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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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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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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6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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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DUMMY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며칠 뒤 8월 21일 일요일, 안익준은 구영원에 있었다.


"존나 크네..."


물론 안익준은 이전에 구영원에 온 적이 몇 번 있다.

그의 아버지인 안광윤과 함께 온 것인데, 아무래도 그가 어릴 때라 그런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크긴 존나 커."


안익준은 구영원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구영원은 한산했다.

월요일도 아닌 일요일이라면 신도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야 정상일 텐데, 구영원의 웅장한 크기와는 맞지 않게 구영원엔 사람이 적었다.


"저거 혹시 신도들인가?"


구영원 1층을 구경하던 안익준은 어딘가로 걸어가는 신도들을 볼 수 있었다.

신도들은 삼삼오오모여 검은책을 들고 인위적으로 웃으며 자기들끼리 떠들어대고 있었다.


"뭔, 생긴 게 저따구로 생겼어?"


아무리 안광윤이 영부와 친한사이였다고는 해도, 구영원과는 딱히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안익준이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은 이랬다. 검은 복면의 남자가 영부에게 안익준을 소개해 준 것이다.

물론, 영부는 안광윤의 아들인 안익준을 이미 본 적이 있으며, 또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는 하다.


허나 안광윤이 잡혀들어가면서 영부와 안익준과의 사이가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영부는 처음에 남자의 제안을 들었을 때 거부반응을 보였다.


'안익준이라고? 이봐, 그 어린 애새끼 데리고 뭐하라고? 그 녀석은 그냥 애야, 애.'

'애는 맞지. 아직 19살이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봐.'

'뭘?'

'안익준은 황대근을 싫어해.'

'....그래?'

'안익준은 황대근이 전교1등이라는 사실을 싫어하지.'

'하긴, 그러고보니 성적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했었지.'

'또 안익준은 황대근을 죽이고 싶어할 정도로 싫어해. 이건 너에게 기회 아닌가?'

'...기회?'

'지금 구영원의 상황은 위태로워. 경찰들은 쉴 새 없이 구영원에 들이닥치고 별놈의 질문들을 다 하고 다닌단 말이야.'

'큼... 그건 그렇지.'


'그런 상황에서 네가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면 어떻게 되겠어?'

'쉿! 목소리 낮춰! 문밖에 사람 있을 수도 있다고!'

'네 목소리가 더 커. 아무튼, 생각해봐. 어떻게 되겠어?'

'그야... 내가 불리해지겠지.'

'그래. 지금까지는 어떻게 잘 숨겨왔겠지만, 이젠 아냐.'

'끄응...하지만 네놈 말을 듣는 건 자존심이...'

'지금이 자존심 따질 때인가?'

'잠깐만, 그런데 네가 안익준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지? 안익준은 너와 만난 적이 없지 않나?'

'나는 뭐든지 다 알거든.'

'좋아, 그런데 안익준을 여기로 어떻게 데려오지?'

'다 방법이 있어. 나한테 맡겨. 이번주 일요일 오전 11시30분까지 예배실로 오도록 만들게.'

'....정말이야? 믿어도 돼?'

'당연하지.'


끼이익-


안익준이 1층 예배실의 문을 열었다.


"여긴 교회 아닌가? 교회엔 보통 십자가가 있지 않나?"


예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예배실 정중앙에 걸려있던 십자가도 없었다.

오래 전, 안익준이 어린아이였을 때 그는 예배실에 온 적이 있었다.

그의 어린시절 기억에 의하면, 예배실에는 십자가가 걸려있었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왔니?"


휙-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안익준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영부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예배실에는 두 사람 뿐이다.


"여기 방석에 좀 앉으렴."


영부가 안익준에게 바닥에 놓인 방석을 권했다. 안익준이 방석에 털썩 앉자, 영부 역시 그 옆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안익준이 운을 뗐다.


"어, 저를 왜 여기 오라 하신거죠?"


안익준의 말투에는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여전히 영부에게 불만을 품은 눈치다.

그런 안익준을 보며, 영부는 생각했다. 그 놈이 설명을 안 해주었구나.


"요즘 힘들지?"


영부의 질문에 안익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영부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인생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그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 그저 이 지옥같은 순간이 하루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수박에."


그러자 안익준은 기분이 나빠졌는지 말했다.


"어줍잖은 위로 하실 거면 그만 가겠습니다."


안익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닫힌 예배실의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영부가 소리쳤다.


"황대근!"


문고리를 돌리려던 안익준이 행동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황대근? 당신이 걔를 어떻게 알아요?"

"모를 수가 있나. 평택에서 유명해지신 분인데."


꿀꺽-


안익준의 침음이 들린다.

영부의 입에서 대체 무슨 말이 나오려는 것일까. 안익준은 본능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걔는 왜요?"







"오랜만이구나!"


검은 복면의 남자가 한 어린 남자아이에게 소리쳤다.


"어디, 잘 지내고 있니?"


남자가 말을 건 아이는 바로 황규현이었다.

남자는 길 한복판에 아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는 말을 건 것이었다.


"네. 짱 잘 지내요! 좋은 아저씨가 저 저번에는 짜장면 곱빼기도 사줬어요. 이제 갈비도 먹으러 갈 거예요!"

"와~ 맛있겠는데? 소갈비니, 아니면 돼지갈비니?"

"어.. 뭐라구 했더라? 돼지갈비였던 것 같아요!"

"그래? 돈 좀 더 쓰시라 하지. 하긴, 경찰공무원 월급 많아봐야 얼마나...."

"이봐."


턱-


누군가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어깨에 느껴지는 이 두께감과 무게감. 남자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이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 오랜만입니다 황형사님. 잘 지내셨습니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거는 남자와는 다르게, 황형사의 표정은 험악했다.


"여긴 왜 온 거냐?"


황규현의 눈치를 살피더니, 황석현은 남자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 묻은 손으로 내 아들한테 손 대지마라. 재수 없으니까."


남자도 지지는 않았다.


"아이, 흥미로워하실 이야기 좀 들려드리려 했는데, 그냥 가야겠군요."

"뭐?"

"그래도 뭐, 형사님과 저의 관계가 하루이틀만에 만들어진 관계도 아니니까... 그냥 들려드리죠."

"무슨 소리야?"

"황형사님, 사건을 파헤치려는 정신은 아주 좋습니다. 형사가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나 할까요."

"......?"

"그런데, 적을 만드시는 건 피하셔야 할 겁니다. 되도록이면 전 형사님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거든요."

"빙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

"영부를 조심하십시오."







메모리는 결국 근골격부서 직원들에게 돈을 뜯겨버렸다.

애초에 그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무모하게 덩치 큰 세남자에게 덤빈 메모리가 멍청한 것이다.


"월세만 밀렸네, 젠장!"


근골격부서 직원들이 얼떨결에 생긴 30만셀로 맛있는 것을 사먹을 동안, 메모리아 4인방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메모리는 알바를 해야만 했다. 헌데 어떤 알바가 그에게 잘 맞을까?


"제가 아빠한테 물어볼게요. 다같이 골방으로 가죠!"


혜윰의 제안으로, 메모리아 4인방은 골방으로 갔다.

4인방은 스켈레톤에게 골방에서 메모리에게 줄 만한 알바자리가 없느냐 물었으나, 스켈레톤은 고개를 저었다.


"시킬만한 게 없어. 하지만 그냥 돈을 줄 수는 있다. 내 딸의 동료니까."


스켈레톤의 달콤한 제안에 메모리는 순간 혹했으나,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아뇨, 정당하게 벌고 싶습니다."


메모리의 단호한 대답에 스켈레톤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으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인플루엔자가 고민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WBC로 가봐라. 할 일이 아주 많을 거다."







"어? 형이다! 형!"


황대근이 편의점에서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사고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편의점을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그를 황규현이 발견한 것이다.


"형! 오랜만이에요, 형!"


오랜만에 만난 황규현은 살이 조금 올라 있었다.

그렇다고 비만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전에 에파타학교나 보육원에 있었을 때 제대로 먹은 적이 별로 없었을 뿐이다.


황대근은 생각했다. 솔직히 이전에는 살이 너무 없어 뼈가 튀어나와있었는데, 이젠 아니라고.

이제 좀 어린아이처럼 보인다고.


"아, 오랜만이네. 그런데 옆에는....?"


황규현의 옆에는 황석현이 있었다.

저 형사는 이전에 안락원에서 봤던 그 남자 아니던가? 황대근이 의아한 듯 쳐다보자, 황석현이 말했다.


"아, 보육원이 다 타버렸잖냐. 당분간은 우리같은 사람들이 보호해줘야지."


실제로 경찰이 집도 부모도 모두 잃은 혼자가 된 아이들을 돌보는지에 대해 황대근은 알지 못했다.

경찰들이 그런 아이들을 보육교사들마냥 키워주지는 않을 텐데, 현재 고삼인 황대근은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규현이 배가 빵빵하네요. 입가에 달달해 보이는 것도 좀 묻었고."


황대근의 말에 황규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저씨가 갈비 사줬어요! 돼지갈비!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요 그렇게 맛있는 거!"

"큼큼! 소갈비 사주려고 했는데, 경찰들 월급도 은근히 짜서...."


변명하듯 헛기침을 하는 황석현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며, 황대근이 황규현에게 말했다.


"좋았겠네. 이야, 너 배가 완전 빵빵한데?"

"그쵸? 저도 신기해요! 이런 적 처음이라!"


세 명의 남자가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또 다른 한 남자가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황대근...."


그 남자는 다름아닌 안익준이었다.

그는 황대근이 들린 편의점에서 산 소시지를 질겅질겅 씹어먹으며, 또 황대근을 몰래 훔쳐보며 영부의 말을 회상했다.


'너는 왕자다. 나는 왕이고.'

'존나 유치하네요.'

'유치해도 괜찮다. 이건 어차피 사실이니까.'

'하고 싶은 말이 대체 뭔데요?'

'왕위를 되찾아야 한다.'

'왕위....라고요?'

'원래의 우리 자리를, 되찾으러 가보자.'


휙-


안익준이 다 먹은 소시지 봉지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래.... 내 자리는 내가 지켜야 하는 거야."


황대근과 황씨 부자는 인사를 하는 듯 보이더니 서로 각자 갈 길을 가며 헤어졌다.

황대근이 H아파트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본 안익준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놈만 없으면 되는 거야. 저 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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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왕자의 발악 (3) 22.01.21 16 1 11쪽
267 왕자의 발악 (2) 22.01.20 12 1 11쪽
266 왕자의 발악 (1) 22.01.20 12 1 11쪽
265 인생은 한 방 22.01.19 13 1 11쪽
264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3) 22.01.19 15 1 10쪽
263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2) 22.01.18 11 1 11쪽
» 메모리의 아르바이트 (1) 22.01.18 16 1 10쪽
261 왕의 분노 (2) 22.01.17 20 1 11쪽
260 왕의 분노 (1) 22.01.17 14 1 12쪽
259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2) 22.01.16 16 1 10쪽
258 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1) 22.01.16 12 1 11쪽
2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5) 22.01.15 12 1 10쪽
25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2.01.15 12 1 11쪽
2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22.01.14 13 1 10쪽
25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22.01.14 13 1 11쪽
25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22.01.13 14 1 11쪽
252 안락원(安樂院) (3) 22.01.13 13 1 11쪽
251 안락원(安樂院) (2) 22.01.12 12 1 11쪽
250 안락원(安樂院) (1) 22.01.12 15 1 10쪽
249 인페르노(inferno) (4) 22.01.11 15 1 11쪽
248 인페르노(inferno) (3) 22.01.11 15 1 11쪽
247 인페르노 (inferno) (2) 22.01.10 15 1 10쪽
246 인페르노 (inferno) (1) 22.01.10 17 1 11쪽
245 더러운 배신자 (3) 22.01.09 18 1 11쪽
244 더러운 배신자 (2) 22.01.09 17 1 12쪽
243 더러운 배신자 (1) 22.01.08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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