의 야외 운동장 한 가운데였다. 이미 많은 직원들이 와 있었기 때문에, 운동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행운의 아파트 뽑기는 뇌부서 감정팀의 포츈과 미스포츈이 주최하는 일종의 행사다.

뇌부서 직원들은 타 부서에 비해 힘든 일은 안 하지만 월급은 비교가 되지 않게 많이 받는다.

넘쳐나는 돈들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일까? 뇌부서는 이렇게 종종 행사를 열고는 했다.


뇌부서 몇 년 다니면 10억셀 이상 하는 집은 그냥 손쉽게 살 정도다. 대근건설에 있는 억소리 나오는 아파트나 펜트하우스들은 거의 대다수가 뇌부서 직원들 소유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다른 부서 직원들은 24평짜리 아파트나 전세 월룸, 투룸 살면 다행으로 여길 정도니까.

정말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직원들은 하루 잘 곳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뽑기진행 방식을 설명드릴게요!"


포츈이 마이크를 들고 운동장에 모인 모든 직원들을 향해 외쳤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포츈이 그녀 옆에 있는 탁자 위 팔각형 모양의 커다란 상자의 손잡이를 가리켰다.


"이 손잡이를 돌리면 이렇게 빙글빙글 돌아가죠? 그러다가~ 짠! 이렇게 구슬이 요 구멍 밖으로 나와요. 금색을 뽑으시면 1등이고, 흰색을 뽑으시면 꽝입니다! 그리고 2등은 초록색, 3등은 파란색, 4등은 보라색, 마지막으로 5등은 검은색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간단한 방식에 메모리가 그녀에게 물었다.


"1등 금색 뽑으면 뭐 주는 거죠?!"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재차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아파트를 드립니다."


미스포츈의 대답에 황대근이 물었다.


"몇 평 짜리죠?!"


이번에는 포츈이 대답했다.


"기대하시라, 두구두구! 무려 90평입니다!"


90평이라.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혼자 살기에 너무 넓지 않으냐고.

하지만 방도 없는 좁은 집에서 사는 것보다, 귀신 나올까 무서운 넓은 집에 사는 편이 백 배, 천 배 나은 법.


"이야... 90평이면 생각보다 넓은데? 돈 좀 썼나보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행사에 관심이 조금도 없던 황대근은 처음으로 의욕을 내비쳤다.

이는 다른 직원들인 혜윰과 레이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꼭 뽑겠어!'


물론, 그 누구도 메모리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다. 그의 두 눈에는 불꽃이 일었다.


"아~ 안타깝습니다! 꽝입니다!"

"우와, 피니시팀장님! 파란색 구슬을 뽑으셨군요! 자, 3등은 강도윤 이사님의 친필사인입니다!"

"플루대원! 4등 브레인 부장님의 친필 사인입니다!"

"케어대장님~! 디톡스 대장님의 친필사인! 이야, 운이 좋으시네요!"

"마님! 2등 사장님의 친필사인입니다! 가보로 대대손손 자손들에게 물려주세요~!"


쓸데없는 선물들은 다 빠졌다. 이젠 50대 50의 확률싸움이다.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 꽝이냐, 아니면 1등이냐.


혜윰도 레이지도 모두 하얀 구슬을 뽑았다. 꽝이었다.

이젠 황대근의 차례였다. 그가 뽑기를 진행하기 전 손을 푸는 동안, 미스포츈은 포츈에게 몰래 속삭였다.


"이거 확률이 얼마야? 금색 뽑을 확률."


포츈이 대답했다.


"글쎄, 억만 분의 일?"

".....너 아파트 주기 싫었구나?"

"그건 아니야. 하지만 쉽게 뽑히면 재미가 없잖아. 안 그래?"

"아니 뭐, 물론 그건 맞는 말이긴 한ㄷ...?! 어어...?! 포, 포츈? 왜 그래?"


황대근이 손잡이에 손을 대는 순간, 포츈의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춥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 떠는 건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에 조종당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떨림이었다.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와우!"


비슷한 시각, 인간 황대근의 양아버지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는 저녁을 먹은 후 TV를 보고 있었는데, 화면을 보니 복권방송인 듯하다.


"이야~! 대근아, 대근아!"


양아버지는 들고 있던 복권을 들고 황대근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그는 언제나처럼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대근아, 대근아!"


난데없이 갑자기 아들방에 쳐들어온 양아버지는 아들을 얼싸 안으며 마치 춤을 추듯 빙빙 돌았다.

그런 양아버지의 행동이 익숙하지 않은지, 황대근이 물었다.


"왜... 왜 그러세요?"


그러자 양아버지가 아들의 얼굴을 두 손으로 매만졌다.


"우리 대근이! 역시 우리 집안의 복덩어리!"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황대근은, 양아버지에 손에 들린 복권을 보자마자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 복권 당첨된 건가요?"


황대근이 묻자, 양아버지가 귀에 입이 걸린 채 대답했다.


"그래! 2등에 당첨됐다!"

"아, 조금 아깝네요."

"괜찮아, 괜찮아! 2등이 어디냐? 2등은 뭐 아무나 당첨되냐? 그런데 어떻게 번호를 이렇게 잘 맞췄니? 꿈에 누구 나타났니?"


황대근은 머쓱한지 자신의 뒷머리를 매만졌다.


"꿈은 아니고, 그냥 찍은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세상에.....!"

"말도 안 돼....! 억만 분의 일의 확률인데....?!"


한편, 미스포츈과 포츈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황대근이 손잡이를 돌렸고, 구멍에서 튀어나온 것은 흰색의 구슬이 아닌 금빛 구슬이었기 때문이다.


딸랑-


포츈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을 울렸다. 1등이 당첨되었을 시 울려주는 일종의 서비스다.


"축하 드립니다! 금색 구슬을 뽑으셨습니다! 1등 90평 아파트를 드립니다!"


슥 -


미스포츈이 황대근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1등 상품과 관련된 종이인 듯 하다.


"자,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죠?"

"가끔 1등 당첨자분들 중에서 아파트를 현금화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집이 이미 있으시거나, 당장 현금이 급한 분들이 종종 그렇게 하세요."

"그럼 이걸 저한테 주시는 이유는 혹시?"

"네. 아파트로 받고 싶으시면 그 상태로 받음 되고요, 만약 현금화 하고 싶으시면 이 종이를 들고 블러드뱅크에 가시면 됩니다. 물론, 아파트를 현금화 하는 절차는 알아서 하셔야 해요. 저희가 하긴 좀 귀찮거든요."


황대근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에게는 이미 70평형 짜리 아파트가 있다.


'재테크 개념으로 아파트를 하나 더 받아? 아니면 현금화해서 돈을 챙겨? 흠... 저 아파트가 값이 계속 오르려나? 아니면 현금화 해서 다른 곳에 투자를 해봐? 현금화 하면 얼마 정도 나올까? 세금도 뗄 텐데. 세금 때고 뭐 때고 하면 36억셀은 나오겠지?'


황대근이 행복한 고민을 하는 동안, 메모리는 우울했다. 뽑기라고는 시도도 안 해봤는데 이미 끝난 것이다.

이런 메모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대근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민되는군. 이미 늙어 죽을 때까지 펑펑 써도 남을 정도로 돈은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생각을 좀 전환해볼까.'


메모리가 힘없이 운동장 바닥에 철퍽 주저앉았을 때였다.


"메모리씨!"


황대근이 메모리를 부르자, 메모리는 힘없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네....?"

"메모리씨. 이 집, 메모리씨 드릴게요."


메모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집을 준다고? 아파트를? 90평짜리를? 혹시 개집을 준다는 걸 잘못 말한 게 아닐까?


"단, 메모리씨에게 주어진 이 행운을 발로 차 버릴 시에는 가차 없이 그 아파트에서 내쫓을 겁니다. 심지어 돈도 받을 거예요. 계약 위반으로 말이죠."


황대근이 경고를 했지만, 메모리의 귀에는 그의 경고 따위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메모리에게 지금 들리는 것은 오직 하나. '집을 드릴게요'였다.

그런 메모리의 상태를 눈치챈 황대근은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저는 어차피 집이 있어요. 메모리씨가 하도 가난에 허덕여서 도와주는 겁니다."

"진짜 고마워요, 대근씨!"


자신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메모리를 보며, 황대근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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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왕자의 발악 (4) 22.01.21 17 1 11쪽
268 왕자의 발악 (3) 22.01.21 16 1 11쪽
267 왕자의 발악 (2) 22.01.20 12 1 11쪽
266 왕자의 발악 (1) 22.01.20 12 1 11쪽
» 인생은 한 방 22.01.19 13 1 11쪽
264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22.01.19 15 1 10쪽
263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2) 22.01.18 11 1 11쪽
262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22.01.18 15 1 10쪽
261 왕의 분노 (2) 22.01.17 20 1 11쪽
260 왕의 분노 (1) 22.01.17 14 1 12쪽
259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22.01.16 16 1 10쪽
258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1) 22.01.16 12 1 11쪽
2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5) 22.01.15 12 1 10쪽
25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2.01.15 12 1 11쪽
2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22.01.14 13 1 10쪽
25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22.01.14 13 1 11쪽
25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22.01.13 14 1 11쪽
252 안락원(安樂院) (3) 22.01.13 13 1 11쪽
251 안락원(安樂院) (2) 22.01.12 12 1 11쪽
250 안락원(安樂院) (1) 22.01.12 15 1 10쪽
249 인페르노(inferno) (4) 22.01.11 15 1 11쪽
248 인페르노(inferno) (3) 22.01.11 15 1 11쪽
247 인페르노 (inferno) (2) 22.01.10 15 1 10쪽
246 인페르노 (inferno) (1) 22.01.10 17 1 11쪽
245 더러운 배신자 (3) 22.01.09 18 1 11쪽
244 더러운 배신자 (2) 22.01.09 17 1 12쪽
243 더러운 배신자 (1) 22.01.08 19 1 11쪽
242 악인 혹은 선인 (3) 22.01.08 21 1 12쪽
241 악인 혹은 선인 (2) 22.01.07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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