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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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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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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47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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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DUMMY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다음 날, 8월 26일 금요일 오후. 영부와 안익준은 구영원 예배실에 있었다.


"그런데... 이게 먹힐까요?"


안익준은 영부가 준 계획서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아니, 영부님. 여기는 GH도서관 근처잖아요. 사람들이 알 텐데요?"

"GH도서관 안 가봤니?"

"아뇨, 그건 아닌데... 하지만 도서관 근처잖아요. CCTV라던가 그런게 있으면..."

"GH도서관은 내 소유다."


영부가 말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CCTV같은 건 없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작동 중인 CCTV의 전원을 모두 끄도록 하지."

"정말요? 그렇게 해도 되나요?"

"물론이지. 하지만, 그 전에 네가 잘 해줘야 한다. 네가 이번 일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안 돼. 네가 이번 일의 주인공이다."

"주인공?"


안익준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주인공이라니. 맞아, 난 원래 주인공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황대근이라는 엑스트라가 난데없이 나타나더니 주연이 연기하는 자리를 떡하니 차지해버렸어.

이래서는 안 되지. 엑스트라는 엑스트라답게 구석에 있어야 한다고.


"넌 주인공이야."


영부는 안익준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했다. 그렇기에 안익준이 어떤 성격인지, 어떤 부분에서 약한지에 대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안익준은 영부의 손아귀에 있었다. 하지만 안익준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필요한 것들은 내가 다 챙겨주도록 하마."

"그런데 영부님, 문제가 있는데요."


안익준의 말에 영부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문제? 무슨 문제?"

"황대근이 이 날에 이곳에 오리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얘를 강제로 여기로 끌고 올 수도 없는 거고요."

"그건 걱정할 것 없다."


슥-


영부가 또 다른 계획서를 안익준에게 건넸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계획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기록한 자료다.


"우와... 이건....?"

"황대근의 최근 2주간의 행적을 기록한 자료다. 그것만 있으면, 우리 계획대로 될 거야."

"와, 인정하긴 싫지만 황대근 이 녀석 부지런하긴 하네요. 2주 동안 어쩜 이렇게 칼같이 움직이지? 각도기처럼 계획적이네."

"그래, 이제 할 수 있겠지?"


영부가 재차 물었지만, 안익준은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데요. 저는 지금 재판 중이에요. 9월 말이면 3심 재판 결과도 나올 거고요. 만약 이 일이 들키기라도 하면, 저는 가중처벌을 받게 되지 않나요?"


영부가 그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라. 그럴 일은 없어. 너는 아직 19살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야."

"그렇겠죠?"

"그럼, 당연하고 말고. 너는 아직 어리잖아.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녀석이 그런일을 할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냐? 그리고 이번 일은 말이다, 나쁜일이 아니야. 당연한 일이지."

"당연한 일...."

"그래. 당연한 일. 감히 너의 앞길을 막는 나쁜 놈을 처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지 않니? 너희 아버지께서 경찰이시니 잘 알겠지."

"그럼요. 나쁜놈들은 당연히 제 값을 치뤄야죠."

"그래. 너는 나쁜놈을 처리하는 정의의 사도인 것이다. 이건 신의 뜻이기도 하지."

"신 같은 건 안 믿는데 뭐, 그냥 그러려니 할게요."


안익준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미 결심을 내린지 오래였다. 아니,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안익준의 마음이 변한 것은, 분명 영부 때문일 테니까.


영부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채, 안익준의 기분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어린 놈은 어린 놈이라니까.'


영부는 그런 안익준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에는 탐욕과 욕망이 서려 있었다.


'어린 놈 한 명 데리고 노는 것 쯤이야, 별 것 아니지. 얼마든지 이용해 먹을 수 있다고.'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 손과발팀)



메모리아 4인방은 알바를 하고 있었다.

분명 알바를 원한 것은 메모리인데, 어째서 나머지 직원들까지 알바를 하는 것일까?


"젠장할!"


손과 발팀의 핑거스형제들은 오랜만에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젠장할!!"


그 대신, 메모리아 4인방이 형제들의 자리를 지켜내야만했다.


"젠장할!!!"


황대근은 죽을 맛이었다. 본래 핑거스형제들은 총 다섯 명이다. 다섯 명 모두 각자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엄돌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약돌이가 돕기도 하고, 중돌이가 돕기도 한다. 또 어떤 일들은 엄돌이 없이는 할 수 없거나 버거운 일들도 있다.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줍기 위해서는 엄돌이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만약 엄돌이가 없다면 나머지 네 명의 형제들이 힘을 써야만한다.


물론, 그렇게 할 경우 안정성은 떨어진다.

어찌저찌 돌멩이는 줍겠지만, 손에서 금방 떨굴 수도 있는 것이다.


"미쳐버리겠네. 우린 4명인데, 5명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고요?!"


황대근이 소리쳤다. 그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다섯 명이 해야 할 일을 네명이서 하자니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찢어질 것만 같다.


"팔 찢어진다! 누구 한 명 여기로 좀 오십쇼!"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노동과 관련된 일은 해본 적이 없는 레이지의 얼굴은 보랏빛이 되었다.

뇌부서 맷돌팀 직원들도 힘든 일은 하지 않는다. 맷돌이야 미생물들 시켜서 굴리면 되는 거니까. 그러니 레이지 역시 힘든 일은 해본 적이 없을 터인데.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육체적인 고생이라고는 쥐뿔도 해본 적 없으니, 레이지가 유독 힘들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여러분! 저를 위해서 이렇게 함께 고통을 느끼시다니! 너무 감동입니다!"


반면, 메모리는 기분이 좋았다. 혼자서 알바를 하자니 너무 외로웠던 것이다.


"저 혼자 고생하게 둘 수 없었던 거죠, 그렇죠?!"


메모리가 착각을 하던 말던, 나머지 세 명의 직원들은 관심조차 없었다.

그들은 그저 짜증나는 핑거스 형제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제발! 누가 컨트롤 부장님이라도 좀 불러봐요! 네명이서 다섯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이냐구요!"


콰앙-!


혜윰의 외침이 효과가 있던 것일까? 그들이 일하고 있는 방의 문이 쾅하고 열렸다.


"이 새끼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컨트롤이었다. 그의 옆에는 핑거스형제들도 있었다.


"이.... 개새끼들..... 당장 메모리아부서로 안 튀어와?!!"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조금 전, 메모리아 4인방이 한참 알바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컨트롤은 메모리아부서에 있었는데,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벌써 며칠 째 요놈들이 들어오지를 않아. 출근도 안 하고, 심지어 퇴근도 안 해.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단체로 퇴사했나?'


갑자기 퇴사? 말도 안 된다.


'아니지, 그럴 리가 없지. 특히 메모리 그 놈은 모아 놓은 돈도 없어서 마이너스통장으로 간당간당 사는 새끼가 배짱 좋게 퇴사할리가 없어. 여기 안 다니면 그 놈이 뭘 하겠어?'


한참이나 고민하던 그는 결국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머리가 아파왔던 것이다.


'산책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부서를 빠져나와 제1건물 브레인으로 걸어가던 그는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

제1건물 브레인에 있는 운동장에 핑거스형제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쟤들 뭐야? 왜 이 시간에 나와있어?'


핑거스 자매들과 핑거스형제들의 피부는 매우 하얗다.

일부 타고난 것도 분명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365일 일 년 내내 사무실 방 안에만 틀어 박혀있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일을 쉬면 인간 황대근에게 큰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들은 일을 쉴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메모리아 4인방이 나타났고, 그들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저 새끼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월급은 월급대로 받겠지, 그 꼴은 못 보지!'


이상한 정의감에 불탄 컨트롤은 핑거스형제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 과정에서 컨트롤은 검돌이가 찬 공이 머리를 맞았다. 물론,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그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따라와라! 감히 천박한 근골격부서놈들 주제에 휴가를 즐겨? 당장 따라와!'


그렇게 핑거스형제들은 강제로 컨트롤에게 끌려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되었다.

당연히 그들의 진술이 컨트롤의 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당장 들어가!'


결국 핑거스형제들은 사무실 방 안에 도로 갇혀버리고 말았다.


컨트롤이 빅풋에게 무어라 난리를 피운 덕에 화가 난 빅풋에게 질릴만큼 혼난 것은 덤이다.

한편, 메모리아 4인방은 그들의 아지트나 다름없는 직원휴게실로 돌아왔다.


"돈은 받은 거예요?"


황대근이 묻자, 메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는 갈색의 단지가 들려있었는데, 단지 안에는 눈부신 황금이 가득 들어있었다.


"네. 이거 보세요. 돈 겁나게 많죠? 여러분도 수고했으니까 이건 1대1대1대1로 나눌게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 메모리와는 다르게, 황대근은 의심스러웠다.


"아니, 한 달도 일을 안 했는데 벌써 준다고요? 심지어 우리 2주도 일 안 했어요."


허나 메모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뭐 어때요? 돈 받았음 장땡이지! 이거 봐요, 센스있게 세금 내지 말라고 현금으로 줬네. 요즘 금이 귀하거든요."


그때였다. 메모리가 황금을 나누기위해 단지 안으로 손을 뻗었다.


"어? 뭐지?"


헌데, 희한하게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단지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메모리는 사기를 당한 것이다.


"으아아아악! 이게 뭐야?! 누가 훔쳐간건가?!"


메모리가 난리를 피우고 레이지가 그것을 말리는 동안, 황대근과 혜윰은 단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둘은 돈이 사라진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단지의 겉부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레프러콘의 황금]


레프러콘의 황금. 레프러콘이 뿌리는 황금이나 금화는 시간이 지나가면 사라지게 된다.

황대근과 혜윰은 메모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까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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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왕자의 발악 (4) 22.01.21 17 1 11쪽
268 왕자의 발악 (3) 22.01.21 16 1 11쪽
267 왕자의 발악 (2) 22.01.20 12 1 11쪽
266 왕자의 발악 (1) 22.01.20 12 1 11쪽
265 인생은 한 방 22.01.19 12 1 11쪽
»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22.01.19 15 1 10쪽
263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2) 22.01.18 11 1 11쪽
262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22.01.18 15 1 10쪽
261 왕의 분노 (2) 22.01.17 20 1 11쪽
260 왕의 분노 (1) 22.01.17 14 1 12쪽
259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22.01.16 16 1 10쪽
258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1) 22.01.16 12 1 11쪽
2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5) 22.01.15 12 1 10쪽
25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2.01.15 12 1 11쪽
2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22.01.14 13 1 10쪽
25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22.01.14 13 1 11쪽
25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22.01.13 14 1 11쪽
252 안락원(安樂院) (3) 22.01.13 13 1 11쪽
251 안락원(安樂院) (2) 22.01.12 12 1 11쪽
250 안락원(安樂院) (1) 22.01.12 15 1 10쪽
249 인페르노(inferno) (4) 22.01.11 15 1 11쪽
248 인페르노(inferno) (3) 22.01.11 15 1 11쪽
247 인페르노 (inferno) (2) 22.01.10 15 1 10쪽
246 인페르노 (inferno) (1) 22.01.10 17 1 11쪽
245 더러운 배신자 (3) 22.01.09 18 1 11쪽
244 더러운 배신자 (2) 22.01.09 17 1 12쪽
243 더러운 배신자 (1) 22.01.08 19 1 11쪽
242 악인 혹은 선인 (3) 22.01.08 21 1 12쪽
241 악인 혹은 선인 (2) 22.01.07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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