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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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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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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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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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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WBC(White Blood Cell)

DUMMY

(대근건설 - WBC)



웨앵— 웨애애앵—

쿵쿵쿵— 쿵쿵쿵—


경보기가 울린다.

WBC 본부에 설치된 공용 텔레비전을 한가로이 시청하던 백혈구와 조혈모세포 대원들은 경보기가 울리자마자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동그랗고 납작한 원판 모양의 붉은 색 구급차에 올라타 제 7건물인 '머슬'에 있는 근골격부서의 무릎팀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WBC의 구급차는 인간들의 구급차와는 다르게 우주선처럼 날아다닐 수 있다. 이전에는 WBC도 바퀴가 달린 구급차를 이용했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현재의 구급차로 바뀌게 되었다.


첫 번째는 소음 공해. 아무래도 바퀴로 굴러가다 보니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두 번째는 인간 황대근의 몸이 아파서이다. 바퀴가 대근건설을 지나다니면서 인간 황대근의 뼈 이곳 저곳을 마구 건드린 것이다.

그것은 황대근이 18살이 되기 정확히 1년 전까지 계속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바퀴가 달린 구급차를 만든 장인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 덕분에 황대근이의 키가 커진 겁니다! 자극을 주지 않았다면, 대근이가 저렇게 클 수 있었겠습니까? 예?!'


장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결국 바퀴 달린 구급차는 메모리아 부서에 있는 낡은 창고에 처박히게 되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 현재 혈액 유출량은 얼마나 되지?"


WBC의 대장인 케어가 옆에 있던 부하 대원 플루와 다른 대원들에게 소리치자 플루가 대답했다.


"심장 부서에 따르면 응급조치를 한 덕에 유출이 심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유출량을 측정하기 전에 이미 응급조치가 진행되어서, 정확한 유출량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플루의 말에 케어가 말했다.


"뇌부서는? 뇌부서에서는 연락 없나?"

"없습니다 대장님!"

"뭐라고? 지금 이 상황에 연락을 안 줘? 왜? 걔네 뭐하고 있는데?"

"현재 대근건설의 혈액 대다수가 소화기 부서로 몰린 상태입니다. 지금은 뇌 부서의 활동이 뜸할 시기입니다."


그제서야 케어는 인간 황대근이 점심을 먹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차라리 파스타나 밥 같은 탄수화물만 먹었으면 모를까, 하필 황대근은 오늘 돈까스 같은 단백질 덩어리를 먹은 것이다. 그것도 두 덩이나. 소화가 당연히 더딜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플루, 무릎층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현재 무릎층과의 거리 대략 100미터입니다!"

"몇 초 뒤에 착륙할 것이다. 착률할 때 조심하도록 해. 이전에 견습생 때 연습 많이 해 봐ㅆ........."


콰앙—!


박았다.

플루가 운전하던 구급차는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플루는 견습생 시절부터 몸이 약하고 집중력이 약하기로 악명 높았다. WBC대원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체력 기준에 플루는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루는 그 어렵고 힘들다는 WBC 체력시험에 합격했다. 비록 여전히 플루는 약하지만, 그녀의 타고난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잡초 같은 악바리 근성 덕분에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었다.


"뭐.... 그래.... 어쨌든 도착은 했으니까....."


케어가 자신의 구급차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구급차는 불쌍할 정도로 일부분이 찌그려져 있었다.


"어쨌든 너희 모두 날 따라와라! 장비 챙기고!"


재빨리 기운을 차린 케어가 소리치자 혼날까 봐 겁을 먹고 있던 플루는 재빨리 장비를 챙겨 케어를 따라 나섰다.






"넘어진 겁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케어의 질문에 무릎팀의 팀장, 게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닌 것 같다고요?"


케어와 게누가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이, 플루는 함께 온 동료들과 함께 황대근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다행히 혈액의 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상처 부위 틈으로 외부 세균이 들어올 수 있으니 플루는 최선을 다해 예방 치료했다.


"황대근은 이전에도 넘어진 적이 많습니다. 물론 스스로 넘어진 것이죠. 뛰다가 넘어지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든 말입니다."


게누의 말에 케어는 고개를 위 아래로 움직였다.


"그렇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황대근을 밀어버린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언제나 황대근 혼자 놀다가 넘어졌지요."

"바로 그겁니다."

"......예?"

"누군가 황대근의 무릎을 고의로 다치게 한 것 같습니다."

"뇌부서 안구팀 CCTV는요? 확인했습니까?"


게누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직 확인을 못했지요. 뇌부서는 아마 지금으로부터 5분은 더 있어야 활발한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안구팀도 마찬가지고요."

"빨리 알아내야 합니다. 안구팀에 CCTV, 그러니까 눈이 있어요. 그 눈에 저장된 영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안구팀에 급히 전서혈(傳書血)을 보냈습니다. 금방 답장이 올 겁니다."


띠리링—


무릎팀의 한 구석에 위치한 골수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게누는 그곳으로 다가가 붉은 새처럼 생긴 전서혈을 들어 올렸다.


"마침 답장이 왔군요."


두 귀를 쫑긋하며 케어가 물었다.


"뭐라고 합니까?"

"김훈..... 김훈의 짓이라는 군요."

"김훈이라고요?"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케어가 소리쳤다.


"김훈이라뇨? 그럴 리가 없습니다! 김훈은... 김훈은..."

"하지만 마지막으로 안구팀이 본 것은 김훈이었습니다."

"김훈이 정말로 직접 황대근을 공격한 겁니까?"

"그건 모릅니다. 안구팀에서는 황대근을 직접 공격한 이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녹화된 파일을 전부 확인해 봤지만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누가 잠깐 동안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안구팀의 컴퓨터 전원이 아주 잠깐, 약 5초정도 꺼졌었다고 합니다."

"...그 말은 김훈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안구팀이 본 것은 김훈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건 사실입니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 보건실)



"어머, 어지간하면 다치지도 않는 애가 무릎이 다 까져서 왔네?"


H고등학교의 젊은 보건 교사인 이은영이 황대근의 다 까진 무릎에 소독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약 20분 전, 동아리가 끝난 후 하교 준비를 하기 위해 라켓과 가방을 챙겨 테니스장을 빠져나가려 했을 즈음, 황대근은 갑자기 머리 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게 대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황대근은 누군가 청소기로 자신의 머리를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기억들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어느 새 소독약을 다 바르고 소독용 거즈 위에 테이프를 붙여주던 이은영이 황대근을 흘깃 보며 말했다.


"어쩌다 다친 거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갑자기 머리 속이 새까매지는 것 같더니 이렇게 됐네요."






(대근건설 - WBC 구급차량)



"흐음......"


플루의 치료가 끝나고 무릎팀을 빠져나온 케어는 고민에 빠졌다. 안구팀의 컴퓨터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전원이 꺼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황대근이 수면을 취할 때도 꺼진 적이 없었다. 황대근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런데 어째서 5초동안 전원이 꺼진 것인지 케어는 궁금했다. 또 의문스러웠다.


만약 질병에 의해 꺼진 것이라면 지금쯤 WBC가 난리가 났을 것이다. 대근건설 이곳 저곳에 불려 다니며 치료하고 고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WBC는 조용했다.

이것은 분명 외력에 의한 것일 거라고, 케어는 생각했다.






(경기도 평택시 - H 고등학교 - 뒷문)



파악—!


안익준의 멱살을 거칠게 쥔 백경민이 벽을 향해 안익준을 세게 밀어 붙였다.


"큭!"


아무래도 한 대 맞은 것인지 안익준의 얼굴은 약간 부어올라 있었다.


"이 개새끼야, 네 짓이지? 네가 황대근한테 단식 게임 진 게 한 두 번이야? 어? 찌질하게 게임에서 졌다고 사람을 다치게 만들어? 그 새끼 강철 몸이라 망정이지 만약 너처럼 약한 몸이었으면 지금쯤 무릎 수술해야 했을 거야!"


백경민이 자신을 힐난하자 안익준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고 웃긴 것 같았다.


"야 백경민.... 황대근이 마지막으로 본 건 김훈이라며.....?"

"말 그대로 본 거지 김훈이 황대근을 다치게 한 건 아니야. 그리고 그건 내가 알아. 김훈이 어떻게 했는지는 내가 직접 봤으니까."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내 짓이 아닌데......?"

"뭐?"

"혹시 황대근 빈혈 같은 거 있나?"

"없어! 그 새끼 정상 혈압이야!"

"그런데 황대근이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사람처럼 넘어지던데? 덕분에 내 손 더럽히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지~"


콰앙—!


백경민이 벽을 주먹으로 강하게 쳤다. 덕분에 백경민의 주먹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는 화를 참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안익준을 때리면, 분명 황대근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을 테니까.

아니지, 이미 한 대 때리기는 했다. 이런 혈기왕성한 녀석 같으니.


"결국 네가 한 짓인 게 맞잖아!"

"응~ 그렇지~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기는 하지~ 사실 나는 그냥 재미로 살짝만 다치게 하려고 했는데, 황대근이 갑자기 넘어지더라고?"

"이 새끼......"

"그래서 일타쌍피로~ 재미에 감동까지 더해진 셈이지~"


퍼억—! 퍽—!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백경민은 그의 피묻은 주먹으로 안익준의 얼굴을 아주 세게 때렸다.

소름끼치게도 안익준은 여전히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개새끼, 더러운 새끼, 사람 인생을 망치려고 들어?"

"쿨럭! 에구~ 기분이 나빴나봐.....?"


퍽—! 퍽—!


"여기서 끝내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굴면 옥상에서 밀어버릴 테니까!"


퉤—!


백경민은 안익준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더니 거칠게 자신의 테니스 가방을 집어 들고는 뒷문을 빠져나갔다.

안익준은 쓴 미소를 지으며 피범벅이 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재미있네... 이렇게 반응해주면 재미있지, 나야..."





(대근건설 - 메모리아 부서)



부우웅—


자료를 가득 실은 디톡스 차량이 메모리아 부서를 빠져나가자 디톡스 차량을 생전 처음 보는 황대근이 혜윰에게 물었다.


"저건 무슨 차량인가요?"


커피로도 모자라 후식으로 달달한 찹쌀 도너츠를 먹고 있던 혜윰이 디톡스 차량을 바라보았다.

황대근은 저렇게 잘 먹는데 살이 찌지 않는 혜윰을 보며 에너지 보존의 법칙같은 건 다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디톡스 차량이에요. 대근건설의 청소부들이죠. 주로 죽은 세포들을 처리하거나 아니면 쓸데없는 자료를 영구삭제하는 역할을 해요."

"메모리아 부서엔 왜 온 걸까요?"

"글쎄요, 뭘 지우려고 왔겠죠? 디톡스는 지우는 것만 잘하지 만드는 데에는 영 젬병이니까요."


지우려고 왔다고? 황대근은 의문이 들었다.

메모리아 부서가 왜 메모리아 부서이겠는가? 기억을 보관하는 부서가 아니던가?

그런데 저렇게 많은 자료를 가져간다니, 메모리아 부서에 있는 자료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다니. 뭔가 이상하다고 황대근은 생각했다.


"어?"


황대근은 디톡스차량에 묻은 수상한 핏자국을 발견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시력이 워낙 좋은 황대근은 살짝 묻은 핏자국 정도는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덜컹덜컹—


핏자국 위로 무언가 크게 튀어올랐다.

기다랗고, 거의 성인 남자만한 크기의 짐덩어리였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기묘한 짐덩어리라고 황대근은 생각했다.


"그럼 지금부터 약을 만들어 볼까요? 어머, 그런데 자료가 정말 많이 사라졌네요! 디톡스가 열일하네요~"


메모리아 부서에 들어서며 혜윰이 말했다.

뇌 부서에 갈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약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둘이었다.


"그런데 트래디션 부장님은 어딜 가신 걸까요? 뭐, 오히려 다행이지요~ 부장님이 계시면 저희가 지금부터 만들 약을 보며 한숨부터 내쉬셨을 테니까요."


뇌 부서에는 거울의 방이라 불리는 방이 하나 존재한다.

그 방에서는 언제나 오묘한 향이 솔솔 풍기는 약 냄새가 진동하는데, 그 약은 상대방의 모습을 정확히 따라할 수 있는 약, 상대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약 등 여러 약이 있다고 한다.


"제가 예전에 메모리아 부서에서 발견한 자료에 따르면, 그 약들의 재료는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대요."

"그거 다행이군요."

"그리고 그 재료들은, 여기 메모리아 부서에 가득하죠."


비밀의 방이다.

종이로 된 재미없는 자료들(디톡스 때문에 절반이 날아가버리기는 했지만)을 헤치고 혜윰은 아주 구석에 있는 방문 하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거기에는, 대근건설의 역사가 담겨있는 온갖 재료들이 가득했다.


"기억이라는 건 글과 종이로만 되어있는 게 아니거든요."




- 근골격부서 주최 사내 보디빌딩 대회 시작 7일 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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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미미(美味)! 21.09.24 40 1 13쪽
28 체육대회 21.09.23 40 1 13쪽
27 하체의 꽃은 스쿼트 21.09.23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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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목격자의 기억 (4) 21.09.22 39 1 13쪽
24 목격자의 기억 (3) 21.09.21 43 1 12쪽
23 목격자의 기억 (2) 21.09.21 41 1 13쪽
22 목격자의 기억 (1) 21.09.20 44 1 14쪽
21 트라우마 (3) 21.09.20 43 1 13쪽
20 트라우마 (2) 21.09.19 50 1 13쪽
19 트라우마 (1) 21.09.19 50 1 13쪽
18 행운과 불운 21.09.18 48 1 13쪽
17 근손실 21.09.18 51 1 13쪽
16 그 사건과 그 사건 21.09.17 85 1 13쪽
15 21.09.17 58 1 14쪽
14 꼴랑? 21.09.16 58 1 14쪽
13 3번이냐, 4번이냐? 21.09.16 70 1 12쪽
12 거짓 보도 21.09.15 71 1 13쪽
11 케어와 플루 21.09.15 71 1 13쪽
10 it form bit 21.09.14 85 1 12쪽
9 월급루팡 21.09.14 90 1 14쪽
8 페스트(Past) 21.09.13 106 1 13쪽
» WBC(White Blood Cell) 21.09.13 137 1 13쪽
6 삭제 21.09.13 170 1 14쪽
5 대회 준비 21.09.13 271 1 14쪽
4 첫 출근 21.09.13 420 1 14쪽
3 황대근과 황대근 21.09.13 869 3 13쪽
2 소문의 신입 21.09.13 2,200 6 8쪽
1 프롤로그 21.09.13 2,513 2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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