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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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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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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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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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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대근건설 - 제1건물브레인)



다음 날 7월 11일 월요일. 메모리아 4인방은 산책중이었다. 어째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허구헌 날 산책이나 하는 것 같지만, 아마 착각일 것이다.


오늘의 산책 장소는 다름 아닌 제1건물 브레인이었다.

운동장도 아니요, 그 주변도 아니요. 건물 안에서 산책을 하는 것이다.

제 1건물 브레인의 규모가 상당히 크기에 굳이 운동장에서 산책할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4인방은 메모리아부서 직원들이라는 것이다.

메모리아부서는 제 1건물 브레인에 함부로 못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뻔뻔하기 그지없는 4인방은 잘만 발을 들여놓았다.


"이제 슬슬 인간 황대근한테 사실을 알려주어도 되지 않습니까?"


레이지가 말했다.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잖습니까? 아무리 대근이가 고삼이라 해도, 알려줄 건 알려줘야죠."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바로 스켈레톤의 두 번째 기억이었다.

현재 인간 황대근이 비록 고삼이기는 하지만, 이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다.


만약 인간 황대근이 괴로워해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도록, 뇌부서에 있는 유리멘탈(glass mental)이 깨지지 않도록 지키기만 하면 된다.

근골격부서 직원들에게 부탁하면 그들은 목숨을 걸고 유리멘탈을 지켜줄 것이다.


"뭐,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허나 마구 떠들어대던 4인방은 알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대근건설 - 골방)



스켈레톤은 손톱을 깎고 있었다.

해골이었던 그가 자신의 몸을 되찾은 후로, 스켈레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손톱과 발톱을 깎아댔다.

해골이었을 때 그의 버킷리스트라고 하는데, 조금 특이한 버킷리스트같다.


낑낑-


여전히 해골의 모습을 한 스켈독은 스켈레톤의 주위에 있었다.

스켈독은 꼬리를 빙빙 휘저으며 주인인 스켈레톤의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장모님."


스켈레톤이 곁에 앉아 뜨개질을 하던 인플루엔자에게 말했다.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인플루엔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띡-


마지막 순서인 엄지발가락의 발톱을 자르며, 스켈레톤이 말했다.


"저번에 망각의 호수에 갔는데, 그곳에서 이상한 걸 좀 봤습니다."


원래 보통 직원들이라면 망각의 호수는 커녕 무의식의 근처조차도 갈 수 없을 것이다.

허나 스켈레톤은 아니었다. 이미 수십 번도 더 가본 곳이니까, 가는 길을 모를리 없을 뿐더러 못 갈 이유도 없다.


"제가 알기로 망각의 호수는 아주 검습니다. 그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지요. 설령 들여다본다 해도 그곳에 빠지게 될 겁니다."


니체는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라고.


"헌데, 망각의 호수는 검지 않고 투명했습니다. 게다가 호수 안에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인플루엔자가 물었다.


"여자?"

"백설하, 백이사님이십니다."

"그 분이 왜 거기에?"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누군가 망각의 호수로 왔던 것 같아요. 모래사장에 발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누군지 알겠나?"

"단순히 발자국 크기만을 보고 판단하건데, 아마 남자인 것 같습니다. 발자국 사이의 보폭도 컸고요."

"뭘 하려고 온 걸까?"

"특정 기억을 조작하려 온 거겠지요. 망각의 호수에 목숨을 걸고 오는 놈들의 의도는 대체로 그런 것들이니까."


파앗-


그때 갑자기 골방의 전기가 모두 나갔다.

전기가 나가자, 골방은 어둠으로 가득 차버렸다. 앞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파앗-


잠깐의 소란이 있은 후, 언제그랬냐는 듯 불은 다시 켜졌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인플루엔자는 어둠에 익숙해졌던 눈이 빛에 익숙해지도록 한참동안이나 눈을 껌벅였다.


"아이고, 나도 늙긴 늙었구나. 잠깐 불 꺼진 것 가지고 이리도 눈이 부시니..... 뭐야?"


인플루엔자가 당황했다.

무언가 이상하다. 그녀의 곁에 있던 한 남자가 사라졌다. 스켈레톤이 사라졌다.


"스서방!!!!"







(대근건설 - WBC)



"그러니까, 스켈레톤님께서 사라지셨다는 거죠, 지금?"


케어가 말했다.


"대체 누가 그분을 납치했을까요?"


WBC 대장실에는 케어와 플루, 키 그리고 메모리아 4인방이 모여있었다.

왕근은 없었지만 대신 주혁과 인플루엔자도 함께 있었다.


인플루엔자는 눈 앞에서 사위를 놓쳤다는 슬픔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한데 섞여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플루 역시 그녀의 곁에서 함께 울며 외할머니를 위로했다.


그나마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혜윰이었다.


"그 새끼 잡아서 족쳐야죠. 사지를 찢어서..."


아니다, 아무래도 혜윰 역시 이성적인 건 아닌 듯 하다.

황대근은 두 손을 휘휘 저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잠깐만요.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건 스켈레톤이 납치당했다는 게 아닙니다."


황대근의 말에 혜윰이 눈살을 찌푸리자, 황대근이 고개를 저었다.


"혜윰씨 아버님이 납치당한 건 당연히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실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스켈레톤이 '왜' 납치당했느냐는 거죠. 지금까지 대근건설에서 이렇게 납치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까?"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근건설은 가끔 쉐도우나 페로 같은 놈들이 미친 짓을 하고는 했지만, 직원과 직원간의 범죄는 거의 0퍼센트의 수렴한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니까.


"스켈레톤이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건 아닐까요?"


주혁이 말했다.


"솔직히, 스켈레톤은 지금까지 선하게 살아왔어요. 입은 좀 걸고 깡패같기는 해도. 아, 혜윰! 노려보지마! 지금 너희 아버님 욕하는 거 아냐. 솔직히 스켈레톤이 입이 걸기는 해. 막 자라서 그런지.... 아! 혜윰! 때리지 마!"


주혁이 혜윰에게 맞는 동안, 황대근이 모두에게 말했다.


"제 생각엔, 스켈레톤만이 갖고 있는 무언가를 노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말에 대장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를 주목했다.

혜윰은 여전히 주혁을 때리고 있었지만, 그 둘 역시 황대근을 주목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황대근이 말했다.


"생각해봅시다. 스켈레톤이 갖고 있는 무언가가 무엇일까요? 스켈레톤이 얻은 것들, 혹은 스켈레톤만 갖고 있는 무언가는 대체 뭘까요?"







영부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었다.

그는 드림워커였지만, 재능있는 드림워커는 아니었다.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도 종종 길을 잃어버리고는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을 터다.


"헉... 헉..."


그 무의식 속에서, 영부는 도망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불타는 자료 하나가 들려있었다.


자세히 자료를 관찰하지만, 자료에 무엇이 적혀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아무것도 안 적혀있을지도 모른다.


"헉... 여기, 여기로 가야겠어...!"


한참을 내달렸을까. 영부는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은 철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커다란 글씨로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라 적혀있었다.


콰앙-


영부가 발로 문을 쾅하고 밀었다. 그리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영부의 온 몸이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액체처럼, 그의 몸은 더 이상의 육신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크를 사면 따라오는 플라스틱 칼로 툭 하고 건드리면, 그의 몸은 힘없이 휘어질 것만 같았다.


"우욱....! 토, 토 할 것 같은데....!"


시간은 물렁하게 흘러갔다.마치 물 속에서 억지로 달리려는 것처럼, 이 방의 시간은 뭉근한 느낌을 주었다.


"제발, 제발 따라오지 마!"


그는 누구를 피해 도망치고 있는 것일까.

대체 누가 그를 위협하는 것일까?

누가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빼앗으려 하는 걸까?


"저는 주인님의 말씀을 들을 뿐입니다."


영부를 쫒아온 것은 다름아닌 괘종시계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그 역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자, 방 안의 시간이 갑자기 급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괘종시계의 얼굴에 있는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괘종시계 남자를 피해 달아나던 영부의 몸은 힘없이, 심지어 빠르게 남자 쪽으로 날아갔다.


탁-


남자가 영부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곤 영부가 꼬옥 안고 있는 붉은색의 불타는 기억을 쳐다보았다.


"이제 그걸 저에게 넘기시죠."

"안 돼!"


영부가 소리치자, 남자는 웃었다.

영부는 그런 남자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물었다.


"왜, 왜 나를 방해하는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주인님께서는 예의 없는 사람을 싫어하십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는 영부에게 달려들었다.

남자의 힘이 너무 센 까닭인지, 영부는 힘없이 남자에게 휘둘려졌다.


'아, 안 돼... 이러다가는...!'


영부는 속으로 바랬다. 저 남자는 나의 일부가 아니다. 외부인이다.

기억이나 꿈, 무의식 속에 타인이 들어온다면 방어기제들이 작동한다.

제발, 제발. 저 침입자를 물리쳐 줘.


".....?!"


영부의 바램이 하늘에 닿았을까? 남자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방어기제인 구영원 신도들에 의해 영부의 공간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헉!"


결국 영부는 잠에서 깨어났고, 그는 마치 스프링처럼 침대에서 튀어내려와 침대 옆 협탁서랍을 열었다.


"....."


서랍 안에는 붉은 글씨로 적힌 자료가 있었다.


"다행... 정말 다행이야.... 아직 안 훔쳤나보군..."







그날 밤, 인간 황대근은 또다시 꿈을 꾸었다.

아니, 꿈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다. 그는 자신의 꿈 속에 있지 않았다. 타인의 꿈 속에 있었다.


허나, 황대근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애초에 드림워킹이니 드림워커니 하는 말들을 알 리가 있겠는가.


"저게 뭐지?"


황대근은 하늘 위에 둥둥 떠있는 거대한 풍선을 올려다보았다.

풍선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헌데, 완전한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단 기묘한 모습이었다.


이 사람의 얼굴과 저 사람의 얼굴,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얼기설기 이어붙인것 같았다.


"여긴 어디야?"


그제서야 황대근은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주변은 해변가였다. 그런데 건물도 사람들도, 심지어는 파라솔도 없었다.

심지어 모래에는 그 흔해빠진 조개들도 보이지 않았다. 미역도 없었다.


"반갑군."


목소리가 들려온다. 황대근은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난 여기 있어."


황대근이 위를 쳐다본다. 소리가 위에서부터 들려온다.


"뭐, 뭐야?!"


황대근은 깜짝 놀란다. 풍선이 말을 하고 있다.

깜짝 놀라 눈이 커져버린 황대근은 아랑곳 않은 채, 풍선이 물었다.


"내 제안은 받아들일 건가?"


풍선이 묻는다.


"살고 싶지 않나?"


황대근은 여전히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풍선이 말했다.


"다른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를 줄게. 그 능력을 줄게. 영부의 기억을 훔쳐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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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왕자의 발악 (4) 22.01.21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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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왕자의 발악 (2) 22.01.20 12 1 11쪽
266 왕자의 발악 (1) 22.01.20 12 1 11쪽
265 인생은 한 방 22.01.19 13 1 11쪽
264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22.01.19 15 1 10쪽
263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2) 22.01.18 11 1 11쪽
262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22.01.18 16 1 10쪽
261 왕의 분노 (2) 22.01.17 20 1 11쪽
260 왕의 분노 (1) 22.01.17 14 1 12쪽
259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22.01.16 16 1 10쪽
258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1) 22.01.16 12 1 11쪽
2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5) 22.01.15 12 1 10쪽
25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2.01.15 12 1 11쪽
2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22.01.14 14 1 10쪽
25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22.01.14 13 1 11쪽
25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22.01.13 14 1 11쪽
252 안락원(安樂院) (3) 22.01.13 13 1 11쪽
251 안락원(安樂院) (2) 22.01.12 12 1 11쪽
250 안락원(安樂院) (1) 22.01.12 15 1 10쪽
249 인페르노(inferno) (4) 22.01.11 16 1 11쪽
248 인페르노(inferno) (3) 22.01.11 15 1 11쪽
247 인페르노 (inferno) (2) 22.01.10 15 1 10쪽
246 인페르노 (inferno) (1) 22.01.10 17 1 11쪽
245 더러운 배신자 (3) 22.01.09 19 1 11쪽
244 더러운 배신자 (2) 22.01.09 17 1 12쪽
» 더러운 배신자 (1) 22.01.08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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