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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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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56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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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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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DUMMY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콰앙-


주혁은 충격적이었다.

사장실에 앉아있는 게 쉐도우와 황대근이라니?

게다가 쉐도우가 나보고 어서 나가라고 독촉을 하다니?


"아니, 저게 뭐냐고? 왜 저 둘이 대면하고 앉아있어?"


사장실에서 쫒겨난 쉐도우는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잠깐만, 내가 여기서 그냥 가버리면 지는 거잖아? 안 되지, 안 돼. 난 그냥 못 가."


벌컥-


주혁이 문을 열었다.

그래서일까? 쉐도우와 황대근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졌다.

허나 주혁은 그런 것들 따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했다.


"비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중요한 겁니다."


쉐도우의 시선은 한 곳에 집중되어있었다.

그 모습에 주혁은 순간 의아함을 느끼긴 했지만, 무시하고 쉐도우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음? 뭔가 이상한데. 왠지 시원한 이 느낌은 뭐지.'


걸어가면서 주혁은 어쩐지 몸이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굳이 신경쓰지는 않았다.


"비서님. 저 황대근 녀석이 저를..."

"주이사님. 아무래도 어서 사무실로 가시는 게 좋겠군요."


쉐도우가 주혁의 말을 끊었다. 그의 어조에는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


"어서요. 더 큰일 나기 전에."


결국 주혁은 다시 한 번 더 쫒겨났다.

다시 문을 열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 쉐도우가 화를 낼 것 같아 그만두었다.


"진짜... 억울해 죽겠네."

"꺄악!"


주혁이 닫혀버린 사장실 문을 등지고 자신의 개인 사무실로 걸어가려 할 때였다.


"꺄악! 이게 뭐야!"


비명을 지르는 것은 다름아닌 감정팀의 포츈이었다. 그녀는 사장실에 볼일이 있어 온 것인데, 어째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꺄아악!"


도무지 비명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포츈에게, 주혁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포츈씨, 왜 그러는 거야?"

"주이사님 대체 뭐하시는 거예요!"

"뭐 하느냐고? 뭔 말이야?"

"왜 아무것도 안 입고 그러시냐구요!"


왜 아무것도 안 입었느냐고? 주혁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하체 부분을 향해 고개를 내렸고, 본능적으로 두 손을 이용해 중요부위를 감쌌다.


"흐억!"


주혁이 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사장실)



"딱히 좋은 구경은 아니었지요, 황대근씨? 어떻습니까? 커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쉐도우의 제안에 황대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보고 싶지 않은, 아니 영원히 보고 싶지 않은 주혁의 거지같은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하다니, 그는 두 눈을 씻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것을 보지 않은 눈으로 갈아끼우고 싶을 정도였다.


"여기 있습니다. 최고급 원두를 이용해 만든 겁니다."


쉐도우가 갈색의 커피가 든 잔을 황대근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황대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제법 맛이 좋았다. 지금까지 메모리아부서 내 구내식당에서 먹었던 커피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그래 뭐, 커피 맛은 참 좋은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한지 모르겠군.'


커피를 음미하며 황대근은 사장실을 둘러보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랑 별 차이는 없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


기분이 묘한 이유는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사장실의 주인인 헨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헨리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대근건설 직원들 대다수가 헨리의 얼굴을 까먹어버릴 정도였으니까.


'대체 헨리의 정체는 뭘까. 쉐도우에게 진압당한 것 까진 알겠는데, 대체 뭘까.'


황대근이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는데, 쉐도우가 말했다.


"오, 이런! 대근씨 성격이 급하시군요. 커피에 각설탕 좀 넣어드리려 했더니 벌써 다 마시셨네요. 5분도 안 됐는데!"


실제로 황대근은 이미 커피를 다 마신 상태였다. 쉐도우는 오바했지만 황대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톨이나 그란데 사이즈 정도라면 모를까, 겨우 작은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그럼 1분에 한 모금씩 마실 수는 없지 않나.


"대근씨."


쉐도우가 갈색의 각설탕을 들어 보였다.


"이거라도 드릴까요? 각설탕 씹어먹는 재미가 있거든요."


황대근은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탁-


그가 탁자에 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저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쉐도우가 대답했다.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기 어렵군요."

"알고 있잖습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미 당신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으니 다른 말 하지 마십시오."

"제가 누군줄 아십니까?"

"처음에는 당신이 영부의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은 영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듭니다."

"호오... 예리하시네요."

"당신은 범인이죠. 그리고, 영부는 범인이 아닙니다. 물론 지금까지 평택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의 책임자는 영부가 맞겠지요."

"음... 그렇죠."

"허나, 배후에 있는 건 당신입니다. 당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그렇죠?"


쉐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황대근이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검은복면의 남자입니다. 구영원의 지파장."


짝짝-


다리를 꼰 채 앉아있던 쉐도우가 박수를 쳤다.


"굉장하군요. 솔직히 뭐랄까,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당신의 추리력에 놀랐다고나 할까요. 진심입니다."

"제가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황대근이 물었다.


"제가 당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까?"

"글쎄요. 그건 당신 마음 아닐까요?"


쉐도우의 대답에 황대근은 느꼈다. 그에게서 풍기는 여유로움을.

제 정체를 눈치챘다 해도, 지금 당장 황대근과 인간 황대근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쉐도우는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심증이 있어도,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 섣불리 신고했다가는 과대망상증 환자 취급 받기 딱 좋을 테니.


"두 번째 기억, 이전에 알아냈었지요?"


쉐도우가 묻자 황대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헌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아요."

"제가 조작했기 때문이죠."

"조작?"

"이미 다 아시지 않습니까. 백이사와 스켈레톤을 납치하도록 종용한 이가 누군인지."

"안이사님과 한이사님을 납치한 것도 당신이죠?"

"그렇죠. 그 두 분이야 뭐, 워낙 힘도 없고 존재감도 없던 터라 제법 쉬웠습니다."


황대근이 물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절 어찌할 계획이십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때가 아니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인간 황대근을 죽이려 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마음이 바뀌었어요."


쉐도우의 표정이 음흉해보인다. 한편으로는 제법 설레어 보이기도 하다.


"재미있게 지내고 싶습니다. 당신 역시 죽이려 했지만 계획이 바뀌었어요. 당신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당신이 어떻게 나올지 말이에요."


당황한 황대근의 표정을 보며, 쉐도우는 씨익 웃었다.


"당신이 내 발 밑에서, 계속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요."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쉐도우와의 대화를 모두 끝낸 황대근은 메모리아 부서로 돌아왔다.

나머지 세 명의 동료들은 주혁에 관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 대근씨! 대근씨도 소식 들었어요?"


황대근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혜윰이 그를 반겼다.


"대근씨, 주이사님이 알몸상태로 대근건설을 돌아다니고 있대요!"


황대근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딱히 알고 싶지도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더 이상 주혁의 그런 모습을 되새기고 싶지 않았는데, 마침 다행히 레이지가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사장님이 뭐라십니까? 메모리아부서 날려버리신답니까?"


황대근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반대라고요?"

"네.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군요."







(경기도 평택시 - 안락원)



그날 저녁시간, 안락원의 노인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으니 곧 나올 밥을 기대하며 즐거워해야 할 터인데, 그들은 아니었다.


"식사시간입니다~!"


노인들이 있던 방문이 열리고, 보호사들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그들은 음식을 담아 옮기는 카트에 담긴 식판을 들고 노인들에게 다가갔다.


"자, 할머니. 밥부터 드릴까요? 아니면 반찬부터 드릴까요?"


보호사들이 친절하게 상대했지만, 노인들은 그들의 친절을 거부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식사하기를 거부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 너흰 애미애비도 없느냐?! 아무리 노인이라 해도 그렇지, 이런 걸 먹여?!"


그때, 한 할아버지가 보호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할아버지가 난리를 피운 까닭에 식판에 담겨있던 음식은 모두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보호사들이 쩔쩔매고 있는데, 현 안락원의 총 책임자, 박바람이 나타났다.


"아이고, 할아버지....! 야, 너희들은 일단 바닥에 떨어진 것들부터 치워! 드시겠다는 노인네들은 빨리 밥 먹여주고! 아이고, 할아버지! 이러심 안 됩니다. 여기 보호사들도 다~ 엄마아빠 있는 애들이에요."


정신없었던 저녁식사시간은 박바람 덕에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원장님, 저희 진짜 죽겠습니다."


밖에 나와 담배를 태우고 있던 박바람에게 보호사들이 다가와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식사를 하라고 해도 안 하신다니까요? 금요일 날 고기 구워주잖아요. 그때만 잘 드시고, 다른 때는 입에도 안 대셔요!"

"그 왕씨 할아버지가 제일 악질이에요. 언제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굶었다니까요?"

"그래서 그 왕씨 할아버지 기절하셔가지고 크게 난리 났잖아요."


툴툴대며 불만을 토로하는 보호사들에게, 박바람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원래 노인네들이 저런 걸 어쩌겠어. 하루 세끼 고기반찬 주는데도 저리 지랄들이니.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쯧쯧!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그나저나 우리 간만에 나가서 회식이나 할까? 삼겹살 먹자고."







주혁은 여전히 헐벗은 채로 대근건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다른 직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혜윰과 메모리, 그리고 레이지가 그를 발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금쯤이면 포츈이 주혁에 관한 소문을 마구 퍼뜨렸을지도 모른다.


"젠장, 그걸 생각을 못했으니...."


주혁이 변태라서 옷을 안 입은 것은 아니다.

혜윰이 그에게 먹인 약이 약발을 다했고, 그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지 옷이 모두 벗겨져버린 것이다.


"그나마 여름이라 다행이야. 겨울이었으면 겁나게 힘들었을 거ㅇ.....헉!"


뇌부서의 골목에 있는 길을 통해 심장부서로 이동하던 주혁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가장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야, 주이사님~?"


그 남자는 브레인이었다.


"취향 한 번 독특하심니다~?"


주혁은 혀를 깨물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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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왕자의 발악 (4) 22.01.21 17 1 11쪽
268 왕자의 발악 (3) 22.01.21 16 1 11쪽
267 왕자의 발악 (2) 22.01.20 12 1 11쪽
266 왕자의 발악 (1) 22.01.20 12 1 11쪽
265 인생은 한 방 22.01.19 13 1 11쪽
264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22.01.19 15 1 10쪽
263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2) 22.01.18 11 1 11쪽
262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22.01.18 16 1 10쪽
261 왕의 분노 (2) 22.01.17 20 1 11쪽
260 왕의 분노 (1) 22.01.17 15 1 12쪽
259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22.01.16 17 1 10쪽
258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1) 22.01.16 13 1 11쪽
2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5) 22.01.15 12 1 10쪽
25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2.01.15 12 1 11쪽
2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22.01.14 14 1 10쪽
25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22.01.14 14 1 11쪽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22.01.13 15 1 11쪽
252 안락원(安樂院) (3) 22.01.13 14 1 11쪽
251 안락원(安樂院) (2) 22.01.12 12 1 11쪽
250 안락원(安樂院) (1) 22.01.12 15 1 10쪽
249 인페르노(inferno) (4) 22.01.11 16 1 11쪽
248 인페르노(inferno) (3) 22.01.11 15 1 11쪽
247 인페르노 (inferno) (2) 22.01.10 15 1 10쪽
246 인페르노 (inferno) (1) 22.01.10 17 1 11쪽
245 더러운 배신자 (3) 22.01.09 19 1 11쪽
244 더러운 배신자 (2) 22.01.09 17 1 12쪽
243 더러운 배신자 (1) 22.01.08 20 1 11쪽
242 악인 혹은 선인 (3) 22.01.08 21 1 12쪽
241 악인 혹은 선인 (2) 22.01.07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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