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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1,721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9.01.0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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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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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6쪽

이별이란 슬퍼요 -142

DUMMY

유난히 화창한 어느 날.


무림맹 정문에 마차가 줄지어 늘어선다. 먼 여정을 떠나는지 짐이 한가득이다.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들 간에 아쉬운 작별인사가 오간다. 궁독은 마왕에게로 다가갔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군.”


“으하하하! 고생이라니요.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마왕이 호탕하게 웃는다.


“그대가 곁에 있어 언제나 든든했다. 마련을 잘 다독이게.”


궁독의 칭찬에 마왕은 물론 구천마련의 모든 무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화산파의 매화선인이 앞으로 나선다.


“갈 길이 멀겠구먼. 이제 다음 무림대회 때나 만나려나?”


“그럴 일 없습니다.”


무심하게 등을 돌리는 궁독을 보며 매화선인이 푸념을 해댄다.


“그럼 가끔 술이나 얻어먹으러 가겠네.”


고개를 돌리는 궁독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진다.


“그건 대환영입니다. 언제든 오십시오.”


이번에는 정파 쪽 무인들이 황당해하며 몸을 떤다. 정파와 사파를 대표하는 두 숙적이 언제 저리 친해졌는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독고진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의 영광은 모두 사라졌지만, 표정만큼은 무척 밝다.


마차 위로 오르던 그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아직 몸이 성치 않은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궁독이 나서서 부축해준다.


“자네 도움은 필요 없어.”


손길을 내치는 독고진천을 보며 일부 사람들이 쓴웃음을 머금는다.


“참나, 아직도 화해를 안 하신 거예요?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죠. 애틋했던 지난날을 떠올려 보세요.”


두윤이 녀석의 외침에 독고진천이 흥분해 한다.


“그런 적 없다고 몇 번을 말해!”


“그럼 그때 고백하신 건 뭐예요? 그런 진실한 모습은 난생처음 봤다고요. 도저히 거짓이라고 믿을 수 없었단 말이에요.”


“시끄러워!”


마차 문이 ‘쾅’하고 닫혀 버린다. 두윤이는 쪼르르 궁독에게 달려갔다.


“아저씨, 얼른 화해하세요. 먼저 손을 잡아주시라고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제발 신경 꺼라.”


“두 분이 잘되길 이렇게 두 손 모아 빌게요.”


“······.”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고. 천존 사마광이 다가와 두윤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두윤아, 이 할애비 따라오련? 신녀궁에 가면 맛있는 것 많이 사줄게.”


갈등 속에서 허우적대던 두윤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전 집에 갈 거예요. 엄마가 걱정하고 계실 거라고요. 너무 오래 떠나 있었잖아요.”


“그래, 엄마를 걱정시키면 안 되지. 대신 나중에 꼭 놀러 와야 한다. 이번에는 찾기 쉽지?”


“하핫, 알겠어요. 꼭 놀러 갈게요.”


천존은 뒤에 서 있는 소령이에게 잔소리를 잊지 않았다.


“선 머슴처럼 덜렁대지 말고 두윤이를 잘 챙겨줘야 한다. 알았지?”


“네...”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소령이가 고개를 파묻는다.


“임 사부, 우리 두윤이를 잘 부탁하네. 그래도 자네가 있어서 마음이 놓이는구먼.”


천존의 당부에 임사군이 공손히 예를 올린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잘 살피겠습니다.”


“할아버지! 그런 부탁은 싫어요. 임 사부님이 얼마나 괴롭히는데요. 저를 사부님께 맡기는 건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고요. 제발 은 사부님께 부탁해주세요.”


두윤이가 짤랑 외치자, 임사군은 물론 옆에 있던 은수련 마저 덩달아 얼굴이 빨개진다.


“허허, 알았다. 은 사부, 우리 두윤이를 잘 부탁함세.”


“네, 제가 잘 돌볼게요.”


은수련의 대답에 두윤이는 더할 수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만 떠나세. 갈 길이 멀구먼.”


선두에 선 마차가 출발하자 모든 사람이 예를 올린다. 한때 세상을 풍미했던 고금제일인은 그렇게 무림을 떠나갔다.


“할아버지, 꼭 놀러 갈게요!”


“그래, 몸조심하고. 다음에 보자꾸나.”


길 너머로 사라지는 마차가 환한 햇살 속으로 폭하고 안겨든다.




수업이 시작되고, 또 한 번의 작별이 모두를 기다렸다. 교실 맨 앞에 선 두윤이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푹 고개를 숙였다. 특별히 초대된 설대연과 구문혁은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여러분, 아쉬운 소식이 있어요. 그동안 함께 했던 장두윤 학생이 무관을 떠나게 되었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침울함이 가득하다.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는 건 아니랍니다. 그렇지 두윤아?”


두윤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 학기에 꼭 돌아오겠어요. 그때까지 사부님도 이곳에 계실 거죠?”


“물론이지. 이렇게 약속!”


새끼손가락을 걸자, 은 사부가 두윤이의 작은 몸을 번쩍 안아 든다.


“그동안 수고했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짝짝짝’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두윤이는 은 사부의 품에 안겨 더 할 수 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교실 밖에서도 작별 인사가 이어진다. 창문 밖으로 몸을 내민 아이들은 힘껏 손을 흔들어주었다.


“두윤이 형! 꼭 돌아와. 안 오면 나 화낼 거야.”


막내 동이의 귀여운 협박이 정겹다. 기린이도 열심히 손을 흔드느라 바쁘다.


“형! 저 잊지 마세요. 잊으시면 안 돼요!”


그래,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수업이 없는 설대연과 구문혁은 끝까지 마중해주었다. 주세황도 잊지 않고 찾아왔다.


“태산이면 먼 길이구나. 몸조심해라.”


언제나 형처럼 든든한 구문혁이 눈물을 보인다. 두윤이는 빙그레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돌아온다니까요.”


“형님! 절 비록 부하로 받아주시지 않았지만, 제 충성심은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겁니다.”


설대연이 딱 달라붙어 아양을 떨어댄다. 그러고 있으니 녀석도 무척 어린아이 같다.


“아이참, 부하는 싫다고 했잖아.”


“전 형님의 오른팔이에요!”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끝낸 두윤이는 멍하니 교실을 돌아봤다. 뭔가 빠져 있는 느낌, 주상이가 보이지 않는다. 소령이 누나와 은경이 마저도. 다들 어딜 간 걸까?



서운한 마음에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앞을 막아선다.


“앗, 임 사부님.”


“지금 떠나는 거냐?”


“조금 있다가요. 짐도 챙겨야 하고요. 할 일이 참 많네요.”


임 사부가 품 안을 뒤적거리더니 뭔가를 내놓는다. 작은 주머니였는데 제법 묵직하다.


“이 정도면 여비로 충분할 거다.”


두윤이는 활짝 웃었다.


“우와! 저 임 사부님을 다시 봤어요. 저를 소중히 여기고 계셨군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용돈을 주시지 않았겠죠. 아아... 사부님을 오해하고 있었군요. 누군가를 오해하는 일이 이토록 가슴 아플 줄이야.”


임 사부가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주는 게 아니고, 궁 사부께서 전해주라고 맡긴 거다.”


“······.”


“그럼, 난 바빠서 말이야.”


“사부님, 정말 너무해요! 어떻게 사랑하는 제자가 떠나는 마당에 그런 무미건조한 마음을 내비치실 수 있으세요. 광 할아버지께서 절 잘 챙겨주라고 부탁하셨잖아요. 잊으셨다면 정말 실망이에요.”


임 사부가 슬쩍 몸을 돌린다.


“음, 그러고 보니 하나 빠트렸구나.”


주머니에서 곱게 접힌 서찰이 나온다. 두윤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슨 말이 쓰여 있을까?


“나중에 읽어봐라.”


“아아, 임 사부님! 저 감동했어요. 정성이 듬뿍 담긴 편지라니.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 사부님은 친절하셨던 거예요. 마음도 따뜻하시고요. 전 알아요. 진실은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거울이란 말도 있잖아요. 제 진실한 마음이 사부님께 전해진 게 틀림없어요.”


“됐고. 조심해서 다녀와라.”


“하하핫! 그럼 저 다녀올게요.”




편지를 소중히 안은 채 다람쥐처럼 뛰어가는 녀석. 임사군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무림에 평화가 찾아온 걸까? 아마 그럴 게다. 이번 평화는 일시적이지 않고 꽤 오래 갈 듯 보였다. 왜냐하면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쳤기 때문이다. 언 땅이 녹고 굳었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냥하고 온화한 바람.


그 바람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정벌이나 군림이 아니다. 막강한 힘을 앞세워 세상을 평정해버리는 그런 힘 따위가 아니었다.


임사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새하얀 새털구름이 가을 하늘을 수놓았다.


한때,


세상을 평정하는 꿈을 꿨다. 절대적인 힘을 앞세워 부수고 깨려했다. 지금 깨달았다. 그건 평정이 아니다. 시리도록 차가운 냉혹한 협박일 뿐이다.


진정한 평정이란, 모든 것을 감싸 안아서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니.


“허면, 당분간은 조용하겠군. 물론 얼마 못 갈 테지만...”


임사군은 녀석이 떠나간 길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떠나간다. 집으로 혹은 문파로 말이다. 침묵이 내려앉은 무관을 보며 두윤이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래,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된 모양이다.


텅 빈 숙소에 냉기마저 느껴진다. 두윤이는 창문을 닫아걸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대체 어딜 간 거지?’


주상이가 하루 종일 안 보인다. 집에 돌아간 건 아닐 테고, 만약 그렇다면 작별 인사를 잊지 않을 텐데. 주섬주섬 옷을 정리하려니 갑자기 눈물이 나온다.


“이런 게 이별이란 거겠지. 마음이 너무 아파. 너와의 추억은 영원히 간직할게.”


푹 고개를 파묻던 두윤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야. 그래도 얼굴은 보고 가야 해. 이대로 떠나버리면 주상이가 슬퍼할 거야.”


그래서 식당도 가보고 연무장 쪽도 살폈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두윤이는 호숫가에 쪼그려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벌써 중천에 떴으니, 떠나려면 지금 떠나야 했다.


태산이 너무나 그립다. 엄마와 금동이, 푸른 시냇물과 동산의 야생화, 모두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주상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설마 날 버린 거니?”


문득 머릿속에서 은 사부님이 해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그리움을 잊지 못해 절벽 위에서 망부석으로 변한 여인의 이야기. 절망적이게도 그런 슬픈 운명이 다가온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아아, 주상아 날 용서해주렴. 난 망부석이 될 자신이 없어. 너와의 우정은 그만큼 깊고 진실하지 못했나 봐. 이것도 운명이겠지. 너무나 가혹한 운명 말이야.”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 웃긴다. 너 또 이상한 상상해?”


두윤이는 어깨를 떨며 고개를 들었다. 반짝이는 햇살 너머로 주상이가 미소 짓고 있다.


“어디 갔었어? 지금 오면 어떻게 해!”


주상이가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나 아버지께 허락 맡고 왔어.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할 테니까.”


“오랫동안 집을 비운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 멀리 가려고?”


“응, 태산에 가려면 금방은 못 돌아오잖아.”


두윤이는 휘둥그레 눈을 치떴다. 커다랗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습기가 어린다.


“너 설마...”


주상이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나 같이 갈 거야. 너 혼자 안 보내. 예전에 그러겠다고 약속했잖아.”


“으아앙, 주상이 최고야!”


어린아이처럼 안겨드는 녀석을 주상이는 살짝 밀쳐냈다.


“빨리 떠나야 해. 이럴 시간이 없다고. 갈 길이 멀잖아.”


“하하핫, 행복해. 절친이 있으니 하나도 외롭지 않아.”


작은 봇짐만 짊어진 채, 두 사람은 그렇게 정든 무관을 떠나갔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동정호를 배경으로 꽃이 활짝 폈다. 작은 길 주위로는 나비가 나풀거리고 시원한 바람은 상냥하기만 하다.


“하하핫, 너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마. 막내 선녀님도 널 좋아하실 거야.”


“내가 언제 부끄러워했다고 그래. 진짜 선녀님이 계실지 궁금했을 뿐이라고.”


“선녀님은 정말 태산에 계셔. 그것도 일곱 분이나 말이야. 화첩에도 나와 있잖아. 보여 줄게.”


“됐어. 하도 많이 봐서 외울 지경이라고.”


두윤이가 화첩을 펼쳐 든 채 옆구리로 바싹 붙는다.


“이분이 첫째 선녀님이야. 푸른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는 파초선을 가지고 계셔. 이렇게 파초선을 부치면...”


“어휴, 알았으니까 그만해.”


주상이는 녀석을 밀쳐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발밑에 뭔가가 떨어져 있다. 서찰이었는데, 아마 화첩을 꺼내다 주머니에서 떨어진 듯싶다.


“그 서찰은 뭐야?”


두윤이가 히죽 웃는다.


“이건 임 사부님께서 떠나기 전 주신 거야.”


“뭐라고 쓰여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 나 그동안 임 사부님을 오해한 것 같아. 이렇게 직접 편지까지 쓰시다니. 실은 멋진 분이셨던 거야.”


주상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서찰을 펼쳐 읽었다.


“푸하하핫!”


[장두윤 학생은 비록 중간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으나, 태도 점수와 벌점을 합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꼴등을 하였습니다. 참으로 실망스럽군요. 학업 성취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추신: 성적에 대한 이의제기는 집법당에서만 가능하며, 그 사유를 정확하게 기재하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성적표였다. 꼴등을 했다는...


“크아악! 이제까지 한 말 전부 취소야, 취소라고!”


두윤이는 길 한복판에서 머리를 싸쥐며 절망했다.




어느새 눈앞에 삼거리가 나타났다. 어디로 가야 할까? 두윤이가 손을 치켜든다.


“저쪽으로 가야 해.”


“너 이쪽 길 알아?”


“응! 확실해.”


주상이는 고개를 모로 꼬며 팔짱을 꼈다.


“뭔가 이상한데. 정말 와 본 거 맞아?”


“그렇다니까. 내 상상대로라면 이쪽이 맞아.”


“야! 이건 상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뭐야? 너 지금 내 상상력을 무시하는 거야. 그러지 말고 날 좀 믿어봐. 틀림없다니까.”


“으이그,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게 빠르겠다.”


“정말 너무해!”


삼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는데. 다행히 멀리서 마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마차였지만, 주상이는 휘둥그레 눈을 치떴다.


“남궁주상! 어딜 그렇게 바삐 도망가?”


마부석에 앉아 말고삐를 쥔 제갈은경이 눈을 흘긴다.


“은경아...”


“겨우 찾았네.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빨리 떠나?”


두윤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은경이 옆에 소령이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소령이 누나!”


“너 그러기야? 이 누나를 쏙 빼놓고 집에 가려 했어? 나도 따라갈 테다.”


“으악! 누나가 왜 따라와.”


“나도 선녀님이 보고 싶단 말이야. 언제는 같이 가자며?”


두윤이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옆을 돌아본다.


“그건 그렇지만...”


“나 이제부터 누나로서의 의무를 다 할 거야. 사고뭉치 꼬맹이를 보호하겠어. 평생토록 말이야.”


“뭐야, 지금 날 아이 취급하는 거야?”


두윤이가 양 볼을 부풀린다. 제갈은경은 깔깔대며 웃었다.


“얼른 타라고요. 태산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해요.”


주상이는 깜짝 놀라 외쳤다.


“너도 가려고?”


“당연하지. 아버지께 허락도 맡았어. 그러니까 괜한 걱정일랑 붙들어 매셔.”


“돌아오려면 몇 달은 걸릴 텐데?”


은경이가 은은한 노을처럼 얼굴을 붉힌다.


“내가 예전에 그랬지? 네 절친이 될 수 없다 해도 실망하지 않을 거라고. 더 좋은 게 있으니까.”


주상이는 새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어머나?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실까.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아, 아니! 난 그런 게 아니라...”


문득 두윤이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는다.


“절친보다 더 좋은 게 있었어? 그게 뭐야!”


“안 가르쳐줘요.”


이번에는 은경이가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다.


“아유, 뭐냐고! 빨리 가르쳐줘. 누나는 뭔지 알지?”


“몰라!”


소령이 마저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진다, 두윤이는 불만 섞인 표정으로 양 볼을 부풀렸다. 주상이가 후다닥 마차로 올라타자, 뒤따라 오르던 두윤이는 한껏 목청을 높였다.


“아이참! 절친 보다 좋은 게 대체 뭐냐고?”


“어린애는 몰라도 돼요. 자 그럼 태산으로 출발!”


은경이가 활짝 웃으며 말고삐를 쥔다.


“정말 너무해! 나 진짜 궁금하다고. 알려줘, 알려 달란 말이야!”


마차는 힘차게 태산을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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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생일잔치가 기대돼요 -127 18.12.17 1,445 15 10쪽
126 생일잔치가 기대돼요 -126 18.12.15 1,492 14 12쪽
125 선물을 사러가요 -125 18.12.14 1,385 16 12쪽
124 선물을 사러가요 -124 18.12.12 1,441 13 11쪽
123 선물을 사러가요 -123 18.12.10 1,494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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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목격자는 싫어요 -118 18.12.01 1,59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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