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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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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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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12.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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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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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목격자는 싫어요 -121

DUMMY

얼마 후, 맞은편 식탁에 두 소년이 앉는다. 사황은 고개를 모로 꼬며 팔짱을 꼈다. 한 명은 천무가 확실하고, 다른 꼬마 아이는 처음 본다.


“저 아이는 누구요?”


임사군은 찻잔을 집어 들며 답했다.


“같은 반 친구입니다. 어제 온종일 함께 있었다기에...”


“크크큭, 그래서 데려온 거로군.”


사황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천무를 쏘아봤다.


“처음 뵙겠소. 본인은 천존궁을 대표하는 사람이자 구천마련을 이끄는 사황이라 하오.”


“저... 저는 두윤이라고 해요.”


뱀처럼 차가운 눈빛을 대한 두윤이가 잔뜩 얼어버린다.


“내 몇 가지 물을 일이 있어 이리 실례를 범했소이다. 마음이 상하셨다면 먼저 용서를 구하는 바요.”


사황이 조용히 일어나 예를 올린다. 퍼뜩 놀란 두윤이가 마주 예를 취하고.


“어젯밤에 어디 계셨소? 말하기 곤란하다면 답변을 안 하셔도 되고.”


“저는 어제, 그러니까...”


“악양 시내에 계셨소이까?”


“네, 맞아요. 거기 있었는데요.”


사황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무얼 하고 계셨소? 아, 이것도 실례되는 질문이오리까?”


“아니요. 그때 전 그러니까...”


같이 불려온 막내 동이가 대신 답한다.


“꼬치도 사 먹고요. 만두도 사 먹었는데요, 두윤이 형은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났어요. 뒷간을 얼마나 들락거리던지 아유 더러워 죽겠어.”


“뭐야! 너 죽을래?”


두윤이가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다. 막내는 슬쩍 물러나며 자세를 잡았다.


“덤벼라! 삼십 년 만의 복수다. 어서 결판을 내자니까!”


사황이 와락 인상을 찡그린다.


“꼬마야, 한 번만 더 나서면 아가리를 꿰매버리겠다.”


끈적끈적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막내는 잔뜩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앙! 무서워.”


막내가 울면서 두윤이의 품에 안긴다. 두윤이는 녀석의 등을 쓰다듬으며 화난 표정을 지었다.


“흥! 할아버지가 뭔데 우리 막내를 울려요?”


“넌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날 뭐 했어?”


“대답하기도 싫어요.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무례하세요? 뭐, 입을 꿰매요?”


“음?”


“할아버지는 귀를 꿰맸나 보네요. 방금 막내가 한 말 못 들었어요?”


“······.”


“그리고 자꾸 꼬마라고 하시는데요. 얘는 몰라도 전 꼬마가 아니거든요. 벌써 열여덟 살이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나이 많은 꼬마 보셨어요?”


사황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한숨을 내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사군은 조용히 차를 즐겼다.


“형! 나 저 할아버지 싫어.”


“괜찮아, 괜찮아! 우리 동이 건드는 사람은 내가 땠지 해줄 거야.”


사황이 살기 어린 시선으로 쏘아본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죄인들을 어디에 숨겼느냐?”


“내 궁둥이 뒤에 숨겼다!”


울고 있던 막내가 조그맣게 쫑알댔는데, 다 들린다. 사황이 부르르 몸을 떨고. 두윤이는 얼른 막내의 입을 틀어막았다.


“너도 잘못했어. 할아버지께 그러면 못써! 은 사부님이 그랬잖아.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말이야.”


“그렇지만, 저 할아버지도...”


막내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훌쩍댄다.


“물론 네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냐. 분명히 저 할아버지도 잘못했어. 그렇다고 너까지 그러면 안 돼. 무례하고 거만한 데다가 우릴 꼬마라고 모욕했지만, 나이가 많은 분이잖아.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사시겠니?”


“그래도...”


“네가 참아. 우리 동이는 착한 아이잖아?”


막내가 헤벌쭉 웃는다.


“좋아. 조금이라도 착한 내가 참아야지. 대신 사과는 받아야겠어. 이대로는 억울해서 잠이 안 올 거라고.”


‘쾅!’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문이 닫혀 버린다. 임사군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빈 의자만 달랑 놓여 있고, 어느새 사황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쯧쯧, 그래도 오래 버텼군.’


오늘따라 차 맛이 무척 달다.




사황은 뒷짐을 진 채 한 대원을 내려다봤다.


“뭐에 당했다고?”


“녀석이 하는 말을 이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뭐였는데?”


“독사출동이라... 크악!”


무지막지한 발길질에 대원이 피를 토하며 날아간다. 대전 구석에 처박힌 대원은 기절한 듯 움직임이 없다. 사황은 무릎을 꿇고 있는 다른 대원을 내려 봤다.


“네 놈이 이야기해봐. 뭐라고 했다고?”


“저, 저는 아무 말도 듣지...”


‘퍼억!’


대원의 몸이 그대로 고꾸라진다. 이미 무공을 잃었기에 손짓 한 번에 그대로 나자빠진다. 사황은 고개를 들고 대전을 쏘아봤다. 모두 팔십이 넘는 대원들이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떨고 있다.


“네놈들 덕에 우리 마련은 큰 치욕을 당했다.”


“사황님! 용서해주십시오. 부디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네놈들은 그냥 버러지야.”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지켰습니다. 하오나...”


말을 잇던 혈랑대주는 흠칫 뒤로 물러났다. 사황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입만 살았군.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파리 목숨처럼 보잘것없는 걸 가지고 감히 내 앞에서 유세를 떨어?”


혈랑대주는 이를 악물었다.


“죄인을 놓쳤으면 그 자리에서 자결이라도 했어야지.”


“사황이시여, 부하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다 책임지게 해주십시오!”


“시끄럽군. 이봐, 무적신마 장로.”


한쪽에 시립해 있던 무적신마가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하명하십시오.”


“이놈들을 전부 끌어내서 모가지를 잘라버려. 시체는 짐승의 먹이로 던져주고.”


“······.”


“귀가 먹었나.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사황이시여. 이들은 마련의 최정예 병력이자 인재들이었습니다. 하온데 어찌 버리려 하십니까.”


사황이 와락 인상을 찌푸린다. 두 눈에서는 살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젠 쓸모가 없어졌잖아. 밥이나 축내는 벌레들은 짓이겨버려야 해.”


“하오나...”


“네놈도 날 무시하는 건가?”


무적신마가 몸을 떤다.


“이 쓰레기들을 당장 내 눈앞에서 치우라고!”


무사들이 나서서 대원들을 끌고 나간다. 발버둥 치며 살려 달라 소리치는 대원들, 무적신마는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보다 못한 잔혼신마가 나선다.


“사황이시여. 이들의 처분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


잔혼신마는 공손히 무릎을 꿇은 채 말을 이었다.


“말씀드리기 민망하오나, 현재 그곳 일손이 부족한 상태인지라...”


“뭐야? 그럼 곤란하지. 얼마 후면 이곳에 도착하실 텐데. 공사를 빨리 서두르라고 해.”


“지반이 약해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입니다만, 말씀드렸다시피 일손이 부족하여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돈을 더 주면 되잖아. 아, 저번에도 천정이 무너져서 열댓 명이 죽었다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사황은 뒷짐을 진 채 대원들을 돌아봤다.


“그럼 이들을 데리고 가. 그곳과 잘 어울리겠네.”


“감사합니다.”


대원들이 끌려나가자, 사황은 느릿느릿 태사의 쪽으로 걸어갔다.


“빨리 마무리 지으라고 해. 천마 놈을 잡으려면...”


의자에 앉으려던 그가 다시 몸을 일으킨다.


“아니지, 아니야. 지금 천마는 문제가 아니잖아.”


사황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멀리 무림서원이 보인다.


“놈이 내게 치욕을 안겨줬으니 나도 보답을 해줘야겠지.”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잔혼신마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놈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는다.”


평소 과묵하고 침착한 무적신마 마저 귓가로 식은땀을 흘린다.


“네 놈에게 고통을 주지. 어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가혹한 절망을 느껴봐. 그런 후에....”


사황은 와락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곳에서 놈의 목숨을 끊는다.”


“음...”


“그들은 지금 어디 있나. 남궁세가에서 온 쓰레기들 말이야.”


“현재 서원 인근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놈들을 데려와. 할 말이 아주 많아. 크크큭!”


드넓은 대전에 잔인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친다.




대전을 나오던 잔혼신마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나마 대원들의 목숨은 살렸구려.”


“······.”


무적신마는 말이 없다. 언제나처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오늘은 주름살이 더 깊게 팼다.


“아까 연락이 왔소이다. 귀수신마와 흑아루주를 찾았다고 하는구려. 무공이 모두 사라져 충격이 크다고 합니다.”


“음...”


“그들의 모든 세력을 흡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소이다. 귀왕문과 흑아루는 사황부에 편입될 것이오.”


“그따위 명령을 누가 내린 거요?”


잔혼신마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구겠소?”


무적신마가 이를 악문다.


“난 고작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천존궁에 협력한 것이 아니었소.”


“어쨌든, 천존궁의 대소사는 사황이 결정하외다. 따르라면 따라야지요.”


“글쎄요. 어디 두고 봅시다.”


양 주먹을 와락 움켜쥔 채, 무적신마가 전각을 빠져나가 버린다. 잔혼신마는 사황이 머무는 대전을 돌아봤다.


“옛날이 그립군. 그땐 술맛 하나는 좋았는데...”




‘쏴아...’


오후 들어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하늘이 어두컴컴한 것이 쉬이 그칠 것 같진 않고, 대회도 중단되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있지만, 오늘은 반갑지가 않다.


임사군은 타닥타닥 빗소리를 들으며 빈 책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촛불을 켜려 했지만,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관뒀다. 생각할 것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만독림 사람들은 무림맹이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안주인에게서 중요한 단서가 나왔다. 그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편지 몇 장이다. 안부 인사가 전부였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몇 있다. 그 때문에 지금 무림맹에서 논의가 한창이었으니.


무슨 독을 개량하고 있어서 오랫동안 집을 비울 거란 이야기, 또 대업의 결실이 눈앞에 보여 곧 돌아갈 수 있다는 안부 인사들.


임사군은 이마를 주무르며 눈을 감았다.


‘안부까지 전할 정도면 제법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는 것인데. 대체 무슨 독을 개량했다는 말인가.’


게다가 대업이 결실을 이루려 한단다.


‘독이 완성되면, 대업이 이루어진다는 뜻인가?’


임사군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독을 만드는 이유는 쓰임새가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에 쓰려고?


‘편지에는 개량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이는 기존의 독 성능을 보완했다는 뜻. 독공의 대가인 만독노조와 만독림 고수들이 전부 달려들어서 개량시킬 독은 무엇인가?’


아수라혈교는 그 뿌리가 중원이다. 혈교를 이끌던 아수라 역시 무림인이었고 말이다. 아수라혈마안은 섭혼술의 발전된 형태, 같은 언어의 사투리 같은 것이니.


‘역시 혈광시독인가?’


임사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을 응시했다. 흙탕물 위로 요란한 빗방울이 튕겨 오른다.


‘나라면 그 독을 어디에 쓸까. 어떻게 써야 가장 효과적일까?’


‘콰콰쾅!’


요란한 천둥소리가 세상을 뒤흔든다.


“기찰영주입니다.”


인기척에 임사군은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인가. 오늘은 쉬고 싶다고 말했을 텐데.”


“그분께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모셔오라 하셔서...”


“특별한 일이 없다?”


임사군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할 일 없으면 오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무림맹은 물론 천마도 그런 명령은 내릴 수 없을 터, 대체 그분이란 누구일까?


“실은, 아까 말씀드리려 했는데 생각이 많으신 것 같아서 그만두었습니다.”


천천히 뒷짐을 지며 임사군은 조용히 뇌까렸다.


“누구인가? 나를 보자 한 사람이.”


“은 사부십니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기에, 덧붙여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바쁘시면 다음 기회에...”


“앗, 차가워!”


맨발로 뛰어나가던 임사군이 다시 돌아온다. 기찰영주는 빙그레 웃으며 등 뒤에 숨겼던 우산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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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선물을 사러가요 -124 18.12.12 1,44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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