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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19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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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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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DUMMY

(경기도 평택시 - 안락원)



황대근은 잘 싸웠다.

물론, 초반에는 영부의 재빠른 몸집에 심장에 칼이 꿰뚫린 뻔한 적이 한 두 번 정도 있기는 했다.


"헉... 헉..."


황대근은 신기했다. 이 상황이 신기하다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신기했다.

평생 무술이라고는 조금도 배워보지 않았던 그가, 주짓수 겨우 몇 달 했을 뿐인 그가 이리도 잘 싸우다니.

스턴트맨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영화배우 톰크루즈가 이 장면을 보면 황대근을 형님이라고 할 정도다.


"황대근! 조심해!"


그때, 이시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영부가 이시연이 들고 있떤 칼을 빼앗아 황대근의 허벅지를 공략하려 한 것이다.


"으악!"


다행히 황대근은 잘 피했다. 영부의 실력은 흠잡을 곳 없이 대단하긴 했으나, 황대근의 움직임이 좀 더 빨랐다.


"황대근, 정정당당하게 싸워보자꾸나. 네 몸 안에 있는 블랙기업에 얘기해라. 더 이상 도와주지 말라고."


또 다시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영부의 말에 황대근은 슬슬 짜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내 몸 안에 회사가 있다는 둥, 유치원생도 하지 않을 헛소리를 저 자식은 왜 저렇게 나불대는 것일까?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야, 황대근! 잘했어! 다리스텝 죽여주는데?"


조금 전, 영부의 칼을 피하도록 큰 도움을 준 또다른 황대근에게 프로틴이 소리쳤다.


"아주 좋아, 황대근! 계속 그렇게만 해!"

"헉... 헉... 알겠습니다....!"


황대근은 무동력 트레드밀 위에 있었다.

인간 황대근이 재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도록, 그는 열심히 달려야만 했다.


한편, 레이지와 혜윰은 일명 '보리보리 쌀'을 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인간 황대근의 순발력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

다행히 혜윰과 레이지는 작업을 충실히 수행했다.


'영부가 왜 저렇게 빠르지? 원래 저랬나?'


한편, 황대근은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봐 온 영부에게는 어떠한 신체적 능력도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의 영부는 아니었다. 자양강장제라도 먹은 것인가?


'모든 인간들의 몸 속에는 저마다의 회사가 있지. 물론, 인간들은 그 사실을 몰라.


황대근은 피니시가 작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인간 황대근은 우리가 있다는 걸 모르지만, 영부 그 놈은 아는 것 같아. 13년 전 범인이 대근건설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경기도 평택시 - 안락원)



"버림... 받았다고?"


같은 시각, 황석현은 여전히 창고에 있었다.

그는 조금 전 검은 복면의 남자가 그에게 해준 말을 되새겼다.


'당신 아들은 당신과 당신의 옛부인에게 버림받은 듯 하더군요. 아,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어요.'


'우연이라는 건 참 얄궂은 놈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내 눈앞에 벌어지고는 하니까요.'


'아니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의 옛 부인이 당신과 이혼을 했을 때,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아들은 겨우 1,2살 정도였지요?'


'부인께서 이혼하면서 아들을 데리고 가버렸죠. 양육권을 주장했고, 당신은 그 주장에 따랐습니다.'


'헌데 부인께서는 아들을 고아원에 맡겨버렸어요. 키울 재간이 없던 거죠. 자기 자식을 버린다는 건 딱히 유쾌하진 않지만, 마음만은 이해합니다.


'그 당시 마땅한 직장도 수입도 재산도 없는 여자 혼자서 애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어떻게 당신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느냐고요?'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에파타학교에서는 아이가 원래 어디서 왔는지에 관련된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당신 아들과 자주 만났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 아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했으니까.'


'저를 잘 따르더군요.'


'아주 귀여운 녀석입니다. 그 아이.'


'기뻐하십시오. 아이는 밝게 자랐습니다.'


'곧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아이는 제게 특별한 아이니까요.'


'당신이 나에게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황석현은 머리가 아팠다.


"그놈... 내가 자기를 못 잡아갈 걸 알고 더 저러는 걸 거야. 확실해."


그는 남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무엇 때문에 나에게 이토록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도대체 그 새끼 꿍꿍이가 무엇일까?


"내 아들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건 진짜인 것 같긴 한데."


복면의 남자는 생각보다 정직한 편이다. 영부처럼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황석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게다가 그 꺼림칙한 정직함은...."


삐용삐용-


그때, 창고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황석현은 숙였던 고개를 쳐들었다.


"이 소리는?"


황석현은 이 소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벌써 형사생활만 몇 십년 째 하고 있는데, 모를리가 없다. 이 익숙한 소리를 잊었을리가 없다.


"경찰이 왔구나!"







삐용삐용-


"오, 이런."


경찰차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영부는 싸움을 멈추었다.

그의 몸 상태는 영 말이 아니었다. 입고 있던 양복 자켓은 이미 찢어진 지 오래였고, 단정하게 맨 넥타이 역시 망가져 있었다.


그의 두 손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이런 황대근, 또 날 방해하는 것이야?"


영부가 말하자 황대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아저씨가 뭐라고 하는 걸까?


"경찰에 신고를 하다니, 난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을 싫어한단 말이다."


영부는 이렇게 말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보호사들과 함께 묶여있던 박바람을 풀어주었다.

그런 다음, 주머니에서 물수건을 꺼내더니 들고 있던 흉기를 벅벅 닦았다.


"자, 지파장님. 받으십시오."


영부가 흉기를 박바람에게 건넸다. 그러자 얼떨결에 생에 처음으로 흉기라는 것을 잡아보게 된 그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영부를 쳐다보았다.


"영부님...? 이게 무슨..."


영부의 표정은 나름 진지했다.


"박바람 형제님. 큰하늘님을 위해, 당신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예? 아, 아니...! 영부님, 영부님! 어디 가세요, 영부님!"


영부는 도망쳤다. 지난번 에파타학교 때처럼.


"아니, 영부님!!!"


박바람은 벙찐 채 흉기를 들고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몇 분 뒤, 경찰이 부엌으로 들이닥쳤다.







경찰이 안락원에 도착한 후, 묶여있던 황석현은 곧 풀려났다.

경찰들과 황선현은 안락원 부엌에 있는 온갖 끔찍한 시체들을 발견했다.


"우와....! 이런 시체는 처음인데."


시체들의 대다수는 온전히 보존되어있지 않았다. 엽기적인 시체들이었다.

마치 정육점의 잘린 고기들처럼.


"얘들아, 괜찮니? 다친데는 없어?"


경찰들과 황선현은 황대근과 아이들이 무사한지 확인한 후, 보호사들을 긴급체포했다. 그리고 박바람 역시,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되었다.


이 사태의 진범을 잘 알고 있는 황석현은 홀로 영부를 찾으러 안락원을 샅샅이 뒤졌으나, 영부는 귀신같이 흔적을 지워버렸다.


"이번 사건도 금방 해결하겠는데요."


경찰들은 안락원의 총책임자가 박바람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고, 그를 집중 심문했다.

왕씨 할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살아남은 노인들은 급하게 다른 임시보호소로 옮겨졌다.

왕씨 할아버지는 다행히 건강했는데, 묶였던 밧줄 때문에 손목만 조금 쓸렸다.


"황형사님, 보육원이랑 안락원이랑 형제사이랍니다."


황석현이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안락원과 형제사이인 S고 앞에 있는 보육원에 관한 것이었다.

안락원을 조사하다 보육원도 함께 조사하게 된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박바람이 보육원의 총책임자로 나와있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결국,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던 황석현은 홀로 보육원에 갔다.


"이럴수가.....!"


보육원에 가게 된 황석현은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두 눈을 찌르고 싶었다.

이 시간이라면 분명 잠을 자고 있어야 할 아이들과, 보육원의 관계자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자연사가 아니다. 살해 당했다.


'아니, 잠깐만. 설마...!'


황석현은 복면의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기뻐하십시오. 아이는 밝게 자랐습니다. 곧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아이는 제게 특별한 아이니까요.'


설마. 황석현은 두려웠다.

아이가 만약 이 보육원을 다니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저 수많은 시체더미들 중 하나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안 돼, 그럴리가 없어. 절대로... 절대로..."


털썩-


피비린내나는 보육원을 빠져나온 황석현은 그대로 아스팔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긴장이 풀린 것이다.


"어흐으......"


그는 울기 시작했다. 허나, 우는 것에 익숙지 않고 늘 참아버릇 했던 그는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


소리내어 우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일까,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심장이 조여지는 기분,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내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


"으흐으..."


그는 바보다. 어른이 돼서 우는 법조차 모르는 바보.


"저기...."


소리없는 울음을 흘리던 황석현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목소리가 들렸는데?


"저기, 아저씨?"


남자아이다. 저번에 안락원 창문을 통해 봤던 그 아이.


"울지 마세요. 왜 울어요."


아이가 황석현에게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의 행동을 황석현은 말리지 않았다.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속으로 보이지 않는 신에게 감사를 표했을 뿐이다.

아이의 얼굴을 본 그 순간, 아이의 얼굴을 마주한 바로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아저씨도 내 친구들 알아요? 내 친구들... 다 어디 갔을까요."


아이는 바보같은 어른을 안아주었다. 아무래도 체격 차이가 크게 나는 터라, 안아준다기보단 거의 안기는 꼴이었다.

아이가 그의 품에 파고들자, 그가 말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황규현."


그의 말에 황규현이 깜짝 놀라 물었다.


"어? 아저씨 내 이름 알아요? 난 아저씨 이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러자 황석현이 아이 머리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되면 이해할 거야....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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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왕자의 발악 (2) 22.01.20 12 1 11쪽
266 왕자의 발악 (1) 22.01.20 12 1 11쪽
265 인생은 한 방 22.01.19 13 1 11쪽
264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22.01.19 15 1 10쪽
263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2) 22.01.18 11 1 11쪽
262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22.01.18 16 1 10쪽
261 왕의 분노 (2) 22.01.17 20 1 11쪽
260 왕의 분노 (1) 22.01.17 14 1 12쪽
»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22.01.16 17 1 10쪽
258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1) 22.01.16 12 1 11쪽
2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5) 22.01.15 12 1 10쪽
25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2.01.15 12 1 11쪽
2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22.01.14 14 1 10쪽
25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22.01.14 13 1 11쪽
25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22.01.13 14 1 11쪽
252 안락원(安樂院) (3) 22.01.13 13 1 11쪽
251 안락원(安樂院) (2) 22.01.12 12 1 11쪽
250 안락원(安樂院) (1) 22.01.12 15 1 10쪽
249 인페르노(inferno) (4) 22.01.11 16 1 11쪽
248 인페르노(inferno) (3) 22.01.11 15 1 11쪽
247 인페르노 (inferno) (2) 22.01.10 15 1 10쪽
246 인페르노 (inferno) (1) 22.01.10 17 1 11쪽
245 더러운 배신자 (3) 22.01.09 19 1 11쪽
244 더러운 배신자 (2) 22.01.09 17 1 12쪽
243 더러운 배신자 (1) 22.01.08 20 1 11쪽
242 악인 혹은 선인 (3) 22.01.08 21 1 12쪽
241 악인 혹은 선인 (2) 22.01.07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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